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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6월에 나온 『빛과 소금』 135호에 「체질과 결혼」이 실렸다. 권도원 선생은, “남녀의 결합은 마치 자동차나 수레의 양 바퀴와 같아서 쓰러지거나 기울어짐이 없이 안전하게 인생 항로를 가기 위한 절대 필요조건”이라고 하면서, 결혼을 잘한다는 것은 ‘맞는 체질’을 만나는 것이라고 했다. “맞는 체질의 만남이란 내장 기능의 강약 구조가 반대로 된 체질이 만나 결합하는 것을 말한다. 그 반대의 도가 심할수록 좋으며 가장 좋은 것은 정반대의 내장 구조의 체질이 만나는 것으로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만남이다.”라고 썼다. 그러면서 어떤 체질들끼리 만났을 때 좋은지를 나열하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수양체질은 토양체질과 만났을 때 제일 좋고 그다음이 목음체질이며 세 번째는 토음체질이다. 수음체질의 경우는 제일 좋은 것이 토음체질이고 두 번째 토양체질, 세 번째 금양체질이다. 목양체질은 금양체질이 제일 좋고 다음이 토음체질, 그다음이 토양체질이다. 목음체질의 경우는 금음체질이 제일 좋고 수양체질, 수음체질 순으로 좋으며 토양체질은 수양체질, 금음체질, 목양체질 순으로 좋다. 토음체질은 수음체질이 제일 좋고, 다음이 목양체질, 그다음이 수양체질이며 금양체질은 목양체질, 수음체질, 수양체질 순으로 좋다. 금음체질에 제일 잘 맞는 체질은 목음체질이며 다음이 토양체질, 그다음이 목양체질이다.

결혼

체질론을 공부하는 연구자나 체질의학 임상가의 처지에서는, 세상사를 바라볼 때 다른 어떤 요소보다 체질이 우선이 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결혼도 그렇다. 그래서 권도원 선생의 저 글 내용이 마치 경전 조문처럼 읽힌다. 환자들 앞에서 설명하기도 편하다. 고명하신 창시자께서 남긴 글이니 근거로 삼기도 훌륭하다.

하지만 결혼이란 남녀의 몸만 만나는 단순한 결합은 아니다. 두 사람이 살아온 삶의 경험, 가족의 구성, 교육의 정도, 경제적 능력, 직업, 가문의 배경, 취향과 취미, 가치관, 성격 등에서 차이도 있고 우열도 있고 비슷한 점도 있을 것이다. 이런 요소들이 총체적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사실 남자 또는 여자가 결혼을 결정하고자 할 때 체질이 차지하는 영역은 지극히 사소하고 협소할 수도 있다.

짝

위 권도원 선생의 글에서는 목양체질 쪽으로 또는 토양체질 쪽으로도 상대가 되는 토양체질과 목양체질은 3순위이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목양체질과 토양체질이 짝인 경우를 많이 보았다. 서로에게 1순위 2순위인 경우보다 많다. 오래 해로하는 부부가 손을 잡고 한의원 문을 열고 들어오는 경우는 바로 이런 짝이다. 여성이 목양체질인 경우보다는 남성이 목양체질인 짝이 좀 더 자연스럽기는 하다. 그런 짝은 남성은 과묵하고 인자하고 너그럽고 때론 근엄하고, 여성은 애교 넘치고 자상하고 활동적이고 말이 아기자기하다. 토양체질의 경우에는 남녀 모두 배우자가 금음체질인 경우도 많다. 오히려 토양체질과 수양체질이 짝으로 만남은 흔하지 않다.

심지어 금양체질은 부부가 같은 체질이거나, 배우자가 금음체질인 짝이 아주 많다. 이런 짝은 자녀들도 모두 금체질이다. 부모와 아이들 가족이 함께 8체질 한의원을 방문하는 경우에 금체질 가족인 경우가 흔하다.

토음체질

토음체질은 토양체질과 금양체질 사이에 있다. 그래서 금양체질 쪽으로 닮은 사람이 있고, 토양체질에 가깝게 비슷한 사람도 있다. 금양체질에 가까울수록 차분하고 치밀하며 날카롭고, 토양체질과 닮을수록 낙천적이고 가볍고 말이 많고 행동이 좀 튄다.

토음체질은 표현이 솔직하다. 질문과 답변에서 모두 적용된다. 너무 솔직한 나머지 상대에게 혹여 쓸데없는 오해를 일으킬 소지도 있다. 그리고 비교적 차분하고 또 집요한 구석이 있으므로 토음체질을 상담이나 협상의 상대로서 만난다면 단단히 각오해야 한다. 그를 상대하는 쪽이 쉽게 흥분하는 체질이라면 그 협상의 승자는 토음체질 쪽이 될 확률이 높다.

그런데 종종 서로 마주 보며 물어보면서도 톡톡 쏘듯이 하고, 답변을 하는데 성의가 없어 보이고 무심하게 툭툭 던지듯이 대답하기도 한다.

토음체질 목음체질 짝

나는 2009년부터 특별히 토음체질에 관심을 두었다. 그래서 토음체질에 대해서 창시자인 권도원 선생과는 다른 견해를 갖게 되었고, 특별한 관심 덕분인지 이후에 토음체질을 많이 찾았다. 그러면서 토음체질과 목음체질 짝을 많이 만났다. 이런 짝이 많은 것은 좀 미스터리했다. 내가 만난 기혼자 토음체질 중에서 보면 확실히 목음체질과 짝인 빈도가 제일 높았다. 목음체질 쪽으로 본다면 꼭 그런 건 아니니, 토음체질인 쪽에서 목음체질에게 상대적으로 더 끌린다고 짐작해 볼 수 있겠다.

두 체질의 관계를 추리해 본다면, 토음체질은 금양체질과 닮았고 목음체질은 목양체질과 닮았으니 두 체질의 내장 구조가 서로 어울리는 조합이기는 하다. 그리고 토음체질과 목음체질은 일단 급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니 서로의 태도에 대한 이해가 빠를 것이다.

다른 점을 보자면 토음체질에게는 금기(金氣)가 있고, 목음체질은 목기(木氣)가 강하다. 목기는 온화하고 부드러운 기운이고, 금기는 냉철하고 굳센 기운이다. 그러니 두 체질은 이 두 요소에서 서로 보완적일 것이다. 그래서 남녀 커플로서 잘 어울린다고 판단했다.

이 짝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이유를 알고 싶어서 2017년 3월경에 샘플을 뽑아서 조사하고 분석한 적이 있다. 그중에서 세 커플을 골랐다. 우연히 남성분이 토음체질이고 여성분이 목음체질로 되었다. 이런 결과는 의도된 것은 아니다. 조사는 설문 한 장으로 간단한 형식이었다. 첫 만남의 인상과 상대방을 생각할 때의 장점과 단점을 물었다.

짝 1

현OO 씨는 이OO 씨에 대해서 “첫 만남에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이 느껴졌고, 매우 끌렸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서 분위기를 어색하지 않게 편하고 즐겁게 만드는 역할을 잘한다. 정과 흥이 많아서 사람들과 잘 어울려 놀 줄 안다. 자기 수준에 맞게 무리한 계획을 세우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했다. “너무 감정적으로 휘둘리고, 싫어하는 사람과 관계 개선을 잘하지 못하는 것은 단점”이라고 썼다.

이OO 씨는 현OO 씨를 향해서 “첫 만남 때, 조용하고 스마트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이 따뜻하고, 주위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통찰력이 있고 사고를 깊이 한다. 요리를 잘한다. 가정적이기도 하지만 정의롭고 사회에 관한 관심도 높다는 것이 장점이다. 그런데 너무 많은 일을 벌여서 시간이 없고 정신이 없다. 그리고 자기 관리가 잘 안되는 것은 단점이다.”라고 표현했다.

짝 2

김OO 씨는 박OO 씨에 대해서 “첫인상은 깐깐할 것 같은데 의외로 칠칠하고 푼수기가 있다. 소심하고 잘 삐친다. 상대방을 배려할 줄 안다. 남의 말을 잘 들어준다. 이것은 자신에게는 없는 장점이다.”라고 했다. “상황에 따른 감정 표현이 얼굴이나 행동에 잘 드러나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 조급해서 순서대로 차근차근해야 하는 것을 잘 못한다. 뭔가 순서대로 꾸준히 진행되어야 하는 것에 마음만 앞서서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다. 그리고 표정 관리가 안 된다. 때론 싫어도 티를 내지 말아야 할 상황인데도 감정을 숨길 수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라고 했다.

박OO 씨는 김OO 씨를 향해서 “첫인상은 착해 보였다. 쓸데없이 솔직하다. 그날이 그날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하지 않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맘이 편하다. 자신 같으면 화낼 일인데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항상 마음이 편하다.”는 것이 장점이라고 했다. 그런 후에 “뭐 하나에 빠지면 일단 장비부터 다 준비한다. 그러나 다른 흥밋거리가 생기면 금방 포기해버려서 미리 준비해 둔 장비가 순간 쓸데없는 물건으로 바뀐다.”며 안타까워했다. “리액션이 없다. 관심 없는 분야에 관해서 대화하다 보면 딴생각을 하는 것 같다. 그럴 땐 무시당하는 것 같아서 화가 난다.”고 표현했다.

짝 3

정OO 씨는 이OO 씨에 대해서 “첫 만남에서는 예민한 성격이라고 생각되었다. 성격이 분명하고, 머리가 예민하다. 가족을 잘 챙기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썼다. “대화를 할 때 나쁜 점을 못 참고, 자기 몸을 안 챙기는 것은 단점이다.”라는 것이다.

이OO 씨는 정OO 씨를 향해서 “첫 만남에서는 착실하게 생겼고, 착한 남자라는 느낌이었다. 참을성, 배려심, 건강한 점이 좋고, 자신의 못된 짜증도 다 받아주고 한결같이 위하고 아껴주는 것이 장점이다.”라고 했다. “세심하게 배려하지 않아서 차가운 느낌을 주고. 자상한 점이 부족하고 상대방이 말한 것을 잘 잊어버리는 점은 단점이다.”라고 썼다.

© 이강재 원장과 떠나는 8체질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