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전소연
[차이타이타이 대만일기]

대만의 국립성공대학에서 보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습니다. 결혼이민자로 대만으로 건너와 이곳에 정착하여 살게 된 저의 일상과 제 눈에 비추어지는 대만의 모습을 조금씩 소개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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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국립성공대학의 방역 이야기 #TaiwanCanHelp

 

2020년 1월 21일 첫 번째 Covid-19 환자가 보고된 이후, 2021년 3월 31일 현재 대만의 누적 확진 케이스는 1,030건입니다. 그마저도 그중 대다수인 914건의 케이스는 모두 해외에서 들어온 경우이고 국내 발생은 77건뿐입니다. 여전히 실내, 혹은 사람들이 많은 실외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생활하는 새로운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굳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아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환경이지요.


#TaiwanCanHelp 라는 구호 아래 국내 상황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통제하고 나아가 그 경험을 세계와 나누는 데 적극적인 대만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해 국민들은 높은 신뢰와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대만 정부 차원의 방역 정책에 대한 자료는 다른 곳에서도 비교적 쉽게 찾아볼 수 있어, 이번 칼럼에서는 제가 다니고 있는 국립성공대학 (이하 성공대)은 학교 차원에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를 나눠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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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보건복지부에 해당하는 대만의 위생복리부(衛生福利部)에서 매일 보내주는 Covid-19 확진자 보고 메시지. 여전히 1일 확진자 수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안건마다 간단한 설명도 덧붙여 보내준다. 예를 들어 제일 마지막에 있는 케이스 1031번*을 보면 방글라데시에서 3월 26일 입국한 20대 여학생이며 입국 3일 전 음성테스트 결과지를 갖고 왔지만, 자가격리 기간 중인 3월 28일 기침 증세를 보여 다시 검사를 시행하였고 CT 값 (총 사이클 수) 18회의 PCR 검사로 31일 확진을 받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 케이스 530이 입국 당시 샘플 표기 오류로 확진자로 분류되었다가 오진이었음이 판명되고 총확진자 수 통계에서 제외됨으로, 현재 대만의 케이스 넘버링은 총확진자 수보다 1이 더 많다.


2019년 12월 말부터 중국 우한 지역에서 오는 비행기의 탑승객을 대상으로 발열 및 폐렴 관련 증상을 검사하기 시작한 발 빠른 움직임을 기점으로 대만 정부는 2020년 1월과 2월 초 약 5주의 기간에만 124건의 방역 관련 각종 정책을 시행하였습니다 [1]. 대만의 이러한 성공적인 방역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 중 하나가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박사인 천젠런(陳建仁) 부총통과 타이베이의대 출신의 치과의사 천스중(陳時中) 위생복리부 장관, 두 리더의 보건 전문가로서의 배경입니다. 다른 어느 학교보다 재빠르게 새로운 전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시스템을 구축하기 시작하여 2월 초부터 꾸준히 관련 공지를 교직원과 학생들에게 안내하기 시작하였던 성공대의 대응 역시, 하버드대학 보건대학원 박사인 수훼이전(蘇慧貞) 총장의 리더십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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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대 교문 입구에 있는 루쉰(魯迅)의 동상. 언제부턴가 생각하는 루쉰 역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Returning to Campus


성공대는 대만의 교육부가 대만 전 지역 학교들의 개학 및 개강 연기를 공표하기에 앞서 대만에서는 가장 먼저 자발적으로 개강을 2주 연기한 학교이기도 합니다. 또한, 대만에서 최초로 방학 동안 본국으로 귀국하였다가 개강을 맞이하여 돌아오는 유학생들을 위하여 세끼 음식이 제공되는 격리 기숙사를 준비했을 뿐만 아니라, 학생들이 공항에서 격리 기숙사까지 이동하는데 필요한 무료 교통편까지 모두 학교에서 앞장서서 마련해 주었습니다.


유학생을 비롯한 대만 본토 학생과 교직원 모두 2021년 현재까지도 학교 자체 Covid-19 대응 시스템상에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Covid-19 관련 설문조사에 의무적으로 답변을 해야 하며, 교내 어디를 가든지 QR 코드를 스캔하여 발자취를 남겨야 합니다. 큼지막한 QR 코드가 인쇄된 종이 한 장을 문 앞에 붙여두었을 뿐이지만 학교 구성원들이 매일매일 간단하게 증상 체크를 할 수 있고 행여나 확진자가 발생하였을 경우 동선 확인에 아주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는 자료 수집 방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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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 앞의 QR 코드를 스캔하면 학교 자체 Covid-19 페이지로 넘어가 자동으로 기록이 남게 되며 동시에 그날 체온 검사를 하였는지, 폐렴 관련 증상은 없었는지 등을 간단히 체크할 수 있다.



The Classes


작년 초 지도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던 중, 한국의 많은 학교가 비대면 수업만을 하고 있다고 얘기를 했을 때 교수님께서 “대만은 지난번 SARS를 겪을 때도 그랬듯이 학생들의 교육권이 침해돼서는 안 된다는 절대 원칙을 잘 지켜내고 있다.”라는 이야기를 굉장히 뿌듯하게 말씀하시던 기억이 납니다.


대만의 모든 학교는 전염병 상황이 조금 심각하던 때에 2주 개학/개강 연기를 하였을 뿐 그 이후 대면 수업을 특별히 금지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자가 격리 대상자가 된다든지, 학생 스스로가 건강의 이상을 느껴 수업에 참석하기 꺼려지는 상황 등이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었지요. 성공대는 이에 대응하여 대면 수업을 위주로 진행하되, 모든 수업을 온라인으로도 실시간 참여가 가능하게 준비하였습니다. 녹화된 수업의 영상 자료는 이후에도 언제든 다시 시청이 가능하게 모두 아카이브 되고요. 이와 더불어 조교들은 수업마다 출석한 학생들의 자리 배치를 사진으로 찍어 기록으로 남겨두어야 합니다. 교실 앞 QR 코드 스캔과 더불어 이 사진으로 교실 내에서 각 학생의 위치까지 파악해두어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밀접 접촉자 구분을 더 용이하게 하기 위해서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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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교들이 매 학기 수업이 시작되기 전 의무적으로 들어야 하는 교육에 추가된 온라인 수업 준비를 위한 특별 설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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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교가 학교 포털 내 수업 페이지에 업로드하는 학생들의 자리 배치 사진



知識為光(지식위광), Casting the Light of Knowledge


앞서 서술한 것과 같은 일개 학생이자 조교로 제가 직접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었던 학교 방역 대응의 뒤에는 적시에 이 모든 상황을 지휘한 리더 진의 빠른 결단 및 방향 제시, 그리고 그에 따른 각종 부서의 세세한 협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성공대는 2021년 1월에 대만의 첫 Covid-19 확진자가 나오고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뒤, 지난 1년간 학교가 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 왔는지 그 경험을 나누는 책을 발간하였습니다.


#TaiwanCanHelp 라는 구호에 드러나듯 방역 초기부터 대만은 전염병에 대응하는 본국의 경험과 지식을 세계와 나누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더불어 성공대 역시 학교뿐만 아니라 학교가 위치한 지역 사회인 타이난의 방역을 위해서도 힘써오고 있으며, 나아가 세계 어디든 도움을 요청하는 곳이 있을 때마다 학교가 지향하는 미션과 가치를 바탕으로 기꺼이 지식을 나누는 역할을 자청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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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월 대만 국립성공대학교에서 발간한 책 知識為光, Casting the Light of Knowledge



References


[1] Wang CJ, Ng CY, Brook RH. Response to COVID-19 in Taiwan: Big Data Analytics, New Technology, and Proactive Testing. JAMA. 2020 Apr 14;323(14):1341-2. doi: 10.1001/jama.2020.3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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