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뉴욕에서 바라본 한의학]

美 뉴욕 코넬의과대학 세포발생생물학과에서 Postdoc으로 있습니다.
한의사로써 현재의 최신 생명과학 연구방법들과 일선의 연구들을 알아가는 데에 있어 배우고 느끼는 점들을 소개할 예정입니다.

한의사 김승남 프로필

#3. 뉴욕에서 살아 간다는 것 (1)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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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글은 요즘의 일상 생활을 다뤄 볼까 합니다. 이제 미국에 정착한지도 반년이 넘었습니다. 미국에 사는 사람들이 처음 정착할 때 어려웠던 점을 많이 떠올리게 되는데, 사실 뉴욕생활의 정착은 특별히 어려울 게 없었습니다. 지하철과 버스 등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워낙 다양한 배경과 성격을 가진 사람들이 살고 있다 보니 음식도 먹을만하고, 기타 생활 환경도 치우쳐져 있지 않습니다. 더구나 유학생이나 이민 인구도 많아 한국인들을 쉽게 볼 수 있고, 마음만 먹으면 한국 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대도시이니만큼 생활 면에서도 마트가 가까운 곳에 다양하게 있고, 거의 전 지역을 커버하는 ZIPCAR라는 큰 렌터카업체가 가구나 생필품도 구매하기도 좋습니다. 물론 그럼에도 불구하고 FRESHDIRECT나 AMAZON같은 웹사이트를 자주 이용하게 됩니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집 앞까지 배달되는 매력이 있어서요.


서울에도 많은 미술관과 유적지, 관광명소들이 있지만, 해외에 나오니 더욱 그런 것들을 즐기며 살고 싶어집니다. 그런 면에서 뉴욕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비롯한 수많은 미술관, 타임스퀘어 등 다양한 구경거리가 있어서 주말이 늘 즐거울 수 있는 좋은 곳이지요. 물가가 서울보다 많이 비싸기 때문에 아끼면서 살게 되긴 합니다. ^^


제가 살게 된 곳은 ROCKEFELLER 대학 FACULTY를 위해 제공하는 FACULTY HOUSE입니다. 기숙사 같은 개념은 아니고, 1년 단위로 계약을 하는 월세 집이지요. 뉴욕은 거의 모든 집이 이렇게 월세로 살게 됩니다.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은 매우 소수이고, 재테크의 목적이 있겠지요. 실제 뉴욕에서 사는 사람들 환경에 따라 직장도 자주 옮기고 그에 따라 집도 바뀌기 때문에 전세를 사는 사람은 드뭅니다. 이렇게 렌트를 해주는 집들은 건물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건물 안에 여러 가지 요소들을 갖추고 있어서 아파트 같은 생활 환경을 제공해 줍니다. 제가 살고 있는 FACULTY HOUSE도 운동을 할 수 있는 피트니스 센터, 파티 룸, 악기를 연주할 수 있는 공간, 코인세탁기, 택배를 받아주는 패키지 룸(매우 중요합니다. 집에 아무도 없을 때가 많고, 보안상의 문제로 배달부를 집으로 보내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등 입주자들로 하여금 생활에 편리함을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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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적인 면은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다뤄보기로 하고, 뉴욕에 사는 사람들에 대해 간단히 언급한 뒤 글을 마무리할까 합니다. 사실 학회를 다닐 때 뉴욕을 몇 번 들러 봤지만, 외부에서 바라볼 때와 안에서 생활하며 느끼는 뉴욕 사람들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먼저 사람들이 여유가 없는 듯, 있습니다. 일례로 JAYWALKING으로 불리는 이른바 뉴요커의 특징인 일상적인 무단횡단. 차량이 오지 않을 때 무단횡단을 하느냐 안 하느냐를 보고 관광객을 구분한다고 할 정도로 자연스럽게 도로를 건넙니다. 뉴욕대학 앞 큰 광장 사거리에서는 신호체계 때문에 차들이 오지 않는 타이밍이 존재하는데, 대규모의 무리가 사방팔방으로 무단횡단을 해 걸어가는 진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차들은 사람이 없으면 신호를 무시하기도 하고, 앞차 때문에 신호를 놓치면 내내 뒤차들이 다음 신호 때까지 경적을 울려댑니다. 시선을 절대 다른 곳에 두지 않고, 하고자 하는 일만 빠르고 합리적으로 하는 것. 처음엔 차가움을 느낄 정도의 특징이었습니다.


반면 어떤 면에서는 여유가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흔하게 당한 일 중 하나로 이곳 사람들은 흥미로운 주제가 생기면 늘 주위사람들과 대화를 하는 것입니다. 길에서 관심 있는 옷이나 화장품을 보면 덜컥 물어보기도 하고, 길에서 맛있는 음식을 먹고 있으면 그에 대한 정보를 얻고 “본 아페띠~(프랑스어로 잘 먹으란 인사)” 하고 가기도 합니다. 빠르게 앞서 걸어가던 사람이 엘리베이터를 잡아주고 있는 풍경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몇몇 사건으로 뉴욕 사람을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배경과 성격의 사람들을 위한 배려와 그들만의 합리적 경쟁을 치르다 보니 분명 특이하고 재미난 현상들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다음 편에서는 일상적 생활이 아닌, 박사후 연구원의 생활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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