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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6, 17일 양일간 열린 2017년도 대한의료정보학회 추계학술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분당서울대학교병원 헬스케어혁신파크로 향했습니다. 의료정보학 (medical informatics)은 의학 영역에서 생성되는 모든 데이터를 연구 대상으로 하는 학문을 일컫는데 대한의료정보학회는 의료정보학 분야를 다루는 국내에서 제일 큰 규모의 학회로 춘계와 추계, 2회에 걸쳐 열리고 있습니다. 올해 30주년을 맞이해서인지 이번 학회에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참석자인 595명이 참석하였다고 합니다. 저는 2015, 2016년도에 각각 한 번씩 학회에 참석하여 3년 연속 방문하였습니다. 늘어난 참석자 수처럼, 저에게는 이번 학회가 가장 흥미로운 세션 및 발표들을 들을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특히, 데이터 수집과 분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져가는 만큼 의료정보학 분야도 많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학회에 참석하면서 접할 수 있었던 한국의 의료정보학 실정에 대한 문제 제기들은 주로 분석 대상이 되는 데이터 수집과 관련된 부분이었습니다. 분석 가능한 데이터들의 수집을 위해 강조되었던 것은 수집된 정보들이 상호호환성 (interoperability)를 갖추고 있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작년 아주대학교에서 열렸던 학회에서는 서로 다른 데이터 수집 센터들이 공통의 데이터 모델을 추구하는 방법과 이를 수행하는 플랫폼에 관한 것이 주된 논의의 대상이었습니다. 올해 학회에서도 해당 주제의 발표들이 있긴 했지만, 데이터 수집을 넘어서 수집된 데이터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법, 분석 방안 및 분석된 내용의 활용 방안, 의료 데이터 분석이 갖는 법적인 이슈들에 대한 발표들이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서울아산병원 등 해당 분야를 선도해 나가고 있는 대형병원들에서는 데이터 수집을 위한 EHR 시스템의 정비를 마무리해 나가고 있는 단계이며, 분석된 데이터의 활용에 좀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 때문인지, 이들 병원은 모두 ‘헬스케어혁신파크’,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등 의료정보학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센터들을 새로이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었고 노력의 결실을 조금씩 선보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날 학회는 서울대학교 빅데이터연구원의 차상균 원장님께서 ‘4차 산업혁명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제목의 특별강연으로 시작하였습니다. 발표를 통해 알게 된 차상균 원장님의 특이한 경력은 2000년대 초중반에 진행하셨던 실리콘밸리 벤처기업의 창업 및 운영이었습니다. 용량이 큰 RAM 메모리상에 데이터를 통째로 올려놓고 분석하는 in-memory 분석 방법을 개발하였고, 이 방법이 독일에서 제일 큰 소프트웨어 기업인 SAP 분석 알고리즘 향상에 크게 기여하였다고 합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디지털 혁신을 몸소 경험한 분으로서, 특히 미국과 중국 등에서 벌어지고 있는 혁신적 변화들을 소개하며 우리가 앞으로 맞닥트릴 세상을 스스로 이끌어나가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다음은 서울아산병원 헬스이노베이션 빅데이터센터 교수진 분들의 발표로 구성되었던 세션이었는데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빅데이터의 약물 개발 활용’, ‘빅데이터 컴페티션 (competition)을 통한 병원 내외 전문인력들의 협력’, ‘의료 데이터의 윤리적 이슈’에 대한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아산병원이 갖추고 있는 Hospital Information System (HIS)에서 얻어진 정보들을 어떻게 활용해 나갈지에 대한 고민을 통해 해당 문제들을 조금씩 해결해 나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사와 함께 개최했던 ‘의료 빅데이터 분석 콘테스트’는 병원 내 의사들로부터 분석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이를 바탕으로 실제 분석을 실행할 팀들을 지원받아 콘테스트 방식으로 분석 작업을 진행한 행사였는데 의료인과 데이터 분석 전문가들이 서로 협력하는 방식 중 하나의 좋은 선례로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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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아침은 접수된 초록 중 선발된 연구들에 대한 자유 연제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경희대학교 침구경락융합연구센터 인지의과학연구실에서는 2016년도 춘계학술대회에 이어 이번 2017년도 추계학술대회에서도 자유 연제 분야에 선정되어 2개의 발표를 진행하였습니다. 모두 채윤병 교수님 지도하에 진행한 연구들로, 저는 ‘디지털화된 감각 보고 시스템의 개발과 이를 통한 침 치료 임상데이터의 증상 패턴 추출 연구’를 발표하였고 이예슬 박사과정생은 ‘Extrinsic monetary incentives through healthcare payment schemes affect the doctor’s decisions on treatment choices’를 발표하였습니다. 저는 인지의과학연구실에서 개발한 디지털화된 감각 보고 시스템인 Bodily Sensation Map (BSM) 어플리케이션을 소개하고, 이를 바탕으로 진행한 세 가지의 연구들을 발표하였습니다. 그중 두 가지는 침과 관련된 연구였는데 하나는 환자가 호소하는 통증의 공간적 패턴과 한의사가 치료한 혈자리 간 관련성에 대한 연구이고, 다른 하나는 침 자극 시에 나타나는 득기감의 공간적 패턴을 살펴본 연구입니다. 마지막 한 가지는 유발된 감정 상태에 따라 특이적으로 갖는 감각의 분포 패턴에 대한 연구로 제가 준비하고 있는 박사학위 논문에 포함되는 연구이기도 합니다. 제 발표가 대강당에서 진행하는 세션에 배정되어서 지금까지 발표해 본 공간 중 가장 컸지만 생각보다 많이 떨지 않고 무사히 발표를 마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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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날 오후에는 ‘블록체인과 헬스케어’라는 주제의 세션에 참가하였습니다. 비트코인으로 잘 알려진 블록체인 기술은 새로운 데이터의 발생이나 변경에 대한 이력을 개인만이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네트워크상에 공개하고 여러 사람이 동시에 소유하고 있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기술입니다. 이는 금융 분야 이외에도 유용한 기술로 응용될 수 있기 때문에 최근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세션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이 의료계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방안들과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 주로 논의가 되었습니다. 현재 해외에서는 블록체인 기술을 의료보험 청구에 응용하는 벤처기업이 창업된 바가 있다고 하며, 또한 블록체인에 저장된 정보는 무결성, 불가역성을 가지게 되기 때문에 임상 연구 프로토콜의 등록과 임상 참여자의 기록 변화를 추적하는 데 응용될 수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이 완벽한 정보 보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의 제한점이 있기 때문에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다는 의견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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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두 개의 Keynote 발표가 더 있었습니다. 이지케어텍의 위원량 대표님과 힐세리온의 류정원 대표님의 강의였습니다. 위원량 대표님의 발표가 특히 인상적이었는데 이지케어텍은 ‘베스트 케어’라는 Hospital Information System (HIS) 소프트웨어를 구축한 기업으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사용한 경험을 바탕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북미지역에 수출을 하게 되었고, 국제적 경쟁에 대한 체험을 위주로 발표해주셨습니다. 개인적으로 한의학에 적합한 전자의무기록 (EMR) 시스템에 관심이 많다 보니 흥미롭게 들을 수 있었던 강의였습니다. 아직 EMR 시스템 개발과 관련된 부분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국제적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저의 편견을 없애 준 발표였습니다. HIS는 보통 큰 병원 중심으로 돌아가는 EMR 시스템인데 한의학 분야에서는 1차의료기관에서 사용되는 EMR 시스템이 데이터 수집에 더 큰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존재하는 1차의료기관 중심의 많은 한의학 EMR 시스템들은 보험공단에 청구하기 위한 자료 외에는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수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한약진흥재단에서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을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뒤처진 출발임이 분명해 보입니다. 하지만  뒤늦은 출발이라 하더라도, 앞선 사례들을 잘 살펴보며 더 발전된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내년, 내후년, 혹은 그 이후의 대한의료정보학회에서 한의학과 관련된 EMR 시스템으로터 얻어진 대규모 데이터에 대한 발표가 있기를 기대하는 바입니다.


지난 5월 20일에 채윤병 교수님의 인지의과학연구실과 가천대 김창업 교수님 연구실, 경희대 장보형 교수님, 동신대 목동한방병원 김현호 원장님이 힘을 합쳐 준비하였던 ‘2017 데이터 기반 한의학 학술대회’ (http://koreaddm.org/)가 열렸습니다. 한의계에서 의료정보학에 관심 있는 연구자, 한의사, 학생들이 참여하였는데 참석자, 발표 수 등의 규모에서 대한의료정보학회에 비해 부족한 점은 많았지만, 참석자들이 보여준 ‘데이터 기반 한의학’에 대한 관심과 열정은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노력이 한의학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의료정보학 발전이 기대되는 이유입니다.


참고: 2017 데이터 기반 한의학 학술대회 참관기 https://www.kmcric.com/_okwdt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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