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 항해 일지

현재 대한민국에는 5척의 병원선 (인천531호, 충남501호, 경남511호, 전남511호, 전남512호)이 의료시설이 취약한 섬을 돌며 진료를 보고 있습니다.

작은 섬에는 병원은 물론이고 보건소조차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 보니 섬 주민분들은 기본적인 감기약 처방은 물론, 한의과 및 치과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찾아가는 병원선에 많은 분이 진료를 받으러 오시며 특히 어르신분들께서는 한의 치료를 가장 선호하십니다.

공중보건한의사로 병원선에서 근무한다고 하면 '힘들지 않나'라는 걱정부터 시작해서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라는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 2022년 한의대 졸업 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저의 생생한 기억들과 느낀 점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싶습니다.
[학력]
동국대학교 한의과대학 졸업

[이메일]
djm04201@naver.com

박재량
박재량

병원선은 의료시설이 취약한 섬을 순회하며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가 진료를 보는 선박입니다. 대한민국에 몇 안 되는 병원선 근무자로서 경험하기 쉽지 않은 이야기를 여러분께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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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푸른 하늘, 푸른 바다, 푸른 섬 울릉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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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선은 매년 배 점검을 위해 한 달 정도 운항을 멈추게 됩니다. 작년에는 3~4월이었던 수리 기간이 올해는 6~7월에 이루어졌고 올해는 여름 장마와 겹쳐 날씨가 좋지 않아 출항을 한 달 넘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보통 이 시기에 휴가를 사용하여 여행을 다니는데, 이번에도 바다를 벗어나지 못하고 우리나라 먼 동쪽에 있는 울릉도에 방문하게 되었습니다.


울릉도는 백두산, 제주도와 같이 활화산으로 5,000년 전까지 화산 분출이 계속되었습니다. 깊은 바다 해저면으로부터 화산 분출로 쌓아 올려진 성층화산으로, 그 높이는 3,000m에 달하고 해저는 2,200m 깊이로 화산의 크기가 매우 큰 편에 속합니다. 육지에서 배로 3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울릉군에는 총 3개의 보건소가 있습니다. 육지와 거리가 먼 만큼 울릉도 공보의도 병원선 공보의와 마찬가지로 다음 해 이동에 우선 순위권을 가지고 수도권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울릉도 배편


우선 울릉도를 방문하기 위해서는 강릉 또는 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를 이용하여야 합니다. 강릉에서 출발하는 배는 아침 7:30 쾌속선뿐이며, 포항에서 출발하는 배는 오전 10:20 쾌속선과 오후 23:50 크루즈가 있습니다. 쾌속선은 3시간 정도 걸리지만 크루즈는 밤에 출발하여 다음 날 새벽 6시 정도에 도착하는 바다 위 호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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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릉도 크루즈


저는 크루즈를 이용하여 울릉도로 향하였습니다. 배에는 2인실, 4인실, 6인실이 있고 각 방에는 화장실이 있으며 침대 또한 쾌적한 편이라 불편함 없이 잠을 자고 다음 날 기분 좋게 울릉도에 도착할 수 있습니다. 선박의 크기가 크다 보니 속도가 많이 나지 않아 흔들림이 느껴지지 않으므로 뱃멀미를 하시는 분들은 크루즈가 좋은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돌아오는 배편은 울릉도→강릉 12:00 쾌속선, 울릉도→포항 12:30 크루즈, 울릉도→포항 15:50 쾌속선이 있습니다.



스노클링만 해도 울릉도를 다 즐긴 것


울릉도에 방문하면 꼭 해야 하는 것 중 하나로 스노클링을 추천해 드리고 싶습니다. 투명한 바다에서 물고기들과 함께 수영하면 이곳이 한국이라는 것을 잊으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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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 울릉도 서쪽 9시 방향의 학포 해변은 물이 가장 깨끗하고 물고기도 가장 많았습니다. 울릉도의 해변은 대부분 모래가 아닌 큰 돌로 이루어진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돌은 ‘몽돌’이라고 불립니다. 자세히 보면 모든 돌이 뾰족하지 않은데 이는 거센 파도로 인해 모서리가 마모되어 만들어진 형태라고 합니다. 학포 해변 위쪽의 야영장은 끝없는 바다를 보며 캠핑을 즐길 수 있어 많은 사람이 학포를 찾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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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포 해변


섬 10시 방향 현포 마을에 있는 울릉도독도해양연구기지 앞 해변도 좋습니다. 현포(玄圃)의 유래는 동쪽에 있는 촛대암의 그림자가 바다에 비치면서 바닷물이 검게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입니다. 이곳 해변은 다른 지역보다 넓고 깊었습니다. 그래서 스노클링을 더 오래 즐기기 좋은 장소였습니다. 물은 전반적으로 깨끗하였으나 학포 해변보다는 덜 깨끗했고 물고기도 더 적었습니다. 스노클링을 집중적으로 자유롭게 즐기고 싶으신 분들께 추천해 드립니다.


해양연구기지는 울릉도와 독도의 바다를 연구하고 교육하는 곳으로 독도 해양 생물을 연구하여 국제 학술지를 통해 독도가 우리나라의 땅이라는 것을 밝히는 중요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 밖에도 해양연구기지를 방문하면 옛날 울릉도 주민들이 쓰던 잠수복과 낚시 도구도 전시되어 있고 3,000m 화산 모형을 통해 독도와 울릉도 화산의 전체 해저 형태를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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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양연구기지 앞 해변


다음은 1시 방향의 천부 해수욕장입니다. 해수풀장이 있어 가족끼리 오시는 분들이 많았고, 스노클링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천부 해중전망대가 있습니다. 이곳은 수심 6미터에서 자연 아쿠아리움을 즐길 수 있는 곳으로 돌돔, 노래미, 복어, 뿔소라, 볼락 등 다양한 물고기들을 설명과 함께 직접 볼 수 있습니다. 스노클링을 즐기기 전 물고기에 대한 지식을 익히고 바다에 들어가면 재미를 배로 느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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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 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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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부 해중전망대


울릉도의 많고 많은 해변 중 제가 마지막으로 추천하는 곳은 동쪽 3시 방향의 내수전 몽돌 해변입니다. 내수전이라는 지명의 유래는 과거 김내수라는 사람이 이곳에 처음 마을을 개척하여 밭을 일구어 살았다고 하여 내수의 밭이라는 뜻에서 내수전이라고 불리었다고 합니다. 이곳 또한 해수풀장이 있어 아이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고 가족 또는 학생들이 많이 방문하는 듯했습니다. 그러나 바다에 방파제가 없어 파도가 비교적 강하였지만 깊이는 깊지 않아 성인 남성 기준으로 발이 계속 돌에 닿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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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수전 몽돌 해변



울릉도 3대 비경


울릉도에는 유명한 3대 비경이 있는데 그 중 첫 번째는 삼선암으로 세 선녀에 관한 전설이 있습니다. 옛날에 세 선녀가 울릉도로 내려와 목욕을 즐겼는데 이 중 막내 선녀가 장수와 눈이 맞아 정을 나누는 것을 옥황상제가 알게 되어 세 선녀를 모두 바위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홀로 떨어져 있는 바위가 막내 선녀이고, 같이 붙어있는 두 바위가 두 언니의 바위라고 합니다. 특이하게 막내 바위는 다른 바위와 다르게 풀이 나지 않고 가운데가 갈라져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큰 바위의 높이는 100m가 넘고 나머지 바위도 각각 89m, 58m에 이릅니다. 본래 삼선암은 본 섬의 일부였으나 수직절리를 따라 약한 부위가 침식 작용으로 본 섬과 떨어지는 것을 시스택 (Sea Stack)이라고 하는데 그 결과 큰 바위가 우뚝 생긴 듯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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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선암 © 2023. Krworker. All right reserved


두 번째 비경은 코끼리 바위입니다. 바위의 모양이 코끼리를 닮았다 하여 코끼리 바위라고 불리며 바위에 10m 높이의 구멍이 있어서 공암 혹은 구멍 바위로도 불립니다. 이 역시 삼선암과 마찬가지로 울릉도와 연결되어 있었으나 시스택으로 인해 형성되었습니다. 파도의 침식으로 생긴 구멍은 시아치 (Sea Arch)라고 합니다. 시스택과 시아치의 특징을 모두 가진 코끼리 바위는 울릉도의 두 번째 3대 비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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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끼리 바위 © 2023. Krworker. All right reserved



세 번째 비경은 관음도의 쌍굴 바위입니다. 관음도는 울릉도에서 100m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울릉도 부속 섬 중 세 번째로 큰 섬입니다. (첫 번째는 죽도, 두 번째는 독도) 2012년도에 높이 37m 길이 140m의 현수교가 생겨서 현재 울릉도의 관광명소로 유명한 곳입니다. 섬의 북동쪽에 쌍굴 바위라고 불리는 14m의 해식동굴이 있어 과거 이곳에서 해적들이 살았다고 하며, 천장에서 떨어지는 물을 먹으면 장수한다는 전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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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음도



울릉도에서 먹어야 할 음식


울릉도는 오징어, 명이나물, 독도새우, 따개비 죽/칼국수, 홍합밥, 호박막걸리 등이 유명합니다.


울릉도의 식당은 뉴스에 나올 정도로 악명이 높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울릉도에 가서 꼭 먹고 싶었던 음식이 있었습니다. 바로 독도 새우입니다. 한 마리에 1만 원이나 하는 가격이지만, 독도에서 직접 잡은 살아있는 새우를 바로 먹을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습니다. 독도 새우는 닭새우, 도화새우, 꽃새우를 통칭하는 말로 각각은 생김새부터 모두 달라 눈으로도 구별할 수 있습니다.


닭새우는 머리의 생김새가 닭의 볏과 비슷하여 닭새우라고 합니다. 하지만 독도에서 잡히는 것은 가시배새우이며, 현재는 닭새우로 통용하여 불립니다. 130~400m 깊이의 차가운 해역에서 서식하고, 실제로 만져보니 껍질이 매우 딱딱하고 날카로웠으며, 공격성도 강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먹을 때 가시가 날카로워 찔리지 않게 조심해야 합니다. 닭새우는 일반 새우보다 톡톡 터지는 식감에 달큼한 맛이 났습니다.


꽃새우는 흰색과 붉은색의 줄무늬가 있는 새우로 사실 독도에서 잡아 오는 것은 물렁가시붉은새우이며, 편의상 꽃새우로 불리고 있습니다. 물렁가시붉은새우는 자웅이숙으로, 수컷으로 태어나 자라면서 암컷이 됩니다. 실제로 먹어보니 큰 새우는 알이 있었고 작은 새우는 알이 없었습니다. 식감은 부드러운 편이며, 닭새우와 마찬가지로 단맛이 강했습니다.


무늬가 복숭아꽃처럼 화려하다고 하여 불리는 도화새우는 독도새우 중 가장 비싸서 실제로 사 먹지는 못했습니다. 그 생김새는 꽃새우와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나는데, 꽃새우의 무늬가 수평으로 나 있다면 도화새우는 수직으로 무늬가 있습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내한 시 청와대 만찬에서 사용되었던 음식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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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닭새우와 꽃새우


울릉도에서는 따개비 칼국수를 파는 곳이 많습니다. 식당마다 따개비를 전복에 비유하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 또한 사실은 우리가 익히 아는 갑각류인 따개비가 아닌, 연체동물인 삿갓조개입니다. 주로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며 파도에 견디기 위해 빨판이 발달하여 그 식감이 쫄깃합니다. 영양학적으로는 아르기닌 (Arginine)이 많아 단백질도 풍부하고 혈류량 개선에 도움을 주고 전복보다 영양가가 많다고 하여 보양 음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칼국수는 전복죽과 비슷한 맛이 났는데 따개비가 매우 잘게 썰려있어서 식감을 느껴보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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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개비 칼국수


울릉도는 바다가 정말 예쁜 섬입니다. 바다에서만 매일 놀아도 울릉도를 잘 즐겼다는 생각이 들 만큼 투명하고 푸른 바다는 때 묻지 않은 자연을 잘 보여줍니다. 그래서 먹거리보다는 바다 풍경을 즐기며 수영과 스노클링을 하러 사람들이 많이 방문합니다. 여러분도 이번 여름에는 뜨거운 햇빛을 피해 시원한 울릉 바다로 떠나보세요.



© 공보의 박재량의 한의사 항해 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