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승민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침구과 전문의로서 활동하면서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미국 뉴욕으로 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의사로서, 강사 및 연구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해외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승민 프로필

꿈을 좇아, 뉴욕으로

 

한국 한의약의 세계화에 일조하는 것! 너무나도 막연한 꿈이었습니다. 지금도 후배 중에 한의약의 세계화를 위해 일하고 싶다고 말하는 친구를 만나면 어디서부터 얘기를 나눠야 할지 막막할 정도로 그 방법은 너무나도 무궁무진하고 다양합니다. 연구자로서 한의약의 치료 기전과 임상 효과를 밝혀내어 세계 학자들에게 논문을 통해 알리는 것도, 책을 통해 세계인들과 한국 한의약에 대해 소통을 하는 것도, 교육자가 되어 직접 해외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도 각각 훌륭한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또는 직접적으로 외국 환자들에 대한 진료를 정말 잘해서 환자들이 몸소 한의약의 뛰어남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역시 한의약 세계화의 일환입니다. 사실 결국, 한의약을 전공하여 어떤 분야에서든지 열심히 한의약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은 결국 모두 넓은 의미에서는 한국 한의약의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제게 한국 한의약의 세계화에 일조할 첫 기회는 학교를 졸업하고 침구과 전문의 자격 및 박사를 취득한 다음 우연히 찾아왔습니다. 2017년 말,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이상재 교수님의 연락을 받고 당시 한약진흥재단 (현 한국한의약진흥원)의 한국 한의약 교육의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었던 동의보감 아카데미 프로그램의 한국 침 관련 강의를 미국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를 들으러 온 외국 학생 및 의료인들과 소통을 하며 그동안 고민했던 한국 한의사의 정의, 위치, 역할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해 볼 수 있었고, 제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후로도 같은 기회를 통해 프랑스, 독일, 미국 등지에서 강의를 꾸준히 하게 되었고, 조금씩 해외에서 직접 환자들을 진료해 보는 직접적인 방법까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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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즈음에서, ‘동의보감 아카데미’에 대해 간략하게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동의보감 아카데미’는 2014년 보건복지부의 한의약의 세계화 사업의 일환으로 시작되어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이상재 교수님께서 운영하고 계십니다. 미국 NCCAOM (National Certification Commission for Acupuncture and Oriental Medicine, 미국 연방 한의사 시험 주관처) 보수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현지의 꾸준한 수요 창출에 발판을 마련하였고, 미국 내 16개 한의대에 동의보감 영문판 등의 장서를 기증함과 동시에, 현지 수요를 미리 점검하여 그에 맞는 강의를 개설하였습니다. 지난 5년간 꾸준히 진행해 온 덕분에 일본, 유럽, 미국 등 세계 전역으로 빠르게 확대되어 현재까지 4,000명이 넘는 수강생이 등록하였습니다. 특히, 2019년 12월에는 그간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의약 교육 콘텐츠 교류를 위해 미국 일리노이주 내셔널대학 (National University of Health Sciences)과 코네티컷주 브리지포트대학 (University of Bridgeport)의 각 의과대학과 학술 교류를 위한 MOU도 체결하였습니다. 이를 통해 각 학교에서 한의약을 정규과목으로 개설할 뿐 아니라, 향후 온라인 강의까지도 확대하여 시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한의약 교육 세계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동의보감 아카데미를 통해 여러 나라에서 한국 한의약에 대해 강의를 하며 제가 느낀 것은 한의약 그 자체를 알리는 것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다소 제한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제 경험에 비춰볼 때, 각 나라에서 생각보다 한의약 그 자체는 잘 알려져 있고 중의약과 다르다는 것도 많이들 알고 있습니다. 현시점에서 더욱 필요한 것은 한국 한의약의 ‘공유’입니다. 한국 한의약의 다양한 치료 도구, 임상 노하우, 그리고 진료 시스템을 공유하며 각 국가의 제도권 내에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그리고 그렇게 함으로써 다양한 한국 한의약 관련 사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것이 더욱더 현실적이고 실체적인 목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저의 꿈만을 좇아 무작정 뉴욕으로 이사 와서 생활한 지 벌써 1년이 넘게 지났습니다. 해외로 나오는 젊은 한의사분들 중에는 박사후 연구원이나 대학원 생활을 하기 위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저는 학교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뉴욕행을 결심하게 되었습니다. 언제든지 기회가 된다면 해외에서 한의사 생활을 해 보는 것이 오랜 꿈이기도 했지만, 남편도 미국에 있는 대학원에 합격해 놓은 상태였고, 미루다 간 결국 평생 못 올 것 같아서 다소 급하게 몇 달 만에 결심하고 준비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집도 맨해튼 내에서 제일 비싼 곳 중 하나라는 월가 중심지에 위치한 럭셔리 아파트를 용기 있게 계약했고, 그 덕에 월세가 4,000불에 육박하는 15평짜리 원 베드룸 집에서 울며 겨자 먹기로 1년 넘게 살아야 했던 웃지 못할 해프닝도 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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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세계에서 가장 큰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생활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외국 환자들을 진료하고 현지 대학에서 강의하는 경험은 무척이나 값진 것이었습니다.


앞으로 본 칼럼을 통해 이러한 경험을 가능한 한 자세히 공유해 보고자 합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저는 다소 급하게 오게 되어 여러 가지 시행착오가 많았지만, 이 글에서 공유하는 정보를 통해 한국에 계신 많은 훌륭한 한의사님들이 미국에 진출하실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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