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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도, 흰 상어의 이빨과 같다고 하여 불리는 섬의 이름입니다. 인천시 옹진군 덕적면에 위치한 백아도는 인천 연안 부두에서 출발하여 덕적도행 배를 거쳐 백아도행 배로 갈아타야 갈 수 있습니다. 작은 섬으로 주민 수도 매우 적으며 그만큼 자연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매년 여름 많은 관광객이 주로 1박2일 백패킹이나 등산을 하고 색다른 바위와 산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 백야도를 찾습니다.

옹진군의 오키나와

2023년 기준 백아도의 인구는 36명이지만 예전에는 500여 명의 인구가 있었다고 합니다. 당시 조기, 민어, 새우 등 어업이 활발히 이루어져 주민분들이 모두 풍요롭게 살았으나 점차 물고기가 줄어들면서 많은 사람이 마을을 떠나 현재의 인구수가 되었습니다. 현재는 바다에서 우럭, 노래미, 장어 등을 잡을 수 있으나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선착장 주변에 정박하여 있는 배가 하나도 보이지 않으며, 주민들이 어업에 종사하지 않아 바다에 버려지는 생선이 없어 해안가 특유의 바다 비린내가 없습니다. 제가 돌아다닌 많은 섬 중에서 백아도의 바다는 손꼽힐 정도로 맑고 깨끗하였습니다. 처음 백아도의 바다를 본 날 저는 일본의 오키나와 바다가 생각날 정도로 반짝이는 바닷물의 매력에 흠뻑 빠졌습니다.

병원선의 단점은 물때 시간에 맞춰서만 배가 들어가고 나올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물때가 맞지 않는 시간에는 병원선에서 작은 보트로 옮겨 타고 섬에 들어가게 됩니다. 자칫 바다에 빠져 위험할 수 있지만 바닷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빠르게 물살을 가르는 보트를 타면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기분이 들어 병원선에서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 중 하나입니다.

백아도와 백패킹

백아도의 아름다운 바다를 즐기는 방법의 하나는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입니다. 이곳에는 예쁜 봉우리가 있어 많은 관광객이 백패킹을 하러 옵니다. 오래전부터 주민분들이 관광객을 위해 민박집을 직접 운영하시고 있지만 코로나 이후 손님이 많이 줄어 현재는 네 집 정도만 남아 있습니다. 주로 비박 손님이나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주시며 섬에는 따로 음식점이 있지 않아 민박에서 숙식을 모두 해결해야 합니다. 이때 제공되는 반찬의 경우 섬인 만큼 하나하나가 귀한 음식입니다. 주인분이 직접 봄에는 산에서 취나물을 캐고 겨울에는 해변에서 홍합과 굴을 캐와서 자연의 맛 그대로 대접해 드립니다. 또한, 백아도에서 백패킹을 하면 약초를 많이 볼 수 있는데 관광객들이 늘어나면서 약초를 무분별하게 많이 뽑아가 산이 망가지고 있다고 하네요. 섬과 주민들의 위해 약초가 보이더라도 캐지 않는 것을 당부드립니다.

섬이 깨끗하고 예쁜 데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숨어있습니다. 마을 분들이 매일 공공 근로로 해변의 쓰레기를 줍고 산의 풀들을 가꾸시며 비박 장소 주변을 말끔하게 정리하고 계시고 있습니다. 이는 감사드릴 일이지만 많은 어르신이 몸이 아프셔서 저를 찾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보건소 마을과 발전소 마을

백아도에는 두 개의 마을이 있습니다. 하나는 선착장과 보건소 근처에 위치한 보건소 마을, 하나는 섬의 남쪽에 위치한 발전소 마을입니다. 병원선이 백아도에 도착하면 선착장에 배를 대고, 저는 보건소 차량 혹은 마을 주민분의 차량을 통해 진료소까지 이동하며 주로 보건소 마을에서 진료를 봅니다.

진료소의 환경은 열악합니다. 베드 한 개, 소파 한 개가 전부인 곳에서 순서대로 오시는 어머니들을 돌봐드리게 됩니다. 제가 가는 진료소는 평소 화상 진료실로 사용하여 인천 옹진군 보건소에 계시는 의사 선생님을 통해 비대면으로 처방받는 공간이라 자주 이용하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 진료실과는 거리가 먼 환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환자분들이 침을 맞기에 불편할 수 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아도에 방문할 때마다 저를 찾아와 주시는 할머님들이 계셔서 감사합니다.

발전소 마을 분들은 보건소와 거리가 있다 보니 찾아오기 힘들어서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발전소 마을로 넘어가 왕진을 봅니다. 가는 길은 산이 많아 가파릅니다. 하지만 길이 가파른 만큼 높은 곳에 올라가다 보면 바다와 마을이 한눈에 보이는데,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이유를 알 수 있는 순간입니다.

그리고 흑염소 마을

섬을 돌아다니다 보면 유독 흑염소가 많이 보입니다. 주민분께 여쭤보니 흑염소는 모두 주인이 있으며 묶어두고 키우는데 그렇지 않으면 농작물을 모두 망가트려 골치가 아파진다고 합니다. 처음 한 백아도 주민분이 흑염소를 데리고 들어온 이후 새끼들을 낳았고, 이를 분양받아 다른 분들도 키우는 중인데 실제로 보면 정말 귀엽습니다. 혹시나 흑염소가 다 크게 되면 다른 목적이 있지 않을까 싶어 여쭤보니 다행히 음식으로 쓰이지는 않고 모두 다른 섬에 판다고 합니다.

기차바위

선착장과 가까이 있는 기차바위는 그 형태가 증기기관차와 같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기차바위는 중생대 백악기 화산 활동으로 인한 유문암질 응회암이 파도, 조류, 해류 등의 침식으로 인해 깎여 형성된 해식애로, 정상에 있는 바위 또한 풍화에 의해 형성된 자연의 결과물입니다. 바다와 마주하고 있어 자연스레 생긴 절벽과 꼭대기에 있는 기차 연통 모양의 바위가 한 번쯤 가까이서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가까이서 보게 되면 그 크기가 훨씬 크게 느껴지고 사람 발길이 없어 물고기가 많아 낚시꾼들의 성지이기도 합니다.

남봉

많은 사람이 백아도를 찾는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바로 남봉입니다. 남봉은 불과 145m의 암릉이지만 가는 길은 매우 가팔라 조심해야 합니다. 여느 산이 그러하듯, 힘든 길을 올라가면 그만한 보상이 있습니다. 끝없이 넓고 푸르른 바다와 눈 아래로 작게 보이는 섬들이 자연의 수려함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또한, 이른 아침 새벽 등산을 좋아하신다면 남봉은 필수 코스입니다. 일출과 함께 운이 좋다면 남봉의 공룡능선을 넘어 다니는 아름다운 운무를 보실 수 있습니다.

흔들바위

백아도의 마지막 코스는 바로 흔들바위입니다. 보건소 마을을 지나 위로 올라가면 볼 수 있는 흔들바위는 2012년에 방영된 ‘1박2일 백아도 편’에 나온 이후 사람들이 자주 방문한다고 합니다. 올라가는 길에는 제비꽃, 달래 등 꽃을 많이 볼 수 있으며, 중간중간 큰 바위가 있는데 경사가 심하여 안전 난간을 잘 잡으며 가야 합니다. 흔들바위가 있는 능선까지 올라오면 보건소 마을의 풍경과 함께 남봉이 보이며, 겉보기에는 꿈쩍도 안 할 듯 큰 바위가 하나 있습니다. 이 바위의 뾰족한 끝부분을 밀어 보면 흔들거리는 아찔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제가 소개해 드린 곳 이외에도 가보면 좋을 곳으로는 우뚝바위, 당산, 농바위가 있으며 하나하나가 백아도의 명소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답습니다. 섬의 크기가 작아 모두 둘러보는데 어렵지 않고, 정상에서 고개를 어느 쪽으로 돌리든 모두 아름답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올해는 백아도로 한번 떠나보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 공보의 박재량의 한의사 항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