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이승민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

안녕하세요? 저는 경희대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침구과 전문의로서 활동하면서 침구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오랜 꿈을 이루기 위해 2019년 미국 뉴욕으로 왔습니다. 이 글을 통해 한의사로서, 강사 및 연구자로서, 또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해외에서 살아가는 일상과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승민 프로필

국경 없는 한의약의 ‘공유’를 꿈꾸며

 

첫 기고문이었던 '꿈을 좇아, 뉴욕으로' 편에서 언급했듯이, 2018년 겨울, 짐을 바리바리 싸 들고 뉴욕으로 향할 때는 한의약의 세계화에 일조해 보고 싶다는 아주 막연한 꿈을 안고 비행기에 올라탔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뉴욕에 도착해서는 4,000불에 육박하는 월세에 한번 놀라고, 한국의 세 배에 달하는 전화, 전기, 인터넷 고지서에 두세 번 놀라면서, 꿈이고 뭐고, 생계형 워킹맘이 되어 닥치는 대로 일했던 것 같습니다. “한의약의 세계화를 위해 일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막연하지만, 방법은 무궁무진하기에 한의약과 관련된 일을 하는 것은 결국 모두 넓은 의미에서 세계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나름 합리화하면서 말이죠.


그 후로 3년이 지났고, 그중 1년은 다시 한국으로 돌아와서 생활했습니다. 한국 돌아오니 육아의 고민을 덜어주시는 부모님도 계시고, 공부를 마친 남편이 적극적으로 가계소득에도 기여하고 있고, 애들도 손이 덜 가기 시작해서 그런지 저와 남편은 다시 미국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하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고생을 많이 해서 돌아왔는데, 인간은 역시나 망각의 동물인가 봅니다.) 그러던 중, 한국에 있으면서도 한의약의 세계화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인 ‘하베스트’라는 회사를 통해 새로운 형태로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2022년에 하베스트에 몸담으면서 국경 없는 온라인 세계에서 국경 없는 한의약의 ‘공유’를 다시 한번 꿈꿀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베스트에서 저의 정확한 직함은 ‘해외사업팀장’입니다. 그리고 제가 해외에서 판매해야 하는 상품은 한국 한의약 콘텐츠입니다. 한국 한의약 강의 콘텐츠들이 해외에 잘 전달될 수 있도록 하는 것, 현지 니즈를 파악하여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것, 그리고 현지에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것 등이 다 포함되는데요. 문제는 저도 미국을 떠난 지 1년이 넘었기 때문에 그동안 알고 있던 정보의 유통기한이 많이 지났습니다. 대표님께서도 비슷한 생각을 하셨는지, 입사하니 곧바로 미국 출장이 추진되었고, 그렇게 3월 말부터 2주 동안 저를 포함해서 대표님과 CTO님까지 총 3명이 미국 출장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현지답사와 시장 조사를 위해 추진된 출장은 미국의 동부와 서부에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과의 소중한 만남으로 이어졌는데요. 임상가, 학자, 사업가, 언론인 분들까지 이어져 30명이 넘는 분들과 짧은 출장 일정을 쪼개서 만나느라 비록 몸은 힘들었지만, 대화를 나누었던 분들 모두 '한의약'에 대한 사랑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열정을 쏟아내고 계신 것을 보며, 정말 큰 힘을 얻고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정말 많은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아래는 이번 미국 출장을 다녀오며 보고 느꼈던 바에 대한 간단한 회고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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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는 마스크 착용 의무화 규정도 한국보다 일찍 완화되었고, 코로나가 많이 잠잠해지고 있다고 발표되었습니다. 그래서 뉴욕을 떠나던 2020년 말과 달리 2022년 초반에는 다시 예전처럼 활기를 되찾았을 거로 생각했었는데 이는 큰 착각이었습니다. 항상 사람들로 북적이던 뉴욕의 월가는 아직도 배트맨에 나오는 고담 도시처럼 텅 비어 있었고, 코로나 시기에 실내 취식이 금지되면서 경영난을 겪은 식당들이 못 버티고 나간 자리는 아직도 '임대 환영' 간판이 걸린 채로 오지 않는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관련 규정이 완화되었지만, 재택근무의 맛(?)을 본 기업과 직원들은 재택근무를 지속하며, 월가에 근무하며 근처에서 출퇴근하던 사람들도 비싼 월세를 내며 출퇴근할 일이 없어지며 월가 주변 집값의 상승세도 많이 주춤해졌다고 합니다.


또한, 코로나 팬데믹의 원인을 중국, 그리고 동양인 문제로 돌리면서, 팬데믹 이후에는 동양인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 공격이 증가했습니다. 실제로 한 통계 조사에 의하면 2020년, 아시아계 미국인에 대한 혐오 범죄가 약 150%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예전보다는 거리에 혼자 돌아다니는 것이 매우 불안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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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인해 모든 사람이 피해만 본 것은 아니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온라인 교육 분야는 큰 수혜를 입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미국에서도, 그동안 물리적인 한계나 지역적 한계 때문에 접근성이 낮아서 확산이 잘 안되던 교육과 강의는 Zoom과 같은 온라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노출이 더욱 많아졌고, 이로 인해 인기 있는 강사는 더욱 많은 사람이 찾게 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나타났습니다. 덩달아, 제가 몸담고 있는 하베스트와 같은 ‘온라인 교육 플랫폼’도 많아졌습니다. 이번에 알아본 바에 의하면, 코로나 시기에 미국에서 활동하는 한의약 강사와 한의약 플랫폼 수가 총 3천 개를 넘었고, 보수 교육 강의도 연 5,200개가 등록된다 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강사와 학회들의 좋은 콘텐츠를 유치하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도 가만히만 있었던 것은 아닌데요. 만들어진 지 1년밖에 안 된 '하베스트'도, 단순히 강의를 올려놓는 프로그램을 만들고 끝난 것이 아니라, 강사분들의 콘텐츠가 유출되지 않고 철저히 보호될 수 있도록 보안 프로그램들을 지속해서 강화하였고, 각 학회의 개인 회원 정보 유출 방지를 위한 철저한 보안 시스템을 도입하는 등 같이 발전해 왔습니다.


돌이켜 보면, 제가 처음에 미국을 향했을 때인 2018년 말과 이번에 미국 출장을 다녀온 2022년 초, 약 3년 사이에 정말 징그럽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역사적인 사건도 겪었고, 저 또한 3년 사이에 제 인생에서 가장 큰 터닝 포인트라고 할 만한 출산 및 개원도 했습니다. 그리고 ‘KMCRIC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에 글을 기고한 지도 어언 2년이 넘었습니다. 앞으로 또 얼마나 많은 도전을 하며 살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하지만, 제가 이번 미국 출장에서 만나 뵈었던 많은 분들처럼 매일매일 꾸준하게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은 후회 없이 해보려고 합니다.


그동안 부족한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나 이 세상 모든 워킹맘, 이 세상 각지에서 의술을 펼치고 한의약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계신 모든 분을 항상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한의사 이승민의 워킹맘 한의사 앤 더 시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