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11. 뉴욕에서 살아 간다는 것 (3) 다른 점

 

오늘은 뉴욕의 일반 생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뉴욕에서의 생활이래 봐야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인지라, “종종 외계인을 만날 수 있고”와 같은 드라마틱한 일이 발생하진 않습니다(도민준씨도 없어요 흑흑). 다만 서울과 조금, 아주 조금 다른 점들이 있어 몇 가지 얘기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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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패션

어디나 사람들은 다 똑같습니다. 잘 차려 입고 다니는 사람들도 있고,허술하게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있지요. 그건 굳이 그 지역의 특징이라기 보다는, 패션감각과 여유에서 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뉴욕은 한국에 비해 특이한 길거리 패션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뉴욕은 심한 빈부격차에도 차별이 적고(, 속내는 모르지만), 다양한 직업군과 거주지역이 존재하며, 그들 모두가 뉴욕에서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어요. 또 알다시피 굉장히 다양한 인종들이 저마다의 양식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때문에 사람들의 생활패턴에 따라 정말 다양한 패션을 곳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패션이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모르겠지만, 큰 의미라면)


고급스런 양복을 잘 빼 입은 사람들부터, 모델 같은 복장의 사람, 화려한 치장을 한 사람, 추워도 헐벗은 사람, 더워도 속을 내비치지 않는 사람, 아시아식 복장, 유럽식 복장, 특정 종교단체에 따른 복장 등등, 한겨울이나 한여름 을 제외하고는 정말 다양한 패션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다양한 얼굴과 골격, 인종이기 때문에 더 심하게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음엔 신기하기도 했지요. 다들 아시다시피 한국에는 사람들이 유행을 잘 타서 그런지, 비슷한 복장이 아주 조금씩 다른 채 사람들이 입고 다니는 걸 볼 수 있는데 (특정 메이커 점퍼라든지, 등산용품, 특정 아이돌 스타일 등등), 이 곳에선 그런 게 없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나다니는 노인들의 경우인데, 남녀불문하고 정장 등 굉장히 세련된 옷을 입고 다니는 어르신들이 많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UPPER EAST 지역은, 노인들의 비율이 매우 높아서 더 눈에 많이 띄는 것일 수도 있지요. 노인들의 특별한 얘기들은 아래에서 다시 하겠습니다.


둘째 . 다양한 세계음식

위에 말했던 이유처럼, 뉴욕에는 정말 다양한 인종과 국가의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다양한 음식점에서 요리를 맛 볼 수 있는 점이 매우 좋습니다. 세계 어느 곳에나 있다는 중국음식점은 물론이고, 인도, 베트남, 타이, 멕시칸, 이탈리안, 프렌치, 미국 전통 패스트푸드(ㅎㅎ)인 버거, 한국음식점 등등 맛있고 질 좋은 음식점들이 곳곳에서 장사를 하고 있지요. 다만, 물가가 비싸고 세금도 많이 걷고, 팁 문화도 있다 보니 외식을 자주 하게 되면 주머니가 심하게 가벼워지기 때문에 조심해야 되지요. 주마다 한번씩 YELP라는 사이트에서 검색되는 다양한 스타일의 음식점들을 찾아 다니면서 경험해 보는 세계음식들은 뉴욕에 사는 즐거움 중의 하나입니다.


셋째 . 고령자들의 직업

뉴욕에 와서 느낀 점들 중 하나는, 고령자들이 그들의 직업군에서 매우 오랫동안 현역으로 인정받으며 활동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분야는 기술이 필요한 일에서부터(버스기사, 기술자, 도어맨 등), 학교에서 교강사나 예술활동, 미술관 등에서 활동하는 일까지 매우 다양합니다. 이러한 다양한 부문에서 언제나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고, 그들 사이의 SOCIETY가 형성되어 있으며, 늘 당당한 표정과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이런 점은 우리나라도 배울 점인 것 같습니다. 제가 받은 느낌으로는 우리 나라 정부나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버화 정책들은 고령자들의 편안한 쉼 을 지향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었거든요(아니라면 다행이지만!). 자식들이 일찍 독립하고, 고용이나 복지에 있어서, 또는 문화적 차이가 있어서일 수도 있지만, 노인들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역할은 현직의 젊은이들의 경제활동으로도 연결되며, 더불어 그들에게도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게 하는 많은 긍정적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 같아 보였습니다.


넷째 . 약자복지에 대한 생각

, 다들 알다시피 우리 나라만 벗어나면 복지에 대한 생각이 바뀐다는 말을 합니다. 우리 나라가 그만큼이나 더더욱 바뀌어 가야 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미국은 특히나 차별에 대한 민감도가 높고, 뉴욕은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사는 곳이다 보니, 복지에 대한 정책들이 매우 강력하게 지켜지고 있습니다. 버스만 보아도, 다리가 불편한 사람이 탑승하기 편리하도록 모든 버스는 정류장에서 앞 쪽 서스펜션이 가라앉습니다(? 이런 표현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만). 또한, 휠체어를 이용하는 승객이 탑승하는 경우 아무리 시간이 지체되더라도 버스기사가 휠체어가 버스 내의 특정부분(평소에는 일반좌석이지만 휠체어 탑승 시 모두 일어나서 다른 곳으로 가야 합니다)에 고정될 때까지 도와줍니다. 내릴 때도 마찬가지이지요. 지난 번에는 필자가 탄 버스가 10분 가까이 한 정류장에서 지체된 적도 있었지만, 아무도 불평하거나 서두르지 않더군요. 복지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


좋은 점을 열심히 생각난 것들로 몇 가지 적고 나니, 좋은 점만 있는 것 같지만, 단점도 많이 있습니다. 아직도 치안이 불안한 지역이 곳곳에 많이 존재하고, 그런 곳은 밤이 되면 무섭습니다. 주차요금이 터무니 없이 비싸다 보니 차를 갖고 다닐 생각을 아예 안 하게 되고(대중교통이 잘 돼 있긴 하지만), 물가가 높은 건 정말 큰 단점이지요. 지난 번에 얘기했듯이 여유를 느끼는 것에도 차이가 있어서 한국은 조경화, 조경수가 매우 아름답지만 여긴 그런 게 부족합니다. 다음에 언젠가 다뤄 볼 ‘의료상황’은 정말 한국보다 문제가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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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오늘은 여기까지만 얘기하고, 다음에는 POSTDOC 생활에 대해 더 쓰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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