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적 본초 읽기

2000년 전부터 약용으로 쓰인 본초에 대한 연구는 역사 속에서 꾸준히 증가하여 현재는 광물 등을 포함해 약 1만개 정도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대본초의 연구는 현대과학과 한의학을 결합해 본초의 전통적 사용 방법을 설명하는 것 뿐만 아니라 새로운 조합과 사용법 등에 관한 연구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현대본초의 지식은 전통한의학과 만나, 보다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를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학력]
- 원광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경력]
- 현 사랑채움한의원 원장
- 대한한의진단학회 회원
- 민족의학신문 명예기자 (2012.07-2013.07)
- 한의약융합연구정보센터 우수 IP (2013.05-2018.04)

공병희
공병희

본초에 대한 지식은 오래전부터 꾸준히 발전했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과학적 연구 방법을 통해, 과거와는 다른 형태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칼럼을 통해 현대본초라는 이름으로 본초의 현대과학적 연구, 새로운 제형, 배오 등에 관한 지식을 전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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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랑(Areca catechu 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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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랑 (檳榔)은 야자나무과 (종려과棕櫚科, Palmae) 식물 빈랑 (Areca catechu L.)의 잘 익은 씨를 말린 것입니다. 빈랑열매의 껍질은 대복피 (大腹皮)라는 이름의 한약재로 사용됩니다.


빈랑나무는 중국 남부 및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에 자생하며, 빈랑자는 대만에서 카페인, 니코틴, 알코올에 이어 4번째로 흔한 중독성 자극제입니다. betel quid는 빈랑자, 빈랑잎, 라임 등으로 함께 구성된 기호식품으로, 전 세계적으로 약 4억 명이 이 베텔을 씹는다고 합니다. 대만의 경우 경제난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이 거리에서 빈랑을 팔았는데, 이를 ‘빈랑미인’, ‘빈랑서시’로 표현합니다.


전통적 사용


빈랑나무를 약물로 사용한 최초의 기록은 진나라로 거슬러 올라가며 이후 <명의별록>, <신수본초>, <본초강목> 등의 본초서에 기록되어 있습니다. 1953년 이후에는 <중국약전>에 등재되었습니다. 한의학에서 빈랑은 소화불량, 복통, 설사 등 다양한 위장질환을 치료하는 100여 개의 처방에 사용되고 있고, 대만에서는 항기생충제로 쓰였습니다. 이외에도 인도,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의 민속의학에서 약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성분


 1. 알칼로이드
 2. 플라보노이드
 3. 탄닌
 4. 트리테르펜 및 스테로이드
 5. 지방산
 6. 기타


빈랑의 연구는 1880년대 후기부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주로 중국, 일본에서 연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약 59개 이상의 성분이 분리되었으며, 빈랑의 알칼로이드 arecoline 성분이 질조절의 지표성분으로 사용됩니다.


1950년대 초기 빈랑의 알칼로이드가 6개 분리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arecoline (methyl-1, 2, 5, 6-tetrahydro-1-methyl-nicotinate)입니다. 신선한 빈랑자의 경우 arecoline은 약 0.30-0.63% 함유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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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리작용


 1. 구충작용
 2. 항바이러스, 항진균작용
 3. 항산화 활성
 4. 소화기계에 대한 작용
 5. 신경계에 대한 작용
 6. 심혈관계에 대한 작용
 7. 혈당 및 지질 조절 작용
 8. 항염증 및 진통 작용
 9. 항알레르기 작용
 10. 기타


현재 빈랑의 arecoline 성분은 ① 신경계에 대한 작용 ② 심혈관계에 대한 작용 ③ 내분비계에 대한 작용 ④ 소화기계에 대한 작용 ⑤ 항기생충 작용 등의 범주에 해당하는 약리작용이 보고됩니다. 흥미롭게도 arecoline은 뇌의 B.B.B.를 쉽게 통과하여 신경의 흥분을 유도하고, 기억과 학습을 개선합니다. 무스카린 수용체 자극이 작용 기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숙취, 알츠하이머병, 조현병 등의 질환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arecoline은 혈관이완 작용, 항색전 작용을 보고합니다. M 수용체에 작용하여 소화기 운동을 촉진하고, 2형 당뇨에 대한 포도당 및 지질대사의 개선도 보고됩니다. 또한 부신 축 (HPA) 활성에도 관여합니다.


그러나 arecoline은 빈랑의 독성물질이기도 합니다. 구강점막하 섬유증, 구강편평상피세포암 및 유전독성이 보고되며, 간 수치 상승도 보고됩니다. 이에 arecoline 독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빈랑은 전통적으로 다양한 소화기 질환에 사용되었는데, 에탄올, 물 등의 다양한 용매로 추출된 빈랑자가 소화기 움직임을 개선한다는 연구가 다수 보고되었습니다. rats를 대상으로 한 몇몇 in vivo 연구에 따르면 빈랑 추출물은 substance P, 모틸린 (motilin)의 증가와 VIP (vasoactive intestinal peptide)의 감소와 연관되었습니다. 또한 M 수용체와 연관됨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러나 Choi 등의 연구에서 빈랑자를 4주 이상 사용 시, α-amylase의 활성이 현저히 감소되었다고 보고하여, 빈랑자를 장기간 사용 시 효과 및 안전성에 대한 연구가 요구됩니다.


빈랑자는 항우울제와 유사하게 기분을 좋게 하는 효과를 보이는데, 세로토닌, 도파민 등의 monoamine의 농도와 관련이 있었습니다. 빈랑자 물 추출물로 만들어진 빈랑캡슐 임상연구에서, 8주 이상의 빈랑캡슐의 처치가 우울 환자의 병리 상태를 개선했다고 보고했습니다.


또한 in vitro 실험에서 빈랑자 메탄올 추출물은 용량 의존적으로 AchE를 억제했다고 보고됩니다.


이외에도 쥐를 대상으로 한 in vivo 실험에서는 빈랑자 에탄올 추출물이 동물의 생식기관의 무게와 정자의 수 등을 증가시켰다는 연구가 보고되었습니다.


사용상 주의


빈랑은 수천 년간 중국 등에서 안전한 약물로 사용되었습니다. 임상에서는 흔히 오심, 구토, 복통, 어지러움 등의 가벼운 부작용을 보고합니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빈랑자의 부작용을 보고하고 있으므로 사용 시 좀 더 주의해야 합니다.


몇몇 연구들은 빈랑을 씹는 행위 (betel quid)와 구강암이 밀접하게 연관된다고 보고합니다. 특히 빈랑 물 추출물과 areceline의 복용은 구강점막 섬유아세포에서 암 원인 유전자의 mRNA 발현을 상향 조절했다고 보고되었습니다. 대만의 임상연구에서는 betel quid가 식도암의 발생을 증가시킨다고 보고했으며, 2011년의 한 보고는 빈랑자의 성분인 arecoline이 사람의 상피세포에 명백한 세포자멸사를 유발했다고 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빈랑자를 포제 (초, 검게 태운다)하는 경우, arecoline의 함량이 감소된다는 점입니다. 또한 소화기에 대한 효과 연구에서도 날 것의 빈랑자보다, 포제된 빈랑자의 경우에서 보다 효과적이었다고 합니다.


추후 빈랑자의 효과와 부작용을 보다 명확하게 확인하는 연구와 포제 및 처방을 통해 부작용이 감소하는지를 알아볼 수 있는 연구가 요구됩니다.


참고문헌


Peng W, Liu YJ, Wu N, Sun T, He XY, Gao YX, Wu CJ. Areca catechu L. (Arecaceae): a review of its traditional uses, botany, phytochemistry, pharmacology and toxicology. J Ethnopharmacol. 2015 Apr 22;164:340-56. doi: 10.1016/j.jep.2015.02.010.


Liu YJ, Peng W, Hu MB, Xu M, Wu CJ. The pharmacology, toxicology and potential applications of arecoline: a review. Pharm Biol. 2016 Nov;54(11):2753-60.



© 공병희 원장의 현대적 본초 읽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