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김승남
[Wassup Hopkins!]

존스홉킨스 의과대학 의사학교실에서 방문학자로서 한국 한의학을 토대로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연구와 관련된 내용 뿐 아니라,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에 대해서도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사 이태형 프로필

Baby Shower for 혜윤

 

결혼 후 미국에 와서 가질 수 있었던 또 한 가지의 행복은 한 아이의 아빠가 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지난 2월 태어난 저희 딸의 탄생을 축하해주기 위해 제 연구책임자이신 마타 한슨 교수님은 이곳에서 만난 제 지인들과 함께 베이비 샤워라는 파티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해주셨습니다.


사실 저는 베이비 샤워를 경험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정확히 어떤 행사를 말씀하시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행사에 대해 교수님께 여쭙자, 모두가 함께 모여 새롭게 태어난 아이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자리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감사하게도 본인 집에서 행사를 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고 하셨습니다. 괜히 교수님께 부담을 안겨드리는 것은 아닐지 걱정되어 선뜻 제안에 응하지는 못하였지만, 적극적인 권유에 결국 함께 베이비 샤워를 계획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이곳에서는 어떤 행사에 초대장을 보낼 때 주로 사용하는 사이트가 있습니다. “evite (www.evite.com)”라는 사이트인데, 이메일을 통해 초대장을 보내고, 이 사이트에 접속하여 초대에 참석 여부를 알리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만나 친해진 20여 명의 지인 명단을 마타 한슨 교수님께 보냈고, 교수님은 evite를 통해 초대장을 발송하였습니다.


초대장 발송 후에는 어떤 음식을 준비할 것인지가 고민이 되었습니다. 볼티모어에 와서 놀랐던 것 가운데 한 가지는 한식의 인기가 굉장히 높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메릴랜드 지역에 한인 사회가 꽤 오랜 시간 존재해왔기도 하고, 존스홉킨스대학, 피바디 음대 등에 한인 학생의 수가 많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근처 마켓이나 마트에서 어렵지 않게 한식 혹은 한식 재료를 구할 수 있고, 학교와 병원을 찾아오는 푸드 트럭에서도 비빔밥과 덮밥과 같은 한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마타 한슨 교수님 또한 다수의 한국 방문 경험을 통해 한식의 매력을 알고 계신 터라 저희는 베이비 샤워 음식으로 한식을 준비하기로 하였습니다.


행사 전날인 토요일 오후, 마타 한슨 교수님 부부와 저희 부부는 한인 마트인 H-Mart로 향했습니다. 저희가 계획했던 음식은 김밥, 유부초밥, 골뱅이 소면, 부추전, 양념치킨, 시루떡 등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양념치킨과 시루떡은 주문하고, 다른 음식은 직접 만들기 위해 음식 재료들을 구입하였습니다. 마타 한슨 교수님께서 본인이 호스트이기 때문에 계산은 본인이 하신다고 하시며, 본인도 카트 한가득 한식 재료들을 함께 구입하셨습니다. 교수님의 배려에 다시금 감사했습니다.


행사 당일, 저희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행사를 진행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에 꽤 이른 시간부터 음식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김밥, 우부초밥 등의 음식을 준비하는 데 생각보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꼈습니다. 괜히 제가 직접 음식을 준비하겠다고 해서 장모님과 와이프를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닌지 죄송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침부터 서두른 끝에 무사히 제시간에 음식을 준비해서 마타 한슨 교수님 댁으로 향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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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 홉킨스에 와서 감사한 일 중 하나는 소중한 인연들을 만난 것입니다. 세미나, 학술 행사, 그리고 그 외의 다양한 기회들을 통해 알게 된 여러 교수님과 대학원생들은 어쩌면 척박할 수 있었던 저희 부부의 볼티모어에서의 생활을 더욱 풍요롭게 해주었습니다. 다양한 전문 분야에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 및 교류는 단순한 친목 이상의 가치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번 베이비 샤워는 저보다 앞서 한국에 들어간 제 처의 귀국에 앞서 다 함께 모여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자리라는 의미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서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저희 딸의 탄생을 계기로 다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고, 다 같이 거실에 모여 간단한 퀴즈를 푸는 자리를 가졌습니다. 마타 한슨 교수님께서 미리 몇 가지 질문을 준비하셨는데, 그 가운데 특히 인상 깊었던 질문이 한 가지 있었습니다. “To do list”에 관한 것이었는데, 저희 부부가 혜윤이의 성장 과정 중에 꼭 해주었으면 하는 것들을 한 사람씩 돌아가면서 이야기해주는 것이었습니다. 모두 자신의 성장 과정을 돌아보며 자신에게 소중했던 추억을 한 가지씩 소개해 주었습니다. 그 이야기들 속에서 부모님들의 따뜻한 마음을 느낄 수 있었고, 이를 통해 저 또한 아이에게 좋은 아버지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이곳 볼티모어의 생활이 두 달 정도 남았습니다. 일 년이 넘는 시간 동안 미국에서의 생활을 돌이켜보면 시간이 어떻게 이렇게 빨리 지나가는지 놀라면서도, 한편으로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이제는 이 같은 경험들을 토대로 보다 제 연구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곳에서 만났던 교수님들과 연구자들을 통해 많은 것들 배울 수 있었던 것처럼, 저 또한 제 학문 분야에 있어 공헌할 수 있는 연구자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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