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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과 연평도

인천 병원선은 주로 덕적도와 자월도를 격주로 방문합니다. 이 외에도 한 분기에 두 번 정도 연평도를 방문하여 진료를 보기도 하는데 평소 인천항에서 1~2시간 정도 거리인 덕적도나 자월도와 달리 연평도는 3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라 한번 방문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평도는 대연평도와 소연평도로 구분되며, 대연평도에는 저와 같은 공보의 선생님들이 보건지소에서 진료하고 있습니다. 대연평도의 공보의 선생님들이 가끔 소연평도에 방문하여 출장 진료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병원선 또한 한 번씩 진료하러 갑니다. 그렇다 보니 소연평도의 주민분들은 공보의들의 방문을 기다리십니다. 매 방문 시 평균적으로 15명의 환자가 저에게 진료받으시며 주로 근골격계 통증을 호소하십니다.

모든 인천 섬 주민분들이 그러하듯 연평도 주민분들도 정이 많으셨습니다. 한 주민분은, 매번 먼 길을 와서 진료하고 가는 병원선에 고맙다며 연평도의 특산물인 꽃게를 선물로 주셔서 이틀 연속 꽃게를 질리도록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억을 품고 있던 와중 가족들을 모시고 연평도 여행을 계획하게 되었습니다.

연평도 가는 길

연평도에 가기 위해서는 인천항의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여객선을 타야 합니다. 연평도행 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인천에서 연평도로 가는 편은 1일 2회 (오전 8시, 오후 1시), 연평도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편도 1일 2회 (오전 10시 30분, 3시 30분) 있습니다. 연평도의 경우 차가 없으면 둘러보기 쉽지 않습니다. 택시 또한 운행하고 있지 않아 차를 가지고 섬에 들어가거나, 머무르는 민박집에서 차를 빌려 둘러보아야 합니다.

토요일 주말 아침, 인천 연안여객터미널은 섬으로 들어가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마치 인천 공항을 방불케 하는 분주한 여행객들의 움직임에 기분이 들뜨기 시작했습니다. 240명의 승객이 승선할 수 있는 2층 규모의 여객선에 올라타니 병원선과는 비교 불가한 공간이 펼쳐졌습니다. 간단한 매점도 있었습니다. 편안한 좌석은 2시간 여정을 불편함 없이 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오전 8시에 출발한 여객선은 오전 10시쯤 연평도에 도착했습니다. 초가을의 연평도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깨끗했습니다. 그러나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의 풍경에 편안함을 느낄 새도 없이, 가끔 보이는 군인들이 연평도의 뼈아픈 과거들을 상기시켜주곤 했습니다.

안보교육장

황해도와 불과 10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 연평도는 북한의 초소들과 집들을 볼 수 있을 정도로 북한과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직도 북한과의 긴장감이 끊이지 않는 섬이기도 합니다. 안보교육장은 2010년 11월 23일, 모두가 기억하고 있을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북한이 민가에 200여 발의 포격을 가하여 파괴된 당시 마을을 일부 보존하고 있는 시설입니다. 실제 방사포 포탄이나 파편의 흔적을 볼 수 있고, 긴박했던 상황을 안보교육장 관계자분의 설명과 함께 영상 자료와 사진을 통해 접하니 더 이해가 잘 됐습니다.

당시 민간인 주거지 총 5개 권역과 수협, 면사무소 창고, 보건소, 종합운동장 등에 포탄이 떨어져 큰 피해가 있었지만, 다행히 많은 주민이 미리 대피하고 집을 비운 상태라 사상자는 크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 중, 준비물을 놓고 간 딸아이의 연락을 받고 집을 나와 학교에 가던 어머니가 운 좋게 폭격을 피했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뉴스로만 접하던 연평도 포격 상황을 직접 방문하여 눈으로 보니 더 실감 나고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연평도 꽃게

어느덧 점심을 먹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연평도에서 가장 유명한 음식이라고 하면 ‘꽃게’가 있습니다. 과거 1960년대에는 조기잡이가 유명하였으나 이후 1980년대부터는 꽃게 어획량이 급증하면서 지금은 조기보다는 꽃게잡이가 더 활발합니다.

가족과 함께 연평도에서 유명한 ‘미영식당’에 방문하였습니다. 밑반찬부터 섬의 인심이 느껴집니다. 싱싱한 각종 해산물과 꽃게탕을 시키면 밑반찬으로 나오는 간장게장은 밥도둑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맛이었습니다. 꽃게탕이 나왔습니다. 얼큰한 국물에 부드럽고 속이 꽉 찬 꽃게를 밥에 올려 먹으니 연평도 방문의 만족감이 최고치에 달했습니다. 꼭 한번 들르시길 추천해 드립니다.

망향 전망대

북한과 남한의 바다는 북방한계선 (NLL)을 기준으로 나뉘어있습니다. 유엔을 통한 휴전 협정 당시 대한민국은 북방한계선 바로 아래 연평도를 포함한 ‘서해 5도’를 지키는 대신 다른 섬들은 북한에 양보해 줬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는 서해 5도가 황해남도를 둘러싸고 있는 형태를 하고 있어 이에 북한이 이의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당시 NLL에 합의하였던 북한이 호시탐탐 연평도를 노리고 침범하면서, 연평도는 마찰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됐습니다.

이런 북방한계선을 볼 수 있는 곳이 연평도 북동쪽에 위치한 망향 전망대입니다. 연평도는 인천까지 뱃길로 120km 떨어져 있으나 북한까지는 12km밖에 떨어지지 않은 만큼 북한의 해안포 공격에 취약하여 위험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우리나라 대한민국 해군이 국민의 안전을 위해 방어하고 있습니다.

망향 전망대에서 실제 북한 어선들이나 중국 어선들이 눈으로 보일 정도로 가까이 있었습니다. 1970년 북한의 남한 방송선 피랍 사건을 시작으로 우리나라와 자주 충돌이 일어난다고 합니다. 또한, 중국 어선들이 북방한계선을 넘어 연평도 인근 해안에서 불법 어업을 일삼고 있는데 이를 참지 못한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 어민이 잠든 사이 어선을 직접 끌고 와 해양경찰에 넘긴 사건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앞의 북방한계선을 보니 우리나라가 나뉘어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지만, 한편으로는 많은 군인분이 대한민국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연평도 평화공원

이후 연평도 평화공원에 방문하였습니다. 공원 입구에는 당시에 사용되었던 전차와 헬기를 볼 수 있었습니다. 작은 규모의 공원이지만, 제1연평해전과 연평도 포격 사건 당시 우리나라를 지키다가 돌아가신 전사자분들을 추모하기 위해 만들어졌습니다. 제 나이 또래 혹은 저보다 더 어린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군인들을 위한 추모비와 위령탑을 보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조기 역사관

과거 연평도 하면 ‘조기 파시’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조기로 유명하던 연평도의 역사를 기록해 놓은 조기역사관에 방문하였습니다. 파시란 바다에서 열리는 시장을 뜻합니다. 그만큼 바다에 조기가 많아 당시 연평도에서는 조기 덕분에 주민들이 풍족하게 지냈으며, 바람에 돈이 날아다니고 강아지도 돈을 물고 다닌다고 하였습니다.

조기역사관에 들어가면 조기의 종류와 역사에 대해 알 수 있고, 위에는 관광 전망대가 있어 연평도의 시원하고 넓은 바다를 볼 수 있습니다.

비록 하루 반나절 동안 연평도를 둘러보았지만 아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고 책과 뉴스로만 접하던 사건들을 직접 몸으로 느끼고 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평소에는 육지와 멀리 떨어져 있어 쉽게 가볼 생각을 못 했었는데, 공보의가 되니 평소 가보지 못할 지역에서 살며 여행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많은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가족과 함께 연평도를 방문해 애국심을 더욱 높여 보세요.

© 공보의 박재량의 한의사 항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