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겸 기자의 길 위에서 찾은 밥상

불교 전문기자 출신 여행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여행잡지 트래비, 트래블러 등 다양한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며 여행작가로 활동했으며, KTX 매거진 기자로 재직했다. 저서로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더 오래가게』 등이 있다.
[경력]
- KTX 매거진 기자
- 공감인베스터 팀장, 공감미디어홀딩스 기획팀장
- 2017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언론홍보 총괄 및 촬영팀장
- 월간 트래비·여행신문 객원기자
- 월간 불광 잡지팀 취재 및 편집기자
- 동방대학원대학교 전략기획실 연구원
- 법보신문 편집국 취재·편집기자

[기타 활동]
- 포항KBS ‘동해안 오늘’ 고정 패널 출연
- MBC ‘노중훈의 여행의 맛’ 패널 출연
- MBC ‘이 사람이 사는 세상’ 패널 출연
- KTX 매거진, 론리플래닛, 더트래블러, 웅진싱크빅북클럽 등 칼럼 기고
- 계간 문화공감, KOFIH 전담 객원 포토그래퍼
- 미붓아카데미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진행 및 홍보

[수상 내역]
- 한국불교기자대상 ‘한국 불기 2550년 틀렸다’ 특별상 수상 (2006년)
- 제16회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법보신문 기획취재팀) 수상 (2009년)

[저서]
- 2016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 2018 『더 오래가게』

정태겸
정태겸

불교 전문기자 출신 여행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여행잡지 트래비, 트래블러 등 다양한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며 여행작가로 활동했으며, KTX 매거진 기자로 재직했다. 저서로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더 오래가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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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아이스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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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토는 온타리오주의 주도이자 캐나다에서 가장 큰 도시다. 북미 전체를 놓고 따져도 4번째로 크다. 토론토에서는 나이아가라 (Niagara) 폭포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하얀 얼음꽃 눈부신 대폭포


토론토는 캐나다 동부에 있지만, 몬트리올이나 퀘벡주와 달리 대부분 영어를 사용한다. 캐나다 동부에서는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경우를 많이 본다. 그렇다고 프랑스어만 쓰는 건 아니다. 누구를 만나든 영어는 기본이다. 프랑스인처럼 둥그스름한 발음이 유난히 귓가를 간질이긴 하지만. 캐나다 주요 도시들이 대부분 그렇듯, 토론토는 특히 이민자가 많은 도시다. 캐나다 금융의 중심지이기도, 도시와 자연이 환상적으로 어울리는 곳이기도 하다.


토론토 외곽으로 빠져나오면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 폭포가 펼쳐진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다. 많은 사람이 다녀왔음에도, 여전히 많은 사람이 가고 싶어 하는 곳이다. 토론토를 이야기할 때 역시 나이아가라 폭포는 빼놓을 수 없는 화젯거리다. 미국과 캐나다 양쪽에 모두 걸쳐 있지만, 미국 쪽에서 보는 것보다 캐나다 쪽에서 보는 게 훨씬 더 좋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이야기.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토론토를 찾는 까닭 중에는 나이아가라 폭포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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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무척 익숙한 나이아가라 폭포지만, 대체로 볕 좋은 계절의 풍경이다. 보통은 따뜻한 계절에 나이아가라를 찾는다. 상대적으로 겨울에 나이아가라를 찾는 사람은 드물다. 북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토론토와 나이아가라 사이에 자리한 평야를 훑어 지난다. 그 추위라는 게 손끝을 얼어붙게 만드는 정도는 아니지만, 스멀스멀 뒷덜미로 스며드는 식이다. 찬 바람이 불어서 더 그렇다. 자연스레 옷깃을 여미게 된다.


하필 그런 시기에 이 너른 폭포를 찾아올 여행자는 많지 않은 게 당연하다. 반면에 뒤집어 생각해 보면 그래서 나이아가라를 찾을 만한 적기가 되기도 한다. 평소 같았으면 줄지어 늘어섰을 인파도 없고 여유 있게 그 절경을 누리기 좋으니 말이다. 더욱이 겨울의 나이아가라는 상상도 못 한 경관을 펼쳐 내보인다. 말굽처럼 푹 파인 거대한 폭포의 주변은 온통 얼음꽃으로 치장해 두었다. 떨어지는 물길 주변으로 비산한 물방울은 근처의 나뭇가지며 구조물에 엉겨 붙어 두꺼운 상고대를 만들었다. 눈이 오지 않아도 겨울 끝자락까지 내내 하얀 설국처럼 얼어붙은 폭포는 감탄을 자아낸다. 입이 떡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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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동이 틀 무렵부터 해가 진 직후까지, 나이아가라는 시시각각 서로 다른 색으로 물든다. 워낙 유명한 곳이기에 ‘하루만 잠깐 보면 되겠지’라던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잠시 추위를 피해 몸을 녹이고 돌아오면 또 다른 색으로 물들어 있으니,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이 폭포의 매력은 무궁무진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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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를 타고 즐기는 자연의 선물


나이아가라 폭포는 고트 섬을 중심으로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널리 알려진 모습의 큰 폭포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닿아 있다. 호스슈 (Horseshoe) 폭포라고도 불리는데, 폭포의 모양새가 말발굽을 닮아서 붙은 이름이다. 높이가 49.4미터, 폭포 마루가 무려 790미터에 달한다. 미국 뉴욕주에 연해 있는 폭포는 그에 비해 조금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하다. 물론 그 크기도 높이 51미터, 너비 305미터로 결코 작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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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폭포는 최고 43,000만 년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실루리아기에 생성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원래는 1킬로미터당 3.8미터씩 낮아지는 지형이다. 딱딱한 백운석이 가장 위 지층을 이루고 있지만, 그 아래는 무른 성질의 지형이다. 이처럼 거대한 폭포가 형성된 건 무른 지형이 상류 쪽으로 깎이며 만들어졌다. 지금도 계속 이 폭포는 몰려드는 물길을 이기지 못하고 상류를 향해 계속 침식해 들어가는 중이다.


북미의 이 거대한 폭포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어떤 기분이었을까. 폭포가 쏟아지는 앞에 서서 바라보다 들었던 상상이다. 미지의 땅을 탐험하던 그 누군가에게 이 모습은 모골이 송연해질 만큼 거대한 놀라움이었을 거다. 지금도 ‘경이롭다’는 표현 말고는 달리 이 풍광을 설명할 적절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 뒤로 수많은 이가 이 폭포를 찾았다. 그들은 이 대자연을 상대로 셀 수 없이 많은 도전을 감행하기도 했다. 폭포 위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이도 있었고 통을 타고 물길을 건너는 사람도 있었다. 대체 왜 이런 미친 짓을 감행하는 건지 쉽사리 이해할 수 없지만, 구태여 무지막지한 대자연을 이기고야 말겠다는 심리가 그 기저에 깔려있지 않을까 추정해 볼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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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일대에서 폭포의 위용을 가장 잘 보여주는 포인트는 캐나다 쪽의 퀸 빅토리아 공원이다. 공원 위에서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기왕이면 폭포 안쪽으로 들어가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나이아가라 폭포 바로 곁의 ‘테이블 록 (Table Rock)’에서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폭포 아래로 내려가는 투어를 운영한다. 지하에 뚫어 놓은 터널을 따라 폭포 바로 뒤편의 풍경을 감상하는 식인데, 이곳에서는 하얀 상고대가 더 화려하게 펼쳐지는 걸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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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블 록’이 폭포의 안쪽을 가까이에서 관람하는 곳이라면 폭포 일대를 한눈에 담는 체험도 있다. 헬리콥터를 타고 10분 정도 폭포 위를 선회하는 투어인데, 꽤 인기가 높다. 선착장은 폭포 하류 방향을 향해 차로 10분 정도 이동하면 나온다. 헬리콥터 4대가 이곳에서 쉴 새 없이 관람객들을 하늘로 실어 나른다. 헬리콥터 투어는 1960년대 초반 운영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단 한 건의 사고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탑승객을 안심시킨다. 기내에서는 한국어 안내 서비스가 흘러나오니 한층 흥미진진하게 투어를 즐기기 좋다. 터미널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 에어버스사의 신형 헬리콥터로 모두 교체했다고. 덕분에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될 만큼 기내 소음이 확실히 줄어들었다는 것도 희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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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금을수록 풍미가 살아나는 포도의 단맛


장대한 대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했다면, 이번에는 도심에서는 누리기 어려운 와이너리의 여유로움을 즐길 차례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토론토 도심 사이는 높은 지대가 없고 일교차가 커서 포도를 키우기에 좋은 여러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유럽의 전유물인 것만 같았던 와인은 북미로 흘러 들어와 이곳 나름의 풍미를 갖췄다. 겨울이 넘어가는 이 무렵에는 일반적인 것과는 아주 다른 특별한 와인이 이 지역에서 생산된다. 유럽에서도 일부 지역에서만 만들어지는 아이스와인이다.


아이스와인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특정한 기후 조건이 필요하다. 차가운 바람이 있어야 하고 일정한 정도의 추위가 뒷받침돼야 한다. 포도를 키우는 이들은 밭의 포도를 부러 따지 않고 방치해 두는데, 그러면 포도가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면서 당도가 급격하게 올라간다. 이렇게 다디단 포도로 만드는 것이 아이스와인이다. 이 지역에는 아이스와인 생산 농가가 몇 있지만, 그중에서도 ‘이니스킬린 (inniskillin)’은 북미 최고의 아이스와인으로 손꼽히는 브랜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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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방문한 이니스킬린 와이너리의 풍광은 영화에서나 볼 법한 그것이었다. 평화로운 농가 뒤로 노랗게 물들어가는 햇살. 마음마저 넉넉해지는 기분이다. 북미에서 주목받는 와이너리답게 판매장 내부는 잘 정돈돼 있다. 관계자의 안내를 따라 지하의 저장고로 들어가니 멋들어진 식탁이 차려져 있다. 이니스킬린 와이너리에서는 직접 생산한 아이스와인과 페어링을 이룰 정찬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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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한 복장의 서버가 와이너리에서 생산하는 와인을 종류별로 맛을 보게 해 주었다. 일반적인 와인도 좋았지만, 역시나 입안에서 강렬하게 단맛이 터지는 아이스와인이 일품이다. 곁들여 내주는 식전 빵이 부드럽게 입안의 단맛을 가셔준다. 서버의 설명에 따르면 캐나다에서 나오는 포도 품종 자체는 최고라고 부르기는 어렵지만, 겨울의 강추위를 버티고 나면 이처럼 고급스러운 풍미를 갖추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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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이 지역에서 키웠던 포도의 품종은 유럽산이었다는 게 와이너리 쪽 설명이다. 19세기 중엽, 유럽 일대를 휩쓴 필록세라 (phylloxera) 감염으로 유럽의 포도밭이 모두 황폐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유럽에서 와인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말이 나올 만큼 엄청난 타격을 입었다. 각고의 노력 끝에 필록세라를 이겨낼 해법을 찾아냈는데, 북미산 포도와 유럽산 포도를 접붙이기하는 방식이었다. 이후 세계의 모든 나라에서 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단다. 이니스킬린의 포도 역시 그 방식을 따라 접붙이기를 해서 만들어 낸 것이다.


이 포도의 특징이 산미가 약간 높고 탄닌도 센 쪽에 가깝다. 이것으로 만든 와인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는 그리 선호하는 맛이 아니지만, 아이스와인만큼은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감미료를 넣어 만든 단맛은 뒤로 갈수록 풍미를 상실하기 마련이다. 반면 자연이 만들어낸 단맛은 입안에 담아둘수록 풍성한 단맛이 살아난다. 함께 나온 크림파스타도 아이스와인과 훌륭한 짝을 이뤘다. 와인에 절여 잘 구워낸 닭가슴살 스테이크의 담백함은 아이스와인의 맛을 한층 풍성하게 끌어내는 기폭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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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너리를 나오는 길, 작은 시골 마을의 풍경이 한층 더 정겹게 느껴졌다. 늦추위가 가시고 나면 따스한 햇살이 쏟아지고 온갖 초록이 올라오겠지. 다가올 봄을 기다리는 마음은 이미 폭신한 봄볕을 닮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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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에는 대표적인 항산화 물질인 안토시아닌 (anthocyanin)이 풍부하다. 장기간 포도를 섭취한 사람은 유방암, 전립선암, 대장암, 폐암과 같은 질환 예방에 좋다는 연구가 있다. 레스베라트롤 (resveratrol) 성분도 많아 체내의 혈압과 혈당 수치를 함께 조절해 당뇨 예방에도 좋다. 더불어 포도에 든 폴리페놀 (polyphenol) 성분은 세포의 노화를 늦추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치매 예방에 도움을 준다. 심장 건강과 직결되는 성분인 글루타티온 (glutathione)을 생성함으로써 고혈압과 심장 질환 예방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정태겸 기자의 길 위에서 찾은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