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겸 기자의 길 위에서 찾은 밥상

불교 전문기자 출신 여행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여행잡지 트래비, 트래블러 등 다양한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며 여행작가로 활동했으며, KTX 매거진 기자로 재직했다. 저서로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더 오래가게』 등이 있다.
[경력]
- KTX 매거진 기자
- 공감인베스터 팀장, 공감미디어홀딩스 기획팀장
- 2017 서울국제불교박람회 언론홍보 총괄 및 촬영팀장
- 월간 트래비·여행신문 객원기자
- 월간 불광 잡지팀 취재 및 편집기자
- 동방대학원대학교 전략기획실 연구원
- 법보신문 편집국 취재·편집기자

[기타 활동]
- 포항KBS ‘동해안 오늘’ 고정 패널 출연
- MBC ‘노중훈의 여행의 맛’ 패널 출연
- MBC ‘이 사람이 사는 세상’ 패널 출연
- KTX 매거진, 론리플래닛, 더트래블러, 웅진싱크빅북클럽 등 칼럼 기고
- 계간 문화공감, KOFIH 전담 객원 포토그래퍼
- 미붓아카데미 ‘21세기, 불교를 철학하다’ 진행 및 홍보

[수상 내역]
- 한국불교기자대상 ‘한국 불기 2550년 틀렸다’ 특별상 수상 (2006년)
- 제16회 불교언론문화상 대상 (법보신문 기획취재팀) 수상 (2009년)

[저서]
- 2016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 2018 『더 오래가게』

정태겸
정태겸

불교 전문기자 출신 여행작가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졌다. 여행잡지 트래비, 트래블러 등 다양한 매체에 사진과 글을 기고하며 여행작가로 활동했으며, KTX 매거진 기자로 재직했다. 저서로 『중국여행-여행작가가 본 중국 대륙』, 『더 오래가게』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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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산 연산문화창고와 풋마늘오일파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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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바이러스가 기승을 떨치기 직전인 2019년 마지막 달, 논산시에서 연락을 받았다. 연산역 일대를 문화예술공간으로 만들고 싶으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자는 내용이었다. 결국 그 프로젝트를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최근 그 공간이 문을 열었다는 소식을 접했다.



옛 곡물창고에 심은 씨앗


논산은 오래전부터 활력이 넘치는 지역이었다. 충청남도 남부에 자리하고 있어 거점 도시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바다로 나아가는 금강을 끼고 있어 물류를 나르는 기착지였고, 서쪽으로 부여, 남쪽으로 익산과 완주, 북쪽으로 공주를 인접하고 있다. 너른 논산평야가 펼쳐져 있어 곡물의 수급도 원활했으니 여러모로 풍족함을 타고난 곳이다. 자연스레 도시의 기능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논산은 한반도 남부의 주요 지역 중 하나로 손꼽히곤 했다. 수운을 이용한 상업이 어느 정도로 융성했는지는 ‘강경 상인이 송도 (개성)의 송상과 막상막하를 이룰 정도’라는 문구에서도 엿볼 수 있다. 1896년 조선 8도를 13도제로 개편할 당시 충청도의 일부를 ‘충청남도’로 분류하게 했던 건 논산시의 존재감 덕분이기도 하다.


지금은 육군신병훈련소 연무대로만 기억되고 있으니 100년 사이의 변화는 이 도시를 비참하리만큼 주저앉게 만들었다. 물류의 중심 기능은 대전이 가져갔고 백제의 주요 군사요충지였음에도 부여와 공주에 밀려 역사 유적지의 명성조차 빛내지 못했다. 오죽이나 사람들 눈에 도드라지는 게 없었으면 ‘온통 논과 산밖에 보이는 게 없어 논산’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있을까. 한데 그 말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논산은 ‘논뫼’, ‘놀뫼’를 한자로 표기한 것이라는 설이 있다. 논산의 논(論)은 음차라는 설명이다. 그만큼 너른 평야 위에 논이 많다. 너른 평지 곁으로 급격하게 솟아오르는 건 계룡산이다. 1900년대를 지나는 현대화의 과정에서 논산은 과거의 시간에 그대로 머물러 버렸다.


논산의 동쪽에 자리한 연산역은 그나마 이 도시가 근대적 기능을 갖출 수 있도록 한 요인이 되었다. 대전에서 출발한 기차는 전라도로 향하는 길목에서 연산역을 거쳐서 남쪽으로 움직였다. 1911년 7월 11일에 첫 기차의 운행을 시작했으니 그 역사가 100년이 훌쩍 넘는 곳이기도 하다. 당시에는 증기로 움직이는 기관차가 주를 이루었으니 주요 역에는 증기를 만들 물을 보충할 급수탑이 만들어져 있었다. 그 급수탑이 지금도 남아 있어서 등록문화재 48호로 지정돼 있다. 하지만 이 기차역 역시 이용하는 이용객의 수가 급감해 버렸다. 덜컹거리며 철로 위를 달리는 구식 열차를 KTX가 대체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그 뒤로는 연산역 일대도 찾는 이가 줄어들어 한산해졌다. 이제는 화려했던 논산의 영광이 과거의 시간으로 사라져 버리는 일만 남은 듯했다. 논산시가 연산역 일대를 도시재생으로 개발하려고 했던 배경이 여기에 있다.


재생의 대상은 연산역 일대의 오래된 곡물창고였다. 1,000년이 넘도록 금강이 물류 운송의 중심이었고, 지난 100년 동안은 호남선이 논산 물류를 책임졌으니 기차역 인근에는 그 물류를 보관하고 옮겨 실을 창고의 규모가 꽤 컸다. 이걸 모두 역사의 뒤로 보내버리기엔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그 자리에 곡물 대신 문화와 예술을 채워서 논산이 가진 무형의 자산을 되살려 보자는 게 논산시의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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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재생이 주는 기대


연산역 일대를 되살리는 일은 꽤 지난하게 진행되는 듯했다. 한동안 좀처럼 진척이 보이질 않았다. 더구나 코로나19 시국이 길어지면서 계획이 진행된다고 해도 온전하게 문을 여는 건 쉽지 않아 보였다. 다행히 올해 3월 1일 논산시는 연산문화창고라 이름한 그 공간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 뒤로 오미크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바이러스의 횡포는 최악의 기승을 부렸고, 그것이 어느 정도 잠잠해지기 시작한 4월 말경부터 조금씩 이름이 세간에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되면서 이제는 한 번쯤 이곳을 다녀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연 어떻게 바뀌었을까, 무엇이 그 안을 채우고 있을까, 무척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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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차를 하고 골목을 돌아서 ‘연산문화창고’라 이름 지은 팻말이 나타나는 순간부터 놀라운 표정을 감추기 어려웠다. 한산하다 못해 을씨년스럽기까지 했던 그해 겨울의 그 공간이 멋스럽게 탈바꿈해 있었다. 이미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람들은 가족 단위로 공간 여기저기를 메우고 있었고, 흰 건물과 따스한 색채의 페인트가 공간에 기대어 한없이 쉬고 싶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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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인공으로 조성한 물가에 붙어 찰방찰방 물놀이에 한창이었고, 그 위로 더없이 포근한 햇살이 떨어졌다. 5곳의 곡물창고 중에서도 가장 중앙에 위치한 커다란 공간을 통째로 카페로 만든 것에 대해서는 의아한 생각이 들었지만, 금세 이해할 수 있었다. 이런 공간이 있어야 사람이 머물고 머무는 사람이 공간을 더 오래 이용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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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전체에서 가장 눈길을 사로잡은 건 조형물이었다. 검은색 선을 중심으로 알록달록한 원색의 색채가 더해진 사슴과 사자는 이곳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고 있었다. 이곳을 찾는 사람은 누구나 휴대폰을 꺼내 이 조형물을 사진으로 담았다. 그만큼 이곳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을 법한 예술품으로 자리하고 있었다. 맑은 하늘, 선선한 바람, 돌아가는 바람개비, 그리고 해맑게 웃으며 뛰어다니는 아이들의 모습이 이 자리에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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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이후 철도문화체험의 공간으로 사용하던 흔적은 아직 그대로 남아 있었다. 철도 차량이 창고 곁에 그대로 놓여 있다. 차량의 앞에 그린 ‘연산 대추 꽃피는 마을’이라는 그림은 빛이 바래 있었지만, 이곳이 얼마 전까지 그런 역할을 하던 곳이라는 역사를 보여주고 있으니 공간의 역사를 지운 게 아니라 그대로 계승한 듯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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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잠깐 들러서 쉬었다 가기에 안성맞춤이다. 농협창고는 옛 모습 그대로 허름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만, 내부는 전시관이 되어서 찾아온 이에게 다채로운 예술의 세계를 내어 보여준다. 그런가 하면, 다른 공간은 이곳이 당초 의도했던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본질을 그대로 품고 있었다. 논산의 특산품을 이용해서 만드는 지역의 맥주 이야기가 나왔던 것을 기억한다. 그때 들었던 그 계획이 한쪽 공간에서 준비되고 있었다. 그 옆은 체험 공간이 되어 아이들의 체험 교실이 한창 진행 중이다. 최근 현지에서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연산문화창고에서는 지역의 음식문화를 위한 행사도 차근차근 열리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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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이곳이 문화예술공간으로 재탄생하는 데 함께하지는 못했지만, 결과물을 보니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훌륭하게 되살아난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일단은 현재까지만 해도 도시재생이 지역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증명하고 있는 듯하다. 이 정도만 해도 아주 만족스럽다. 앞으로 이곳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아마도 논산시가 중심이 되어 의미 있는 사업을 여러 가지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봐도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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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 좋은 식재료로 만든 요리


논산의 이런 변화는 갑자기 시작된 게 아니다. 그 점을 꼭 강조하고 싶다. 그에 앞서 의식 있는 젊은이들이 논산으로 귀향·귀촌을 했고 각자가 여러 어려움을 이겨내고 소기의 성과를 내왔다. 그들 스스로는 아직 ‘성공’을 입 밖에 꺼내지 않으려 하지만 이미 숱하게 많은 외부의 시선이 그들의 안착을 성공으로 바라보는 중이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정광하·오남도 부부다.


부부는 논산 연무대에서 멀지 않은 자리에 땅을 빌려 농장을 시작했다. ‘꽃비가 내리는 과수정원’이라는 뜻의 ‘꽃비원’이라 이름 지은 그 농장에서는 계절마다 수십 가지 농작물이 자란다. 이들의 농사는 다른 이들과 전적으로 달랐다. 어떻게든 수익성 좋은 작물을 키워 대량으로 키운 뒤 많이 팔아 돈을 버는 것. 이게 현재 일반적인 농업의 형태라면, 이들의 농장은 그것과 대척점에 서 있다. 다품종 소량생산. 그러니까 계절에 맞는 다양한 품종을 소량으로 키우는 것. 그게 과연 돈이 될까? 누가 봐도, 아무리 봐도, 좀처럼 돈이 될 구석은 보이지 않는다.


심지어 이들은 자연농법으로 작물을 키운다. 유기농을 넘어서서 작물이 가진 자연 그대로의 힘으로 자라게 한다는 말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싶은데, 농장을 가서 보면 놀랄 만큼 하나하나가 생명력이 넘친다. 자연농법이라고 하면 상처 나고 못생긴 것이 대부분일 성싶지만, 하나같이 예쁘고 먹음직스럽다. 경탄스러울 정도다. 그토록 어려운 길만 택해서 농사를 고수하는 부부는 어렵게 키운 것들을 그들의 작업을 알아주는 소수의 사람만을 대상으로 판다. 그래서 그들이 재배한 것은 먹고 싶어도 먹기 어렵다. 다른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논산에 가면 된다. 부부는 연무읍 주택가 골목 안에 있는 옛 창고를 개조해서 ‘꽃비원홈앤키친’이라는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들이 운영하는 식당의 음식을 뭐라고 부르면 좋을까. 구태여 정의를 내리자면 ‘이탈리안 가정식’ 정도가 가깝지 않을까. 메뉴는 무척 단출하다. 파스타 두 종류, 피자 한 종류. 그리고 포카치아 몇 가지. 나머지는 직접 재배한 과수로 청을 만들어 파는 에이드류다. 봄이 끝자락을 향해가고 있는 지금은 마늘종으로 만든 풋마늘오일파스타가 메인이다. 다른 하나는 토마토소스를 넣어 만든 토마토파스타. 무얼 골라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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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다른 곳과 달리 생면을 직접 뽑아서 만들기에 다른 어디와도 비교하기 어렵다. 물론 생면을 만드는 데도 농장 한쪽에서 직접 키운 닭이 낳은 신선한 계란을 넣는다. 주문을 받으면 그때부터 반죽으로 면을 뽑기 때문에 조리시간은 오래 걸린다. 하지만 그 기다림은 결코 헛되지 않다. 갓 뽑은 생면은 부드럽다. 이빨로 씹는 것이 온전히 느껴지지 않을 만큼 포슬포슬한 면에 소스가 충분히 배어 있다. 파스타를 즐기지 않는 사람도 이곳에서는 파스타를 한 그릇 뚝딱 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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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들여 먹은 아스파라거스 수란 역시 온전히 꽃비원 농장의 산물이다. 지금 농장에선 제법 굵직한 아스파라거스가 허리를 꼿꼿이 펴고 솟아오르고 있다. 굳이 껍질을 까지 않아도 될 만큼 아삭한 아스파라거스를 구워서 내고 그 위에 포근한 수란을 얹었다. 여기에 소금과 후추를 뿌린 게 전부다. 농장에서 꺾은 보랏빛 식용 꽃이 접시에 멋스러움을 더한다. 소스는 수란이다. 가운데를 갈라 노른자를 터뜨린 후 아스파라거스를 찍어 먹으면 된다. 아스파라거스가 가진 원래의 맛을 온전히 즐기는 데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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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다녀간 사람들은 다른 음식들도 모두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포카치아를 첫 번째로 꼽는다. 그만큼 포카치아를 잘 굽는다. 여기에 직접 담근 금귤청으로 만든 금귤에이드를 더하면 완벽한 한 끼가 완성된다. 아이들의 입맛은 정확하다. 이번에도 음식을 맛보는 내내 두 딸이 감탄을 연발했다. 잘 키운 식재료는 그 자체로 훌륭한 요리라는걸, 진리와도 같은 그 사실을 그대로 경험하게 해주는 자리였다. 가족에게 그걸 알려줄 수 있었으니, 이번 여행은 그것 하나만으로도 뿌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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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에서 샐러드용으로 먹는 고급 채소다. 숙취에 좋은 아미노산의 일종인 아스파라긴 (Asparagine)이 처음 발견된 채소이기도 하다. 아삭아삭한 식감을 가진 아스파라거스는 100그램당 12칼로리 정도로 매우 칼로리가 낮다. 비타민 A와 베타카로틴, 비타민 C, 식이섬유, 엽산, 인, 칼륨, 칼슘, 철분, 오메가-3, 오메가-6 등의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다. 뇌, 심장 등의 혈관과 혈액의 건강에 도움이 되고 체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는 역할도 한다. 반면 지방은 거의 없다. 계란, 베이컨, 쇠고기, 돼지고기 등 동물 단백질을 섭취할 때 잘 어울린다. 하지만 칼륨이 많은 관계로 신장 질환이 있는 경우 섭취를 제한하거나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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