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재 교수의 한국의 건강문화

나의 전공은 한의학 중에서도 예방 한의학이다.

옛날 사람들의 건강법.
의료 이전에 불로장생, 무병장수를 꿈꾸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건강문화-양생.
최첨단 의료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는 오늘날이지만 현대인들에게 옛날 사람들이 수천 년 동안 끊임없는 몸 관찰을 통해 알아낸 ‘몸에 대한 이야기’와 이를 바탕으로 한 ‘몸을 위로하는 방법’이 더더욱 절실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고 있다.

내가 운영하는 건강문화연구센터에서는 우리의 전통문화 속에 내재된 건강지향적 요소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보급하는 일을 한다. 사실 티테라피도 우리의 전통 다도(茶道), 다례(茶禮) 문화와 몸에 좋은 것을 끓여 마시는 우리의 주전자 문화를 현대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외에도 제철 식재료를 이용한 한국식 약선을 재정리하고 있으며 우리 조상들의 풍류 사상과 조선의 유학자들이 평생을 바쳐 몰두한 수양법 등을 재해석해서 현대인들을 위한 스트레스 케어법으로 만드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학력]
-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박사학위 취득 (한의학)

[경력]
- 현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교수
- 현 건강문화연구소 소장
- 전 티테라피(카페+한의원+건강문화교실) 대표이사

[저서]
- 2011 『한의사의 다방』

이상재
이상재

최첨단 의료기술이 발전해가고 있지만, 현대인들에게는 선조들의 끊임없는 관찰로 알아낸 방법을 통해 몸을 위로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제가 운영하는 건강문화연구센터에서는 한국전통문화에 내재된 건강지향적 요소를 발굴하고 콘텐츠화하여 보급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필 바로가기

인문학의 시대, 치유를 말하다 (2)

 
img_08.jpg


    형신합일(形神合一): 몸과 마음은 하나다


    몸의 문제는 마음에서 비롯된다. 마음의 동요(動搖)는 오롯이 몸에 반응된다. 옛날 사람들이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이다. 요즘은 스트레스라는 말로 설명하지만. 내가 덜 건강해지기 시작하는 것은 나의 마음이 잔잔한 평온함을 잃고 있기 때문이다. 평온한 마음을 유지하지 못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짜증나고, 성나는 것이 우리네 삶이다. 이런 마음의 동요는 몸에 그대로 전해진다. 


    옛날 사람들은 마음의 치우침이 몸에 반영됨을 기(氣)라고 이야기했다. 고민하면 기가 가슴과 배에 뭉쳐 가슴이 답답하고, 음식을 먹으면 체하고,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면 기가 위로 몰려 얼굴이 붉어지기도 하고 머리가 아프기도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내 마음을 평온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바로 내 마음을 가만히 바라보는 것이다. 내가 고민하고 있구나. 내가 화내고 있구나.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는 지금 ‘인간으로서의 나’가 아닌 세상에 길들여진 나만 있는 것이 문제다. 가만히 나의 기분에 집중하다 보면 생기는 잔잔함이 있을 것이다. 그 잔잔함을 유지하는 것이 내가 더 건강해지는 방법이다. 


    수승화강(水升火降): 차가운 것을 올리고 뜨거운 것을 내리는 우리 몸의 순환시스템


    물은 아래로 흐르고, 불은 위로 탄다. 자연의 이치가 그러하다. 같은 이치로 차가운 공기는 아래로 가고, 뜨거운 공기는 위로 간다. 이 당연한 이치는 우리 몸에도 통한다. 뜨거운 기운은 얼굴이나 머리, 위쪽으로 몰리고, 차가운 기운은 아랫배나 손발, 아래쪽으로 몰리게 된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도 얼굴은 내놓고 다녀도 별탈이 없다. 하지만 얼굴은 뜨거워지면 빨간 뾰루지가 생기거나 충혈이 일어나고 입술도 마르기 쉽다. 그에 비해 아랫배나 손발은 차기 쉽고, 동상도 주로 손발에 생긴다. 뜨거운 기운은 위로 몰리고 찬 기운은 아래로 내려가기 때문이다.


    건강한 몸에서는 아래위의 차이가 심하지 않다. 우리 몸에 아주 특별한 순환 시스템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은 현재를 사는 우리보다 몇 배는 뛰어난 감각을 가졌던 옛날 사람들이 몸 관찰을 통해서 알아낸 것이다.


    옛 사람들은 이 시스템을 수승화강(水升火降)이라고 불렀다. 수승화강, 물은 올리고 불은 내린다. 자연의 이치에 반하는 이 작용. 건강하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은, 끊임없이 수승화강이 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뜨거운 기운은 아래로 내리고 차가운 기운은 위로 올리는 수승화강이 없다면 얼굴은 더 뜨거워지고, 손발은 더 차질지 모른다. 


    사실 현대인들의 다양한 병 아닌 병[未病]도 수승화강이 원활치 않아 위쪽이 더 뜨거워져서 안구건조, 입술건조, 얼굴여드름, 탈모, 두통, 얼굴이 달아오르는 증상이 생기는 것이다. 반면 아래쪽은 더 차져서 소화불량, 설사 또는 변비, 수족냉증, 생리통, 성욕감퇴, 불임이 생기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 몸이 건강해지기 위해서는 수승화강이 잘 되어야 한다.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하라


    우리 몸의 차고 뜨거운 기운이 위 아래로 치우치는 것을 막아주는 시스템이 수승화강이라면, 두한족열은 수승화강을 돕는 인간의 인위적인 노력이다. 우리가 기분이 나쁘다거나, 스트레스가 쌓인다거나, 건강하지 못하다면 수승화강의 기능이 떨어진다. 그렇게 되면 우리 몸의 위는 더 뜨거워지고, 아래는 더 차지게 되는 것이다.


    옛날 사람들은 몸의 수승화강을 돕기 위해 두한족열을 생각해냈다. 머리는 차게 하고 발은 따뜻하게 해서 아래위 순환을 돕는 것이다. 머리를 자주 빗어 주는 것도 머리를 시원하게 하는 대표적인 방법이다. 발바닥을 문지른다거나 마음을 편안한 상태로 유지시키려고 노력하는 것도 화강(火降), 즉 기운을 아래로 끌어 내리는 방법이다. 


    인문학적 몸 바라보기는 나의 감각을 통해 나의 몸과 마음의 상태를 스스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리고 그 알아차림이 ‘인간으로서의 나’에 집중하는 것이고, 이것이 곧 힘들어 하는 나의 몸과 마음이 치유되기 시작하는 것이리라. 천인상응, 풍류, 형신합일, 수승화강, 두한족열. 이 다섯 가지 공부를 더한다면 더 효과적일 것이라 확신한다.



    © 이상재 교수의 한국의 건강문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