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태형 프로필

East Asian Studies at Hopkins

 

오늘은 존스홉킨스 대학의 동아시아 연구 프로그램(EAS, The East Asian Studies Program)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존스홉킨스는 동아시아와 관련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한 예로 중국 칭화 대학(清华大学)의 북경협화의학원(北京协和医学院, Peking Union Medical College)을 들 수 있습니다. 존스홉킨스 대학은 중국의 첫 번째 의과대학인 북경협화의학원이 1906년에 개설될 당시 핵심적인 역할을 했으며, 메이지 시대 일본의 학자이자 외교사절인 Nitobe Inazo가 19세기에 존스홉킨스 사학과에서 PhD 학위를 받았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에 동아시아 지역이 정치적, 경제적으로 부상함에 따라 존스홉킨스 동아시아 연구 프로그램에서 다양한 협력 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습니다. 1986년에는 중국 난징에 중국 최초의 미국 대학 캠퍼스인 Hopkins-Nanjing Center를 개설하여 중국과 미국 간 서로에 대한 이해와 관계 증진을 위해 노력하였으며, 홉킨스 안에서도 EAS는 School of Arts and Science, School of Advanced International Studies, School of Public Health, Medicine, Nursing 등과의 교류를 통해 다학제간 협력 연구를 추구하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홉킨스에서의 제 PI이신 마타 한슨 교수님이 EAS의 교수진으로도 역할하고 계셨기 때문에 저 또한 이 곳에 도착한 이후 EAS에서 주관하는 여러 행사들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도착한지 얼마 되지 않아 참석한 행사는 “Lunar Year Celebration”이었습니다. 동아시아 연구를 다루는 연구 그룹이다 보니, 음력 설을 별도로 기념하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이 자리에는 EAS 소속의 학부생뿐만 아니라 대학원생들, 교수님들, 그리고 저와 같은 방문 연구자들도 모두 함께 참석하였습니다. 각 국가별 학생들이 자기 국가의 전통 노래를 연습하여 공연하였는데, 평소에 접하지 못했던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EAS에서 주관하는 프로그램에 대해 소개하고, 참여를 독려하기도 하였습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Hopkins-Nanjing Center가 대표적이었습니다. 여름 방학 기간 동안 학생들이 중국 난징에서의 연수 프로그램 참석을 독려함으로써 대학에서 배운 것을 실질적으로 체험하도록 장려하고 있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는, EAS 소속 교수님들과 학생들에게 자연스럽게 저 자신을 소개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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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Lunar New Year Celebration은 한 번으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2월 8일, EAS의 교수님 중 한 분인 Joel Andreas의 집에서 개최한 East Asian Lunar New Year’s Potluck Feast에 초청해주셔서 참석하게 되었습니다. 각자 자신의 음식을 준비해서 함께 나누는 파티였는데, 모두가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교류하고 친목을 다질 수 있었습니다. 보통 미국에서는 소규모 그룹으로 대화를 나누며 서로 소개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하던데, 이번 파티에서는 Erin Chung이라는 한국계 교수님 덕분인지 한국식(?)으로 다 같이 동그랗게 둘러 서서 자기 소개하는 시간을 갖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 못하고, 많은 사람을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소개하지는 못했지만, 이 기회를 통해 서로에 대한 이해와 각각의 연구 분야를 공유하는 의미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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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에서 소개해 드렸던 것처럼 EAS는 홉킨스 내에서도 다양한 분과와 교류를 추구하고 있었는데, 그 실례로 지난 2월 28일에 있었던 First Annual Symposium on Public Health in Asia를 들 수 있습니다. 이 행사는 EAS뿐만 아니라 Public Health Studies Program, The Environment, Energy, Sustainability & Health Institute, The History of Medicine Department, the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학술대회였습니다. 동아시아 보건 의료와 관련한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연구 성과를 발표하였습니다. 고무적이었던 것은 Marta Hanson 교수님의 패널 구성을 통해 한국의 의학과 보건 의료가 “Medicine and Public Health in Korea”라는 제목의 별도 세션으로 꾸려진 사실이었습니다. 이 패널은 Marta Hanson 지도 학생으로 박사 과정 중인 James Flowers와, 저, 그리고 제 대학 동기이자 존스홉킨스 the Bloomberg School of Public Health에서 석사 과정 중인 배선재로 구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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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mes Flowers는 석곡 이규준의 의학에 대해 발표하였습니다. 석곡 이규준의 의학을 형성하게 했던 사상적, 시대적, 지역적 배경에 대한 고찰이 이루어졌습니다. 19세기 말에서부터 20세기 초까지 한국 사회를 둘러쌓았던 독특한 환경은 석곡 이규준의 의학 사상에 대한 관심을 제고하였습니다. 제 발표는 동의보감을 통해 살펴본 17세기 조선의 보건의료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동의보감이 편찬되었던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돌아보고, 동의보감 서문을 통해 편찬의의를 살핌으로써 동의보감의 보건의료적 의의를 소개하였습니다. 또한 이와 같은 편찬 의도가 실제 치료에 있어서는 어떻게 적용되었는지 양생, 전염병 치료, 모자 보건, 단방 요법 등의 항목을 통해 설명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선재의 발표는 현재 한의계 상황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Public Health in Korea and the Role of Korean Medicine”이라는 제목의 발표로 한국의 보건의료 상황을 설명하였으며, 이와 같은 상황에서 한국의 한의학이 어떠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고,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에 대해 논하였습니다. 한국의 의료 환경 안에서 한의학이 지니고 있는 역할 자체가 매우 흥미로운 연구거리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고, 발표 이후 이어진 다양한 질문 및 논의를 통해 이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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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AS는 동아시아 연구, 즉 East Asian Studies의 약자이지만, 안타깝게 대부분의 연구는 중국과 일본을 대상으로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EAS에 한국 학생들의 비중이 조금씩 늘어나고, 한국계인 Erin Chung 교수님이 program director로 계시며, The History of Medicine Department에서도 한국의 한의학을 대상으로 Marta Hanson 교수님의 지도 하에 James Flowers가 박사 과정을 진행함으로써 한국에 대한 관심이 점차 증진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보다 많은 기회를 통해 한국에 대한 연구, 그리고 한국 한의학에 대한 연구가 확대되기를 희망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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