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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기분을 조율하는 음악 샤워

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은 교도소 안의 도서관에 필요한 책과 비용을 요구하는 편지를 6년 동안 200번 보냈다. 마침내 보내온 책더미 속에서 낡은 모차르트의 레코드판을 발견하곤 교도소장의 방문을 안으로 잠그고 전축에 판을 건다. 확성기를 통해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이중창 아리아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가 교도소 전체에 울려 퍼진다. 숨죽이며 귀 기울이는 사람들, 그 순간 영화를 보는 사람들 역시 몸의 세포 속 입자까지도 음악이 스며들어 진동하고 공명을 일으켰다.

귀로 들려오는 소리는 와우신경을 거쳐 뇌간을 지나 머리 옆쪽 측두엽에 있는 청각중추에 전달된다. 음악은 귀로만 듣는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듣는다, 우리 몸은 물이 절반 이상이고 뇌는 80% 이상 물로 되어있으며 뇌척수액도 물이다. 물은 음파의 전도체이다.

우리의 심장도 뇌파도 리듬을 가지고 있다. 음악 속에는 자연에 내재한 운율이 조화되어 흐른다. 댄스음악이 크게 쾅쾅 울리면 심장이 벌렁 벌렁거린다. 금잔화에 시끄러운 록 음악을 들려주었더니 시들 거리다가 죽어버렸지만, 바흐의 오르간을 들은 것은 성장이 촉진되어 무럭무럭 잘 자랐다고 한다. 경쾌하고 밝고 아름다운 음악을 들은 소는 젖도 잘 나온다. 배 속의 아기에게 좋은 태교 음악을 들려주는 이유다.

소리를 듣는 청신경은 뇌신경 12쌍 중의 한 쌍이다. 이어폰을 귓속에 꽂으면 뇌 뼈에 소리가 깊이 전달되어 울린다. 시끄러운 소리나 소음과 다를 바 없는 음악을 듣는 것도 뇌를 고문시킨다. 인터넷 게임 속에서 괴물들이 내는 워워 하는 소리는 과연 어떨까?

코로나19 첫 환자가 나온 후 1년을 싸우고 견뎌냈다. 수많은 희생자를 낸 이탈리아 두오모 성당 앞에서 관객 한 명도 없는데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세계적인 성악가 ‘안드레아 보첼리’가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불렀다. 그의 희망을 위한 음악은 영상을 통해 전 세계인을 위로하였다. 온몸으로 쏟아지는 음악의 샤워, 아니 세례를 받은 듯했다. KBS에서는 아름다운 영상에 클래식을 얹어 <우리 다시 Hope from Korea>를 올렸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아름다운 곳이 많은지, 고궁, 숲, 공원, 성당, 들판에서 새 노래, 숲의 정령, 쇼팽의 녹턴이 울려 퍼졌다. 음악이 주는 메시지는 “지금 비록 힘든 시기를 지나지만, 희망이 이깁니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뇌는 정보를 보고 들으며 해석하고 판단한다. 거친 세상의 고통과 분노의 가시들을 어루만져 주자. 음악으로 뇌를 기분 좋게 촉촉하고 따스하게 샤워하자.

밤낮을 거꾸로 살면 큰 뇌 다친다

지구는 육중한 몸매로 하루 한 번씩 태양 주위를 시속 약 1,700km 속도로 돌고 있다. 해가 뜨고 지고, 또다시 뜨고, 그 사이엔 밤이 있고 지구의 유일한 위성인 달이 보인다. 고작 백 년 살다가는 인간이 만고불변의 자연법칙을 맘대로 바꿀 수 없다. 인류가 불을 사용하고 먹이를 익혀 섭취함으로써 영양이 좋아지고 뇌는 더욱 발달하게 되었다. 발명가 에디슨이 전구를 개량하고 가정에 전기가 보급되자 조선시대 경복궁에도 전등이 켜졌다고 한다. 그때가 1887년, 지금부터 134년 전 일이다. 수백만 년 인류 역사에서 불야성이라고 해봤자 지극히 짧은 시간이다. 인터넷과 핸드폰도 약 30년, 우리는 종일 밤을 새워가며 햇빛보다 인공 불빛 속에서 생활한다.

그러나 인간의 생체시계는 수백만 년 긴 세월 낮과 밤에 맞춰져 있으며 모든 신진대사와 체온, 수면, 각성, 활동, 호르몬 기능 역시 조정되어 있다. 인간은 체온이 항상 높은 낮에 활동하는 항온동물이라서 낮의 주간 활동으로 몹시 지치게 된다. 그리하여 밤의 깊은 수면을 통해 뇌의 피로를 회복시키고 유지해왔다. 어둠의 보호 속에 몸을 감추고 은신하며 신진대사를 낮게 유지해서 에너지를 아끼며 잠을 잤기에 장수동물이 된 거다. 모든 것이 백일하에 드러나는 밝음만 있다면 맹수한테 쫓고 쫓기느라 목숨 부지 어려웠을 터.

영화 <겨울왕국>에서 동생 안나는 늦잠을 자는 엘사 언니를 흔들어 깨운다.

“하늘이 잠을 깨서 나도 깨는 거야. 우리 일어나서 놀자”

해가 떠 있는 낮에는 부신 호르몬이 분비되고 잠에서 깨어 눈을 뜨고 움직이는 활동의 시간. 나름대로 좌뇌의 언어능력과 판단력 추리력에 과학적 인지능력을 총동원하여 공부하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보고서를 쓰며 수행평가를 한다. 당연히 긴장성 신경인 교감 신경이 일감을 맡아서 자세를 잡고 임무를 수행한다. 일과를 마치고 어둠이 내리면 쉼터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저녁 밥상도 그립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완, 그리고 잠들고 싶은 갈망이다.

정보의 상당수는 시각 정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눈을 통해서 낮에 들어온 정보의 폭주는 잠자고 꿈꾸는 동안 파일 정리, 조각 모으기, 휴지통 버리기를 한다. 낮에 벌어진 얽히고설킨 정보의 실타래를 뇌는 자는 동안 정리한다. 은행이 고객 업무를 보고 난 후 마감하고 셔터를 내리고 돈 계산을 하는 것과 비슷하달까.

일용할 잠을 빼앗기면 황제의 만찬을 먹은들 머리는 멍하고 뇌의 힘은 방전된다. 집중력은 떨어지고 일의 능률은 저조하다. 실수나 안전사고를 일으킬 확률도 높아진다. 잠빚은 카드빚보다 무섭다. 커피와 카페인 음료, 각성제로 뇌를 깨워도 한계가 있다. 잠을 빼앗기면 비몽사몽에 학습이고 업무고 마비되고, 정신은 흐리멍덩에 안전사고까지 일어날 수 있다. 밤에 무섭다고, 외롭다고, 심심하다고, 잠 안 온다고 TV에 불 켜놓고 자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 근시가 더 잘 생긴다는 보고도 있고 노화를 막아주고 면역체계를 강화해주는 멜라토닌 호르몬도 불빛이 비치면 분비되지 않는다. 몸을 쫙 펴고 늘어지게 자면 키도 늘어나고 주름살도 펴진다. 수면안대로 빛을 차단하고 눈을 보호해서 숙면하면 좋겠다.

코막힘, 기침, 알레르기 비염, 천식, 뇌빈혈, 만성 통증, 신경 흥분 등은 잠의 질을 떨어뜨리고 숙면을 방해하니 우선으로 치료한다. 며칠 밤을 꼬박꼬박 새우다가 벼락치기로 밀린 잠을 숙제하듯이 몰아 자는 것은 나쁜 습관이다. 일용할 잠 양식, 미루지 말고 매일 자자. 스탠드 불 끄고 핸드폰 멀리 두자.

달의 시간, 성찰과 사색으로 깊이 침잠하면 자기인식의 숲이 자란다. 어김없이 찾아오는 어둠과 신선한 아침 햇살 음양 기운이 매일 공짜로 공평하게 배달되는 자연의 시계를 따라 꿀잠 주무시라.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