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무용과 한의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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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하반기에 다시 찾아온 스우파 시즌2. 다들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번 미션에서는 한국 무용수분께서 직접 출연하시는 등 보다 다양한 장르가 융합된 무대들을 볼 수 있어 더욱 흥미진진했는데요. 한국 무용과 스트리트 댄스뿐만 아니라, 춤과 한의학의 만남이 궁금했던 분들을 위해 대만드 동물들은 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 이화진 박사님을 찾아뵈었습니다. 춤추는 한의학으로 몸과 마음의 균형을 회복하는 방법을 고민하시는 이화진 박사님의 이야기, 함께 들어 보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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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안녕하세요.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춤추는 한의학’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한방무용치료연구센터의 대표를 맡은 이화진입니다. 2010년부터 9년 정도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기공요법실 연구원으로 재직하면서, 다양한 질환별 증상을 완화할 수 있는 기공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하는 일을 했습니다. 병원에서 나온 뒤로는 주로 대학 강의와 개인 수련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3년 5월 말 연구센터를 오픈하여 현재는 지금까지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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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박사님의 요즘 일과와 한 주 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학기 중에는 주 4일은 강의를 하고 나머지 2~3일은 춤을 추거나 태극권을 수행하면서 움직임에 대한 작업을 합니다. 지금은 연구센터의 소소한 살림들을 정리하는 중이고 그 외 7, 8월에 예정된 특강과 워크숍을 준비하면서 10월에 있는 공연 연습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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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첫 전공인 한국 무용을 선택한 계기가 무엇인가요?


계기라고 말씀드릴 만한 것이 없는 게, 제가 다섯 살 때 무용을 시작했어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대학에서도 무용을 전공하게 된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어릴 때 무용을 시작해서 이것밖에 할 줄 아는 게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예요. 예고를 나와 대학에서 무용을 전공하게 되었으니까요.


Q2. 무용학부 시절에 어떤 학생이셨나요? 기억에 남는 활동이나 고충이 있으셨나요?


외부적으로는 조용한 편이었고 교수님이 시키는 건 다 했으나, 내면적으로는 아주 많은 일탈을 꿈꾸는 학생이었어요. 아실지 모르겠지만 무용과 기강이 굉장히 세답니다. 무용과는 주로 단체로 하는 활동이 많은데 그 외의 뭔가 다른 걸 하면 그 단체에서 벗어나게 되는 거예요. 그래서 보통은 교수님이나 선배들의 눈초리가 무서워 웬만해서는 그 안에서 벗어나지 않으려 합니다. 그런데 저는 좀 이상하게 계속 뛰쳐나가고 싶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오히려 무용이 아닌 다른 것에 더 관심이 많았고, 일탈을 실행하면서 따가운 눈초리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하루는 무용 공연 연습을 하는 도중에 연극 연출을 하시는 분이 오셔서 연습했던 것을 다 바꿔 놓으시더라고요. 갑자기 오셔서 지적하시는 모습에 반감도 들었지만, 동시에 ‘도대체 연출이 뭘까?’라는 호기심도 생겼어요. 그래서 직접 나가서 연극 연출을 공부해 보기도 했고, 때론 연습에 빠져서 혼나기도 했어요. 선배들이 보기에 저는 분명 무용과가 맞는데 무용과가 아닌 것 같은 학생이었을 겁니다.


Q3. 무용학부 시절에 한의대생들과 함께 기공 동아리 활동도 하셨다고 들었는데요. 기공학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교 신입생 때 한의대 선배님들이 오셔서 기공 동아리를 만든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때 무용과 학생 40명 중 부산에서 올라온 저와 저의 단짝 친구 두 명만 멋모르고 창립 멤버로 들어간 거죠. 아직도 기억에 남는 게 한의대 선배님들이 “한의학도 춤도 모두 인간의 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니 두 개를 같이하면 분명히 서로에게 좋은 점이 있을 것이다.”라고 하시더라고요. 다른 친구들은 아마 우리가 무용과니까 으레 하시는 이야기일 거로 생각하는 것 같았는데 저는 왠지 좀 끌렸습니다.


그래서 그 친구와 동아리 활동을 굉장히 열심히 했어요. 기공을 수련하는 게 오히려 공연 연습하는 것보다 좋더라고요. 저한테 맞았던 것 같아요. 무용 예술 같은 경우에 춤은 타인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하는 것인데, 기공 수련은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련이었거든요. 또 너무 어릴 때부터 무용하다 보니 당시 ‘내가 지금 이걸 왜 하는 걸까?’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데 마침 기공을 접하게 된 것이죠. 그러면서 제 몸이 변화하는 것을 크게 경험했고, 그때부터 기공에 더욱 빠지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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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무용학부 석사 과정을 마치시고 베이징무도학원에서 소수민족 춤을 배우셨다는 인터뷰를 읽었는데요. 어떠한 계기로 배우게 되셨나요?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의 지원을 받아 1998년부터 1년간 베이징무도학원의 소수민족과로 연수를 다녀왔어요. 춤은 고대 샤먼에서 기원해서 지금의 무용 예술로 변화·발전됐다고 말할 수 있는데요. 고대의 춤이 가지고 있던 치유적 기능들은 현대에 이르러서는 거의 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소수민족들의 춤은 아직 그 원시성이 훼손되지 않았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원시 무용에서 나타나는 춤의 치료적 기능을 확인하고, 배우고 싶어서 중국에 가게 되었어요.


Q2. 베이징무도학원에서의 경험이 박사님께 어떠한 영향을 주었나요?


생각했던 것처럼, 소수민족들의 춤은 미학적인 것을 추구하기보다 자연에 순응하는 인간의 모습 혹은 자연과 하나가 되기 위한 의식이나 기도 같은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어요. 그 모습을 보면서 결국 인간과 자연이 하나로 연결된 관점에서 춤을 해석하고 바라봐야 한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한의학이 자연의 이치를 인체에 투영한 학문이라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인간을 하나의 자연으로 인식하는 한의학을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히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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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침구경락학 석사 과정을 밟으신 계기는 무엇인가요?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대학교 신입생 때 한의대 기공 동아리 창립 멤버로 기공을 접하게 되었고, 그 당시 기공 수련을 통해 몸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경험하면서 몸을 통한 치료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리고 무용과 대학원을 마치고 중국 소수민족들의 춤을 경험하면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가장 직접적으로 조절하는 방법이 춤과 기공이고, 이 둘은 서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어요. 고대 샤머니즘에서는 예술과 종교와 철학이 분화되지 않은 상태였잖아요? 그러한 관점에서 볼 때 몸이 주체가 되는 춤과 한의학의 기공은 그 기원이 같다고 볼 수 있는 거죠. 결국 뿌리는 같은데 하나는 질병을 치료하는 의학적인 분야로, 그리고 다른 하나는 무용 예술로 발전이 되어 왔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그렇다면 나는 무대에 서는 것보다 기공 수련을 통해 내 몸이 좋아진 경험을 나누고 싶다.’라고 생각하면서 한의학 공부를 해봐야겠다고 결심했는데 마침 1999년 경희대학교에 동서의학대학원이 새롭게 만들어졌어요. 의학과 다른 분야의 학문을 융합하는 대학원 과정이 생긴 거죠. 그때 ‘의학과 무용을 결합해서 무언가 새로운 방법들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를 하고 시험을 봤습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낙방했고, 5년 후에 다시 시험을 봤죠. 그때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셨던 이혜정 교수님께서, ‘무용했던 친구가 또 왔네? 정말 뭔가 하려나 보다.’ 이렇게 생각을 해주셔서인지 다행히 대학원에 들어가게 됐어요.


Q2.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에서 석박사 과정을 밟으시며 기억에 남는 장면이나 고충이 있으셨나요?


정말 매일매일 울었어요. 한의학과 무용은 학문적으로 전혀 다른 계열이니까요. 아마도 지도교수님이셨던 이혜정 교수님께서는 제가 전혀 다른 분야의 전공을 했던 학생이니 과연 잘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셨을 것 같아요. 그래도 제게서 열심히 하려는 의지를 느끼셨는지, 너무 감사하게도 풀타임으로 연구하면서 공부할 기회를 주셨습니다. 매주 랩 미팅을 하고 논문을 발제했었는데, 그런 경험을 난생처음 해봤어요. 그나마 중국에 1년 동안 연수를 다녀온 게 도움이 됐었죠. 석사 과정을 마치고 박사 과정을 할 때는 원전 교실과 책 한 권을 챕터별로 번역하는 스터디에 참여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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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연구 중인 이화진 박사님


지금 생각해 보면, 당시 너무나 낯선 세계에 적응하면서 공부하는 것이 무척 힘이 들었지만, 반대로 교실원분들도 한의학을 연구하는 그룹에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 함께 있으니 낯설고 어렵고 힘들었을 것 같아요. 그래도 이혜정 교수님과 박히준 교수님을 비롯한 랩 식구들이 저를 잘 이끌어 주시고 도와주셔서,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지금까지 하며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정말 기적 같은 시간이었다는 말밖에는 달리 드릴 말씀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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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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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한방 무용 치료와 기공요법에 대해 간단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기공은 생명의 에너지인 기(氣)를 매개로 질병 치료와 양생을 도모하는 모든 방법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공요법은 질환의 특성과 환자의 상태를 한의학적인 원리로 파악하고, 여러 기공 공법 중 환자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을 치료 및 회복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한방 무용 치료는 한의학의 치료 원리를 바탕으로 기공과 춤을 결합한 형태의 맞춤형 치료 무용입니다. 우리 몸속에서 끊임없이 순환하는 기의 흐름을 원활하게 하거나 아직 드러나지 않고 잠재된 기의 운동성을 끌어내는 것이 목적이에요. 들이쉬고 내쉬는 호흡에 의한 기의 승강출입과 움직임을 통한 경락과 경근 자극을 통해 자연스럽게 기혈 순환을 유도해서 우리의 몸과 마음이 조화로운 상태로 회복될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이죠.


Q2. 한방 무용 치료와 기공요법은 어떠한 공통점이 있나요?


사람의 몸에서부터 출발한다는 공통점이 있네요. 질환이나 증상보다 그 사람의 몸 상태와 마음의 상태, 그리고 호흡의 패턴까지 잘 살펴야 하거든요. 그래서 한방 무용 치료와 기공요법 둘 다 어느 한 부분이 아닌 그 사람의 전체적인 상태를 알아차리고 거기에 맞는 방법들을 알려드려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또 수동적인 관계로 단순히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는 능동적인 치료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사실 한방 무용 치료는 기공의 원리를 베이스로 하고 있습니다. 명칭이나 형태만 조금 다를 뿐이지 원리는 같으므로 둘을 구분해서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Q3. 한방 무용 치료와 기공요법은 어떠한 차이점이 있나요?


한방 무용 치료와 기공요법의 한의학적 원리는 같아요. 아까 말씀드렸듯, 몸의 움직임과 호흡, 마음 (의식)을 조절하는 것이 기본 원리이죠. 차이점이 있다면 기공은 공법마다 정해진 형식이 있는 것에 비해, 한방 무용 치료는 환자 맞춤형으로 진행되고 춤의 율동적인 움직임과 호흡으로 형식적인 면에서 조금 더 자유롭고 편안하게 배울 수 있다는 점 정도가 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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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기공요법실을 찾는 환자분들은 주로 어떤 질환으로 내원하시나요?


주로 입원 환자와 외래 환자로 나눌 수 있고 또는 본인이 하고 싶어서 오시는 분과 주치의가 권유해서 오시는 분, 두 부류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질환으로 보면, 통증을 주소증으로 하는 근골격계 환자와 소화불량/불면/비만 등 기능성 장애가 있으신 분들이 많이 오십니다. 또한 안면 신경 마비와 퇴행성 뇌신경 질환인 파킨슨병 환자분들이 내원하시고, 그 외에도 부인과·체질과 및 암 환자분들도 많이 오셔서 개별 맞춤형 기공 교육이 진행됩니다.


Q2. 기공요법실에서는 어떻게 프로그램이 진행되나요?


각 과에서 처방을 넣어주고 환자분들이 오시면 교육이 시작되는데요. 실제 프로그램은 질환마다 조금씩 다르며 일대일 교육 혹은 그룹 교육으로 진행합니다. 교육 빈도는 보통 주 3회 혹은 주 2회로 진행이 되고, 안면 마비 프로그램 같은 경우에는 주 5회, 매일 교육을 했어요.


기공요법실에서는 어떤 특정한 공법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각 환자분의 증상과 상태에 맞게 최적화시킨 방법을 활용해요. 예를 들어 기운이 없거나 서 있는 자세가 불편한 환자분들은 처음에는 누운 상태로 이완법을 진행하면서 몸과 마음을 가볍게 풀어주고 호흡법을 진행하죠. 그런 후에 환자분이 충분히 동작을 수행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기공 공법을 알려드립니다.


환자분들은 이미 내적으로도 외적으로도 균형이 많이 무너져 있어서 최대한 단순하게 접근해야 해요. 그래야 방법을 받아들이시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단계까지 도달하실 수 있어요. 저는 전체 과정에서 환자분들이 self-regulation을 할 수 있도록 안내자 같은 역할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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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희대학교한방병원 기공요법실


Q3.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으신가요?


좋아진 사례는 너무 많죠. 심지어 불면증 환자는 방송공(放鬆功)을 하다가 주무세요. 특히 저는 소아마비를 앓아 몸이 많이 무너져 있던 외래 환자분이 기억에 남습니다. 거동이 불편하심에도 외래에 오시는 날은 기공 교육을 꼭 받고 가셨어요. 다른 분들처럼 앉거나 눕는 자세가 자유자재로 안 되는데도 불구하고요. 이렇게 마음을 내셔서 하시는 걸 보면 ‘내가 가는 길에 어려움도 많지만, 그래도 잘 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분을 통해 지금 제가 하는 일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질 수 있었어요. 그래서 그 환자분이 기억에 많이 남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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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박사님의 이전 연구에서는 주로 특정 질환에 대한 기공요법의 효능을 논의해 주셨는데요. 기공요법과 한국 무용이나 삼림요법의 결합 등 타 분야 간의 융합에 관해서도 연구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연구 주제가 변화하신 계기가 있으셨나요?


그건 아마도 상황이 바뀌어서 그렇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네요. 이전에는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주로 질환 중심 프로그램을 연구했어요. 지금은 병원을 나와 조금 더 자유로운 상태라 여러 가지 다양한 접근을 시도해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연구 주제는 바뀌었어도 핵심 원리는 동일하기에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Q2. 현재 진행 중이신 연구에 대해 들어 볼 수 있을까요?


현재 경희대학교한방병원에서 다빈도 만성 질환군에 양의·한의 협진 근거를 통한 통합 의료 표준 진료 경로 (Clinical Pathway, CP)를 제시하는, 실제 환자 중심 맞춤형 통합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연구팀은 요추 추간판 탈출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요. 양한방 치료와 더불어 개발된 한방 무용 치료 프로그램의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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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2005년 기공공법 지도가 신의료기술로 결정되었음에도, 아직 로컬 한의원에서 기공요법을 활용하는 경우는 드문 것 같습니다. 종합병원에서 기공요법의 활용도와 인식은 어떤가요?


제가 병원에 있을 때는 기공요법에 대한 기본 수가 코드가 있어서 담당 교수님이 처방을 내려주셔야 환자분들이 기공 교육을 받으실 수 있었어요. 환자분들이 주치의분께 기공하고 싶다고 요청하는 때도 있었고요.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침·뜸·약과 더불어 환자분들이 직접 할 수 있는 기공요법 등의 방법을 제공해 주면 시너지 효과도 있고 환자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는데요. 시간적, 경제적 그리고 의료법적 문제들과 기공요법에 대한 인식의 부재 등 여러 가지 문제들로 활성화되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쉬워요.


하지만 담당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신 경우도 있어요. 안면 마비 센터장이셨던 이상훈 교수님께서 먼저 제안을 해주셔서 안면 마비 환자를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고, 지금까지도 환자분들께 전문의가 동영상 교육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학병원에서 프로그램이 활성화되고 또 좋은 효과를 얻는다면 로컬에서도 이를 활용해 환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Q2. 그렇다면 기공요법과 한방 무용 치료를 활성화하기 위해 한의계가 어떤 부분을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한의계를 잘 안다고 할 수 없어서 말하기가 좀 어렵고요. 개인적으로는 의료계에 환자 중심의 종합적 사고가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실제로 해외에서는 환자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보완 대체 요법들이 활용되고 있어요. 음악 치료 같은 경우도 우리나라에서는 단순히 악기를 연주하거나 음악을 듣는 방식이라면, 해외에서는 노래를 부르면서 율동하는 토털 케어 방식으로 가고 있죠.


그런데 우리나라는 아직은 보완요법을 인정하지 않는 분위기라, 환자에게 조금 더 도움을 주는 방법일지라도 의료기관에서 활발히 시행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한의학 범주 내에서 실질적으로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면, 그것을 최대한 활용하셨으면 좋겠어요. 특히 우리나라도 이제는 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기 때문에 한의학의 양생법을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시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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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기공요법가·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가 되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하나요?


요즘 제가 고민하는 부분입니다. 사실 저는 목표를 정해두고 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가 된 게 아니에요. 제가 좋아하고 적성에 맞고 원하는 거라서 계속하다 보니 ‘한방 무용 치료’라는 이름을 붙이게 된 거죠. 그래서 아직 기공요법가나 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기관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제 연구센터가 생겼으니,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을 잘 정리하고 지도사 과정을 만들어서 인력을 양성하고 배출해 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어요.


Q2. 기공요법가·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적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을까요?


기본적으로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이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는 앞서 말씀드렸듯이 관계가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특히 한방 무용 치료는 환자분들을 직접 마주하고, 호흡 방법과 움직임을 알려드리면서 치료를 진행하거든요. 이 과정들을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진행하려면 그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불어 자기 수행을 즐기면서 그것을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있는 사람이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Q3. 한국 무용과 한의학 (혹은 기공요법)의 공통점과 차이점이 궁금합니다.


한국 무용과 한의학은 예술과 의학이라는 분야로 굉장히 이질적인 학문으로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한의학과 춤은 그 주체와 대상이 인간의 몸이라는 측면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출발선상에 있다고 생각해요. 단지 그 목적에 따라 다르게 분류될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 무용은 자연스러운 흐름을 추구해요. 호흡도 춤사위도 인위적이지 않죠. 한의학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연성을 회복함으로써 자연적인 치유를 도모한다는 점에서 한국 무용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의학에서 기공은 인간을 자연적인 상태로 회복하는 과정에 있어 고정된 형식이 있다고 할 수 있어요. 예를 들면 태극권이 원의 형태로 움직이는 운동의 속성을 추구하는 것처럼요. 형식 안에서 자연스러움을 추구하는 것이죠. 반면, 춤은 자유로운 형태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어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불완전한 상태를 완벽하게 가져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 불완전함을 계속 받아들이면서 불완전함에서의 자유로움을 추구해요. 개인적으로 기공이 삶의 도(道)와 같다면, 춤은 삶의 도를 넘어 자연스러움과 불완전함의 모든 관계를 자유롭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하는 예술적인 수행이라고 생각합니다.


Q4. 앞으로 연구자, 그리고 기공요법가·한방 무용 치료 전문가로서 박사님의 목표와 계획이 궁금합니다.


뚜렷한 목표와 거창한 포부는 없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을 꾸준히 해나가면서, 주변을 조금씩 둘러보려고 합니다. 제가 해왔던 것을 환자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보급할 방법에 대해 고민할 것 같아요.


Q5. 한의대생이나 한방 무용 치료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요즘 학생들은 뭐든 다 잘하는 것 같더라고요. 저의 경험에 비춰본다면 “스스로 되어라.”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자신을 알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온몸과 마음을 던져서 스스로가 되어가는 과정을 경험하면 좋겠어요. 이는 머리로만 하는 경험이 아닌 몸으로 하는 경험을 말합니다. 지금 하는 모든 일이 무엇 때문이 아니라, 나다운 나를 찾기 위해서 걸어가는 과정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질문을 받으니 알록달록 다양한 색깔의 열매들이 열려있는 큰 나무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한의학의 기본 원리가 나무의 뿌리라면, 그 가지에 형형색색 다양한 열매가 주렁주렁 많이 달렸으면 좋겠어요. 한 나무에서 열린 과일들도 그 맛과 색과 향이 다 다르잖아요. 모두가 각자의 빛을 발할 수 있도록 자기만의 우주를 내면에서부터 찾아 나갔으면 좋겠어요. 우주라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자기 자신이 추구하는 세계라고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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춤과 한의학. 조금은 낯선 두 분야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한약과 침구 치료를 넘어 더 넓은 영역으로 치료의 개념을 확장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방법은 조금씩 다를지언정, 모든 치료는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출발한다는 점을 가슴 깊이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대만드 동물들을 따스하게 맞아주시고, 많은 질문에도 정성껏 답해주신 이화진 박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박사님께서 앞으로 걸어가실 순간들을 대만드가 응원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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