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마리 토끼를 한번에? 이곳에선 적어도 세마리는 OK ~
 
의국스토리 중풍·뇌질환센터 메인 150129.jpg


오전 10시, 인터뷰를 위해 찾아간 강동경희대병원 12층에 위치한 의국에는 논문을 찾거나 환자 데이터를 살펴보느라 앉아 있는 두 명을 제외하고는 바쁘게 왔다 갔다 하는 수련의들로 부산했다. 미리 약속을 하고 갔지만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병원 내에 수련의가 가장 많은 과 중에 하나인 2내과 소속 8명을 한 자리에서 만나기란 하늘의 별 따기. 귀한 시간을 쪼개어 얻은 내용들을 이 지면을 통해 소개하고자 한다.

 

큰 규모, 다양한 경험


강동경희대병원 2내과는 다른 과에 비해 수련의 인원이 많은 편이다. 인턴을 거쳐 각 과로 배정되는 비율이 해마다 다른데, 2내과의 경우에는 고정적으로 2명의 TO가 배정되고 있다고 한다. 레지던트 1, 2년차까지는 입원 환자가 있는 네 분의 교수님께 각각 3개월씩 배정이 되어 병동 관리를 맡게 되고, 3년차때에는 외래 진료 업무를 맡게 된다.

“교수님들 수가 많고 각 교수님들마다 개성이 있으시다 보니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른 과의 경우엔 4년 중 실질적으로 병동을 보는 것이 1년(레지던트 1년차)밖에 안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곳에서는 4년 중 절반은 병동을 보게 되니 더 많은 경험이 되는 것 같아요.”

큰 규모, 많은 수의 의료진이 진료하는 것과 더불어 이 곳에는 다양한 환자군이 방문하는데, 2내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뇌출혈, 경색과 같은 중풍(stroke) 환자뿐 만 아니라 최근에 교실에서 파킨슨병에 대해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보니 파킨슨병으로 입원하는 환자들도 꽤 있다고 한다. 파킨슨병 환자의 경우 보통 진단을 받고 처음 이 곳을 방문하기 보다는 다른 곳에서 진단 받고 약을 먹고 있는데 약의 효과가 점점 떨어지는 등의 문제로 찾는 경우나 연구 결과를 통해 한방 치료를 알게 되어 치료를 받고자 오는 경우가 많다. 양방에서도 다루기 어려운 질환 중 하나인 파킨슨병 환자가 입원 중에 운동증상이나 비운동성 증상에 호전을 보여 보람 있었다는 경험을 꺼내기도 하였다. 그밖에 만성 통증, 두통, 신경정신과적 문제를 가진 환자 등 다양한 증상을 가진 환자들이 이 곳을 찾는다고 한다.    

 

말만 하는 협진이 아닌 진짜 협진 모델을 향한 한 걸음


협진을 표방하는 병원들이 많지만 막상 처음 의도만큼 실제로 잘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드물다. 그만큼 현실적인 어려움이 큰 것이 한 양방 협진일텐데, 이 곳도 그렇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협진 체계에 대해 질문하였다.

“저희 병원의 특징은 센터 별로 운영된다는 것입니다. 저희 과 같은 경우엔 협진이 잘 되는 편이라고 생각됩니다. 신경과, 재활의학과, 신경외과에서 침 치료 의뢰가 들어오면 교수님에 따라 월, 수, 금, 혹은 매일 가서 침도 놔주고, 한약을 원하는 경우 한약을 처방합니다. 저희 과에서 진료 중인 환자에게 양약을 처방하거나 바꾸고 싶을 때, 혹은 다른 양방 진료를 봐야 할 경우에도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 같습니다.”

강동경희대병원의 동서협진센터 중 중풍•뇌질환센터는 신경외과, 신경과, 한방내과, 재활의학과의 네 개 과가 통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만들어진 곳이다. 형식적인 협진 진료가 아닌 환자중심의 통합 진료가 될 수 있는 진료 환경뿐만 아니라 학술적, 인간적 교류에도 세심한 노력이 돋보였다. 네 개 과가 함께 하는 월례 컨퍼런스나 송년회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한방 수련의로 수술을 참관할 수 있는 것도 다른 곳에서는 할 수 없는 드문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경험은 한, 양방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 같아요. 어떤 곳은 너무 양방에 치우치거나, 혹은 한방만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곳에서는 개인의 노력 여하에 따라 한, 양방에 대해 모두 접해볼 수 있으니까요.”

“양방에 대해 많이 배워요. 바로 옆에 병동이 있으니 거기에서도 배우고, 우리 환자가 한 양방 협진을 같이 하고 있으니 그 진행상태를 통해 배우고, 센터 컨퍼런스를 통해서도 배우고… 그러다 보니 나의 장단점, 상대편의 장단점을 알게 되니 자부심도 생기고, 내가 고쳐야 할 것이 무엇인지도 알게 됩니다. 병원에 가면 양방도, 한방도 제대로 못 배운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은데, 저희 병원에서, 특히 2내과에서는 그런 걸 모두 극복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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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인 분위기, 하지만 일은 고되다.


할 일도 없는데 일부러 잠을 못 자게 한다던가, 야식을 엄청 많이 줘서 다 먹게 한다던가, 고문 아닌 고문을 군기 잡는 데에 사용하는 모습은 이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모르는 것을 잘 가르쳐주는 합리적인 분위기.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널널하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1년차에는 3일에 한번, 2년차에는 한 달에 두 세 번 당직을 서게 되는데, 2내과의 경우 콜이 많아 당직도 힘들고, 특히 상태가 좋지 않은 환자가 많은 편이라 오프도 오프가 아닐 때가 많다고. 말을 못하는 환자, 침대에 누워만 있는 환자들을 케어하는 일도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 학문과 질환에 대한 관심뿐만 아니라 환자에 대한 애정이 있고 진득하고 깡이 있는 후배가 들어온다면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는 말도 덧붙였다   

한의사로서의 긴 인생에서 한 번쯤 경험해 볼만 한 소중한 시간


“1-2년차 동안은 저희 과가 많이 바쁩니다. 환자 보는 일이 메인이기는 하지만, 그게 일부분이거든요. 과 내 컨퍼런스, 센터 컨퍼런스 등 발표 준비도 많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써야 하고…”

“수련의 끝나고 계획이요? 음.. 원래 상태로 몸을 다시 회복하는 것? 하하하”

졸업 하고 바로 한의원 부원장으로 취직하거나 개원을 할 경우 경험해보기 힘든 것들이 있다. 입원 환자를 본다든가, 논문을 쓰는 법을 배운다든가. 진료와 연구 등 다양한 경험들을 동시에 한다는 것은 결국 잠을 덜 자는 것과 같이 물리적인 시간을 요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힘들다. 하지만 모두들 하나같이 이러한 ‘고생’이 해볼 만 하다고 입을 모은다. 오히려 ‘한만큼 얻는다’며 더 열심히 하면 더 얻는 것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곳에서의 여러 역할들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임상도 하고, 연구도 하고, 논문도 쓰다 보니 학위도 생기고 연구 경험도 생기고. 그렇기 때문에 연구자라는 길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구요.”

사회생활을 경험해본다는 것도 또 하나의 큰 경험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 잘하고 칭찬만 받다가 아랫사람으로서 내가 잘못된 것을 누군가 지적도 하고 꾸중도 듣는 경험이 소중했고, 로컬에 나가면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겸손을 배우기도 하고, 나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 것이다.    

자부심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들의 매력


“한의학은 절대로 열악하지 않고, 환자를 치료하지 못하는 그런 학문이 아닙니다. 굉장히 좋은 기술이구요. 전세계 어디 가도 뒤지지 않는 학문이고, 의료, 의술이기 때문에 절대로 낙담하지 마시구요. 충분히 가능성 있고, 가능성을 보여주는 의술, 학문이기 때문에 열심히 공부하시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겁니다.”

이 글을 보게 될 후배들에게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부탁했더니 이렇게 답했다. 인터뷰 내내 느껴졌던 강동경희대병원 2내과 수련의로서의 자부심과 그들이 걸어가는 길에 대한 확신이 ‘매력’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이들이 있어 한의계의 따뜻한 미래는 오늘도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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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CRIC 의국스토리 기자: 김송이 cl2300@daum.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