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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의 저자인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의 20여 개 예측에 ‘여행’이 포함되어 있다. 여행과 레저 산업은 급속하게 위축될 것이고, 사람들은 강제적으로 홈캉스를 즐기게 될 것이다. 최소한 2~3년간 해외여행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항공을 이용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매우 슬픈 소식이다.

흔히 유럽 사람들은 1년 내내 번 돈으로 여름 한철 지중해에서 휴가를 보내는 것을 낙으로 삼고 산다고들 하는데, 갈 곳이 폐쇄되어 있으니 세상 사는 재미와 의미가 송두리째 날아간 기분이 들 것이다. 물론 우리도 마찬가지다. 여름이 가까워지는 시기, 늘 휴가 계획을 세우느라 잠시나마 바쁨과 피로도 잊을 수 있었는데, 이번 여름, 아니 올해 여행 가기는 다 틀렸다는 절망이 든다.

그렇지만 아무리 어려운 환경에서도 인간이 누려야 할 기본 욕구는 찾아야 하기에 집에서 보내는 바캉스인 홈캉스나 차에서 잠을 자서라도 떠나는 차박 여행을 부지런히 찾고 있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고 다들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집안에서만 보내는 것은 그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큰 고생이다.

여행이라는 것이 자신의 일상적인 환경에서 벗어나 자유로움을 가지면서 원하는 것을 찾아 느끼는 작업이라고 한다면 분명 코로나 시대에는 기존의 여행과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수밖에 없다.

자유로움이라는 것은 마음껏 무엇인가를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코로나는 이 자유로움을 빼앗아 갔다사회적 거리두기를.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고, 설령 여행을 갔다고 하여도 그곳에서 따뜻한 환대를 받지 못한다. 도리어 마치 전염병의 병균을 옮기는 매개체로 여행객을 바라보는 시선을 받으면서 자유로움을 만끽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여행이 구속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제껏 여행하면서 했던 것들을 보면, 유명한 장소에 가서 줄을 서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는 곳에서 보고, 맛보고, 느끼고, 또 자고 했는데 이제는 이것과는 달리 가급적 사람들이 모이지 않는 야외에서 몇몇 아는 사람들과 조용하게 지내다 와야 한다. 자칫 사람 많은 관광지에서 찍은 사진을 SNS에 올리기라도 하면 욕설에 가까운 댓글을 만날 수도 있다.

원하는 것은 늘 외부에서 찾아왔다. 보는 것, 먹는 것, 듣는 것, 사람과 만나는 것 등 모든 것을 바로 여행을 간 그곳에서 찾았다. 그러나 이제는 가고 싶은 곳의 선택도 제한적이고 가고자 하는 곳의 목적 역시 달라진다.

결국, 코로나 이후의 여행은 어느 곳으로 떠나는 것이 결정의 중요한 요소가 아니고, 그곳에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게 되었다. 그야말로 어디로 가든지 그곳에서 재미와 의미를 찾아 만족하면서 보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을 하면서 즐길 것인가? 이런저런 고민을 해 보아야 결국 가게 될 여행지는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고, 실내가 아닌 야외로, 사람과의 접촉을 가능하면 줄이고, 자기만의 시간이 많아지게 되는 장소일 것이다. 그나마 야외이니 자연과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많아질 것이다. 이러한 여러 조건을 가지고 내리게 되는 결론은 결국 ‘걷기’이다. 걷기에서 재미와 의미를 모두 찾아야 한다.

걷기는 일단 자유로움을 준다. 갇혀있는 공간에서 밖으로 나와 하는 행동이다. 굳이 여러 명이 함께할 필요가 없다. 사실 혼자가 가장 좋기는 하다. 그래도 심심하다면 한두 명 정도 더 있으면 충분하다. 대화가 많이 필요하지도 않다. 걸으면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내가 가고자 하는 곳을 가면 된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아가다 보면 자연과는 더 가까워진다. 결국 자연과 무엇을 할지가 중요해진다. 찾다 보면 할 것이 찾아질 것이다. 걷고 나서의 식사는 다행스럽게도 무엇이든 맛이 있다. 역시 인간은 적절하게 노동을 해야 한다. 이후의 수면도 보장받을 수 있다.

천리포 수목원으로 향했다.

사람이 그다지 많지 않은 야외, 충분히 걸을 수 있는 곳, 아는 사람 몇 명만 뜻을 모아서, 그리고 사람과의 대화보다는 자연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곳을 찾는 과정에서 선택된 여행지다.

우리나라에는 200여 개가 넘는 국립, 사립 수목원이 있고 각각 특색을 가지고 있다. 그곳까지 가는 길은 막히고 힘이 들지라도 정작 수목원 안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다.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여행지를 선택할 때 수목원은 종류에 따라 선택의 폭이 넓다. 작정하고 그 목적을 실천하다 보면 반나절은 훌쩍 흘러간다. 걸은 만큼 얻을 수 있다.

잠시 카페에서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생각을 정리해 보기도 한다. 무엇을 느끼고 받아들였는가를 정리하다 보면 자연이 주는 기쁨은 의외로 많다. 걷다 보면 자연스럽게 운동량은 하루 목표를 채우고 마음 역시 풍요로워진다. 무엇을 받아들였는지를 곱씹다 보면 의미와 지혜를 가져올 수 있다.

대학 시절 산을 누비고 헤매면서 찾았던 약초들이 덩그러니 이름표를 달고 눈앞에 있다. 마침 꽃이 피는 시기라 그 약초의 가장 아름다운 모습을 담을 수도 있었다. 20대의 젊음과 낭만이 잠시 스쳐 간다.

이렇게 어느 한 수목원을 다녀오니 다음 계획도 세워진다. 숲이 좋은 곳, 탁 트인 풍광이 좋은 곳, 식물을 관찰하기 좋은 곳, 간혹 주위에 맛있는 음식점이 있는 곳 등 관심을 가지고 찾다 보면 다음 여행 계획이 계속 이어진다.

인간의 본성 가운데 여행이 있다. 아마도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자유를 만끽하고 싶어서일 것이다. 요즘같이 일상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는 더욱 절실하다. 그곳에서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단 며칠, 몇 시간이라도 실행하고 싶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 시대에 맞는 여행을 선택하고 실천하는 것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생존 능력을 실현하는 것이다. 찾다 보면 자신이 추구할 여행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핵심 가운데 걷기가 있다. 걷기 역시 인간의 본성 가운데 하나다. 가고자 하는 곳으로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방법이다.

© 김종우 교수의 명상. 걷기.. 여행...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