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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의학과에서 치료를 받다가도 한의원에서 진료를 다시 한번 받고자 하는 환자들이 많다. 다른 질병도 마찬가지이기는 하겠지만 정신 장애의 경우 깨끗한 회복이 쉽지 않다.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므로 어느 하나의 증상은 회복이 되지 않고 도리어 악화되는 양상이 있을 수 있으며, 또 장기간 약물 복약에 대한 환자의 불만이 있다. 특히 일반적인 정신의학으로 해석되지 않는 경우 병원에서조차 명확하게 방향을 설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에 환자들은 소위 정통의학이라고 하는 진료에 만족하지 못하고 대체적이거나 보완적 치료를 도모하게 되는데, 정신 장애의 경우 그 양상이 두드러진다. 의학적 해석, 이른바 생물학 기반의 의학에서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해의 부족은 그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다뤄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의학에서는 정신에 대하여 어떻게 이해하고 있으며 어떤 방법으로 정신 건강을 담당하고 있는 것일까?

병은 흔히 신체 질병과 정신 장애로 나눠진다. 이것을 뚜렷하게 양분하는 것이 매우 전문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둘은 서로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암에 걸린 환자가 암을 진단받은 직후 급격하게 몸이 나빠지는 이유는 심리적인 경우가 많다. 불안이 암세포 자체보다 더욱 공격적으로 우리를 공격한다. 우울증으로 자살까지 생각하던 사람이 암 진단 이후 도리어 병을 극복하고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신체적인 고통이 우울한 감정을 몰아내는 사례이다.

정신이 신체에, 신체가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은 생물학적 기반 의학의 관점에서는 애써 무시되는 주제다. 도리어 각각의 기전을 통해 이런 현상을 심리적 요인으로 설명을 하고, 이 요인은 환자의 몫으로 돌려버리게 된다. 그리고 정신적 현상은 표준적인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이겨내야 할 것으로 여기고 의학은 한발 물러서게 된다. 생물학적 정신의학의 관점에서도 기전적 해석에 따라 약물을 주고, 이 약물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 역시 환자가 짊어지고 가야 할 문제로 치부하게 된다. 증상이나 고통이 기전에서 벗어나게 되면 이는 의학이 책임을 질 수 없는 영역으로 한정을 해 버리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고통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환자는 고스란히 자신의 탓을 할 수밖에 없게 된다.

환자를 기전적 접근 방법으로 보는 시야를 조금 더 넓히면 다른 모습이 보인다. 그 사람이 고유하게 가지고 있는 기질이나 특성이 있고, 개인적으로 겪게 되는 환경과 삶이 있으며, 언제부터인가 달고 있는 양상이 있으며, 자극이 있을 때마다 나타나는 증상이 있다. 여기에 병이라는 현상과 상처받은 인간이 존재하면서 환경적인, 그리고 시간적인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으니 무엇이 병을 만들었고, 지금의 고통이 어떤 기전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그 사람의 고통을 충분히 관찰하고, 어떤 기전에 넣어 해석하기보다는 그 사람의 고통에 기반하여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더구나 시간의 문제가 같이 고려되어야 함에 따라 도리어 질병이나 장애를 없애 버려야 할 대상에서 같이 가지고 가야 할, 즉 자신의 삶과 함께해야 할 대상으로 보아야 할 필요가 어쩔 수 없이 있을 수도 있다.

한의학정신건강센터는 한의학의 관점에서 정신을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신 장애를 스펙트럼적으로 해석하여 이에 부합한 평가와 진단, 그리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는 것을 목적으로 7년간 준비한 프로젝트 기반 센터이다.

한의학에서의 정신 건강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는 최적의 정신 건강 상태를 구현함으로써 정신 장애를 극복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최적의 정신 건강 상태는 일상에서 경험과 수련으로 만들어지며, 자신의 몸에 익숙하여지도록 만들어 가는 것이다.

침이나 한약물은 정신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치료에 적용된다. 명상이나 기 수련은 일상에서 스스로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한의원 치료와 일상에서의 실천을 서로 엮어낼 수도 있다. 자가 치료 방법으로 스스로 치료 역량을 키우는 것을 한의원에서 교육받고 점검받을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신의료로 개발된 방법이 이러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 김종우 교수의 명상. 걷기.. 여행...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