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미치는 영향력, 한의사부터 변호사까지
 

story 0071-main.jpg



story 0071-title-01.jpg


Q1. 간단한 소개 말씀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법무법인 한누리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는 김민지입니다. 저는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을 11기로 졸업하고, 이번 11회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였습니다. 법학전문대학원에 입학하기 전에는 상지대학교 한의학과에서 공부하였고, 상지대학교 부속 한방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수료하였습니다. 이후 요양병원에서 한의과 과장으로 근무하는 등 3년간 한의사로 일하였습니다.


story 0071-img-01.jpg



story 0071-title-02.jpg


Q1.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저는 사회의 변화에 관심이 많았고, 오래전부터 법학 공부에 관심이 있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법학과 진학을 희망하던 문과 학생이었으나 제가 대학교에 진학하는 2009년, 법학전문대학원의 도입과 함께 대다수의 대학교에서 법학과 신입생을 모집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전공을 바탕으로 한 법조인을 양성한다는 법학전문대학원 도입 취지상 전문성을 가지고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는 것도 괜찮겠다 생각하였었고, 당시 문과 학생의 교차지원이 가능하였던 상지대학교 한의예과에 지원하여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다만, 한의학과 입학 이후 한동안은 한의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공부하고 학교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법학에 대한 관심을 잊고 지냈었습니다. 그렇게 한의사로 일하던 중, '연명의료결정법'이 제정되었고 당시 근무하던 병원에 '호스피스 병동'이 도입되면서 개설 과정에 참여하게 되는 일이 있었습니다. '연명의료결정법' 입법에 이르기까지는 존엄사를 인정한 최초의 판결인 '김 할머니 사건 (2008)' 등 일련의 대법원판결들이 축적되어 온 과정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법이 의료현장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는 사실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환자를 진료하는 것도 많은 보람이 있는 일이었으나 보다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Q2.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 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현재 한국에서 변호사가 되기 위해서는 법학전문대학원 (로스쿨)에 진학하여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는 것이 유일한 길입니다. 크게 1)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한 입시 과정과 2) 입학 이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1)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위해서는 ① 학점 ② 법학적성시험 (LEET) ③ 영어 ④ 자기소개서, 면접 등 정성 요소가 요구됩니다.


① 학점은 높을수록 좋으며 한의학과 출신이라고 하여도 정량적으로 학점이 반영되기에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고려하고 계신다면 학점 관리를 잘해두시는 것이 필요합니다.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위해서 한의대 재학 중에는 무엇을 하면 좋은지를 물어보는 분들이 계시는데 학점 관리가 한의대 재학 중 해두어야 하는 유일한 일이므로 우선 학업을 충실히 하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입시를 할 당시 평균 학점 A0, 4.0, 백분위 90% 이상이어야 학점으로 인한 불리함이 없었으며, 코로나 사태 이후 완화된 상대평가 정책으로 인한 학점 인플레이션이 있어 더 높은 학점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현재 재학 중이신 분들이라면 학점 관리에 힘쓰시고 이미 이에 못 미치는 학점을 받으셨는데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으시다면, 저에게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시면 상담해 드리겠습니다.


② 법학적성시험 (LEET)은 한의대 재학 시절부터 준비가 필요한 부분은 아닙니다. 언어논리, 추리 논증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수능 언어영역의 심화 버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 만큼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고 하여 성적이 그에 비례하여 상승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저는 병원 근무와 병행하여 6개월 정도 기출문제를 풀어보고 시험을 봤으며 다른 로스쿨 입시 준비생들의 평균적인 LEET 준비 기간도 1년이 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③ 영어는 상위권 로스쿨의 입시일수록 Pass or Fail의 자격 요소로 반영하는 경향입니다. 토익 700점 이상이 요구된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다만, 변호사가 된 이후에는 영문 계약서 검토 등 영어를 사용하게 될 일이 생각보다 많으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한의대 재학 중에도 영어 공부를 놓지 않으신다면, 추후 기회가 많아질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④ 정성 요소는 한의대 생활을 충실히 하시고 혹시 한의사로 1년 이상 경험이 있으시다면, 특별히 다른 준비를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2) 법학전문대학원 입학 이후 3년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할 시간이 주어집니다.


저는 로스쿨의 커리큘럼에 충실히 따랐고 그 과정에서 충분한 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변호사 시험 대비를 위한 온 오프라인 학원 강의도 다수 존재하며 로스쿨마다 사정이 다르므로 다양한 공부 방식이 존재합니다. 저는 학교에 나와 친구들과 스터디하고 직접 손으로 답안지를 쓰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 사법시험을 준비하는 것보다 로스쿨에서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는 것의 장점이라고 생각하였고 덕분에 많은 의지가 되는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Q3. 한의사로 일을 하시던 중 변호사라는 새로운 도전을 하셨습니다. 변호사님께서 도전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다른 대안이 없어 로스쿨에 진학한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선택하여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는 것이었기에 그 자체가 도전의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또한, 한의사로 3년간 일하면서 부모님께 의지하지 않고 로스쿨 학비 등을 해결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인 대비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스스로 원하는 길을 선택할 수 있었던 힘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Q4. 변호사가 되는 과정에서 힘든 점은 없으셨나요?


로스쿨 공부 과정에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3년 이상의 시간을 투자하여 대학원에 다니더라도 자격증 취득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에 따른 정신적 부담감이었습니다. 제가 치렀던 제11회 변호사 시험의 합격률은 53.55%로 응시인원의 반은 합격하지 못하며 5년의 응시 기간 제한도 있습니다. 또한 로스쿨에서의 학점이 졸업 이후의 진로를 결정하는 데 큰 영향을 미치기에 로스쿨 생활은 한의대보다 경쟁적인 분위기입니다. 이러한 과정에서 오는 정신적, 체력적인 부담으로 휴학하는 친구들도 다수 있습니다. 변호사 시험까지의 긴 과정을 완주하려면 함께 공부하며 의지할 수 있는 친구들을 만들고 본인만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찾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변호사 시험을 치르는 기간 자체도 체력적인 부담이 큽니다. 변호사 시험은 5일에 걸쳐, 아침부터 저녁까지 치르게 됩니다. 민법, 민사소송법, 상법, 형법, 형사소송법, 헌법, 행정법, 선택법의 8과목에 대한 시험을 객관식, 사례형, 그리고 모의 사건 기록을 보고 소장 등을 작성하는 기록형의 3가지 형태로 치르게 되는데 체력적으로 쉽지 않았습니다. 제가 살면서 공진단의 힘을 극적으로 느낀 적이 두 번 있었는데, 첫 번째는 한방병원 인턴을 하였던 첫 한 달간이었고 두 번째가 이번 변호사 시험을 치르는 5일간이었습니다. 추후 변호사 시험을 준비하시는 분들 모두 체력관리 잘하시고 무사히 완주하셔서 합격하시길 바랍니다.



story 0071-title-03.jpg


Q1. 변호사님께서 주로 담당하시는 분야는 어떤 것인가요?


저는 현재 공정거래, 증권금융 분야의 변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도 그런 일들이 종종 있었으나, '코로나' 사태 이후 바이오, 제약 관련 회사의 공시 및 이에 따른 주가 등락과 관련하여 다양한 이슈들이 발생하였고, 국민들의 관심도 높아졌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로펌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을 전문으로 하는 곳입니다. 우리나라에는 '증권 관련 집단소송법'이 있어, 증권의 거래 과정에서 발생한 집단적인 피해를 효율적으로 구제하고 이를 통하여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식회사가 증권 신고서나 사업보고서 등에 허위 기재를 하거나, 중요사항 기재를 누락하여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본 경우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바이오·제약 회사를 견제하여 기업의 경영 투명성을 높이고 적정한 공시가 이루어져 주가에 반영됨으로써 좋은 기업에 투자가 이루어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국민의 건강권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변호사로서 이를 돕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story 0071-img-02.jpg


Q2. 변호사로 근무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무엇인가요?


로펌에 소속되어 있는 변호사이므로 특정 사건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여 글로 남기는 것은 조심스럽습니다. 다만, 최근에 사건의 개요를 듣고 하기 싫다고 생각한 사건이 있었는데 막상 의뢰인과 미팅해보니 의뢰인의 억울함이 보여 제 서면을 통해 좋은 결과를 받아낸 일이 있었습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사건을 접하는 과정에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고 스스로 성장하는 경험을 하는 중입니다.


Q3. 변호사님의 일과는 어떤가요?


회의가 있는 날을 기준으로 9시쯤 출근하여 회의로 하루를 시작합니다. 지난 한 주간 언론에서 이슈가 되었던 사건 중 법적으로 문제가 있어 사건이 될 만한 소지가 있는 사건이 있는지 검토하고 현재 로펌에서 진행 중인 사건과 이번 주에 예정된 재판기일 등을 리마인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후 시간에는 주로 커피 한 잔을 뽑아 들고 개인 방의 컴퓨터에 앞에 앉아 서면을 씁니다. 소송 사건의 경우 재판 기일에, 자문 의뢰 사건의 경우 기업 측에서 의뢰한 기일에 맞추어 여러 개의 리포트 과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을 한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계속 글을 쓰는 일의 중간중간에 재판이 있는 날은 법원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가 있는 날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출석하기도 합니다. 의뢰인이 상담을 오는 날에는 의뢰인과의 미팅에 참석하며 내부적으로 다른 변호사님들과 사건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 시간을 가지기도 합니다. 재판 선고가 있는 날에는 이메일로 결과에 대한 회람이 돌며, 승소한 경우 담당 변호사님이 간식을 쏘기도 합니다.


Q4. 한의사와 변호사로 모두 근무해 보셨는데 각 직업의 장단점 혹은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저의 일과에서 보실 수 있는 것처럼 컴퓨터 앞에 앉아서 글을 쓰는 것이 하루의 50%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에 침을 놓거나 추나를 하는 한의사에 비해 근무하는 동안 몸을 쓰는 일은 적은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한의원에서만 일하는 한의사에 비해 변호사는 법원 등으로 출장을 가는 일이 있어 외부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글을 쓰는 시간에는 재택 또는 카페 근무를 포함해 어디서든 일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바꾸어 말하면 '집에서도' 일할 수 있다는 것이므로, 일과 삶을 잘 분리하지 않는다면 업무가 끝나지 않게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변호사로 3년 경력이 있으면 경력 검사, 10년의 경력이 있으면 경력 판사로 지원이 가능하며 3년 있으면 민간 경력자 채용을 통해 행정부의 5급 사무관이 될 수 있는 길도 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일하거나 기업의 사내 변호사로 일하는 등 개업하지 않아도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한의사에 비해 다양합니다. 국회 비서관이 되거나 인권 단체에서 활동하는 등 정치적, 사회적인 활동을 하고자 할 때 주어지는 기회도 많은 것 같습니다.



story 0071-title-04.jpg


Q1, 한의사 출신 변호사의 장점 혹은 불편한 점이 있을까요?


한의사 출신 변호사로서 의료, 제약 관련 사건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한의사 면허가 있다는 것 자체로 의뢰인에게 어필이 되는 부분이 있으며, 관련 전문지식이 없이는 쉽게 진입하지 못하는 분야이므로 전문 변호사가 되기에 유리할 것입니다.


다만 의료, 제약 관련 사건을 전문 분야로 삼는다면 한의사를 대리하는 경우 “한의사이니까 한의사 편을 든다.”라는 오해를 받아 설득력이 약해질 수 있고, 환자 등을 대리하는 경우 '한의사면서 한의사를 공격한다'라는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의료, 제약 관련 사건이 아닌 다른 사건을 전문 분야로 삼고 싶다면 어떤 방향으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지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것이 불편한 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story 0071-title-05.jpg


Q1. 변호사님과 같은 진로 혹은 새로운 도전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저는 저년 차 변호사로서 우선 공정거래, 증권금융 분야에서 전문성을 쌓으려고 합니다. 변호사의 길은 한의사의 길과 다른 길일뿐이며 결코 더 좋은 길이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한의사들이 사회의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임상 한의사 외에 다른 진로를 고민하는 후배들이 계신다면, 저의 인터뷰가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보다 개인적으로 궁금하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제 이메일 (prinfree@naver.com)로 연락하시면 답변드리겠습니다.



story 0071-title-06.jpg


새로운 도전은 언제나 설레면서도 떨립니다. 안전한 곳을 벗어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은 누구에게도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꿈을 위해 거침없이 새로운 영역으로 뛰어드신 변호사님의 가치관, 도전 정신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본 인터뷰는 새로운 도전을 앞둔 모든 사람에게 용기를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귀한 시간 내어주신 변호사님께 감사의 말씀 전합니다.



© KMCRI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