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공공기관, 약국, 제약회사를 방문하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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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편 : 미국의 약국 그리고 제약회사 (CVS, GSK)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미국의 체인 약국 cvs pharmacy입니다.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은 드럭스토어의 약국 형태가 거의 대부분입니다. 이러한 환경에서 약사는 환자들의 질병 예방 관리에 어떠한 도움을 주고 있는지 이덕근 약사님을 만나 미국의 약사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백신 개발의 선두주자 중 하나인 글로벌 제약회사 gsk를 방문하여 정재욱 박사님과 미국과 우리나라의 제약산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small people 2.jpg 이덕근 약사, 미국 최대 규모의 체인 약국 CVS Pharmacy


Q. 약사님의 간단한 소개와 근무하시고 계신 CVS Pharmacy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이덕근 약사입니다. 저는 서울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 후 미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고 현재 CVS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약업신문에 미국 약사 이야기에 관한 글도 꾸준히 기고하고 있습니다. 벌써 200회가 넘는 글을 쓰게 되었는데 격주마다 어떠한 소재를 써야 하나 고민도 되고 마감일에 맞추어 글을 쓰기도 힘들지만 그저 글 쓰는 게 좋아 꾸준히 하고 있는 것 같아요.


CVS는 미국의 대표적인 체인 약국입니다. 5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그 규모도 상당하죠. 일단 매장의 수가 많아 어느 지역에서도 자주 볼 수 있고요. 우리나라와는 달리 각종 생활용품, 식료품, 화장품 등을 판매하는 마트와 약국이 합쳐진 형태입니다. 또한 택배, 우편 서비스와 사진인화 등 생활편의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합니다. 약국이 생활편의시설과 공존하다 보니 의약품의 구입이 보다 접근성이 높고, 구매량도 많아요. 24시간 동안 운영되는데 여러 약사들이 교대 근무를 하며 1주일 40여 시간 근무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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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우리나라의 약국과 미국 약국의 차이점이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와는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의 기준이 달라 더욱 다양하고 무수히 많은 양의 약품들을 볼 수 있을 거에요. 한국 약국에서는 보통 환자가 직접 약품의 가격과 용법 등을 비교해 선택하기보다 약사와 간단한 상담 후 약사가 권해주는 일반 의약품을 구매하는 경우가 많죠. 하지만 미국에서는 일반의약품에 대해 환자가 상담을 요구하지 않는 이상 약사의 영향력이 거의 없고, 여러 제품들을 소비자가 직접 비교하여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일반의약품은 시장경쟁 효과가 매우 크지 않아 약국에서 자체적으로 가격을 매기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국 간 가격 비교를 하거나 제품 간 가격 비교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특히나 제품구매에 약사의 영향력이 매우 큽니다.


Q. 약사도 예방접종을 할 수 있나요? CVS Pharmacy의 특이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미국에서는 약사가 예방접종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있습니다. 그래서 환자들이 약국에 예방접종을 하러 오고 있죠. 특이한 점이 있다면 이곳에는 ‘Minutes clinic’이라는 곳이 있고 Nurse Practitioner가 근무하고 있어요. 의사가 진료하는 clinic의 경우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가벼운 질환의 경우 여기를 이용하는 환자들이 많아요. 보다 저렴한 비용에 약국도 겸해 있기 때문에 편리한 거죠. 감기, 알레르기, 염증 같은 가벼운 질환이나 혈압관리, 혈당관리, 노인 및 소아의 건강관리, 각종 예방주사 등의 진료 및 관리가 가능합니다. 보건소에서 맞는 것부터 병원에서 추가 접종하는 백신까지 무려 10여 종 이상의 다양한 백신을 맞을 수 있어요. 보험을 들었다면, 보험에서 거의 모든 백신의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무료로 백신을 맞을 수 있고 접종률이 높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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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all people 2.jpg 정재욱 박사, gsk 제약회사


Q. 박사님의 간단한 소개와 GSK 제약회사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정재욱입니다. 저는 서강대학교 화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Purdue University에서 유기화학 분야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The Scripps Research Institute의 Sharpless 교수 그룹에서 포스닥을 마쳤습니다. Sharpless 교수는 노벨상 수상자이기도 하죠. 1998년부터 지금까지 GSK 면역 관련 질환 (Immuno-Inflammation) 신약 개발 분야에서 Medicinal chemistry로서 의약품 개발의 최초 단계인 물질을 디자인하고 합성하며 임상 단계까지를 목표로 연구 및 개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GSK는 호흡기(Respiratory) 분야의 가장 강한 회사이고, Asthma 영역의 점유율이 매우 높은 회사입니다. 백신과 관련하여 꾸준히 build-up하는 추세이고 최근에는 Norvatis와 deal을 통해 백신의 비중을 늘리고 있습니다. Build-up이란 소규모의 연구에서 어느 정도 확립이 되면 규모를 늘려가며 결국 공장생산, 대량생산까지 점점 규모를 키워가며 실제로 적용하는 것을 말해요. 또한 최근에 GSK에서는 Healthcare에도 관심을 가지고 ‘센소다인’과 같은 치약 등의 제품들도 내놓고 있습니다. 사회적 환원에 관한 관심도 높아져 전 세계에 의료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로 각종 의약품들을 보급하는 데에도 앞장서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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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박사님께서 소속되어 계신 재미한인제약인협회 (KASBP)는 어떤 곳인가요?


2001년도에 설립된 KASBP는 한국의 대웅제약, 한미약품, 유한양행, 녹십자 등의 제약회사들과도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미 1,000명 이상의 한인 제약인들이 가입해 있고 유능하고 훌륭한 인재들이 꾸준히 모여들고 있어요. 매년 봄, 가을에 미국에서 학회를 열어 회원들 간의 네트워킹과 최신 제약산업의 경향을 서로 나누고, 대학원생과 포스닥을 포함한 다음 세대 후배들에게 여러 정보를 제공하며 격려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한국의 제약회사들과 학술교류를 통해 꾸준히 관계를 발전시키며 한국 제약산업에 보탬이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Q. 글로벌 제약회사의 특징에 대해서 설명해주세요.


제약회사는 연구에 매우 큰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큰 회사가 아니라면 오랜 기간 꾸준히 연구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려워요. 따라서 유망한 작은 회사들을 큰 회사가 합병 (merge)하는 경향이 많은데, 그런 방향으로 꾸준히 움직이는 회사가 Pfizer라고 할 수 있어요. 이러한 merge가 가능하려면 어느 정도 이상의 규모가 되어야 하는데, 한국의 제약회사들은 사실상 그러한 방법으로 몸집을 키우기란 불가능하다고 할 수 있죠. 자본과 인력, 그리고 규모 등이 Big pharma를 따라가기 어렵기 때문이에요. 몇 년 전 기준으로 Pfizer의 R&D 비용을 비교해 보았을 때, 한국 전체 제약회사의 R&D 비용을 합친 것은 Pfizer R&D 비용의 10% 정도밖에 안 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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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GSK의 근무환경과 약사들이 취직할 수 있는 분야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무엇보다 미국의 경우에는 회사 내에서의 ‘소통’을 중요시한다고 생각합니다. 서로 경쟁하고 견제하기보다는 소통하며 넓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다같이 win-win하자는 mind로 일하는 환경인 거죠. gsk에서는 약사들이 약간의 트레이닝을 거친다면 regulatory, labeling, clinical study, toxicology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할 수 있어요. 하지만 실제 연구소에 pharmacists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Q. 진로를 고민하는 약대생들에게 조언 부탁드립니다.


한국의 약대생들은 진로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가장 좋죠. 본인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빨리 파악하고, 그것을 위해 꾸준히 노력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국 경험은 시야를 넓히는 데에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앞으로 한국의 제약산업이 빠르게 변화하고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외국에서의 경험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한국 제약산업에도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앞에서 말한 KASBP도 여러분들께 도움이 되도록 계속 노력할 예정입니다. 분명한 것은 연구뿐만 아니라 영업, 마케팅, 임상, 규제 및 허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약사들이 직능을 발휘할 수 있는 곳이 많다는 것입니다.



인터뷰 후...


미국에서는 감염성 질환에 마주하였을 때 체계적인 예방관리 시스템이 작동하고 self-medication 환경이 갖추어져 있어 보다 더 빠른 대처가 가능할 수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글로벌 제약회사의 신약 개발로 효능 있는 약들이 더 많이 출시되고 있었습니다. 한국도 정책적인 면에서, 또한 제약회사의 꾸준한 노력을 통해 앞으로 긍정적인 전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미국과 마찬가지로 약사들도 보건과 예방 분야에서 직능을 발휘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을 가졌습니다. 끝으로 취재를 위해 시간을 내주신 문성실 박사님, 정상목 박사님, 고성열 박사님, 이덕근 약사님, 정재욱 박사님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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