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

우리의 삶과 건강은 사회생활과 연관되어 있습니다.
21세기에도 한국 여자 남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달프고 아픕니다.
설움도 많고 고생도 막심하지요.
겉으로는 멀쩡해 보이나 속은 화가 끓어 병이 깊죠.

한의사로 건강교육가로 저는, 그들에게 우리 몸이 얼마나 훌륭하고 소중한지를 알려주면,
건강이 달라지고 가족과 인간관계가 두루 좋아져서 인생이 환해지더라고요.

우리는 어여쁘고 귀한 생명의 꽃!
사랑을 주고받으려 태어났으니 칭찬과 애무가 필요합니다.
우주 귀퉁이, 지구별에서 여자와 남자가 열렬히 힘쓸 일은 사랑뿐이지 않은가요.
[학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수료
-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 최고관리자 과정 수료
- 미국 하버드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의료정책 최고관리자 과정 수료

[경력]
- 현 이유명호 한의원 원장
- 21세기 여성포럼 공동대표 역임
- 서울여한의사회장 역임

[방송]
- KBS 생생 건강테크 명의 특강 / 아침마당 목요특강/ 세상의 아침/ 감성매거진 / 이홍렬 박주미의 여유만만 / 명사의 책읽기
- MBC 명의열전/ 임성훈과 함께 / 일요일 일요일 밤에
- SBS 행복 찾기 특강/ 오픈 스튜디오 여성건강
- EBS 여성특강 및 삼색토크

[저서]
- 2014 『안녕 나의 자궁』
- 2011 『몸 태곳적부터의 이모티콘』
- 2010 『머리가 좋아지는 아이 밥상의 모든 것』
- 2007 『뇌력충전-우리 아이 뇌 힘 키우기』
- 2007 『몸을 살리는 다이어트 여행』
- 2004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자궁』

이유명호
이유명호

21세기에도 한국 여자 남자들은 정신적, 육체적으로 고달프고 아픕니다. 그들에게 우리의 몸이 얼마나 훌륭하고 소중한지를 알려주면, 건강이 달라지고 가족과 인간관계가 두루 좋아져서 인생이 환해지더라고요. 우리는 어여쁘고 귀한 생명의 꽃! 사랑을 주고받으려 태어났으니 칭찬과 애무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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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잘못된 사혈, 만병통치 아니다.

 


어깨가 떡 벌어진 조폭형 아저씨,
진찰실 의자에 앉자마자 간단명료하게 주문을 한다.


“어깨가 뻑쩍지근하니 뭉친데 피 좀 빼주쇼”
“왜 어깨가 뭉쳤지요? 언제부터 아픈 건데요?”
“아 운동도 좀 하고 뭉친지 오래 됐는데 죽은 피를 뽑으면 시원하드라고요”


내가 뱀파이어도 아니고 흡혈박쥐도 아닌데 진찰과 치료방법까지 환자가 다 주문하고 하청을 준다. 어디 다쳐서 멍이 들은 것도 아닌데 당당하게 요구를 하니 불필요하다고 설득하는 것이 애로사항이다.


“누가 그러는데 담 든 데는 죽은 피를 확 뽑는 것이 최고라고...”


아 글쎄 누가란 사람의 말은 신봉하면서 정작 한의사 말은 왜 안 믿는지...


그 담(痰)이라는 말은 현대적으로 근육에 피로독소와 노폐물이 뭉친 현상으로 굳이 혈관을 터뜨려 손상시키지 않아도 건부항에 침 치료하고 잘 자고 쉬어주면 낫는다. 중세 의학사에도 나온다. 방혈(防血)이라고 거머리 통을 들고 다니면서 뭐든지 나쁜 혈액 탓을 하며 마구 피를 뽑아댔던 시절이 있었다. 두통에도 발작에도 여자들 월경통에도 심지어는 정신질환에도 강제 방혈을 했던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 소독되지 않은 칼로 팔뚝을 그어서 파상풍이나 세균감염으로 많은 사람을 고통에 빠뜨리고 목숨까지 잃게 했다.


강물이 물길을 따라 흘러야 하듯 피는 혈관 속 제 길을 흘러야 한다. 홍수 때 제방 둑이 무너지면 강물이 넘쳐서 주변의 논밭을 침수시켜 망가뜨리는 것처럼 발을 삐거나 매를 맞으면 혈관이 터져서 출혈을 일으키고 주위 조직에 시퍼런 멍이 생긴다. 이때 피하출혈을 일으킨 부위에서 사혈을 해서 배출시키면 부종과 염증이 신속히 진정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이런 효과로 응급 시에나 행해지던 치료법이 지금은 효과가 과장되어 마구잡이로 성행하고 있다.


요즘은 한의사보다 목욕탕이나 찜질방, 마사지 업소에서 무자격자들이 출혈도 없는 부위에서 더 열심히 뽑아댄다. 한의원에 오면 일회용 침에 소독 기구에 보험료면 될 텐데 무자격자한테 가서는 돈도 많이 낸단다. 침을 잔뜩 오랫동안 원하는 부위에 많이 놔주기 때문이란다. 사람 몸이 거북선 갑판인가. 침을 백여 개씩 난자하고 부항을 잔뜩 붙여 피를 뽑아주는 것은 진정한 치료하곤 거리가 멀다. 특히 체력이 약하고 연로하신 분들은 그야말로 기운을 떨어뜨리는 사(瀉)작용으로 통증이 심해지는 부작용을 경험하는 일이 많다.


사혈할 이유가 없는 멀쩡한 조직과 혈관을 터뜨려서 피멍을 내고는 ‘죽은 피’가 이만큼 엉겨 있다고 보여준다. 혈액은 응고하는 성질이 있어서 선지처럼 엉기는 게 당연한데도 말이다. 무슨 경락마사지 등을 한다고 온통 등판에 피멍이 들게 해놓는 경우도 많다.


혈관 손상을 자초하면 범람한 강물처럼 조직 내로 흘러들어온 피는 그야말로 혈전을 만들고 나쁜 피가 되어버린다. 손상된 혈관을 복구하는 한편 조직 내에 고인 혈액을 흡수해서 서서히 배출시키는 동안 몸 안에서는 소리 없는 긴급구호가 벌어진다. 알고 보면 사서 몸에 손상과 고생을 자초하는 일인 것이다.


출혈도 없는 부위에서 멀쩡히 ‘살아있는 피’는 골수에서 만들어지고 비장에서 자동으로 걸러진다.  흔히들 여자들이 월경혈을 몸속의 ‘나쁜 피’가 빠져나간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된 생각이다. 월경불순이라고 나쁜 피가 안 나와서 몸이 아프다고 뽑아달라는 것도 바로 잡아야 한다.


피는 원래 나쁘지 않다. 핏속에 기름기, 술, 담배, 설탕, 인공 물질, 오염된 성분 등을 마구 집어넣어서 걸쭉하고 혼탁하게 만드는 주인들이 잘못한 거다. 피는 깨끗하게 흐르고 싶다. 기름때가 잔뜩 낀 수도관 파이프에 깨끗한 물과 채식으로 오염 물질을 희석시키고 꾸준한 운동으로 순환시켜 녹여서 배출시켜야 ‘좋은 피’가 흐를 수 있다. 다만 교통사고나 타박, 개복수술이나 제왕절개, 자궁내막증 수술 후에 아랫배가 붓고 뻐근하고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복부나 골반 혹은 깊은 조직 속에 남아있는 ‘어혈증(瘀血證)’으로 활혈소염(活血消炎)하는 약물로 풀어내야 한다.


한편 치료의 문제를 떠나서 사혈은 환자와 의사 양쪽에 감염의 우려가 크다. 간염이나 에이즈 보균자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사혈은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마구잡이로 해서는 안 된다. 옛 공산권 루마니아 등에서는 극심한 경제란으로 병동마다 주사기가 한 개 밖에 없어서 돌아가며 주사를 놓았던 일이 있었다. 광우병이 발생했던 영국에서는 모든 혈액 관련 제품을 폐기처분 했었고 편도선 등 일상적인 수술에도 일회용 기구들을 사용하느라 엄청난 비용이 지불되었다고 한다. 에이즈에 우리나라도 결코 안전지대가 아니다. 모든 감염에 대한 예방과 위생, 아무리 조심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의사는 드라큘라랑 안 친하다. 나도 피 뽑아 달라는 환자가 쫌 걱정된다. ㅎㅎ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