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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많은 지자체가 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선입견으로 인해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곳도 많다. 경기도 평택이 대표적이다. 알면 알수록 이렇게 갈 곳이 많은데 말이다.

시골 동네에 숨은 문화예술공간

평택의 이미지는 미군 부대 주둔지 하나로 점철돼 있다. 좀처럼 다른 면모가 부각되지 못하고 여러 시도를 했음에도 별반 효과를 보지 못했다. 심지어 평택이 바다와 닿아 있다는 것조차 모르는 이가 많다. 국내 5대 항으로 꼽히는 평택항이 있음에도 말이다. 그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다.

올해 1월부터 IPTV의 방송에 고정으로 출연하게 된 이후 묘하게도 평택만 3번을 갔다. 보통 이런 경우는 흔치 않다. 그저 인연이라고밖에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 덕분에 평택에 대해 몰랐던 바를 많이 알게 됐다. 부대찌개와 햄버거 말고는 좀처럼 알려진 게 없는 그 지역의 먹거리가 이토록 다양한지도 몰랐고, 곳곳에 볼거리가 이렇게 많은 줄도 몰랐다. 평택 서탄면의 웃다리문화촌은 대중에 알려지지 않은 대표적인 공간이다.

이곳은 평택 북부의 서탄면에 자리하고 있다. 서탄초등학교의 금각 분교, 그 이전에는 금각초등학교였던 부지가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한 경우다. 전국의 폐교가 대체로 그렇듯이, 이곳 역시 마을의 젊은 층이 도회지로 빠져나가며 문을 닫게 된 경우다. 가까이에 자리한 미군 부대로 인해 개발이 제한되었고, 농업 말고는 딱히 다른 무언가를 꿈꾸기 어려웠을 테니 이 학교가 문을 닫게 된 건 예정된 불행이었을 테다.

‘분교’라는 단어가 설명해 주는 것처럼 위치 자체는 접근성이 좋지 않다. 조용한 시골 마을 한쪽에 자리하고 있는 정도. 들어가는 입구도 여느 폐교 부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여기에 볼 게 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다행히도 언덕을 올라 입구 안으로 들어서면 생각이 조금 바뀐다. 폐교를 인수해서 마구잡이로 꾸민 곳이 아니라는 느낌이 물씬 찾아온다. 잘 정돈한 운동장과 건물의 모습부터 조금씩 호감을 불러일으킨다.

건물을 바라보고 왼쪽으로 가면 전시관, 오른쪽으로 가면 사무실이다. 안내판에는 그렇게 적혀 있다. 그러나 사무실은 드러나는 공간이 아니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 다시 말해 어느 쪽으로 가든 전시장으로 들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복도에 들어서면 긴 천이 늘어져 있다. 처음 생각에는 ‘잘 꾸며 놓았다’였지만, 나중에 알았다. 그 역시 작가의 전시품이었다는걸. 차양처럼 늘어진 하나하나의 천은 이지연 작가의 ‘심(心)‧심(審)한 산책’이다. 천에 그려진 선과 면은 그 자체로 문과 계단의 형상이다. 이 복도에 늘어진 천과 그 안에 그린 그림으로 다른 세상 어디론가 갈 수 있을 법한 새로운 입구를 형상화해 놓았다.

알차게 꾸며둔 보물창고

현재 진행하고 있는 전시는 4가지. 그중 메인은 김진수의 ‘빛을 담은 이야기 상자’다. 빛을 담은 상자는 순간순간의 이야기를 기록한다. 즉. 카메라를 이른다. 1800년대 중반에 개발해 디지털 시대가 열린 지금까지 그 기능은 유효하다. 이 전시는 소장가인 외과 의사 김진수가 수집한 카메라 4,000점 중 시대를 대표하는 카메라 500점을 대중에게 선보인다. 소장품을 전시하는 것치고는 상당히 방대한 규모다. 전시는 총 네 곳의 공간에 나눠서 진행한다. 시작하는 문으로 들어가면 어디서도 보기 어려운 1800년대 카메라가 줄지어 늘어서 있다. 그중에서도 눈에 들어온 건 1861년 올리버 웬들 홈스가 고안한 입체경이다. 이는 좌우 두 눈의 망막에 피사체가 맺히는 시차를 이용해 입체적인 화면을 만들어낸다.

방을 옮길수록 온갖 카메라가 예전의 화려했던 영광을 뽐내듯 존재감을 드러낸다. 칼 자이스, 폴라로이드, 라이카 등 사진 좋아하는 이라면 한 번은 들어봤을 이름들이 무리를 지어 있다. 때로는 브랜드별로 한데 모아 어떤 과정을 거치면서 발전해 왔는지를 살피도록 해 두었다. 한쪽에는 1950년대 미국의 가정집을 연상케 하는 디스플레이가 보인다. 벽장처럼 커다란 텔레비전, 진공관으로 만든 거대한 스피커,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탁자와 소파 등 공간을 구성하는 데 있어 얼마나 많이 고민했는지가 여실히 보인다.

메인 전시가 걸음을 옮기며 찬찬히 살피는 식이라면 다른 전시는 서로 다른 장르와 작가의 상상력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로지 선으로만 공간을 꾸민 홍미희 작가의 ‘선들의 공간’은 단순한 선이 모여 얼마나 다채로운 이미지를 자아내는지를 깨닫게 한다.

동화 ‘앗! 고양이 미술관’은 어린아이에게 인기를 끌 만한 전시다. 글을 쓴 김진영과 그림을 그린 지효진 작가의 동화 속 캐릭터가 살아 움직이듯 모든 공간을 차지했다. 전시장 가운데에서 텔레비전을 보는 것 같은 연출은 입가에 저로 미소를 띠게 만든다.

그런가 하면 한쪽에는 과거 금각초등학교 시절의 물건이 모여 예전 그때 그 시절의 교실을 재현하고 있다. 나무로 만든 그 옛날의 책상과 걸상이 이렇게 작았나 싶을 정도로 작다. 벽에 걸린 리듬 교육용 교보재나 캠페인 문구 같은 것은 오래된 추억을 되살리는 힘이 있다.

  

폐교 내부에만 볼거리가 있는 게 아니니 바깥으로 나가 산책을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학교 건물 뒤쪽에는 꼬리명주나비정원이 조성돼 있다. 이곳에서는 꼬리명주나비 연구동과 함께 산호랑나비를 위한 화단, 애벌레의 먹이가 되는 흡밀식물화단 등이 만들어져 있다. 각각의 화단에 무엇이 심겨 있는지도 친절히 적혀 있으니 하나씩 살펴보고 찾아보는 것도 즐겁다. 이곳은 바깥 공간에도 곳곳에 조형물이 만들어져 있어 어디를 둘러보든 감성을 자극한다.

아쉬운 것은 이곳이 평택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공간으로 구성돼 있음에도 그런 면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 이곳의 이름인 ‘웃다리’는 평택의 농악을 일컫는 이름이다. 평택 농악은 1985년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됐다. 원래는 평택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지만,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체험 활동이 제한되면서 그런 부분을 경험하기가 어렵다.

  

훠궈 아닌 훠궈 같은 갈비탕

웃다리문화촌을 둘러보고 나면 약간은 난감해진다. 이 근처에는 좀처럼 갈 만한 식당이 없다. 목적지를 미리 정해 놓고 차를 몰아 나와야 한다. 평택에 먹을 게 있을까 싶겠지만, 의외로 많다. 문제는 한데 몰려 있는 게 아니라 평택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다는 점. 다행히 최근 비전동 일대가 개발되면서 여러 종류의 식당이 한창 입점하고 있다. 이번에 다녀온 ‘신사우물갈비’도 이곳에 있다.

이 가게는 원래 천안에 본점을 둔 가게다. 천안과 평택에만 가게가 있다. 평택은 분점인 셈. 천안에서는 ‘비주얼 맛집’으로 명성이 자자하다. ‘신사우’는 ‘신 씨 사위’라는 의미다. 그러니까 ‘신 사위가 만드는 물갈비’가 상호의 뜻이다. 당연히 시그너처 메뉴는 물갈비다. 온갖 채소를 수북이 쌓고 그 위를 얇은 우삼겹으로 덮은 뒤 육수를 넣어 끓여 먹는 요리다. 하지만 이것 못지않게 유명한 게 샤부샤부다. 역시 비주얼 하나는 기가 막힌다. 샤부샤부 팬 위에 우삼겹을 빨랫줄처럼 널어서 먹는 식. 요리가 나오면 너나없이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기 바빠진다.

원래 이 메뉴는 매콤한 물갈비를 버거워하는 사람을 위해 개발한 것이다. 물갈비가 아주 매운 건 아니지만 이것조차 맵다고 느끼는 사람은 있을 법하다. 그래서 전혀 맵지 않은 부위와 물갈비 육수를 모두 즐기게끔 했다. 당연히 훠궈로 오해도 많이 받는다. 알고 보면 팬만 그렇다. 육수는 갈비탕 베이스다. 한쪽은 갈비탕의 담백한 맛, 다른 한쪽은 매콤한 물갈비의 맛. 여기에 채소를 원하는 대로 넣어 먹도록 따로 준비해 준다. 워낙 훠궈에 익숙해 있다 보니 처음에는 다소 실망스럽기도 했다. 맛을 보기 전까지는. 육수가 끓어오르고 채소와 고기를 넣어 먹어보니 눈이 동그래진다. 갈비탕으로도 이렇게 먹을 수 있다는 깨달음에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샤부샤부를 먹는 김에 이 음식의 유래에 대해 잠깐 짚고 가는 게 좋겠다. 많은 사람이 샤부샤부가 몽골의 ‘징키스칸’이라는 요리에서 기원했다고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정보다. 징키스칸은 일본 요리라고 보는 게 맞다.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활동했던 일본인이 양고기를 처음 접했고, 귀국해서 양고기 요리를 통칭해 ‘징키스칸’이라고 불렀다는 게 비교적 정설로 거론된다. 그러니까 양고기를 볶아 먹는 현재의 징키스칸은 몽골의 요리도 아닐뿐더러 몽골과는 그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봐야 한다.

샤부샤부의 기원이 되는 요리는 따로 있다. 이는 1260년대 원나라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원의 세조 쿠빌라이 칸은 그에 반하는 세력을 진압하기 위해 남쪽으로 향했다. 그 여정에서 배가 고팠던 쿠빌라이는 평소에 즐겨 먹던 ‘칭둔양러우(清炖羊肉)’를 주문한다. 왕의 요리사 입장에서는 전쟁 중에 온전한 요리를 하기도 어려울뿐더러 갑작스러운 주문에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다. 쿠빌라이는 그만큼 성격이 급했다. 그래서 고안한 것이 물을 끓여 양고기를 넣어 데쳐먹도록 하는 방식이다. 이것이 ‘흔들어 데쳐먹는 양고기’라는 뜻의 솬양러우(涮羊肉)다. 쿠빌라이는 이 요리에 매우 만족을 표했고, 반란군을 진압한 후 옌징으로 돌아와 연회에서 이 요리를 다시 주문해 수하들을 먹였다고 한다. 이것이 중국의 훠궈와 우리가 알고 있는 샤부샤부의 기원이다.

신사우물갈비의 샤부샤부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한국식 샤부샤부라 하겠다. 그 완성도는 지금까지 접했던 수많은 것 중에 단연 엄지를 치켜들 만한 수준이다. 담백하지만 적당히 기름진 육수와 우삼겹, 채소가 매우 잘 어우러진다. 평택을 들른다면 꼭 한번 먹어볼 만한 메뉴다.

쇠고기는 눈에 좋은 식품이다. 비타민 A 성분이 야맹증을 예방해 주기 때문. 또 철분과 비타민 B도 다량 함유돼 있어 빈혈에도 도움을 준다. 혈액의 생성을 돕는 비타민 B12가 특히 풍부하다. 대표적인 단백질 식품인 까닭에 미네랄과 같은 주요 영양소도 많은데, 이는 체력을 보충하고 몸을 보해주므로 몸을 쓰는 일을 했거나 운동을 한 다음에 섭취하면 좋다. 오래 병을 앓았거나 몸이 약한 이에게 권하기도 좋은 식품이다.

© 정태겸 기자의 길 위에서 찾은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