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 직업병을 치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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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환 원장님은 서울대 공대를 졸업하시고 LG와 삼성에서 연구원으로 계셨던 공학도 출신 한의사이신데요. '수험생 직업병'이라는 다소 생소하면서도 익숙한 질환을 진료 중이신 원장님의 이야기, 지금부터 전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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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한의사 김도환이라고 합니다. 서울 서초구 양재동에서 두청위편한의원을 하고 있고 수험생 위주로 진료를 하고 있어요.


Q2. 요즘 원장님의 일과, 일주일 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주된 일과는 진료입니다. 진료가 끝나고 나서는 여러 활동을 합니다. 주로 한의원을 더 성장시키기 위한 일들이에요. 목요일에는 휴진이라 대외 업무를 봐요. 인터뷰, 촬영 등이 있을 때 휴진일을 활용하죠. 그리고 일요일에는 좀 쉬면서 가족들과 시간을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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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한의원을 성장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하시나요?


예를 들어 보자면 우리가 식당을 하나 오픈했어요. 음식을 맛있게 만드는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아무도 모르면 내 실력을 발휘할 기회조차 없는 거거든요. 실력도 좋아야 하지만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리는 것도 굉장히 중요해요. 요즘 말로 하면 마케팅, 고객 관리 등이 되겠죠. 책을 쓴 이유도 같은 맥락이었어요. 진료 외의 시간에는 이런 부분에 힘을 씁니다.


Q4. 첫 전공인 기계항공공학부를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당시 저는 학력고사 세대였습니다. 시험 전에 지원을 먼저 하는데 한 군데에 만 할 수 있었어요. 원서를 먼저 쓰고 시험 한번 보면 끝이니까 기회가 별로 없었죠. 그래서 배치표에 촘촘하게 쓰인 점수별 학교, 과를 보고 거기에 맞게 준비했습니다. 저는 성적에 맞춰서 서울대 공대에 지원하게 됐고, 공대 중에서 무슨 과를 선택할까만 남아있었어요. 그런데 아는 게 없으니까 어린 마음에 일단 서점에 가서 전공 서적들을 한 번씩 봤는데 그나마 제일 알 법한 게 기계더라고요. 눈에 보이잖아요. 전기나 컴퓨터는 안 보여서 이해가 안 되는데 기계는 움직이는 물체가 있으니까 더 낫지 않겠나 하는 마음에 기계공학과를 선택했습니다.


Q5. LG 및 삼성 책임연구원에서 한의사로 이직을 결심한 계기는 무엇인가요?


좋은 상황이었는데도 이직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전공도 재밌었고 회사에 입사한 후에는 일도 재밌었어요. 원래 공학을 좋아했고 하는 일도 적성에 맞아서 잘 풀렸어요. 원하는 곳으로 이동도 자유로웠고 승진도 잘 됐고요. 연구소에서 어느 날 일을 하다가 고개를 들어 사무실을 돌아봤는데 나이가 있으신 분들이 하나도 안 보이는 거예요. 40대 후반쯤부터 안 보였어요. 그래서 옆에 계신 과장님한테 여쭤봤더니 “몰랐어? 다 퇴직하고 나가셔서 지금 뭐 하는지 몰라.” 하시는 거예요. 당시에 많이 놀랐었어요. 저는 그냥 좋은 직장에 취직하면 다 됐다고 생각했는데 4, 50대부터 일이 없다는 거잖아요.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들이 들었죠.


고3 때 서울대 나오신 큰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잘나가셨는데도 50대에 정년퇴직하시고 저에게 한의대 가라는 얘기를 하셨었거든요. 어린 마음에 서울대에 가고 싶어서 공대를 선택했었는데 돌고 돌아 다시 한의대를 고민하게 됐어요. 마침 당시에 병역 특례로 석사 마치고 군대 3년 대신 회사 5년을 다니던 게 끝나가는 시기이기도 해서 한의대 준비를 시작했죠. 당시에 한의대가 인기였는데 다행히 운이 좋아서 3개월 공부하고 입학하게 됐습니다.


Q6. 5급 공무원 시험 준비는 어떻게 하게 되셨나요?


당시 학교에서 공무원 시험에 합격하면 장학금을 주는 제도가 있었습니다. 퇴사하고 학비가 부족한 상황이라 등록금을 대체할 장학금이 필요해서 준비했는데 공무원이나 취업과는 관련 없는 제가 타고, 다음 해부터 그 제도가 사라져서 죄송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7. 두 번째 대학 시절에는 어떤 학생이셨나요? 학창 시절에 기억에 남는 활동 혹은 고충이 있으셨나요?


당시 가정이 있는 상태에서 학업을 병행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물론 아내가 제일 힘들었겠지만, 저도 학비와 생활비를 마련해야 해서 어린 학생들과 같은 학교생활을 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어요. 입학 당시 30대 초반의 나이 든 예비역이라 20살 친구들과는 띠동갑 차이가 나는 삼촌이었죠. 졸업한 후에도 더 공부하거나 여행 다니는 등 어린 동기들이 생각하는 그런 여유도 없었습니다. 졸업 후 4년 정도 부원장을 하고 막판에는 개원할 자리를 알아보면서 대진을 했어요. 첫 번째 개원은 지금 한의원은 아니었고 중랑구 쪽에서 양수받아서 했었습니다.


Q8. 개원 시기가 비슷한 나이대 분들보다 늦어지면서 겪었던 장단점이 있으셨나요?


단점은 일단 체력이 부족하다는 거예요. 젊은 사람들은 365일 진료에 야간 진료도 하잖아요. 저는 그게 어려워서 전에 계시던 분보다 진료 시간을 줄였어요. 대신 다른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회사도 다녔고 나이도 있어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본 경험이 있으니 사람을 대하는 게 좀 편한 거죠. 대기업도 다녀봤고 공무원 준비도 해봤고, 중간에 벤처 기업도 다녀봤거든요. 이런 경험 덕분에 환자분들이 오면 얘기할 수 있는 스펙트럼이 넓었어요. 어린 나이에 졸업하고 바로 한의사가 됐다면 치료를 말로 풀어내는 과정이 고민됐을 것 같아요. 한의사는 문진할 것이 많기 때문에, 진료 과정에서 사무적인 느낌이나 어색함 없이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게 상당히 큰 강점인 것 같습니다.


진료는 단순히 침을 놓고 약을 쓰는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입니다. 새로운 인연이 생기는 걸로 볼 수 있죠. 사람이 왔을 때 그 사람을 알아주고 상황을 내가 이해할 수 있으면, 매뉴얼 대신 개인 맞춤형으로 이야기할 수 있어요. 라포 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환자가 꾸준히 진료받으러 오는 등 여러 좋은 점이 있죠. 저도 예전에 한의대에 입학하려고 다시 공부할 때 너무 힘들었어요. 그래서 걷다가 그냥 가까운 한의원에 들어갔는데 원장님이 편안하게 이야기해 주셔서 그곳에서 계속 치료받았죠. 환자의 상황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한 부분입니다.


Q9. 환자 이해 외에도 직장 생활의 경험이 한의사로서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된 부분이 있으신가요?


공학적인 관점도 도움이 많이 됐어요. 한의학 이론을 문제 해결의 측면에서 바라볼 수 있으니까요. 증상을 해결하기 위해 계획을 짜고, 목표를 정해 설계하고, 테스트 후 결과를 보며 피드백하는 과정들이 제게 자연스럽게 배어있었어요. 언뜻 생각하면 수학 공식처럼 딱 될 것 같지만 실제로 만들어보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올 때가 많아요. 그러면 그것을 해결해 가는 게 제 일이었거든요. 마찬가지로 진료할 때도 ‘완치까지의 한약 복용량’ 등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보니 비슷한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덕분에 너무 철학적이거나 뜬구름 잡지 않지 않고, 공학적인 관점에서 한의학에 접근할 수 있어서 큰 도움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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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수험생 직업병을 전문적으로 보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제가 고등학교 때부터 소위 말하는 ‘수험생 직업병’이 있었어요. 시험 때만 되면 체하고 배 아프고 화장실 달려가고 그러니까 힘들었죠. 그래도 그때는 어려서 시험이 끝나면 괜찮아지고, 더 힘들 때는 동네 한의원에서 한약 지어 먹으면 괜찮아졌어요. 그런 식으로 넘겼는데 두 번째 입시를 치르면서 너무 힘들더라고요. 여러 문제가 동시다발적으로 다 올라오고 나중에는 밥을 못 먹을 정도로 힘들어져서 한약으로 달래가며 가까스로 시험을 봤어요. 그런데 수능이 끝나고 한의대를 다니면서도 증세가 안 없어져서 혼자 나름대로 공부하고 치료해 보니 그제야 좋아졌어요. 그때 저 같은 사람들이 또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한의 치료가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시작하게 되었어요.


Q2. 한의대생 시절에는 주로 어떤 증상들이 나타나셨나요?


저는 예과 때가 제일 힘들었던 것 같아요. 수능을 보고 탈진된 상태에서 평생 가본 적 없는 지방 원광대학교 앞에서 처음으로 자취하게 되었어요. 주말에는 매주 서울에 올라와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했고요. 원래 비염이 견딜만한 정도로 있었는데, 당시에는 상당히 심해져서 밤에 잠을 못 잤어요. 잘 때 코가 아예 막히거나 콧물이 너무 흘러서 잠이 깨는 정도였어요. 교수님들을 찾아다니면서 침도 맞고, 한약은 제가 직접 공부해서 지어먹으며 어느 정도 진정이 됐죠.


예비역들이랑 밤마다 술을 마시다 보니 갑자기 역류성 식도염도 생겼었어요. 눕지 못해 앉아서 잘 정도였고, 시험 기간마다 증상은 더 심해졌습니다. 그런데 한의학을 공부하다가 비위를 다스리면 식도염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도 좋아진다는 내용을 접하게 됐어요. 더 알고 싶어서 저 자신에게 계속 임상시험을 했죠. 방제학, 동의보감, 고방 등도 공부하고 학회, 스터디, 침구 동아리도 계속 참여하면서 치료법을 찾아갔어요.


그랬더니 역류성 식도염도 좋아지더라고요. 나만 좋아지는 건지 궁금해서 친구들에게도 시험해 봤는데 역시 좋아졌어요. 임상에 나갔을 때 비염, 식도염 있는 어르신들에게도 이 치료법이 효과가 있었습니다. 정말 신기하지 않나요? 옛날 사람들이 도대체 이 치료법을 어떻게 알았을지를 생각하니 재미있고 보람도 있는 거죠. 그러면서 점점 실력을 쌓게 됐어요.


Q3. 수험생 직업병 치료가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수험생들은 특수한 상황이에요. 일반 통증 환자들하고는 다르죠. 입시라는 거대한 압박감도 있고, 끊임없이 공부해야 하므로 쉴 수 없고 아파도 안 되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상담할 때도 아이와 부모의 마음을 함께 이해해야 해요. 특히 부모님들께 “이게 단순한 꾀병이 아니다. 현재 상황이 계속되면 성인병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 잘 치료하면 아이가 공부하는데 효율도 훨씬 높아지고 시험 때까지 편안하게 공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부분들을 잘 말씀드려서 납득시키는 것이 치료의 시작이에요.


그 이후로는 아이의 체질과 증상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약해진 부분을 보충해 줍니다. 요즘 아이들은 합병이 많아서 약을 쓸 때 단순하게 증상과 처방을 일대일로 대응시키지 않아요. 합방으로 처방을 내린다면 그 비율이 중요하죠. 아이의 상태가 심리적인 부분이 크다면 해결해 줄 약재 비율을 높여서 군약으로 쓰고, 오장육부 중에 문제가 있으면 해당 약재 비율을 높입니다. 그리고 공부하다 보면 다시 힘들어지는 경우가 생기는데 이때 어떻게 할지 미리 티칭을 해줘요. 심리적인 안정도 상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수능까지 책임지고 이 아이를 안 아프게 해 준다는 점이 다른 질환군 진료와는 좀 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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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도환 원장님의 저서 <성적도 치료가 되나요>


Q4. 신문, 유튜브 등 다양한 매체에서 활동하고 계시는데,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앞에서 말했듯 널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수험생 직업병으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데 단순한 영양제 등에 의존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부모 입장에서는 잘 모르면 해 줄 수 있는 일이 얼마 없는 거예요. 머리가 계속 아프다고 하여 병원에 가서 검사해 봐도 별 이상이 없다고 하고, 영상을 찍어봐도 뇌에 이상이 없이 신경성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당사자는 굉장히 힘들거든요. 진짜 고통이 있는 거예요. 그래서 이런 증상들을 본질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우리 한의원을 어떻게 알릴까 고민하다가 하나씩 시작하게 됐습니다. 실제로 유튜브, 블로그 등의 매체를 보고 환자분들이 많이 찾아오세요.


Q5.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 때 제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부분이 무엇인가요? 추후 콘텐츠 제작에 관심이 있는 한의대생들에게 조언도 부탁드립니다!


의료 분야라 해도 너무 딱딱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저의 성향이기도 한데 너무 진지하면 힘들더라고요. 중간중간 재미도 있고,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표현도 쉽게 하고요. 전문용어로 설명할 때 환자가 이해하지 못하면 내 지식을 자랑하는 것뿐입니다. 그래서 알기 쉬운 비유도 들고 대화하듯이 얘기를 풀어가는 편이에요.


Q6. 원장님의 한의원 운영에 대한 철학이 있으신가요?


철학이라기엔 좀 거창하고, 요즘 자주 하는 생각은 환자의 마음을 알아주자는 거예요. 의료인들이 본인의 의술, 치료법에만 몰두하다 보니 환자의 심리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은 것 같아요. 보통 병원에서 검사 결과만 보고 진단을 내리잖아요. 그런데 사실 환자도 사람인지라 마음이 있는 거죠. 환자들과 대화를 많이 해보면 더 느껴져요. 단순한 치료가 아니라 이 사람이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풀리지 못한 것이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돼요. 몸과 마음의 문제를 아울러서 해결해 줄 수 있는 한의사가 되는 게 목표입니다.


Q7. 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Up (가장 뿌듯) & Down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으로 무엇이 있으신가요?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은 아니고 잔잔한 성향인 것 같아요. 아내는 제가 감정이 메말랐다고 해요. 그래서 심하게 힘들거나 굉장히 좋기보다는, 매 순간에 어려움과 즐거움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한의대에서는 새로운 어려움이 있었고 거기서 얻는 즐거움도 있었어요. 한의원을 차린 후로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것이 있었고, 생각 외로 잘 되는 것도 있었죠.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가 Up & Down인 거예요. 그래서 저는 어떻게 하면 추진력을 잃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주로 생각해요.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지, 어떻게 하면 여기서 더 나아갈지 고민합니다.


Q8. 계속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원동력이 있으신가요?


다양한 이유가 있을 텐데, 일단 저는 늘 도전해야겠다는 마음이 있는 것 같아요. 몸속에 항상 새로운 걸 해보고 싶다는 뭔가가 있어요. 실제로 제가 살아온 삶을 보면 2년 주기로 변화가 있었습니다. 회사도 2년 다니다 옮겼고, 한의대 졸업 후 부원장도 2년씩 2번 했어요. 개원하고 2년 정도 지나니까 새로운 걸 하고 싶어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었어요.


일반 동네 한의원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특화 프로그램을 만들었더니 또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성장한 거죠. 덩달아 다른 곳에서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생겨서 한의원을 이전했습니다. 지금 자리에서 2년간 고생하다 또 새로운 일을 생각해냈고 계속 적용 중입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할 때 단순히 해보고 싶다는 이유로 무작정 하는 것은 아니고 많은 부분을 고려한 후에 실행으로 옮겨요.


Q9. 요즘도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계시나요?


그렇죠. 사람들이 저를 알 방법을 계속 고민하고 있거든요. 어떤 매체를 써야 하고, 어떻게 알려야 사람들이 우리 한의원의 좋은 시스템과 치료법을 알게 될지 고민해요. 단순히 블로그에 글만 올린다고 홍보가 되는 것도 아니고,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게 무엇일지 지속해서 고민을 해봐야 하죠. 여러 시도를 하며 감을 가지려고 하고 있어요.


Q10. 병원 마케팅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도 많은데, 그런 곳의 도움도 받으시나요?


마케팅 업체와도 협력해 봤는데 그때 느낀 점이 그냥 맡겨놓으면 안 된다는 것입니다. 업체는 돈만 벌면 되고, 그러려면 한의원이 그냥 현 상황 유지만 해도 되니 발전이 없는 거죠. 그래서 우리가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요청을 많이 해야 해요. 그리고 원장으로서 변화를 빠르게 인지해야 하죠. 변화를 주니까 환자가 어떻게 바뀌었고, 어떤 환자들이 방문하는지 피드백을 계속해서 업체에 전달해야 해요.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피드백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할 때 성장할 수 있습니다.


Q11. 어떤 분들에게 한의사라는 직업을 추천하시나요?


한의사에게 맞는 성향이 딱 있기보다는 다들 자기 성향에 맞게 한의사를 하는 것 같아요. 본인의 스타일을 알아야 하고, 더 중요한 건 시장 상황이나 다른 사람들의 상황을 알아야 하는 것입니다.


Q12. 앞으로 한의사가 될 한의대생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지금 제가 하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조금 먼 미래일 수 있어요. 지금 당장 졸업하고 병원에 갈지 부원장을 할지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개원 후 이야기를 하면 잘 와닿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 학생들에게 우선 국시를 통과하고, 다른 고민은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Q13. 뭘 할지 아직 잘 모르겠다면 일단 눈앞에 주어진 것에 집중하라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죠. 지금 뭘 하라고 해도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예를 들어 지금 동의보감 몇 번을 읽으라고 하면 못 읽잖아요. 이게 도움이 된다고 해도 여건이 어렵거든요. 그래서 지금 급한 불부터 끄고 고민이 생기면 그 고민과 관련된 사람들, 나보다 먼저 그 고민을 한 선배님들에게 물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듣는 얘기가 확실히 잘 와닿더라고요.


Q14. 앞으로의 목표, 되고 싶은 한의사의 모습이 궁금합니다!


현재 목표는 한의원에서 더 나가 한방병원을 세우는 것입니다. 어떻게 갈지는 아직 고민 중이지만 목표를 세워놓고 거기에 맞게끔 변화를 주며 성장하려고 해요. 예전에는 정말 제가 원하는 모습, 하고 싶은 모습의 한방병원을 생각하고 고민했어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 환자분들의 마음이 무엇인지를 계속 생각하다 보니 이제는 사람들이 원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생각이 생겼습니다. “내가 원하는 게 이것인데 여기에 맞는 모습이 뭘까?”보다는 “사람들이 이걸 많이 힘들어하는데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뭐지? 어떤 시스템을 만들어야 하지?”라는 생각인 거죠.


Q15. 앞으로 원장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요?


제가 예전에 마음공부를 했었어요. 한의대에 왔는데 마음이 힘든 거예요. 그래서 한방신경정신과 박사 과정도 갔었고, 마음 치료하시는 한의사분도 찾아가서 많이 배웠습니다. 마음이 힘든 사람을 치료할 때 보통은 어떤 처방을 쓸지, 어떤 얘기를 해 줄지 고민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힘들 때 옆에서 이거 해라, 저거 해라 그러면 어때요? 쉽게 바뀌지 않죠. 마음이 아픈 사람은 몸이 아픈 사람보다 치료가 100배는 힘든 것 같아요.


스승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내가 행복하면 주변이 행복해진다.” 내가 마음이 평화롭고 기쁘면 환자들이 거기에 영향을 받아서 바뀐다는 거죠. 그래서 내가 흔들리면 안 되고 나의 수양이 제일 중요해요. 같은 맥락에서 의도적으로 세상을 어떻게 바꾸겠다기보다는 내가 정말 기쁘게 뭔가를 하면 주변에서 그 영향을 받아 변하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상에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16. 그러면 원장님께서는 어떻게 편안함 내지 기쁜 마음을 유지하시나요?


간단하게 말하면 다른 일을 하면 됩니다. 잡생각을 그냥 두면 부정적인 생각이 늘어나요. 그래서 의도적으로 다른 일을 통해 부정적인 생각을 피하는 거죠. 부정적인 내용의 기사 대신 좋은 기사, 좋은 글을 읽고, 몸도 계속 움직이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더라고요. 마음공부를 할 때 스승님한테 배운 게 제 화를 먼저 참는 거였어요. 세상에는 내 마음대로 안 되는 부분이 당연히 있는데, 내 화도 참지 못하면 어떻게 환자를 치료하겠냐는 깨달음을 얻었어요. 그러면서 많이 변했죠.


원래는 제 성격이 까칠했습니다. 좋게 말하면 샤프한 거고, 안 좋게 말하면 공대틱한 까칠함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는데, 회사에서 과장이었을 때 연세대 공대 학생들에게 산학 과제를 맡긴 적이 있어요. 박사 과정 학생들인데도 프로젝트 내용이 너무 성에 안 차서 심하게 뭐라고 했더니 그 학생들 선배였던 회사 후배가 제가 너무 까칠했다고 전하더라고요. 저는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들의 기준이 높았던 거예요. 늘 그렇게 살아와서 몰랐는데 그때 느꼈어요. 당시 알던 사람들은 나중에 만나면 상당히 부드러워졌다고 하더라고요. 이 좋은 변화를 토대로 세상에도 좋은 영향을 끼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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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경험을 하며 지금에 이르신 김도환 원장님의 이야기가 인상 깊게 다가왔습니다. 늘 도전하는 마음으로 추진력을 잃지 않으려 하신다는 말씀에 저희 자신도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환자분들의 마음을 알아주고, 환자분들이 원하는 진료를 향해 나아가는 원장님의 앞날을 응원해 드립니다!


(본 인터뷰는 방역 수칙을 준수하여 진행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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