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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부터 2년간 한국명상학회 회장을 지내면서 누군가로부터 “온라인 학회장”이라는 별칭을 들었다. 그러고 보니 2년간의 학회 활동을 하면서 대면으로 학술대회나 수련회를 진행한 적이 없고, 온라인으로만 진행했으니 별칭이 아니 정창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2021년 가을, 학회장으로써의 마지막 학술대회를 앞두고 주제를 논의한 자리가 있었다. 아쉬운 2년을 함께 보낸 학술위원장이 학회장의 기조 강연을 제안하였다. 2년간 카메라 속에서 회원들과 만났었는데 마침 ‘with Corona’도 되었으니 마지막 모임은 대면 학술대회를 열고 멋진 피날레를 장식하자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리고 발표 타이틀도 “with Corona, with Meditation” 즉 코로나의 시대를 명상으로 극복하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러나 정작 가을 학회를 준비하면서 풀린듯할 코로나는 다시 한번 n 차 유행을 반복하였고, 아쉽게도 마지막 학회마저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온라인 학회장’으로 마무리하게 된 것이다.

COVID-19, 이른바 코로나19, 2019년에 시작하여 아직도 그 이름으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 해 한 해를 넘기면서 알파에서 시작하여 감마를 넘더니, 이제 오미크론의 출현까지, 바이러스 역시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하면서 인간과 공존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달리 표현할 바 없이 “with Corona”가 딱 적당한 말이다. 그런데 그 말 대로라면 함께 잘 살아가면 되는데, 여전히 우리는 바이러스와 싸우면서 불안하고, 우울하고, 때로는 분노하고 무기력하게 세월을 보내고 있다.

이전의 감염성 질환과 비교하여 코로나19는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측면에서 독특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유행성 질환의 경우 급속한 변화 속에서 불안과 긴장 상태의 극심한 스트레스 반응이 발생하다 최대 6개월 남짓 후 별다른 정신적 후유증이 없이 끝나지만, 코로나19는 장기간 지속되면서 스트레스 요인이 소실되지 않고 지속되어 기존에 가지고 있는 정신적·심리적 문제를 악화시키기도 한다.

코로나19는 경제, 직업 영역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높은 감염률에 무증상 감염까지 있어 정신적으로 불안을 유발하고, 거리 두기, 격리, 고립으로 인해 재난 시기에 많이 활용하는 대응 전략인 사회적 지지와 공동체의 연대를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거리 두기로 인한 일상생활의 활력 저하, 외출 및 모임 자제로 줄어든 대인 관계, 사회적 고립감, 가계 수입 저하, 일자리 감소가 가져온 경제적 어려움, 육아/가사 노동 부담의 증가로 코로나 블루·레드·화이트와 같은 다양한 정서 문제가 혼재되어 그야말로 엉망진창인 아수라장에 내몰리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지속적이고 반복적이기는 하지만 치명적이지 않은 상태에서 많은 사람에게 노출되다 보니 코로나19로 인해 정신 증상을 호소하는 일부의 환자에서 평가와 치료를 위해 정식적인 정신의학적 진료가 필요하지만, 대부분 사람은 건강증진 또는 스트레스에 대한 대응력을 향상하기 위한 지지적 중재 (심리적 교육, 이완 요법)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본다는 연구 결과가 제시되고도 있다. 만연된 정신적 문제로 인하여 약물 사용은 최소화하고, 심층 심리치료는 지양해야 한다는 권고가 나오는 가운데, 심리교육이 가장 중요하며, 부드럽고 따뜻한 정신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리교육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정상에서 경도의 정신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 환자의 가족, 대중들에게는 현재 호소하는 정신과적 증상들이 유행성 질환 유행 시 나타날 수 있는 일반적인 반응이라는 정보와 인간이 이보다 더욱 혹독한 상황 속에서의 스트레스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교육만으로 일반적인 정상화가 가능하다. 또한, 추가로 스트레스 대응·관리 방법 (계획 세우기, 일정 만들기 등), 사회 및 정신 건강 서비스의 소개, 필요할 때 전문적인 정신 건강 지원을 받도록 환자들에게 조언할 수 있다.”

* Pfefferbaum B, North CS. Mental Health and the Covid-19 Pandemic. N Engl J Med. 2020 Aug 6;383(6):510-512. doi: 10.1056/NEJMp2008017. Epub 2020 Apr 13.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권고하였다. 

1. 마음 챙김과 같은 심리요법

2. 건강한 생활, 규칙적인 운동, 균형 잡힌 영양, 양질의 수면, 야외 및 신체 활동

3. 사람들과 강한 유대, 주변 사람들과 연대

4. 일상의 규칙화, 회복 탄력성을 강화

5. 영적 활동

우리는 여전히 정신 장애로까지 진단되지는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가 격리되면, 코로나19에 감염이 되면, 백신을 맞거나 혹은 맞지 않으면 어떻게 되지?”라는 질문에 강제적으로 끝없이 답을 해야 하는 상황으로 몰리고 있다. 지속해서 어쩔 수 없이 어떤 행동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무언가에 쫓기는 삶이 되고, 정작 주어진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할지조차 찾아내기 어렵다.

오랜 기간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상황에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한 시간이라면?”, 조금 길게 잡아서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하루 남았다면 무엇을 할 것인가?”를 떠올리게 된다.

이러한 화두에 대하여 명상은 답을 할 수 있다. 다양한 명상의 방법을 각각의 필요에 따라 활용할 수 있으며, 그 방법 역시 임상 현장에서 배우고 익힐 수 있어 상담이나 의료 현장에서 치료와 함께 자가 관리를 목적으로 교육이 시행될 수도 있다.

호흡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리듬으로 돌아가도록 도와준다.

마음이 안정되지 않고, 불안이 반복될 때는 특정 대상에 대하여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신체의 감각을 관찰하고, 느낌이 변화하여 편안함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무력감에 빠지고 기운 없는 경우 충분한 이완을 함으로써 에너지를 충전할 수 있도록 한다.

일상의 활동 가운데 지금, 이 순간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행동을 명상과 함께 실천한다.

지금, 현재에 머묾으로써 무엇이든 느끼고 즐길 수 있도록 한다.

자비와 자애의 마음을 통하여 따듯한 마음을 확인하고 공유한다.

다양한 명상의 방법들은 각자의 상황에 따라, 주어진 시간에 따라 수행을 할 수 있다. 그야말로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으며, 불안에서 벗어나 안정과 평화로움을 찾아갈 수 있다.

따듯한 마음을 가짐으로써 자신과 주위 사람, 그리고 인류가 함께 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명상학회의 추계 학술대회 “홀로 with Meditation”은 코로나19의 상황에서 명상이 어떤 역할을 할지에 대하여 고민을 하는 자리였다. 온라인 학회장으로서 “with Corona, with Meditation” 강연의 끝을 이렇게 정리하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리는 #혼자 #홀로 #혼 의 시대를 만나고 있다. 불확실한 미래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상태가 지속이 되고 있고, 그 누구도 결정과 예측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혼자’이지만, 전일적(全一的) 입장에서 온전해야 한다는 것이고, 이것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 웰빙을 의미한다.

‘스스로’는 자기 주도적이라는 뜻으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명력과 리듬을 충실하게 실현해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에 비록 혼자이기는 하지만, 주변 사람과의 ’네트워크’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 바로 “명상”이 있다.

© 김종우 교수의 명상. 걷기.. 여행... 치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