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한의사 복수면허자의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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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외과 전문의와 한의사 면허 두 개를 가지고 있는 복수면허자 임채선 원장입니다. 한의학 공부만 쭉 한 것과 의사와 한의사, 두 가지를 다 해보고 한의사를 바라봤을 때의 느낌은 사뭇 달라요. 그 다른 점을 여러분께 전달해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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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의사 면허, 외과 전문의 자격증, 한의사 면허 이렇게 종이 3장을 만들면서 복수면허자가 되기까지의 과정과, 복수 면허를 따기로 한 이유, 복수면허자로서 무엇을 경험하는지 등의 얘기를 좀 해볼까 해요. 또한, 여러분이 생각지도 못했을 진료 일선에서 느꼈던 부분들, 임상 케이스들을 말씀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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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를 졸업하고 나서 6개월 정도 인턴을 하다 보니 더는 공부하고 싶지 않아서 미국에 가고 싶었어요. 인턴을 도중에 그만두고 공중보건의를 하며 USMLE (미국 의사국가고시)를 따려는 계획을 세웠는데, 병무청에서는 인턴을 절반 정도 한 것이기 때문에 군의관에 가야 한다는 청천벽력과 같은 답변을 해서 결국 인턴을 끝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인턴 끝나고 병원 가기 싫어서 군대에 가야겠다 싶어서 장교로 임관하고 특전사를 갔어요.


보통은 군의관 할 때 편하게 지내려고 하는데 저는 성향상 가만히 있질 못해서 특전사 훈련을 다 따라 해 봤어요. 보초도 서보고, DMZ도 들어가 보고, 절벽에서 로프 타고 내려가기도 하고요.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 중 하나가 이 공수훈련이었어요. 4주간의 훈련 일정 중에 처음 2주는 체력훈련만 해요. 팔 벌려 뛰기를 천 번을 하는 거예요. 오전 내내 18개 동작의 체조를 하고 낙하산 타고 떨어지는 걸 4번을 성공해야 특전사 수료증을 받게 됩니다.


제대할 즈음에 병원으로 돌아갈지, 어떤 과를 전공해야 할지 고민했어요. 우선 내과 체질은 아니었고, 성형외과, 흉부외과, 신경외과, 정형외과, 일반외과 총 5개 분야 중에 일반외과를 선택했어요. 일반외과는 각 오장 육부, 가슴, 갑상선, 일반적인 수술을 다 진행합니다. 제가 한 가지를 파고드는 것보다는 넓은 분야를 다루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반외과에서 수료하게 됩니다.


제가 외과 치프 (chief)를 맡을 때였어요. 치프는 외과 의원들 스무 명과 그 외 교수들을 모시고 외과 가족 한 이백 명을 담당하는 사람이에요. 치프를 하면 교수가 될 가능성이 1순위가 됩니다. 저는 제가 좋아하는 과, 좋아하는 교수님이 계신 곳으로 갈 수 있는 특권을 가진 상태였어요. 그런데 제 고질병인 답답함이 시작된 거예요. 레지던트 2년 차 되고 수술을 많이 하니까 전 이 수술방에서 썩기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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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대를 가게 된 계기는 외과 레지던트를 하면서 죽어가는 사람들을 살리면서 한의학에 매료된 것입니다. 일 년에 한 번씩 충격적인 사건을 겪어요. 레지던트 1년 차 (CASE 1)와 2년 차 (CASE 2) 때 두 가지 사건을 겪고 3년 차에는 레지던트의 실수로 사망한 환자가 있었어요. 병원에서는 환자를 살리려 중환자실에서 일곱 대가 넘는 기계 (인공심폐기, 인공투석기 등)를 사용하며 살리려 노력했죠. 아버지께서는 중환자실로 들어와 진맥하시더니 ‘사맥이니 포기하라’는 말을 하셨고, 실제로 그 환자는 24시간 내에 사망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통해 의사와 한의사는 병과 환자를 보는 관점 자체가 정말 다르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또한, 아무리 의학이 발달한다 해도 관점의 변화는 힘들겠다는 것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레지던트 4년 차에 의대 교수가 될 수 있었음에도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기로 선택했습니다.


전문의 시험을 공부하는 동시에 한의대 편입시험을 준비했고, 동시에 합격하여 한의대생이 되었습니다. 한의대 재학 중에는 주말마다 아버지의 한의원에서 진맥법, 진단법 등 한의학적인 소양을 습득함과 동시에, 외과 전문의로서 의학적 수치를 이용해서 병을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며 경험을 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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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선 원장님의 강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말씀은 '의학은 여러 개이고, 요법은 수천 가지일 수 있지만, 사람을 치료하는 의 (醫)는 한 가지이다’라는 문장이었습니다. 연구 학문, 치료방법으로서의 의학은 여러 길을 가지지만 그 마음만은 하나로 귀결된다는 뜻으로 다가왔는데요, 마음속에 저마다의 의를 품고 있는 의료인들에게, 원장님께서 의학의 관점과는 다른 한의학의 관점에서 병을 치료하셨던 8가지 사례를 소개합니다.


NGG 제목-09.jpg  위궤양 환자, 위절제술 이후 극심한 구토 증상


제가 레지던트 1년 차 때의 일화입니다. 오랜 근무에 당직도 많고, 일손은 부족해 일은 많으나 잠은 항상 부족한 고된 생활이었죠. 그때 맡았던 환자분입니다. 이 분은 위 절제 수술 후에 계속 구토를 심하게 하셨어요. 각종 검사를 시행했으나 그 이유를 몰라 혹시 위 절제가 미흡했나 싶어 재수술까지 했으나 회복이 안 되는 원인불명의 상태였죠. 구토를 계속하여 위의 전해질 불균형으로 간이 망가지고, 음식 섭취가 불가능하니 양 코에 콧줄을 삽입하여 TPN이라는 종합영양제를 투여하지만, 그것마저 토하시니 70kg대의 환자가 45kg까지 마르는 사태에 이르게 됩니다. 또한, 간 수치가 200대로 계속 올라가 이대로 있으면 환자가 사망할 위기에 놓였지요.


환자는 살려야겠다는 생각에 마지막 수단으로 한의사인 아버지께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그리하여 새벽, 대학병원에서 병실의 커튼을 치고 한의사가 진맥, 문진 등 한의학적 진단을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집니다. 아버지께서는 환자의 상태를 딱 보시더니 혈허라고 판단하시고 혈액을 보충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과 자침할 곳을 말씀해주시고는 가셨어요. 한약도, 침도 없는 대학병원에서 참 막막했습니다. 처음에는 수혈을 생각했으나 환자의 혈수치가 정상이었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오더를 거부하여 결국 골수 자극 호르몬주사를 놓기로 했습니다. 이 주사는 결과적으로 혈구를 생산하기에 혈허 증상을 치료할 수 있으리라 판단했지만 항암제였고, 가격이 비싼 비급여 제제였기 때문에 보호자을 설득한 끝에야 드디어 약물을 투여할 수 있었습니다. 또 몰래 침을 구해다가 새벽에 자침도 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던 그 새벽이 지나간 아침, 혈액검사 결과 환자의 백혈구 수치가 백혈병 환자에 해당하는 15,000 (정상수치 3,000~3,500)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다음날 새벽 놀랍게도 계속 누워있던 환자가 침대 위에 앉아있더라고요. 저는 처음에는 제가 처치를 잘못하여 환자분께서 보이시는 죽기 직전의 마지막 순간인 줄 알았습니다. 환자분도 같은 생각이셨는지 아내분께 유언을 남기시더군요. 그런데, 더 이상 석션을 시행해도 토사물이 하나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저는 삽입한 관이 막혔나 싶어 다시 확인해봐도 환자의 구토 증상은 사라져 방귀를 트고, 물과 미음을 섭취해도 토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 주사를 맞은 후 일주일 만에 정상적으로 소화가 가능하여 퇴원까지 하게 되셨죠. 뛰어난 병원 교수들이 찾아내지 못했던 답을 단 한 명의 한의사가 밝혀 환자를 치료한 사례였습니다.


LCS 제목-10.jpg  췌장암 환자, 수술 이후 극심한 구토 증상


이 환자분은 제 환자는 아니고, 후배 레지던트의 환자였는데 위 케이스처럼 수술 이후에 계속 구토 증상을 보였습니다. 장 마비가 되어 소화계가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음식물이 담도로 역류가 되어 간으로 들어가기도 하는 심각한 상황이었죠. 원인불명에 회복이 되지 않는 환자의 증상에 고생하고 있던 후배가 어디서 제가 작년에 비슷한 증상의 환자를 치료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옵니다. 자신을 도와주지 않으면 병원 일을 그만두겠다는 후배의 반협박에 어쩔 수 없이 한의사인 아버지를 모셔 새벽의 대학병원에서 한의사가 진단하는 상황이 또다시 발생합니다. 그런데 한의학적 증상과 혈자리를 알려주는 대신 ‘하루에 30분씩 환자의 말을 들어보라’는 예상외의 대답을 들었어요.


저와 후배 모두 의아했지만, 전에도 아버지의 말씀을 따라 환자를 치료한 경험이 있어 아침마다 교대로 환자와 대화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환자에게는 마음속에 억울함이 있으셨습니다. 열심히 키운 아들이 수술 후 바쁘다고 말하며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서운함과 화가 있었고, 이에 아들을 불러 대화를 통해 환자의 억울함을 푸니, 놀랍게도 곧 장운동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여 환자는 일주일 후에 퇴원하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는 이 증상을 간기울결 (肝氣鬱結)이라고 설명하지요. 장을 움직이는 자율신경계 등 모든 신경이 억울한 것 때문에 멈춰서 장 마비가 온 거였죠.


NGG 제목-11.jpg  불명확열 (Fever of Unknown Origin, FU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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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은 ‘열이 있다 = 염증이다 = 원인이 되는 특정 균이 존재한다’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만약 열이 나는데 균이 없다면 자가면역성 질환이라고 하며 원인을 암, 성병, 또는 한약이라고 진단하지요. 이 환자분은 불명확열, 전신 관절통에 심한 피부 발진을 동반한 환자였습니다.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시행했음에도 회복하지 못했던 환자였으나, 놀랍게도 한약을 2주간 복용한 결과 열 및 염증이 없어진 사례입니다. 한의학적으로는 신장이 약해져 혈액과 진액이 부족하여 열이 발생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신허 (腎虛)와 생혈 (生血) 관련 약을 사용하였습니다. 서양의학과는 정말 다른 한의학적인 관점을 확인할 수 있었지요.


NGG 제목-12.jpg  간경화 (Liver cirrhosis, Child class type 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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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는 간경화 환자로, 그 정도가 심해 식도정맥류와 간비대 증상을 보였으며 특징적으로 심한 무릎관절통을 호소하던 분이셨습니다. 근육이 찢어질 듯 아프며, 그 통증으로 수면까지 방해된다고 하셨죠. 한의학에서는 간이 근육을 지배한다고 하죠? 한약은 간 손상을 유발한다는 관념을 깨고 사전에 각종 검사를 통해 환자의 상태를 확인한 후 한약을 복용시켰습니다. 2009년 8월부터 2010년 3월까지 7개월간 꾸준히 한약 섭취 후, 하지부의 통증과 마목감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정맥류로 인한 혈전이 사라지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이와 같은 간경화를 한약으로 치료한 실제 임상 사례처럼, 우리는 한약이 간과 신장을 손상시킨다는 관념에 두려워하지 말고 한약이 간 및 신장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는 믿음을 가지고 환자를 치료해야 합니다.


한약이 간/신장독성이 없다는 연구 결과만 제시하며 방어만 할 것이 아니라 의사들이 현재 하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도전을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간 이식 대기 환자의 경우, 간 이식을 기다리다 중도에 사망하는 경우가 매우 많습니다. 그 환자들에게 한약을 통해 간 기능을 일정 수준 이상 복구시켜 실제 대기 시간을 늘릴 수 있다면 간 이식에 성공하여 생존할 수 있겠지요. 이처럼 한약 병행 치료가 가능하다면 전 세계 대기 환자 몇백만 명이 몰려 우리나라는 간이식 허브로 발전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치료가 가능하게 하려면 인체에 대한 깊은 이해와 경험, 그리고 실력을 동반해야 합니다. 한의학적 차원뿐만이 아니라 서양 의학적 지식 또한 적극적으로 포용하면서 한약의 부작용을 두려워하는 방어적 자세가 아닌 치료할 수 있다는 공격적인 자세로 의학 의 논리에 대응해야 합니다.


NGG 제목-13.jpg  김○○, 37세, 남, 손목처짐 (Wrist Drop)


사실 안면마비 환자를 포함하여 마비 환자의 80%는 자연치유가 가능합니다. 다만 나머지 20%의 환자는 시간이 오래 지나면 신경이 죽었다고 판단되어 회복이 어려우므로 치료 시기가 중요하지요. 이 환자분께서는 마비된 지 이미 3개월이 경과하신 분으로, 손목이 조금만이라도 움직였으면 좋겠다고 하시면서 찾아오신 분입니다.


저희 아버지께서는 원래 한약 위주로 환자를 치료하시고 침을 잘 사용하지 않으시는 분인데, 갑자기 이 환자를 보시더니 3년 만에 침을 쓰시는 거예요. 로비에서 조선침이라고 꽤 두꺼운 침을 발바닥에 딱 하나 꽂는 데 꽂자마자 손목이 툭 올라가더라고요. 그러고 딱 ‘아, 고칠 수 있겠다. 약 드세요.’ 이러시는데 놀랐죠. 의학에서는 3개월 마비된 건 회복이 잘 안되는 데 무슨 수로 올리셨을까? 수많은 한의학의 분야가 있고 치법이 있다는 걸 아는데 침의 효과를 직접 보고 나서 버릴 게 없다는 걸 알았어요. 이 환자분은 한약을 계속 드시면서 점점 손목의 마비 상태가 양호해져서 올라갔습니다.


사실 침이 신경전달에 효과가 있다는 것은 논문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뇌에 일정 Hz만큼 가하면 그 세기에 따라 특정한 반응이 나오지요, 레몬을 생각하면 침이 고이는 것과 같은 원리로 LI2에 자침할 시에도 같은 Hz의 자극이 전해져 그에 따라 침이 나온다고 합니다.


NGG 제목-14.jpg  조○○, 34세, 남, 뇌종양 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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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분께서는 뇌종양 말기로 가운데 위치한 원뇌실이 나비 모양이어야 하는데 반이 이미 6개월 만에 암으로 잠식된 모습이 보입니다. 암이 커지면 어떻게 될까요? 뇌압이 높아져 계속 구토를 하게 되고,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픈 두통, 그리고 뇌전증 발작이 나타납니다. 또한, 뇌압을 낮추기 위해 복용한 스테로이드제의 부작용으로 피부 염증, moon face 등과 같이 살이 찌기도 하지요. 병원에서는 3개월도 못 사실 거라고 하신 분이었어요.


그런데 한약을 꾸준히 먹고 나서 스테로이드 복용 중지하시고 정상 체중으로 정상 활동하시고 계십니다. 한약 치료 36개월 이후 만에요. 병원 가서 다시 사진을 찍어 보내주신 걸 보니 오히려 뇌종양은 더 자라서 둥글던 모양도 쭈글쭈글해지고, 중간에 괴사한 부분도 보이더군요. 환자의 실제 상태는 호전되어 지속적 생존이 가능한 상태인데도요. BBB에 의해 약물이 뇌까지 침투되지 않아 참 치료하기 어려운 게 뇌인데 그나마 한약이 침투되어 무엇인가 작용을 한 것이겠지요.


NGG 제목-15.jpg   박○○, 49세, 남, 자가면역성 간염 및 지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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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자분은 자가면역성 간염을 평생 앓으셨고 10년간 AST, ALT가 150~200 (정상 AST 0~40, 정상 ALT 0~45)으로 그 수치가 굉장히 높으신 환자셨습니다. 양약으로는 도저히 낮출 수 없는 높은 간 수치 환자분께 평위산 계열을 투약했더니 3달 후 정상 수치로 회복하시고, 약물 치료 없이 1년간 계속 정상 상태를 유지하신 성공적인 케이스였지요. 3개월 만에 태어나서 처음으로 정상으로 돌아오셨는데 치료를 간이 아니라 소화와 관련된 위였어요.


여기에서 의학과 한의학의 병을 보는 다른 관점이 확연히 드러납니다. 의학에서 간 수치 이상은 간을 중심으로 판단해요. 반면 한의학에서는 간과 위의 연관성을 말하며 간 이상에 위를, 소화기계를 같이 봅니다. 췌장을 치료하고 소화가 잘 되게 해서 역으로 간 기능을 높이는 거지요. 의학과 한의학의 관점 그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케이스입니다.


NGG 제목-16.jpg   신장투석, 신장이식수술 경험


신장 투석을 지속해서 받는 환자는 전해질 대사가 정상적으로 수행되고 있지 않아 오렌지 주스, 채소 등 칼륨이 많은 음식의 섭취에 굉장한 주의를 기울여야 해요. 혈중 고농도의 칼륨은 심장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전해질 이상으로 칼륨 배설이 안 되는 경우 정기적으로 혈액투석 치료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투석 치료를 받으며 사시던 분이 신장이식 수술을 받으셨어요. 그런데 갑자기 혈압, 신장 수치 등이 올라가며 두 달 만에 T cell mediated rejection, 거부 반응이 나타납니다. 면역억제제를 사용해보지만 이식받은 콩팥의 기능은 더욱더 약해 져가는 상황이었어요. 어떤 약을 써도 회복이 되지 않으니 병원 측에서는 효과적인 투석 치료를 위한 수술을 권유하고, 다시 신장투석을 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환자분께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신장 관련 한약을 사용했습니다. 콩팥이 망가져 식이, 배뇨 등 여러 조건에 따라 바로 사망할 가능성이 있었기에 일주일 간격으로 수치를 확인하며 약물 치료를 했어요. 다행히 신장 수치가 양호해지고 부종도 다 빠져 점차 치료 간격을 늘려서, 그 상황에 맞게 한약을 썼을 뿐인데 신장 기능이 좋아지는 게 느껴졌습니다. Cr 2.1로 높은 수치였으나 3개월 치료 후 Cr 1.3~4로 정상 수준 (정상 Cr 1.2나, 신장이식 환자의 경우 Cr 1.3~4)으로 뚝 떨어지더군요. 이 분은 현재 Cr 1.3 유지하자면서 꾸준히 내원하셔서 한약을 드시고 있습니다. 이 케이스를 통해서 신장 환자에게 한약을 제대로만 쓴다면 정말 효과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되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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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의료계 정책 자문


두 개의 면허를 따고 나서 크게 바뀐 점이 있다면 청와대, 국회, 제중원 등의 정부 기관에서 자문 요청이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제가 양쪽의 경험을 다 해봤다는 것 하나만으로도 많은 제안이 들어와요. 보건복지부의 한의학, 의학 정책 관련해 평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2. 복수면허자 협회와 교육 관련


4년간 노력해서 한의사, 의사협회의 중간단계인 ‘의사, 한의사 복수면허자 협회 사단법인’을 발족했습니다. 현재 의료기기 사용 논쟁처럼 의사와 한의사가 적대적인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사람들은 복수면허자밖에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나서면 협회와 다른 의사/한의사들이 그 사람을 강하게 비판하기 때문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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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명가량의 복수면허자 협회의 회원들이 여러 교육의 장을 마련하고 있으니 열심히 공부하십시오. 한의학에는 오묘하고 깊은 맛이 있으니 열심히 공부하셔서 진리를 깨우치십시오. 한의학의 기본을 더 열심히 공부하고, 실력이 좋은 사람 밑에서 경험도 쌓아야 합니다. 


또한, 서양의학도 많이 공부하셔야 합니다. 기전과 같은 명확한 부분들을 정확히 설명할 수 있어야만 의사들에게 바보 취급당하지 않습니다. 의학적 검사가 간단해 보이지만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정확하게 환자의 상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런 검사를 할 수 있는 자격을 요구한다면 제대로 공부하겠다는 의무도 같이 요청해야 합니다. 필요한 책임이 결여된 권리만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성이 부족합니다.


여러분은 더 많은 교육을 받아야 하고, 그런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협회 차원에서 노력하겠습니다. 저는 검사 도구를 다 같이 사용하는 것은 맞으나, 의사가 판독을 잘못해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의사의 책임이 되기에 철저히 공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협회에서 강좌를 개설한다면 한의사, 의사, 복수면허자 모두가 올 수 있는 강좌일 것입니다. 한의사를 대상으로 검사 도구에 관해 교육하는 것처럼, 의사를 대상으로 침도 가르칠 것입니다. 한의사와 의사 서로가 상대를 알게 될수록, 공부할수록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상호 간의 갈등도 잦아들고, 환자에게 좀 더 양질의 진료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저는 그렇게 면허가 서로 풀려서 양측이 모두 면허를 취득하고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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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난치병한의학과 의학적으로 동시 치료를 하고 있습니다. 의료는 여러 개지만 환자를 고치는 의학은 하나입니다. 저는 협진 개념이 아니라 의학, 한의학을 통합적으로 판단합니다. 예를 들어 천궁을 쓸 것인가, 혈액순환제를 쓸 것인가를 통합적으로, 동시다발적으로 보고 치료합니다.


여러분들은 의심이 많아요. 환자에게 이렇게 설명하는 게 맞는지 자신의 한의학적 체계에 혼란을 느끼죠. 여러분께서 믿음을 가지고 공부를 하고 지식체계를 만들어 환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 논리를 만드셔야 해요. 저는 의학적 베이스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 베이스 내에서 한의사들과 환자들에게 얘기해줍니다. 여러분들이 배우는 한의 생리학의 많은 부분은 의학 생리학으로 충분히 설명 가능합니다. 그 논리가 흔들리면 안 돼요.

     

저희 집안은 3대에 걸쳐 한의원을 하고 한약 재배 단지 10만 평을 운영하고 있어요. 한약 재배 단지 땅은 남해 섬에 있고 다년생 약재를 40여 종 키우고 있어요. 땅을 개간해서 비료를 풀고 운지를 만들어서 약초를 심어요. 약초 재배사들이 30년 넘게 걸려 만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대부분 쓰는 작약, 맥문동, 지황 등 4~50가지 약재들은 임야에서 캐서 사용합니다.


저는 독약도 많이 사용합니다. 천남성이 대표적인데, 8년 전에 저희 아버지가 한라산에서 인부를 써서 5천만 원 정도의 남성을 사들여서 4천 평에 다시 옮겨심었어요. 그때 가져와 재배한 남성을 계속 쓰고 있습니다. 독약이지만 정말 효과가 크죠. 오매 아시죠? 발효시켜 사용하는 약재도 만듭니다. 직접 주초를 하고 메주를 떠서 독에 저장합니다. 아주 전통적인 방법인데 그래서 그런지 한약이 잘 듣는 느낌이 들고, 특히 의사가 고치지 못하는 병에 효과적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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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의전원에 가지 않고도 의학적인 지식을 습득할 방법이 있나요?


의학, 한의학 협진을 적극적으로 하는 병원에서 레지던트 근무를 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습니다.


Q2. 지금 학부생이거나 배울 수 없는 여건이라 하면요?


여건이 없으면 만들어야죠. 특히 첫발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습니다. 첫발을 많이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요즘 졸업생의 1/3은 요양병원에 간다고 합니다. 편하니까 그렇겠죠? 사람들이 안 가는 곳은 힘들지만 도전을 해야 합니다. 힘들어도 실무를 직접 배울 수 있는 곳으로 가야죠.


Q3. 복수면허의 필요성이 있을까요? 한쪽으로만 치우칠 것 같아서 걱정입니다.


저처럼 외과 전문의를 하고 어느 정도 확고한 틀을 만들어서 나가면 흔들리지 않습니다. 지식체계가 정립되어 있어서 한의학을 제대로 수용할 수 있죠. 한의대를 졸업하고 의전원을 가게 되면 한의를 버리는 경우가 많아 아깝게 생각합니다. 계속 노력하지 않으면 하나를 버릴 수밖에 없어요.


Q4. 한의학에 대한 회의감이 든 적은 없으셨나요? 교육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는 부분도 있나요?


이해가 되지 않는 것도 있었으나, 저는 신기한 점도 많았습니다. 장부 간의 상호 연관 관계를 공부하다가 심신상교를 보았을 때 짜릿한 느낌이 들었어요. Renin-angiotensin system (레닌-앤지오텐신계)이라는 의학적인 지식을 옛날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했던 것일까요? 옛 기록을 가지고 현대에 시도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의학은 지식체계가 병렬식이며, 정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아 지식체계를 정리해 줄 수 있는 학자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Q5. 한의학 교육에 있어 부족한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한의 교육체계에서 의학에 대해 공부 자체가 제대로 안 되는 것이 문제입니다. 한의대 교수님이 바라는 기대 수준, 문제 수준이 너무 낮습니다. 같은 과목이라도 의대생은 굉장히 열심히 해야만 하는데 한의대생은 의학 과목을 대충, 소홀히 해도 된다는 생각이 큽니다. 교육 함량 미달이죠.


Q6. 양약과 한약이 부딪히는 케이스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없었습니다. 경험이 많으면 한약은 부작용이 상당히 적어요. 한약의 구성 성분이 안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죠. 카이스트에서 군신좌사 (君臣佐使)의 유용성을 증명한 논문을 발표한 이후로 병원에서도 다약제의 트렌드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독성이 심한 약재를 단독으로 쓰는 경우는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처방전을 보고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보지도 않고 괜찮을 것이라고 믿는다면 무책임한 일입니다.


Q7. 양진한치 (洋診漢治), 통합의학에 대한 생각이 어떠신지 궁금합니다.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은 사라진 지 오래입니다. 구분하지 마세요. 한치를 한 것은 이미 한진, 즉 한의학적으로 변증을 했다는 말입니다.


Q8. 한의대생과 복수면허 희망자에게 마지막으로 들려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


첫 번째로, 돈을 좇아가면 저는 이 공부를 못했을 것 같아요. 전문의 과정이 끝나고 한의대 진학을 준비할 때 누군가 저에게 한의대 생활로 1년에 1억 5천, 총 6억을 버리고 있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한의대를 졸업하니 제게는 마흔 살이라는 나이, 빚, 그리고 종이 세 장이 남았습니다. 의사 면허증, 외과 전문의 자격증, 그리고 한의사 면허증이죠. 의사가 한의대로 편입하면 일 년 안에 포기하는 사람이 절반은 됩니다. 특히 가족들이 있으면 경제적인 부분 때문에 다시 의사 생활로 돌아가는 경우가 많아요. 저는 의사 대출로 연명하면서 공부했습니다. 전문의를 따고 마흔 살까지 공부할 수 있겠어요? 현재까지 의사 전문의 취득 후 한의대를 졸업하신 분이 총 9명이고 최근 2년 동안 두 명이 더 배출된 거로 알고 있어요.


두 번째로, 한의학에서 무엇을 배우고 의학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지 명확한 계획과 목적이 있어야 합니다. 저는 외과의로서 난치병을 치료하겠다는 목표, 한의학을 배우고 통합 치료를 시행하겠다는 목표가 있었습니다. 제 ID altermedicine (통합의학 alternative medicine)을 언제 만들었는지 아세요? 21살 때 만든 계정입니다. 의대 본과 3학년 때 통합의학을 하고 싶다고 학교 교수님을 직접 찾아갔습니다. 지금처럼 서로 적대적인 상황에서는 면허 없이 움직이는 게 독이 될 수 있으니 한의사 면허를 따는 것이 낫겠다는 조언을 해주셨고, 그래서 한의대에 진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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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강남구 역삼동에 위치한 마이크임팩트 스튜디오에서 의사, 한의사 면허를 다 가지고 계신 복수면허자 임채선 원장님과의 인터뷰를 진행하였습니다. 2시간 강연도 부족해 질의응답을 포함해서 3시간 가까이 진행된 행사였지만 워낙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채워져 전혀 시간 가는 줄 몰랐습니다. 외과에서 시작해 한의학으로 이어지는 원장님의 유니크한 인생사와 현대의학, 한의학, 대체의학을 아우르는 통합 의학적 치료방법에 대해 알게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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