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의약품, 특허의 날개를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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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사이에 국내 제약사가 연일 화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자체개발한 신약기술을 수출했다는 기사도 종종 보이고, 특허소송에서 다국적사를 상대로 승소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이렇게 국내 제약사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상황에서 '특허'는 필수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허를 다루는 제약회사의 특허팀은 어떤 곳일까요? 바이오의약품을 중점으로 글로벌 시장에 나아가고 있는 녹십자의 개발본부 학술팀 특허파트 김지원 약학 변리사님께 인터뷰를 부탁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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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제약회사 특허팀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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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1-06.jpg 제약회사의 개발본부는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요?

모든 제약회사에는 개발본부가 있는데 대표적으로 허가팀, 임상팀, 개발팀, BD팀, 특허팀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허가팀은 국내허가와 해외허가로 나뉘어 있고, 임상팀은 개발본부에 속해있거나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는 등 회사마다 다릅니다. 개발팀은 다양한 일을 하지만 주로 라이센스 인/아웃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라이센스 인’은 외국의 약을 국내 시장에 들여오는 것을 말하고, ‘라이센스 아웃’은 국산약의 제조기술을 외국회사로 이전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BD팀이 있는데, BD는 Business Development의 약자로 아직 허가받지 않은 개발단계의 외국약을 들여와서 국내에서 허가절차를 진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특허팀에 대해 설명드리면, 연구소와 개발본부에 각각 특허팀이 있는 경우도 있고 개발본부에만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연구소에 있는 특허조직은 특허 출원에서 등록에 이르는 업무를 담당하고, 개발본부에 있는 특허조직은 특허조사, 특허소송/심판 업무를 주로 맡습니다. 저희의 경우 연구소에는 특허팀이 따로 없고 개발본부에서 특허 조사, 출원~등록, 소송, 심판까지 맡고 있습니다.


story 41-06.jpg 제약회사마다 특허업무를 담당하는 방식이 다르다고 알고 있습니다.
외부법률사무소에 자문을 구하는 경우도 있고 사내에 특허팀이 속해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는데, 차이점이 있을까요?

원래는 변리사들이 특허사무소 소속으로 제약회사의 위임을 받아 대리인 역할을 했습니다. 그런데 요즘에는 회사 내부에서의 신속한 업무 처리를 목적으로 인하우스 변리사, 변호사를 많이 뽑습니다. 또한 변리사, 변호사의 수가 많아지다 보니 어느 정도 규모와 기술이 있는 회사들이 변리사, 변호사를 내부에 둘 수 있게 된 것도 있습니다.

지금은 대부분 사내 특허팀이 외부 특허사무소와 협력하는 형태로 일하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외부 특허사무소는 특허전문가가 많고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이 잘되어 있는 반면에, 제약회사는 기술전문가가 많으면서 특허사무소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허절차는 due date가 중요한데, due date alert가 특허사무소의 시스템에는 있지만 제약회사에는 없기 때문에 대리인의 리마인더에 의존해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외국법원에서 외국회사와 특허소송이 있는 경우에는 해당 국가의 대리인이 있어야 하고, 외국법을 잘 아는 외국인 대리인이 있어야 소송하기가 수월합니다.


story 41-06.jpg 제약특허가 다른 특허와 비교해서 다른 점이 무엇인가요?

대표적으로 핸드폰이나 자동차와 많이 비교하는데, 자동차나 핸드폰 하나에는 500-1,000개의 특허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약에는 많아야 3개 정도의 특허가 들어갑니다. 그리고 약의 특허존속기간은 출원일로부터 20년인데 비해 핸드폰에 대한 특허기술은 3-4년이 지나면 새로운 기술로 대체되기 때문에 20년 동안 특허를 유지할 필요가 없습니다. 반면, 제약특허는 전 기술 분야에서 유일하게 특허기간 20년을 끝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제대로 된 특허 하나가 있으면 제약회사를 20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게 됩니다. 미국의 Gilead 같은 조그만 회사들이 좋은 신약 하나를 개발하면서 세계적인 그룹으로 성장하게 된 것처럼 말입니다.


story 41-06.jpg 녹십자는 바이오의약품을 중점으로 하고 있습니다. 화학의약품과는 접근방식이 다를 것 같은데, 어떤가요?

제네릭의약품과 바이오시밀러에 대해서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만료되면 후발 제약사들은 복제약을 만들어 시장에 출시하고자 합니다. 이때 저분자 화합물인 경우에는 약물의 물성에 대한 데이터와 생물학적 동등성 등의 자료를 제출함으로써 복제약 허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이 복제약을 ‘제네릭의약품’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바이오의약품은 살아있는 세포를 이용해서 생산하기 때문에 오리지널 의약품과 똑같은 복제약을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다만 유사한 (similar) 복제약을 개발할 수 있을 뿐입니다. 심지어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미국의 Genzyme사가 160L 바이오리액터에서 폼페병 (Pompe diasease)에 대한 효소대체제 Myozyme (A)의 허가를 받았습니다.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서 2,000L 바이오리액터에서 동일한 성분 (B)을 생산해서 허가변경신청을 했는데, A와 B는 동일한 약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결국에는 Myozyme (A)과 Lumizyme (B)으로 명칭을 달리하여 허가를 받았습니다. 이렇게 바이오의약품의 복제품은 오리지널 의약품과 동일하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바이오의약품의 유사 복제약을 ‘바이오시밀러’라고 부릅니다. 미국 FDA는 바이오시밀러라는 개념 자체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유럽 EMA는 바이오시밀러 개념을 먼저 개방적으로 수용하였기 때문에, 제약사들이 유럽 EMA의 허가를 먼저 받고 미국 FDA 허가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story 41-06.jpg 최근에 제약특허에 영향을 미친 제도나 사회이슈가 있나요?

2015년 3월 15일부터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시행되었습니다. 원래는 식약처가 의약품 허가 심사를 할 때 ‘특허를 침해했는지’ 여부는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약의 안전성, 유효성만을 보고 허가판단을 했습니다. 그런데 허가-특허 연계제도가 도입되면서 식약처가 허가를 줄 때 특허 또한 고려사항이 되었습니다. 미국에 있던 제도가 국내 상황에 맞게 변형된 것입니다.

이전에는 자료제출의약품 (제네릭의약품이나 바이오시밀러) 허가 신청이 들어오면 오리지널 약과 비교해서 비슷한지 우월한지만을 살펴봤지만, 이제는 후발주자의 약이 오리지널 약의 특허를 침해했는지에 대해서도 서류를 제출해야 합니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기간이 끝났습니다.’, ‘오리지널 약의 특허를 회피했습니다.’, ‘우리 약이 허가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니, 오리지널 약의 특허가 완료된 시점부터 판매하겠습니다.’ 등 특허관계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최근에 후발주자가 오리지널 약의 특허를 회피했다는 판결을 받기 위해 국내 특허 심판소송이 늘어났습니다.


Part 2. 김지원 약학 변리사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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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ry 41-06.jpg 지금 특허팀을 구성하고 있는 분들의 전공이 어떻게 되나요?

3명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모두 변리사입니다. 저는 약대 출신이고 한 명은 서울대 화학공학과, 다른 한 명은 연세대 생물학과를 나왔습니다. 녹십자가 생물의약품을 중점으로 하고 있어서 대체로 생물전공한 분들이 많은 편이고 연구소에는 수의사분들도 많이 계십니다.


story 41-06.jpg 어떠한 계기로 이 일을 하시게 되었나요?

처음부터 약학 변리사를 목표로 했던 건 아닙니다. 저는 이화여대 화학과를 졸업한 후에 LG전자를 다니다가 성균관대 약대에 편입을 한 케이스인데, 화학과에 다닐 당시만 해도 변리사에 대해 잘 알지 못했습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약사, 변리사와 같은 라이센스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었고 편입을 통해 약대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약대에 진학한 후에는 제 적성을 고려하면서 약사의 다양한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연구자가 되려면 공부는 기본이고 실험을 잘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데, 저는 실험과 잘 맞지 않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법률과 관련된 ‘변리사’란 직업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제 적성에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story 41-06.jpg 이 일의 매력은?

전문성이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연구소에는 뛰어난 박사님들이 많은데 그분들만큼 과학, 기술에 대해서 잘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그분들이 모르는 특허와 법률 부분에 대해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자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지기 때문에 서로를 존중하며 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story 41-06.jpg 일하시면서 느끼는 고충은 어떤 게 있을까요?

자기의 전문영역을 잘 확보하고 유지하기 위해 특허법, 과학, 외국어를 계속 공부해야 한다는 점이 어렵습니다. 이건 모든 직장인들이 똑같이 느끼는 점일 것입니다.


story 41-06.jpg 특허조사를 위해 외국사례를 자주 찾아봐야 할 텐데, 외국어도 능숙해야겠어요.

제가 영어를 잘했더라면 특허담당자로서 같이 출장도 가고 회의도 참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BD팀의 사람들은 외국 분들이랑 만나서 미팅을 하기도 하고 전화로 회의하기도 하는데, 저는 영어에 자신이 없어서 서면으로만 연락하게 되고 만남은 꺼리게 돼서 영역을 못 늘리는 게 안타깝습니다. 변리사가 영어를 잘하면 business deal하는 업무까지도 영역을 늘릴 수 있습니다. 특허를 잘 알면 business deal하는 데도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story 41-06.jpg 개인적으로 바라시는 국내 제약회사의 미래상이 있다면?

개인적인 것보다 녹십자가 꿈꾸는 미래상에 대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녹십자의 목표는 ‘글로벌제약사’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매출에 있어서 국내 제약사의 수출 비중이 10% 정도인 반면 글로벌제약사는 내수와 수출의 비중이 각각 50% 정도인 회사를 말합니다. 녹십자는 전체 매출도 높이면서 2020년까지 수출 비중을 50%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도 공략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희와 같은 특허팀은 외국법, 외국소송사례에 대해서도 많이 공부해야 하고 연구소에 계시는 분들도 논문을 읽으면서 외국의 트렌드를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신약을 개발하려면 최소 10-15년이 걸리기 때문에 경영진들은 이를 기다려주면서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줘야 합니다. 최근에 라이센싱으로 화제가 된 한미약품의 랩스커버리 기술도 2003년에 특허출원을 했으니까 개발은 2000년도부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렇게 신약 기술이 빛을 발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story 41-06.jpg 이 분야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조언을 주신다면?

직장생활을 하기 전에 많이 놀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당연히 공부도 많이 해야겠죠. 요즘 온라인에 지식이 넘쳐나니 지식이 아니라 지혜가 더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저는 제 머릿속에 있는 지식과 온라인 검색으로 찾는 지식은 분명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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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3. 인터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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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만 그리던 일을 현장에 계시는 분에게 직접 듣는다는 것은 정말 설레고 기분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졸업을 앞두고 생각이 많았는데, 인터뷰를 하고 난 후에는 지금 해야 할 일과 졸업 후에 해야 할 일들을 가늠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신 김지원 약학 변리사님에게 감사 인사를 보내며 기사를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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