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 비대칭, 턱관절 장애 진료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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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드에서 '회사 밖으로 나온 한의사들' 프로젝트를 새롭게 시작합니다. 다른 직업을 갖고 계시다가 한의사가 되신 선배님들의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하는데요. 그 첫 번째로 만나고 온 분은 ‘약사 출신 한의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진 신정민 원장님입니다. 예쁜 스튜디오에서 시작된 인터뷰, 지금 바로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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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의사 이전에는 약사였고 지금은 참진한의원에서 일하고 있는 임상 14년 차 한의사 신정민입니다. 처음에는 피부 진료를 하다가 6년 전부터 얼굴 비대칭, 턱관절 장애 등 안면 교정 치료에 집중하고 있어요. 진료 외에 글도 쓰고 논문이나 책도 쓰고 유튜브도 하고 다양한 활동을 하다 보니 이렇게 여러분들과 만날 기회가 생긴 거 같아요.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2. 요즘 원장님의 일과가 어떻게 되나요?


저는 본과 2학년 때 결혼을 해서 두 아이가 중학생, 고등학생이에요. 일과 시작은 아침에 아이들 깨워서 학교 보내고 강아지 산책을 시키는 거고요. 그리고 출근해서 스텝들과 조회를 하고 종일 진료를 합니다. 저녁 9시에 진료가 끝나고 집에 오면 10시, 집에 와서 집안일 좀 하고 쉬다가 잠자리 들고 이게 루틴이에요. 좀 여유가 있는 진료 요일에는 블로그나 카카오 브런치에 글을 쓰고 병원 홍보팀과 업무도 해요.


홍보라는 업무가 참 매력적이에요. 결국 “우리 병원이 이런 특별한 진료를 하니까 오세요.”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건데 새로운 언어나 도구로 특별한 색을 입혀서 표현하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이 과정에 자연스럽게 제가 할 일을 찾게 되면서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어내게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병원이 돌아가도록 하려면 진료와 홍보 외에도 직원 관리, 회계 관리 등 신경 써야 하는 부분들이 많아서 관련 일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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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첫 전공인 제약학과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여러분은 고등학교 때 앞으로 뭘 하겠다는 목표 의식이 명확하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는 그때는 잘 모르겠더라고요. 그래도 공부는 열심히 했고 당시 의약 계열, 사람을 치료하는 부분에 관심이 있었어요. 약대와 의대 중에 고민했고 서울대 제약학과, 아주대 의대, 인제대 의대에 붙었는데, 서울대에 가고 싶어서 약대에 진학했어요. 한의대에 가야겠다는 생각은 약대 졸업 후에 약사로 사회생활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들었어요. 한의대 입시를 준비할 때는 목표가 확고해서 6개월가량 정말 열심히 공부했던 기억이 있네요.


Q4. 한의대에 가야겠다는 결심이 선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약사를 했던 때는 의약분업 전이에요. 당시에는 일반 의원에서 조제약을 처방했고, 반대로 약국에서도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구분 없이 다 환자에게 임의 처방할 수 있었어요. 그러다 보니 약국도 살아남으려면 그 약국에서 어떤 약을 먹었는데 금방 나았다는 식의 입소문이 나야 했어요. 그래서 상술이 심한 곳은 스테로이드제, 항생제를 비롯한 독한 약들을 무분별하게 썼고, 그런 조제약들에 한방과립제를 뿌려 같이 포장해서 파는 것이 루틴이었어요. 저는 그런 환경에서 일했었죠.


그러던 중 두 가지 사건이 크게 영향을 미쳤어요. 하나는 당시 일하던 약국이 오래된 시장통에 있었는데 거기서 10년 넘게 야채 장사를 하던 아주머니가 매일 아침 약국에 오셨어요. 항상 스테로이드제 2알이랑 판피린이라는 종합 감기약을 사서 드셨죠. 궂은일을 하는 분들에게 피로 해소, 진통 효과가 있어서 그런 거였어요. 이미 스테로이드 장기 복용 부작용으로 moon face에 피부는 얇아져서 핏줄이 다 보이고 치아도 다 빠지고 골다공증, 고혈압, 당뇨 등 온갖 증상들이 있었어요. 제가 설득하려고 굉장히 노력했는데도 할머니는 “나는 그냥 오늘 하루만 잘 끝나면 된다.”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렇게 매일 약을 드리면서 마음이 너무 안 좋았고, 양약이 사람을 어떤 식으로 망가뜨릴 수 있는지를 직접 목격한 거죠.


또, 매일 아침 오셔서 수다 떨고 가시는 아주머니 한 분이 계셨어요. 5~6년 전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어서 자식도 없고 남편도 없는 분이었어요. 아들이 죽은 이후로 불면증이 생기고 가슴이 뛰고 열이 오르고 사는 게 의미가 없다고 계속 말씀하셨어요. 이분한테 청심연자음을 드렸더니 증상이 굉장히 좋아졌어요. 이 사건으로 한약의 드라마틱한 효과를 직접 경험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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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테로이드 오용으로 인한 쿠싱 증후군 (Source: Mayo Clinic)


이런 경험을 하면서 한의사를 해야지만 마음 편하게 사람들을 치료해 줄 수 있겠다는 확신을 하게 되었습니다. 스테로이드, 항생제 등 약을 조제해서 환자 손에 넘길 때마다 마음이 불편했는데 그런 마음으로 평생 그 일을 하면서 살 수는 없을 거고요. 앞으로도 메디컬 계열의 일을 해야 한다면 제 양심과 마음에 불편함이 없는 한의사로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목표를 세우게 됐죠. 제가 한의대 01학번인데 당시 한의대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어요. 경희대 한의대의 경우 서울대 의대랑 커트라인이 똑같았던 시절이에요. 운 좋게도 수능에서 2개를 틀리고 원하는 곳에 들어갔어요.


Q5. 대학 생활을 두 번 하셨는데요, 한의대 다니실 때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그리고 학부 시절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고충이 있으셨나요?


약대 다닐 때는 여느 대학생들처럼 동아리 활동도 하고 친구들과 놀러도 다니는 일반적인 학창 시절을 보냈어요. 그런데 한의대를 다닐 때는 동기들과 어울리기보다는 주로 수업 듣고 나면 일을 했어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한 후에 입학한 두 번째 학교라 부모님께 등록금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았거든요. 그래서 학비를 벌기 위해 과외도 하고 약국에서 아르바이트도 하는 등 일을 열심히 했어요.


그 외 시간이 나면 동기들과 스터디를 했어요. 김남일 교수님과 동의보감 공부를 상당 기간 했고, 다른 공부 모임도 생기면 참여했어요. 그러다가 본과 2학년 때 결혼하고 임신, 출산 과정을 겪으면서 더욱 일반적인 대학생의 삶과는 많이 다른 행보를 하게 되었죠. 저에게 한의대 생활은 하고 싶었던 학문을 공부한 시기이기도 했지만 결혼, 임신, 출산, 직업인으로서 삶까지 많은 키워드가 공존했어요. 제 생애에서 가장 정신없고 버라이어티한 삶을 보냈던 시기가 아니었나 싶어요.


Q6. 졸업 후 모교에서 교수직을 맡으시는 동안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작년까지 경희대에서 겸임교수로 ‘한방 피부미용학’이라는 과목을 가르쳤어요. 여드름, 흉터 등의 피부 진료와 안면 비대칭, 턱관절 장애 등의 안면 교정과 같이 제가 진료 현장에서 해온 분야를 임상적으로 풀어내는 수업이었습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느꼈던 것을 하나 말씀드리자면 한의학이 좋아서 선택한 분들도 있지만, 점수에 맞춰서 온 분들도 있잖아요. 묘한 자격지심을 가지고 학창 시절을 보내시는 분들이 많아 보였어요. 한의학은 정말 가치 있는 학문이에요. 그러니 졸업 후 여러분들이 한의사로 살아가게 되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학창 시절 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어요.


저희 딸은 어릴 때부터 병원에 갈 필요가 없었어요. 제 손에서 대부분 해결되는 문제였으니 까요. 그래서 오히려 병원에 대한 환상을 가지더라고요. 서양의학이 의미가 없다는 것이 아니에요. 과학이란 명제에 가려진 그 이면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허점도 상당히 많아요. 저는 진료하면서 이런 부분들을 많이 느끼거든요. 10년 넘게 특정 증상이 해결이 안 돼서 여러 병원을 전전하다가, 속는 셈 치고 한의원에 가보자는 마음으로 오시는 환자분들이 계세요. 그런데 한의학적 관점에 놓고 보면 너무 쉬운 문제인 경우도 많고 쉽게 해결됩니다. 양방에서는 증상에 대해 지엽적으로 파고들다 보니 사람의 전체, 그 사람의 삶을 못 봐서 그러지 않나 싶어요. 분명 한의학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영역이 있고 그래서 한의학은 계속 살아남을 수밖에 없는 의학입니다.


Q7. 개원 시기가 비슷한 나이대 분들보다 늦어지면서 초조함이나 불안함 등, 개원 당시에 겪었던 고민이 궁금합니다.


보통 저 같은 사람들은 졸업 후 바로 개원하는 경우가 많아요. 본3, 본4 때 이미 참관도 하고 개원 준비를 많이 하더라고요. 저도 졸업하고 1년 반 부원장을 하고 개원했는데 빨리 한 편이었어요. 개원을 같은 나이대 친구들보다 늦게 해서 힘들었다기보단 개원 그 자체에 고충이 있었어요. 저는 첫 개원은 실패했다고 생각해요. 진료보다는 다른 부분에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거든요.


몇 가지 에피소드를 말씀드리자면, 건물 계약할 때 부동산에 사기를 당하고 계약금을 날렸어요. 한의원 홍보를 위해 블로그를 운영했는데, 직원이 한 연예인 사진을 첨부했다가 소속사에서 고소당하는 일도 겪었어요. 당시 퍼블리시티권, 초상권 이런 개념이 법적으로 생겨나던 초반이었는데, 대부분이 그런 부분에 대해 무지했던 거죠. 고소 과정을 대행하던 변호사가 엄청나게 괴롭혀서 그 과정이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실제로 개원을 해보면 진료보다 이런 부분들이 힘들어요. 스스로 진료 실력도 충분하다 생각되고 거기에 더해 특별한 진료 아이템을 갖고 있다면 개원 후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하거든요. 그런데 개원을 생각할 때는 실력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현실적인 부분들을 고려해야 해요. 경영적인 지식도 매우 많아야 하고, 일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화해야 해요. 그런데 준비를 많이 해도 진행하는 과정에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돼요. 겪어보기 전에 속속들이 알기 어려운 부분들이거든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사회를 제대로 배우고 어른이 되는 거 같아요. 세상이 진짜 무섭구나, 잠깐 눈 감아도 코 베어 가는 곳임을 개원하면서 느끼고, 그 후 현실 감각이 많이 생기게 됐어요.


Q8. 개원 과정에서 누구나 시행착오를 겪게 될 텐데, 이를 줄이기 위해 미리 대비할 방법이 있을까요?


앞서간 사람들의 경험을 많이 보고 듣는 게 답이죠. 개원 생각이 있으면 개원한 선배들, 특히 성공한 분들을 많이 만나봐야 해요. 저는 그 과정이 부족해서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다고 생각해요. 졸업 후 초기 세팅 병원에서 부원장 (원년 멤버로 시작)을 해보는 것도 좋아요. 고생을 많이 해서 대부분 꺼리지만, 자기 병원이라고 생각하고 일을 해보면 그 경험은 절대 공중에서 사라지지 않고 언젠가 본인의 병원을 꾸려나가는 원동력이 될 거예요.


Q9. 약사 출신 한의사라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계십니다. 과거에 약사로서 했던 경험이 현재 한의사를 하면서 끼치는 영향이 있으신가요?


저는 양약에 대한 약리적 지식이 있고 임상 경험을 통해 효과와 부작용을 많이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한의사로 14년간 살면서 경험한 것들이 있고요. 양쪽의 지식과 경험이 있다 보니 각각의 장단점을 잘 알고 있습니다. 환자분을 만날 때 한쪽 지식만으로 “어느 쪽이 무조건 맞다. 다른 쪽은 전혀 안 된다.” 이렇게 접근하지 않아요. 어떤 환자가 이명으로 절 찾아왔을 때 양방 진단은 받아보지 않았다면 청각적 문제로 발생하는 이명을 배제하기 위해 양방에서 영상 촬영과 진료를 먼저 받고 다시 내원하시도록 돌려보내요. 턱관절 장애가 이명의 원인인 경우가 많지만 필요한 과정이지요.


본인이 먹고 있는 양약 때문에 한약 복용을 꺼리는 경우도 있어요. 그럴 때는 필요성과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다양하게 설명해 드리면 걱정을 거두고 대부분 수긍하며 따라와 줘요. 제가 알고 있는 것들을 활용해 환자분을 설득할 때 좀 더 무게가 실릴 수 있는 거죠. 약에 관해 설명을 해줄 때 양약은 약사의 설명이 전문성 있다고 느끼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요? 하지만 약사로서의 커리어가 한의사로서의 제 직능을 행하는 데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진료보다 글을 쓰거나 육아나 가족들 케어 등 일상생활을 할 때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Q10. 한의계가 제약 분야로 더 진출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요?


제가 처음에 한의사로 살면서 답답했던 부분이 한약은 제형이 너무 한정적이라는 거예요. 특히 제가 졸업했을 당시에는 탕약, 환약 말고는 전무했다고 봐야 해요. 제약 분야에서 연구하는 것은 정복되지 못한 질환에 신약을 개발하는 부분도 크지만 이미 활용되고 있는 다양한 약들을 먹기 좋고 보기 좋은 형태로 제형을 개발하고, 약물이 흡수될 때 정확한 타깃에 도달하기 위해 적절한 부위에서 녹도록 하는 기술을 연구하는 부분이죠. 그런데 한약은 이런 분야가 사실 거의 전무해요. 제약 회사가 있긴 하지만 양약 회사보다는 굉장히 영세하죠. 거기에 중국산, 농약이라는 양방에서 만든 어이없는 프레임을 뒤집어쓰고 매도당하고 있고, 옛것이라는 고리타분한 이미지가 남아있죠.


한약의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서 우리가 먼저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다양한 제형을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나마 최근 몇 년 사이에 다양한 제형의 한약을 선보이고 있는데 이 점이 되게 고무적이에요. 예를 들어 최근에 발달한 다이어트 한약은 캡슐 형태로 출시하거나 유효 성분을 농축시켜 알약 크기를 줄여서 복용하기 쉽게 만들었어요. 한약 특유의 맛을 없애고 심미성을 올리기 위해 코팅을 하기도 해요. 제형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어필이 굉장히 많이 될 수 있습니다. 저희 클리닉에서는 스틱 형태의 농축 한약을 예쁘게 디자인된 포장으로 제작해서 얼핏듀, 얼쏙티 등 환자들이 받아들이기 쉬운 네이밍을 해서 상품화했고 모든 턱관절 환자에게 처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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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핏클리닉에서 제작한 얼핏듀


좀 다른 얘기를 하자면, 천연물 신약도 한약인데 양방의 필요에 의해 대형 제약 회사에서 개발하고 상품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우리가 쓸 수 없는 상황이 되어 버렸어요. 이걸 한의사들의 필요로 상품화가 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천연물 신약이 효과가 좋고 안전해서 의사들이 많이 쓰는데, 제형이 양약처럼 생겨서 사람들은 양약인 줄 알고 복용하는 거죠. 약국에서도 이미 양약의 제형으로 둔갑한 다양한 한약을 활용하고 있어요. 대부분 상한(傷寒) 처방들인데 생활 속에서 보편적으로 한약을 활용하는 일본에서는 아담하고 먹기 좋은 형태로 다양하게 만들어져 활용되고 있는 분위기가 반영된 거 같아요.


예를 들어 한의원에서는 가루라서 먹기 힘든 배농산이 약국에서는 천연 마이신이라 이름을 붙여서 정제 형태로 팔거든요. 다래끼나 인후통 같은 다양한 염증 질환에 빈번하게 활용되고 있어요. 제형에 한의학의 특색을 담으면서도 현대화, 대중화하는 과정을 한의사들이 주도해야 해요. 우리가 계속 기존 방식만 고수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방향을 다양하게 모색하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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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면 비대칭을 비롯한 안면 분야를 전문적으로 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저희 큰아이 때문이었어요. 큰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아프면 제가 책을 뒤져가며 치료를 많이 해봤어요. 아이가 바이올린을 오랫동안 했는데 잘못된 자세가 굳어져서 턱이 틀어지고 통증이 생겼어요. 잘 씹지 못하는 상황까지 되니 이걸 해결하기 위해서 원장님들도 많이 찾아다니고 강의도 듣고 직접 치료도 해봤어요. 치료 과정을 기록으로 계속 남겼는데, 주소증이 해결되고 보니 얼굴형이 많이 바뀐 거예요.


얼굴이 틀어지면서 코도 휘고 치아도 뻐드러지고 광대도 튀어나오면서 외형이 이상하게 변하고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 전후 사진을 보니까 얼굴이 몰라보게 바뀌어 있었어요. 이게 뭐지 싶었죠. 이런 외형적인 변화를 보면서 이 분야에 파고들게 됐고, 제대로 하다 보니 안면 비대칭 교정, 얼굴 교정 진료를 하게 됐어요. 이런 계기가 없었으면 별생각 없이 계속 피부 진료를 하고 있었을 거예요. 개원했을 때부터 피부 진료를 해왔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예 얼굴 교정 진료를 집중적으로 하고 있어요.


Q2. 안면 교정은 치료 범위가 안면 비대칭인가요? 다른 부분이 있다면 대표적인 예시는 뭐가 있을까요?


얼굴 교정의 주 타깃은 안면 비대칭이 맞아요. 가장 치료 니즈가 많은 부분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안면 비대칭은 턱관절 장애와 아주 밀접하게 얽혀 있고요. 거기에 더해 긴 얼굴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하는 아데노이드 얼굴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신 적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성장기에 비염 때문에 코로 숨을 못 쉬는 현상이 지속되면 좁고 긴 얼굴로 변하는 특징적인 현상을 의미하는데요. 이 증상도 턱관절 장애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도 결국 자세 습관 때문에 발생하는 현상이에요. 경추 커브가 무너지면서 얼굴의 무게중심이 앞으로 쏠리는 전방 두부 자세가 되고, 아래턱이 뒤로 밀리고 돌아가면서 얼굴 형태가 좁고 길어지는 거예요.


아데노이드 얼굴에 대해서도 이비인후과에서는 그저 비염 치료를 해 주어야 하는 당위성을 삼은 근거로만 쓰이고 있고 치과에서는 어릴 때 악궁 확장 장치를 착용하고 치아교정을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데요. 실제로 이 문제는 한의학적으로 접근하면 보다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한약이나 침을 통해 비염을 치료하고 자세 습관이 나빠서 척추 구조가 무너져있으면 추나 치료를 하여 이비인후과나 치과에서 해결 못 하는 부분을 근본적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턱관절 장애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틀어진 구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턱관절 장애를 주로 보는 치과에서는 턱 디스크나 근육에만 집중해서 진료하기 때문에 지엽적일 수밖에 없고, 해결되지 않는 부분들이 생기는 거죠.


Q3. 아데노이드형 얼굴이 이미 어렸을 때부터 진행되어 성인이 된 경우에도 한의 치료가 가능한가요?


성인의 아데노이드 얼굴은 성장이 이미 완료되어 골격이 굳어진 상태예요. 성장기와 달리 얼굴형 자체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수는 없죠. 하지만 뼈의 위치와 근육의 변화로 발생한 변형은 바꿀 수 있죠. 그리고 상하좌우 전후로 틀어진 부분은 바르게 교정이 돼요. 그래서 총 얼굴 길이를 줄이고 근육 상태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두고 진료하게 됩니다. 이 변화가 의미 없느냐는 전혀 아니에요. 전후 사진을 통해 보이는 변화에 흡족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Q4. 턱관절 질환은 아무래도 오랜 시간 누적이 되면서 드러난 경우가 많을 텐데, 이런 경우 장기간 진료를 어떻게 끌고 가시나요?


처음부터 턱관절 질환의 특징, 치료 기간, 치료 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반응, 효과와 예후 등 다양한 정보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주고 이해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교정은 수술처럼 1회의 액팅으로 변화를 만드는 치료가 아니라서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하지만, 보존적이라서 안전할 수밖에 없어요. 또한 턱관절 장애는 질환의 특성상 다양한 동반 질환을 앓고 있는데, 이런 질환이 함께 좋아질 수 있으니 상당한 장점이 있어요. 이 부분들을 이해하고 동의해 주시는 분들과 함께하기 때문에 진료를 장기간 끌고 가는 것에 큰 부담을 느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그 과정에서 환자분들이 호소하는 몸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평가 지표와 사진으로 확인해서 객관화하는 것도 중요해요. 이렇게 하면 대부분의 환자가 끝까지 지치지 않고 잘 따라와 주십니다.


Q5. 기억에 남는 진료 케이스가 있으신가요?


오랫동안 치료가 안 돼서 너무 고생하셨는데, 저를 만나고 좋아지신 분들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최근에 70대 여성 환자분은 턱이 너무 아파서 2~30년 가까이 병원에 다니셨는데 어느 시점부터는 교합이 틀어지면서 음식 씹는 것도 힘들고 얼굴도 뒤틀리기 시작했다면서 내원하셨어요. 온갖 치료를 받으시다가 정말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한의원으로 오셨는데 많이 좋아지셨어요. 여생을 이렇게 살아야 하느냐는 마음으로 오셨는데, 지금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졌을 뿐 아니라 친구들과 등산도 다니고 손주들도 봐주세요. 이렇게 금방 좋아질 걸 왜 오랜 시간 고생했는지 모르겠다고 억울하다고 하시면서 우시더라고요.


저뿐만 아니라 한의사 대부분은 임상하면서 이런 케이스를 어렵지 않게 만나실 거로 생각해요. 한의학의 강점으로 주류 의학에서 소외되어 겉돌고 있는 많은 환자분의 괴로움을 적극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을 겁니다. 우리가 루틴으로 하는 그 어느 하루의 진료가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일이 될 수도 있어요.


Q6. 안면 비대칭 분야에서 한의 치료의 영역을 넓히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안면 비대칭이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진료 영역은 아니에요. 치료할 때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일단 안면 비대칭 파트에서 한의학적 근거는 없죠. 그래서 저는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성형외과 쪽 논문을 읽으면서 그 진료 영역에 대한 지식을 쌓았고 그 진료 영역의 한계를 같이 볼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이 과정에서 제가 논문을 2개 썼어요. 하나는 증례 논문, 하나는 고찰 논문이었어요. 근거가 부족하다면 내가 직접 만들어서 쌓아나가겠다는 심정으로요. 저는 한의사 후배들이 이런 미지의 영역에 관심을 두고 파고드는 걸 많이 하면 좋겠어요.


턱관절 치료는 치과와 겹쳐요. TV ‘나는 몸신이다’ 턱관절 장애 편에 한의사 패널로 나간 적이 있는데 주치의는 치과 교수님이었어요. 그런데 그쪽에서 하는 설명을 들으면서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고 너무 지엽적인 부분에만 집중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치과학이 턱관절 치료에서 분명 주류예요. 그런데 왜 그 많은 사람이 그쪽에서 권하는 근거 있는 치료를 받고도 오랜 기간 해결을 못 하고 한의원을 찾아오는 걸까 싶은 거죠. 이 분야는 분명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고 우리가 잘할 수 있는 일이에요.


Q7. 턱관절, 안면 비대칭 진료에 관심 있는 학생들에게 추천해 주시는 공부법이 있으신가요?


일단 기본적으로 이영준 원장님이 고안한 FCST 치료법이 있는데 턱관절균형의학회를 통해 이 치료법을 배워야 해요. 척추 정렬을 맞추기 위해 추나 치료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하고요. 그리고 DO (정골 의사)가 하는 진료에 대한 지식도 필요해요. 특히 두개골을 정렬하고 뇌척수액 흐름을 개선해 다양한 두면부 질환을 치료하는 수기 치료인 cranial osteopathy를 꼭 공부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교합이나 턱관절에 대한 지식을 쌓기 위해 치과 교과서와 논문도 많이 읽어야 해요. 근육, 관절, 인대 등의 인체 구조물의 특징을 잘 이해하기 위해 해부학, 근육학도 공부해야 하고 물리치료학적 지식도 도움이 될 수가 있습니다.


Q8. 경미한 비대칭과 턱 소리가 있는데 혼자 치료할 수 있을까요?


무조건 찬성이에요. 혼자 해봐도 돼요. 본인의 문제라면 그 질환을 누구보다 잘 치료할 수 있는 의사가 될 좋은 기회입니다. 누구보다 절실하기 때문에 깊게 파고들 수 있고 그 질환을 겪어보지 못한 다른 의사보다 잘 이해할 수 있어요. 그리고 같은 증상을 가진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적용해 보면서 재현성을 확인하면 이 치료에 대한 자신감이 생길 거예요.


임상하는 자세는 연구하는 자세와는 좀 달라요. 임상에서 활용해 보고 유의한 데이터가 쌓이고 재현성이 있는 것이 확인되면 논문으로 쓰이고 발표가 되고 확산이 되는 거죠. 완벽하게 원리가 규명된 치료법만이 임상에 쓰이는 것이 아니에요. 임상을 잘하는 의사는 열린 시각을 갖고 실천하는 사람이에요. 교과서적인 지식뿐 아니라 경험적으로 인정되는 치료법도 열린 마음으로 듣고 공부하려는 마음이 필요해요. 임상의로서 제일 중요한 건 환자를 잘 치료하는 거잖아요. 주류 의학에서 말하는 치료법이 무조건적인 답은 아니에요. 환자들은 결국 자신의 문제를 제대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의사를 원하지, ‘한방이냐? 양방이냐?’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에요.


Q9. 턱관절 치료에 한약도 쓰시나요?


턱관절 장애 환자는 턱 통증뿐 아니라 안면부 마비감, 이상 감각, 두통을 많이 호소합니다. 이런 증상들을 빨리 호전시키기 위해 초기에 한약을 써요. 비대칭 교정만 원하는 분들은 한약을 처방하지 않지만, 턱관절 장애 환자분들에게는 한약을 100% 처방해요. 진통제가 무용지물인 만성 통증에 한약은 의미 있는 효과를 만들어 낼 수 있어요. 제가 하는 진료의 본질은 교정 치료니까 한약은 보조적 수단이긴 한데 그래도 한의사로 할 수 있는 다양한 범주의 치료를 환자가 다 경험해 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해요. 한약이 무조건 탕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에요. 복용하기 편하고 맛도 좋고 비용 부담도 덜해서 저항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형 고민을 많이 했어요. 그 결과 앞에서 언급했듯이 저희 클리닉만의 상품을 만들어 환자들에게 처방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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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유튜브, 블로그, 책 등을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고 계시는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한의원 홍보를 고민하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진료만 했다면 이런 다양한 콘텐츠 고민을 할 기회가 없었겠죠. 새로운 파트 진료를 시작하면서 홍보팀과 효과적인 콘텐츠를 고민하게 됐어요. 제가 하는 진료의 가치를 알리려 한다면 이미 활성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게 가장 좋아요. 그러다 보니 유튜브도 하고 블로그도 하고 여러 가지 시도를 했어요. 처음부터 잘될 수는 없지만 ‘꾸준함’으로 다양한 콘텐츠들을 누적시켜가다 보면 관심이 있는 대중에게 어필되는 시점이 반드시 오게 되어 있어요.


저의 경우 브런치가 일을 여러 영역으로 확장하게 된 계기였어요. 처음 글은 아무 반응이 없었어요. 근데 2번째 썼던 글이 브런치에서 에디터분들 눈에 띄어서 다음 포털, 카카오톡 채널 등에 올라갔어요. 이 글이 페이스북을 타고 재생산되기도 하고 핀터레스트, 구글 등으로도 확대되었죠. 어떤 글은 하루에 5만 명, 10만 명이 읽기도 하는 등 제 브런치가 파급력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렇게 에디터들이 좋아하는 글의 공통된 특징을 생각하면서 글을 쓰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보기도 하고 노력하니깐 노출되는 글도 점점 많아졌어요. 당연히 구독자도 늘어나고요.


글로는 모든 정보의 전달에 한계가 있기도 하고,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이 영상이다 보니 지금은 유튜브로 콘텐츠 생산의 무게중심이 많이 쏠려 있어요. 저는 원래 사진 찍히는 것도 싫어하고 영상 찍는 것도 ‘극혐’이라고 하죠? 그 정도로 싫어했는데 해야 하니까, 꼭 해야 할 일이 되다 보니 꾸역꾸역하게 된 거죠. 하다 보니 이제는 요령도 생기고 편해졌어요. 그리고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누구냐도 중요해요. 한의원 홍보팀과 같이 아이디어 내고 고민하면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꾸준히 콘텐츠들도 만들다 보니 여러 기회가 생기는 것 같아요.


Q2. 다양한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추후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조언 (꿀팁?) 한 말씀도 부탁드려요!


우리는 한의사, 의료인이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춰야 해요. 정보가 수박 겉핥기식이면 전문성이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에 정보의 ‘깊이’가 있어야 해요. 브런치 글 하나를 쓰는데도 논문 여러 편을 읽고, 턱관절 관련 글 하나 쓰려면 치과 쪽 교과서를 다 찾아봅니다. 이러다 보니 글 하나를 쓰는 데 시간이 굉장히 많이 걸려요. 하지만 들인 시간에 비례해서 브런치 글 하나에 담긴 정보가 깊어지고, 이 글들을 읽고 내원하는 분들도 많아요. 글을 통해 의료진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고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찾게 되는 거죠.


그리고 앞서 말했듯이 ‘근거’도 중요해요. 주제에 맞는 논문과 교과서를 인용하는 거죠. 끊임없이 근거를 찾고 첨부하는 작업이 중요해요. 그래서 브런치 글뿐 아니라 유튜브 영상 하나에도 근거 없이 떠드는 것은 최대한 피하려고 합니다.


여기에 더해 ‘진실성’도 중요합니다. 제가 진료 현장에서 경험한 것을 글로 써서 표현하면 진실한 내용이 되는 거죠. 각색하거나 지어낸 글은 환자들이 다 알아요. 만약 콘텐츠를 홍보로만 접근한다면 예쁘게 꾸미는 것도 챙겨야겠지만, 저희는 일단 의료인이고 환자에게 정확한 의료 정보를 주는 것이 중요하잖아요. 이런 점들을 기반으로 해서 마케팅을 위한 세련됨을 입히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콘텐츠가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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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사 & 한의사 신정민 원장님 브런치


학생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지금이라도 본인만의 플랫폼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인스타그램도 좋고, 블로그도 좋아요. 고민하면서 지속해서 성장시켜나가다 보면 어느 시점에 그 플랫폼을 중심으로 물꼬가 트이는 때가 반드시 올 거예요. 도약할 기회가 되기도 하고, 본인의 병원을 하더라도 남들과 차별화할 수 있을 거예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계속 관심 분야를 공부하면서 콘텐츠를 쌓아 가보세요.


Q3. 콘텐츠를 만들 때 전문성과 대중적인 설명 사이의 딜레마는 어떻게 해결하시나요?


저는 사실 전문성을 택했어요. 말 자체도 구구절절한 스타일이고 글도 그래요. 그래서 우리 홍보팀에서 글 좀 쉽게 써달라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저도 알지만, 쉽게 가는 것보다 어려워 보여도 전문성을 택해서 일하기로 했어요. 제가 꾸준히 만들어내기 편한 스타일이기도 하고요. 전문적으로 보일 수 있도록 깊이가 있는 정보를 넣어서 글을 쓴 거죠. 글을 보고 진료받으러 오시는 환자분들도 깊이 있는 정보에 공감하셔서 찾아오시는 거 같아요. 결국 본인이 잘하면서 오랫동안 편하게 할 수 있는 쪽을 선택한 것 같아요.


Q4.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 (가장 뿌듯) & Down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 극복 방법)


가장 뿌듯했던 순간은 한의대에 합격했을 때예요. 생애 처음 꼭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일이었던 한의사라는 목표를 향해 부단히 노력했고 비교적 짧은 기간 내에 그 목표를 이루는 경험을 했기 때문에 그런 거 같아요.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저희 아이와 관련이 있어요. 두 아이 출산 시기가 첫째는 본2, 둘째는 졸업 직후였는데, 둘째가 태어난 후로 큰 아이가 1달 반 동안 아팠어요. 내가 알고 있는 지식을 총동원해 보고 한의사 선배한테 조언을 구해 한약을 써봐도 무효, 결국 소아과, 어린이 종합병원, 전국 유명 한의원까지 다 다녔는데도 병명도 모르고 해결이 안 됐어요. 결국 도와줄 사람은 없고 돌고 돌아 결국 내 몫이 되더라고요. 매일 아이를 안고 의서를 찾고 처방해서 먹이고 하는 과정을 반복했어요.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어떤 한약이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졌어요.


이 과정을 거치면서 저 자신이 가진 한의사로서 임상 능력의 현 지점도 알게 되었고 열심히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많이 했어요. 임상을 하는 자세도 많이 바뀌어서 겸손해지고 영적으로도 성장했던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이런 마음가짐으로 임상을 하다 보니 큰아이의 턱관절 치료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집요하게 붙들고 해결 실마리를 찾으려고 했고 그게 현재 제가 하는 진료의 바탕이 되었으니까요.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라고 느껴져도 결국은 더 높은 곳에 올라서기 위한 전환점이었던 거죠. 엄마가 돼서 한 아이를 키워내는 일이 위대하다고 하는 이유가 아이가 크면서 미숙하기 그지없었던 한 인간이 덩달아 성장하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Q5.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의사는 다양한 사람을 만나 그들의 고통을 듣고 치료적 도움을 주는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이런 일들이 즐겁고 보람차다고 느끼는 성향이 있어야 할 거 같아요. 특히 한의사는 질병 자체보다 사람에 집중해야 하니 더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병의 원인을 집요하게 물어보고 관찰해야 하는데 그 과정이 즐겁지 않다면 하기 힘들 거 같거든요. 그리고 정확한 진단과 치료법을 찾으려면 무엇보다 지식의 깊이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꾸준히 공부하는 성실함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공부하다 보면 어떤 문제가 한 부위를 치료한다고 해결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영역으로 확장될 수밖에 없어서 결국 임상을 하다 보면 점점 공부할 게 많아지게 돼요.


Q6.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학교 다닐 때 다양한 경험을 하시길 바랍니다. 내 경험치의 부족으로 환자를 이해하지 못해 진료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생겨요. 사람도 많이 만나보고 겪어보세요. 저는 학부생 때 돈 버느라 이걸 못했어요. 선배들 얘기도 들어보고, 여러 생각들을 경험해 보면 그 시간이 절대 허공에 버려지는 시간이 아니에요. 이런 시간이 여러분을 성장시킬 것이며, 나중에 환자를 마주할 때, 경영할 때, 콘텐츠 하나를 만들더라도 남들과는 다르게 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겁니다. 여러분의 지평을 넓히는 경험을 하고 인생을 바꿀 사람을 만나는 것, 학생 때는 제일 중요한 일인 거 같습니다.


Q7. 앞으로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5년 안에 꼭 하고 싶은 게 있어요. 안면 비대칭이 워낙 생소한 분야이다 보니 한의사로서 활용할 수 있는 정보가 너무 부족하더라고요, 그래서 양방의 논문을 많이 읽고 부족한 부분을 논문으로 쓰기도 했는데, 그러다 보니 생긴 목표인데요. 안면 비대칭 분류법 하나만 예로 들어도 그 정보가 너무 편향되어 있어요. 성형외과는 3가지, 치과는 5가지예요. 성형외과는 수술의 관점으로 보고, 치과는 치아 해부학적 관점으로 단순히 나눠놨어요. 완벽하지 않은 분류법이고, 이 분류법에서 배제된 아주 많은 케이스들이 있습니다. 이러한 부분을 반영한 새로운 분류법이 필요한데, 이건 한의사만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수술이 필요하지 않은 좌우 차이가 6mm 이하인 경우 치료의 필요성을 못 느끼냐고 하면, 그건 아니거든요. 4mm 정도의 차이를 가진 사람은 이걸 굉장히 신경 씁니다. 실제 4mm라고 들었는데 교정해서 위치가 개선되면서 전혀 비대칭을 못 느끼게 되는 케이스도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그 정도가 아닌데도 수술을 선택하게 되는 거죠. 또한 자세가 만드는 비대칭이 분명히 있는데 이런 점들은 고려가 안 됐어요. 이런 점들을 포함한 분류법을 만들어서 논문으로 발표하고 싶어요.


한의원마다 안면 비대칭을 진료하는 방법이 다 달라요. 어느 정도 효과는 있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있겠지만 사실 주먹구구식일 수 있어요. 좀 더 나아가서 이런 것들을 통일해서 표준화된 임상진료지침을 만들고 싶어요. 저는 계속 이 분야 진료를 볼 것이기 때문에 꼭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스레 개인적인 목표가 되었습니다.


Q8.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많은 사람이 수술이나 단박에 낫는 약과 같은 극단적인 치료 방법이 더 좋은 치료법이고, 보존적이고 안전한 치료는 효과가 없는 하찮은 치료라고 여기는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어요. 안면 비대칭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습관, 생활패턴 등이 집약되어서 생긴 결과거든요. 또한 구조 불균형은 크고 작은 건강 문제들과 엮여있어서 구조를 재정렬해 주는 치료는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고질적인 삶의 패턴을 바꿔줘요. 특히 성장기 아이라면 이러한 치료의 중요성은 커지겠죠.


얼굴 교정 진료를 시작하면서 저도 이런 지식을 미리 알았다면 내 아이가 턱이 아파하는 상황까지 그냥 방치하지 않았을 거로 생각해요. 부모라면 아이 키울 때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이라고 생각하는데, 많은 사람이 그 중요성을 간과하고 있어요. 그래서 글이나 영상 등 여러 매체를 통해서 제가 하는 일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들의 생각을 바꿔주는 일을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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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장님의 깊은 생각과 고민이 느껴지는 여러 말씀을 들으며 시간 가는 줄 몰랐던 인터뷰였습니다. 한의학 고유의 진료 영역을 개척하고 계시는 과정이 인상 깊게 와닿으면서, 학창 시절 동안 자긍심을 갖고 열심히 공부하라는 말씀에 여운이 남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긴 시간 내어주신 원장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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