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진화하는 도핑, 도핑 진단 기술도 진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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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의무 분야 도핑 부분 자원봉사자로 지원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도핑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어떤 기관에서 도핑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지 알아보던 중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를 알게 되었습니다. 도핑은 약물을 본래의 목적이 아닌 신체 능력 향상을 위해 불법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특히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입니다.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약물 시료를 분석하고 새로운 검출 방법을 개발하는 곳으로 약학 계열 전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관이므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꼭 소개해주고 싶어 손정현 박사님을 만나 뵙게 되었습니다.


Q.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하는 일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도핑컨트롤센터는 국내의 모든 도핑 시료를 분석하는 유일의 국제 공인 실험실로, 전 세계 약 25개국에 도핑랩이 존재하며 매년 국제 공인을 검증받고 있습니다. 최근에 이슈가 되었던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리우 도핑랩이 올림픽 직전에 국제 공인을 잃어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하였습니다. 국제 공인을 잃게 되면 회복하는 데 오랜 시일이 걸리며 국가의 위상에도 크나큰 타격을 입게 됩니다. 최근에는 국제 공인의 기준이 더욱 강화되어 다수의 랩들이 공인 유지를 실패한 사례들이 많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전체 국제 공인을 받은 랩들에 매년 큰 변동이 있으며, 약 30여 개 안팎의 랩이 공인을 유지하고 있고, 그 랩들에서만 프로 스포츠 및 아마추어 스포츠의 도핑 시료 분석이 가능합니다.


국제 스포츠를 유치하기 위해서는 자국의 도핑랩이 필수적이며,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1984년에 도핑컨트롤센터가 설립되어 이후 1986 서울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의 도핑 시료 분석을 전담하고 있습니다. 매년 약 6천 개의 도핑 시료를 정확하게 분석하여 결과를 도출하고 있으며, 이외 특정 국제 스포츠 행사의 모든 시료 분석을 저희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전담하고 있습니다.


국제 공인 기준은 기술력과 연구 인력들의 자질도 중요하지만 시료 분석을 위한 전체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국제 규격에 맡는 절차나 인력, 장비들의 유지, 관리 등은 많은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저희 센터의 주요 업무입니다. 세계반도핑기구인 WADA(World Anti-Doping Agency)에서는 매년 3회에 걸친 인증 테스트를 모든 도핑랩을 대상으로 실시하며, 비정기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도 이루어집니다. 이 때문에 1년 365일 모든 시료 분석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시스템의 항상성을 유지하지 않으면 국제 인증 유지는 쉽지 않습니다.


기본적으로 금지 약물은 치료 목적으로 개발된 약물들을 비정상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규 약물의 지속적인 개발에 따라 금지 약물의 개수도 자연히 늘어나고 이에 따른 신규 분석법을 계속 개발하여 시스템에 적용하는 일의 연속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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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성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저희 센터의 주요 업무는 국내 스포츠 도핑 시료 분석과 더불어 국제 스포츠 대회의 성공적인 지원에 있습니다. 1986 서울아시안게임, 1988 서울올림픽, 2002 월드컵을 포함하여 국내에서 진행된 국제 스포츠 경기의 모든 도핑 시료를 분석하였고, 최근에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2014 인천아시안게임,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대회에서도 시료 분석을 하였습니다. 이와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의 주요한 일원으로 성공적인 대회를 위한 지원을 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Q.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다른 학과 출신과 달리 약학 전공자가 가지는 강점에 대해 설명해주세요.


저는 생명공학을 기반으로 생체시료들의 분석화학을 전공했습니다. 우리 센터 구성원을 보면 약학,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전공을 가진 학생 및 연구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특히 약학을 전공한 학생들에게 큰 이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약물에 대한 기본 정보인 ADME (absorption 흡수, distribution 분포, metabolism 대사, excretion 배설)을 바탕으로 검출법을 디자인하기 때문에 약물이 우리 몸에서 어떻게 움직이는지에 대한 지식이 있는 약학 전공자들이 상대적으로 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분석화학적인 기술력이 더해진다면 최고의 팀이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좋은 분석법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약학, 화학, 생명공학 등 다양한 전공자들의 융합 연구가 필수입니다.


Q. 졸업 후 KIST 도핑컨트롤센터에서 일하고 싶은 학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우리 센터에 관심이 있는 학생이 굉장히 많습니다만 현실적으로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나 전공이 없는 실정입니다. 대부분의 대학원 희망자들은 인턴 연구원이라는 제도를 통해서 미리 기초 교육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센터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언제든지 연락을 주시고, 분석화학 등의 수업에 관심을 가지시면 많은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워낙 많은 종류의 약물들을 동시분석해야 하는 분야이다 보니 오랜 경험이 필요하고 실제 필드에서 직접 배워나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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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혈액 도핑이나 유전자 도핑이 출현하는 등 도핑의 방법은 점점 진화하고 있습니다. 나날이 발전하는 도핑 방법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리고 이러한 도핑 방법 진화에 대응하기 위해 도핑컨트롤센터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주세요.


수혈 도핑에는 타가 수혈법과 자가 수혈법이 있습니다. 타가 수혈은 자신과 혈액형이 맞는 다른 사람의 피를 경기 직전에 수혈받아 적혈구의 숫자를 비정상적으로 늘려 산소 운반 능력을 극대화하는 도핑 방법이며, 이러한 타가 수혈은 현재 검출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이 정립되어 있습니다. 보통 일반 사람의 적혈구 phenotype은 2~3가지 major population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피를 수혈받으면 자기 몸에 있지 않은 다른 종류의 적혈구 population이 minor portion으로 증가하게 되며, 이러한 몸의 변화를 감지하여 타가 수혈을 방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록이 늘 좋은 스타 플레이어들은 추적 조사를 통해서 그 수치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여 자가 및 타가수혈 도핑을 방지하기도 합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유전자 도핑법(gene doping)은 질병 치료를 목적으로 개발된 유전자 치료법(gene therapy)의 기술을 악용하는 사례입니다. 신생아들의 유전 검사를 통해서 앞으로 어떤 질병이 발병할 확률을 추산한다든지 또는 그 발병 확률을 유전자 치료를 통해서 낮추는 등의 기술력을 역으로 이용하는 것입니다. 근육 유전자를 과발현시켜 근육을 증대시키거나, 생체 내의 적혈구의 숫자를 늘리는 등의 사례들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센터에서는 이러한 유전자 도핑법에 대한 검출 기술을 확보하여 내년에 있을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최초로 유전자 분석을 실시할 예정입니다.


신규 방법과 약물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어 도핑을 방지하는 기술들은 늘 후발 주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센터에서는 최신 기술로 질병을 진단하는 것처럼 어떤 약물이든 비정상적인 사용을 진단할 수 있는 새로운 개념의 도핑 진단법을 개발 중에 있으며, 그렇게 되면 모든 불법적인 약물의 사용을 예방하여 선수들의 건강을 보호할 뿐 아니라 공정한 스포츠 경기에도 크나큰 일조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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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손정현 박사님을 포함한 KIST 도핑컨트롤센터 연구진이 리우올림픽 도핑 테스트에 참여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다양한 국가의 도핑 연구진과 함께 일하면서 느낀 점과 해외 도핑 테스트 기술과 비교하여 한국의 도핑 테스트 기술 수준이 어떤지 말씀해주세요.


국제 스포츠 이벤트는 대회의 규모가 크고 도핑 시료가 급증하기 때문에 전 세계 도핑랩들은 개최국 도핑랩에 많은 도움을 주곤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농본기에 ‘품앗이’를 하듯이 서로를 도와주는 것이 관례이지요. 결과를 판정하고 해석하는 업무 및 수집된 많은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핵심 역할을 맡게 됩니다. 이런 자리를 빌어 전 세계 도핑랩 간의 수준을 비교하곤 하는데 우리나라의 수준은 탑 클래스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Q. 평창 동계올림픽과 관련하여 향후 KIST 도핑컨트롤센터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평창올림픽이 지난 아시안게임에 비해 2~3배 규모가 클 것이라 예상됩니다. 일반 도핑 시료의 분석 기한은 약 2주 정도이지만, 국제 대회 때는 이 모든 작업을 24시간 이내에 완료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에 있던 시스템을 새롭게 정비하고 보강을 해야 합니다. 기본적으로 3교대 이상 인력이 필요하고, 그 인력의 원활한 확보를 위해서 저희 센터에서는 ‘도핑인력양성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지속적으로 관심 있는 학생들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Q. 도핑 테스트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약학 계열 학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가요?


저희 대학원에 많이 지원하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올해에는 ‘도핑인력양성교육’을 운영하여 많은 학부생들을 인턴 연구원으로 뽑고 있습니다. 학교와 MOU를 통해서 학점도 이수하고 다양한 도핑 기술에 대한 교육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있습니다. 많지는 않지만 월급도 준다는 사실! 1기 학생들은 이미 센터에서 교육 중이며, 이번 여름방학에 2차 모집이 공고될 예정입니다. 서류 전형과 간단한 면접을 보게 되는데 학점과 영어 점수를 많이 봅니다. 대회 때가 되면 international expert가 많이 오기 때문에 그 사람들과 같이 일을 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어느 정도 소통할 수 있는 영어 실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경험해 보시면 우리 센터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약학 계열 학생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인터뷰 후...


KIST 도핑컨트롤센터는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뿐만 아니라 각종 국내 스포츠 관련 도핑 테스트를 상시 진행하고 또 개별적인 연구 역시 이루어지고 있어 보안이 매우 철저했으며 인터뷰 시간도 잡기 힘들 만큼 매우 바쁜 곳이었습니다. 귀한 시간을 내주신 손정현 박사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합니다. 도핑 진단법이 궁금한 학생들은 박사님 말씀과 같이 ‘도핑인력양성교육’이나 대학원에 관심을 가져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끝으로, 다가오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도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도핑컨트롤센터가 큰 역할을 해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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