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MCRIC

현재 대한민국에는 5척의 병원선 (인천531호, 충남501호, 경남511호, 전남511호, 전남512호)이 의료시설이 취약한 섬을 돌며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작은 섬에는 병원은 물론이고 보건소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섬 주민분들은 기본적인 감기약 처방은 물론, 한의과 및 치과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찾아가는 병원선에 많은 분이 진료를 받으러 오시며 특히 어르신분들께서는 한의 치료를 가장 선호하십니다.

공중보건한의사로 병원선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힘들지 않나?”라는 걱정부터 시작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2022년 한의대 졸업 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저의 생생한 기억들과 느낀 점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병원선은 의료시설이 취약한 섬을 순회하며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진료를 보는 선박입니다.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병원선 근무자로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한의대 이후 군대

저는 2016년 한의대에 입학하여 2022년에 졸업한 신규 한의사입니다. 모든 대한민국 남자들이 그러하듯, 저 역시 한의대를 졸업하고 군대에 가야 했습니다.

한의대 남학생들은 졸업 이후 대부분 2가지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수행합니다. 일반 병사로 군대에서 1년 6개월간 복무하거나 공중보건 의사(이하 공보의)가 되어 의료취약지역의 보건지소에서 3년간 근무합니다. 이외에도 카투사나 공익 또는 전문의를 마치고 군의관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거의 90%는 공보의로 갑니다.

저는 졸업 후 공보의에 지원하여 인천시에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인천시 안에서의 세부 지역은 제비뽑기로 정하게 되는데, 정말 운이 좋게 1순위로 생각하던 병원선에 가게 되었습니다. 당시에는 기뻤던 마음보다 믿기지 않는 마음에 얼떨떨함이 더 컸습니다. 그래도 앞으로 병원선에서 보낼 공보의 3년을 상상하니 설렘이 가득했습니다.

5개의 병원선

병원선에 대해 아시는 분이 많지 않으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공보의 배치 과정에서 처음 병원선의 존재를 알게 되었습니다. 몇 년 전 방영되었던 드라마 '병원선'을 통해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이 있습니다. 재미있더라고요. 근데 저는 다 안 봤습니다. 매주 타고 있어서. (^^)

현재 전국에는 총 5척의 병원선이 운행 중이며 인천531호, 충남501호, 경남511호, 전남511호 (여수), 전남512호 (목포)가 있습니다. 이 중 1999년에 건조된 인천 531호가 가장 오래되었으며, 2024년 말부터는 새로 설계 중인 거대한 최신식 병원선이 운행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주된 업무는 인천시 옹진군 중 덕적도와 자월도를 격주로 방문하며 3명의 공보의가 내과, 치과, 한의과 진료를 보는 것입니다. 한 분기에 2번 정도 소연평도 또한 방문합니다. 보통 한 번 출항 시 2박 3일 동안 배에서 숙식을 해결합니다. 이 또한 날씨가 좋지 않은 날이 있으면 1박 2일만 진료를 보기도 합니다. 봄과 여름에는 주로 안개로 기상이 좋지 않고, 가을 겨울은 바람이 많이 불어 배가 잘 뜨지 않기 때문에 매주 날씨가 좋기를 기도해야 합니다.

목숨을 걸고 일한다?

병원선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습니다.

“배에서 생활하는데 위험하지 않나?”

제 대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바람이 강하게 불거나 비가 많이 오면 배가 뜨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하늘이 맑은 날에만 출근하여 출근길이 여행길 같은 기분이 들곤 합니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기상악화로 출항하지 못할 경우 옹진군 보건소로 출근해야 합니다. 보건소에서는 다른 공보의 선생님들이 진료를 보기 때문에 찾아오셔도 저를 볼 수 없으실 겁니다.

공보의 3년은 매우 긴 시간입니다. 인천에서 총 9개의 섬을 돌며 진료를 보는 경험은 저에게 특별한 기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다음 글은 병원선 내부 온라인 투어를 시작으로 인천의 작은 섬 이야기들을 여러분께 공유하겠습니다.

© 공보의 박재량의 한의사 항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