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CRIC

친구 손에 끌려오다시피 찾아온 희정 씨. 많이 지쳐 보이는 얼굴에 한눈에도 고개가 많이 기울어져 있다. 얼굴은 좌우가 눈에 띄게 다르고 두개골 전체가 삐딱하게 돌아갔으며 오른쪽 어깨는 현저히 올라가 있다.

“항상 노곤하고 목에 뭐가 걸린 것 같고 캐캑 기침이 나서 목소리가 변했어요. 감기가 끊이질 않아서 힘들다고 했더니만 이 친구가 보자마자 끌고 왔어요.”

이 정도면 머리와 목 어깨가 매우 아팠을 텐데 감기가 주 증상이라니 궁금했다.

“머리와 어깨가 늘 아프진 않았어요? 여기저기 가슴과 목에 담도 잘 결리고 머리도 매우 아프고 소화도 나빴을 텐데요.”

“어깨 뭉치고 결리고 목 뻐근한 거야 끼고 살았죠. 포기했어요. 머리도 늘 아프고 골이 당긴지는 몇 년도 넘었어요. 하도 아픈 데가 많으니 이제 그러려니 해요. 소화도 잘 안 되고 헛배가 부르고 가스가 차서 거북하지요. 그래서 많이 먹지도 못해요.”

이 환자의 현재 주 증상은 만성 감기로 면역력 약화에 피로가 심한 것, 그리고 기관지 식도 인후 염증으로 목에 매핵기와 식도 근육이 좁아져 음식이 걸리는 느낌 같은 증상으로 불편한 것이었다.

이 정도야 면역을 강화해주는 약과 식도염 치료 약을 함께 처방하면 아주 좋아진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본인 자신은 중요성을 못 느끼고 참고 살았다지만 두개골이 기울어져서 오는 두통, 어깨결림, 그리고 뇌 순환 장애가 더 중요했다.

차트에 재빨리 머리와 어깨 기울어진 그림을 그려 넣고 손거울을 들고 보라고 했다. 고개는 갸우뚱하고 치아 선은 기울어졌다. 음식도 한쪽으로 씹는지 저작 근육의 발달이 좌우가 다르다. 턱의 움직임은 목 뒤 경추 1-2번에 영향을 미쳐 목뼈의 축이 틀어진다. 특히 경추 1-2번 신경은 안골, 뇌내이, 유양돌기 등 뇌의 혈액 공급에 영향을 준다.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지면 뒷머리 쪽에서 뇌로 들어가는 추골동맥이 눌리기 쉽다. 두 개 안면의 비틀림이 일어나서 목 곡선이 변하며 결과적으로 두개골의 불균형을 일으킨다. 또한 목 뻣뻣과 어깨결림은 경동맥을 좁아지게 만들어 뇌로 가는 영양분과 산소 공급을 방해한다.

“두부 신경 자극으로 두통은 기본이고요. 뇌 신경 중에서 세 가닥은 목으로 내려오는데 그중 실인 신경과 미주 신경이 약해지면 목이 막힐듯한 식도 감각, 가슴이 답답하거나 결리거나 두근거리는 심장 신경통이 나타나요. 명치가 답답하고 소화가 안 되는 등 여러 내장 증상과 연결되어 있어요. 담이 자주 결린다는 분들도 목과 어깨 머리까지 만져봐야 해요.”

친구가 옆에서 거들었다.

“너 손 떨린다는 얘기도 해라. 이왕이면 선생님께 다 말씀드리지 그러니.”

그러고 보니 환자는 한쪽 손을 주머니에 넣고 안 보여 주고 있었다.

“이것도 오래돼서 아프지는 않은데 손도 떨리는데 뇌 검사에는 이상이 없다고 해서 말을 안 했지요.”

그물에 걸린 고기처럼 증상들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아이고 말씀 잘하셨어요. 제일 중요한 걸 창피하다고 감추시면 어떡해요. 희정 씨는 두개골뿐만 아니라 척추와 골반도 전체적으로 많이 휘었어요. 그러면 안에 뇌경막 부착점까지 긴장이 가고 척수가 꼬여서 여기저기 긴장성 통증도 생기고 심하면 경련까지 일어나지요. 또는 두개골의 기울기 때문에 추골동맥과 내경동맥의 순환이 나빠져서 뇌 영양공급이 부족하니 뇌혈관이 터지거나 막히는 중풍과는 좀 달라요.”

치료 한약 한 재를 먹고 다시 찾아온 그녀. 목에 걸린 듯한 식도 협착감, 기침, 설사의 문제는 좋아졌으나 손 떨림은 아직 있단다.

손 떨림의 원인은 작게는 심한 운동이나 긴장 누적으로 경추 신경과 근육 강직의 증상으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심각하게는 중풍 후유증으로 오는 소뇌성 떨림도 있고 드물기는 하지만 파킨슨병도 있다. 신경내과에서 뇌 검사를 받고 감별 진단을 하는 것이 필수고 검사상 발견을 못 했더라도 앞으로 진행되며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진단명이 안 나온다고 해도 문제점과 증상은 존재하는 것이므로 대증 요법으로 치료는 받아서 회복 노력을 하는 것이 순서다. 오래 고생하는 환자들은 한의원에 오기 전에 이미 종합검진과 MRI, CT까지 검사를 다 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손 떨리는 것은 오래되었으니 낫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겠지요. 뇌 순환이 다 좋아져야 차도를 보일 거예요. 이제 겨우 시작이니 공을 들여야 합니다. 근데 약은 왜 친구네 집으로 보내죠?”

“집에 시어른들이 계셔서요. 약 먹기가 눈치가 보여요.”

아이고! 이럴 때 나는 화가 난다. 나 또한 결혼 초에 시집살이를 하고 첫애 낳고 산후 몸조리 한약을 몰래 먹은 겁보 아니던가. 내가 한의사이고 직장 다니며 돈도 벌고 애도 낳았는데 뭐가 두렵다고 쩔쩔매었는지. 이래서 사회 분위기가 중요하다. 시집을 시댁으로 높여 부르고 며느리는 알아서 기게 오랫동안 세뇌당하다 보니 눈치 꾸러기가 아니던가. 희정 씨는 많이 아프고 힘든 중환자다. 집안 살림 다 하고 남편과 같이 출근해서 무역회사를 운영한다. 밖의 영업은 남편이 하지만 자신은 사무실의 일을 총괄하며 꼼꼼하게 경리와 납품 문제를 챙기는 사무실의 사장이다. 치료 약도 마음 편히 못 먹는다면 너무 억울한 일 아니겠는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집안에서 어떤 대접을 받는지 남편은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안 봐도 비디오다. 그렇지만 자신도 책임이 있다. 당당하게 자기 목소리를 내야지 맨날 가만히 참고 있으면 ‘가마니때기’인줄 안다. 자학도 아니고 병이 더 심해지면 그때는 남편이 시집 식구가 책임지고 고쳐줄까 대신 아파줄까. 내 목숨은 하나다. 자기 몸이다. 열심히 챙겨야 할 의무가 있다.

돌아서 나가는데 핸드백을 오른쪽 어깨에 메고 있다. 어깨가 삐딱해지는데 가방 종류도 메는 방법도 원인 제공을 한다. 가로질러 옆으로 메거나 배낭이 좋다. 아이들도 주의 깊게 살펴보자.

“자기 핸드백 흘러내리지 않으려고 어깨가 많이 올라가네요. 앞으로 반대쪽으로 메면 교정 효과가 있을 거예요. 어디서든 거울이나 쇼윈도 자주 보시고 목은 똑바로 어깨는 내리는 연습 많이 하세요. 꼭이요!”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