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연구가들의 꿈의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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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국스토리 기자단 신청을 하면서 가장 먼저 취재해보고 싶었던 곳이 부산대학교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였습니다. 졸업 후 개원가나 대학병원으로의 진로는 많이 봐왔지만, 연구원으로서의 삶은 어떨지 궁금한 점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 있고, 최첨단 시설을 갖춘 임상연구센터이기도 해서 꼭 방문해보고 싶었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하자 부산대학교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장이자 부산대 한방내과 전문의이신 최준용 센터장님께서 저를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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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919 2.jpg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한의약임상시험센터에 대해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임상시험센터란, 임상시험을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만든 곳입니다. 별도의 독립적인 기구라기보다는 모든 병원의 부속 기관으로, 병원이 있으면 그곳에 임상시험센터가 있게 됩니다. 건물은 분리되어 있지만, 이곳 한의약임상시험센터도 부산대한방병원의 임상시험을 맡고 있는 센터인 것입니다. 저 역시 한방병원 교수로도 재직하고 있습니다.

2006년에 국립한의학전문대학원 설치대학으로 부산대학교가 선정되었습니다. 국립대 부속병원, 한의학전문대학원 모두 국립대 소관이기 때문에 교육부에서 건물을 짓고, 모든 시스템을 만들게 됩니다. 그때 정부에서 한방임상시험센터의 필요성을 느꼈고, 보건복지부에서 2006년에 임상시험센터를 기획해서 80억 규모의 지하 1층, 지상 4층짜리 건물을 지었습니다. 2009년 6월에 착공하여 2010년 7월에 완공이 되었고, 2011년 11월에 개소식을 해서 부산대학교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가 개원을 했습니다. 양방에서도 임상연구를 위해 따로 건물을 짓는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이니 국내 최대 규모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연구센터는 사립대에서도 설치할 수 있고, 나라에서 지정하거나 운영비를 줄 수도 있는데, 이곳은 한의학육성법1)에 근거하여 한방임상센터를 설치하게 되었습니다. 또 한의학육성발전 5개년 계획이라는 것이 있는데, 1차 5개년 계획 때는 임상연구센터 건물을 짓는 것, 2차 5개년 계획2)때는 연구를 활성화하는 것 등의 계획들이 들어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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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919 2.jpg 한의약임상시험센터의 시설에는 어떤 특징이 있나요?


센터의 특징은 대규모의 연구를 위한 다양한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는 것입니다. 전체 4층으로 이루어져 있는 건물로, 4층에는 한방병원 교수님들께서 바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임상연구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3층에는 다양한 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공간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한의학연구원과의 협력센터 공간, 올해부터 시작되는 양·한방 협진 모니터링 센터, 그리고 한방플라즈마센터도 3층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한의약 임상연구센터의 공간을 보면, 크게 병원 자체에서 사업을 이끌어갈 목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있고, 개별 연구자나 교수님들이 공모 사업을 따서 연구비가 생기면, 임상연구센터 공간에 입주할 수도 있습니다. 한방플라즈마센터의 경우는 부산대학교한방병원 한방내과 홍진우 교수님께서 보건복지부 의료기기 사업을 따서, 이곳 실험실에 입주해서 쉽게 말하면 방세를 내고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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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실험실에는 복합분석장치가 설치되어 한약재의 유효성분, 지표성분, 오염물질뿐만 아니라 인체에 있는 여러 가지 미량 성분들도 분석할 수 있습니다. 임상 약리학에서 다루듯이 우리 몸에 어떤 성분이 얼마나 분포되어있는지를 분석할 수 있습니다. 또 연구만을 위한 단독 연구 병실도 자리하고 있습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다른 학교의 교수님들도 입주해서 연구를 할 수 있는 건가요?


물론 가능합니다. 올해 새로 통과한 운영 방침에 따라서, 연구의 목적이 센터의 취지와 맞으면 심사를 통해서 입주할 수 있게 규정이 되어있습니다. 아주 생뚱맞은 연구가 들어올 수는 없지만, 임상연구센터에서 진행되는 것이 그 연구에 더 이롭다면, 업체 혹은 외부 연구자 모두 저희와 얘기해 볼 수 있겠죠.


circle check 1919 2.jpg 그럼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연구는 어떤 것이 있나요?


지금 한의약임상연구센터에서 진행되는 두 가지 큰 사업은 ‘통합의학과제’와 ‘협진 모니터링 사업’입니다. 우리 병원의 제 1미션이 의학과 한의학의 만남을 통한 양·한방융합치료기술 개발입니다. 협진 모니터링 사업의 경우 국립중앙의료원, 국립재활원에 계시는 한의사분들이 양의사분들과 함께 양·한방 협진을 통해 어떤 시너지 효과가 발생하는지, 어떤 식으로 환자들이 이동하는지 등등을 추적하기 위한 계획을 세웁니다. 부산대 한방병원·양방병원, 국립의료원 양·한방 의료진, 국립재활원 양·한방 의료진 이렇게 각각 팀을 짜서 협진에 관련된 연구를 기획하고 사업을 할 계획입니다.


또 통합의학과제의 경우 양산부산대학교 병원과 여러 가지 공동 연구들을 진행하는데, 올해는 ‘한의학-서양의학 기반 통합의료 치료기술 임상연구 모델 구축’ 과제를 시작했습니다. 대장암 환자들은 복강경으로 수술하는데, 수술 당일부터 바로 한방치료를 들어갈 수 있게 연구를 기획했습니다. 대장외과 과장님, 침구과 교수님, 소화기 한방내과 교수님, 마취과 교수님 등 모두가 팀을 이뤄서 임상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폐암환자들을 대상으로 연구를 합니다. 폐암 환자들이 항암 화학요법을 받게 되면 그에 따른 여러 가지 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이때 어떤 증상이 나타나는지 관찰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한방치료를 결합하는 연구를 이어서 할 계획입니다. 또 한방재활의학과 교수님들께서는 신경외과 교수님들과 함께 척추 수술 후의 회복기에 한방치료와 양방치료를 결합했을 때 수술 후의 통증이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또 앞서 언급한 플라즈마 사업은 홍진우 교수님께서 포항공대 교수님, 그리고 관련 업체와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는 피부에 처치하는 물질로, 플라즈마를 처치하면 피부의 결합력이 일시적으로 느슨해지는데 이때 한약을 처리하면 한약의 피부 침투가 훨씬 좋아집니다. 이같이 산업체 주도의 신기술, 신의료기기 개발 사업들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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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플라즈마센터에서는 한의학과 물리학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플라즈마라는 것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플라즈마는 원래 산업계에서 쓰던 것인데, 점차 기술이 발달하면서 의학용으로도 개발하려는 세계적인 움직임이 있습니다. 그래서 한의학과 플라즈마를 융합한 융합의학을 연구하고 있고, 융합의학 중에서도 의료기기 플라즈마 한방 의료기기 개발을 위해 기초적인 세포실험과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물체의 3상을 고체, 액체, 기체라고 부르잖아요. 그런데 기체에 에너지를 더 전가하면 물체의 4상, 플라즈마로 변해요. 플라즈마는 처음에 개발했던 상태가 고온이었기 때문에 용접에 쓰인다든가, 의료기기분야에서는 지혈을 하는 방향으로 시작되었습니다. 현재는 플라즈마 기술이 고도로 발달을 하여서 온도를 37도, 체온까지 낮출 수 있습니다. 많은 의학 분야가 있지만, 아직 이 분야에 대한 연구가 많지 않습니다. 독일과 일본, 그리고 미국 그룹, 실제 의료기기로 개발하려는 그룹은 이렇게 있고, 이제 한국에는 저희가 있습니다. 부항은 보건산업진흥원에서 받은 과제이고, 플라즈마와 부항을 접목해서 플라즈마 부항기를 개발하려고 연구하고 있습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초대 센터장이신 권영규 교수님 이후 두 번째 센터장이 되셨는데, 센터를 이끌어나갈 때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전국에 있는 211개 공공 보건의료기관 중에서 한방병원 종별로는 부산대학교한방병원이 유일합니다. 다른 곳이 한방과로 소속되어있다면 독립된 기관으로서는 유일하며, 그곳이 바로 한의약임상연구센터입니다.


그리고 임상시험과 임상연구의 단어 차이를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임상시험이라고 하면 주로 산업체, 기업체 위주의 신제품 개발, 약품, 의료기기 개발에 따른 시험을 말합니다. 여기에는 한방의약품, 의료기기, 식품, 화장품, 건강기능 식품이 해당되며 정부에서도 권장하는 하나의 사업입니다. 정부에서 이런 것들을 위주로 집중 육성 발전시키기 위해서 전국에 양방을 포함한 많은 임상시험센터들이 설립되어있습니다. 이런 사업의 경우 중소기업이면 정부에서 제품 개발을 위해 지원을 더 해주기도 합니다. 우리 센터에서도 한방플라즈마센터에서 진행되는 연구가 임상시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임상시험 이외에 공공의 목적을 갖고 진행하는 연구들이 있는데, 예를 들어 기존에 있는 한의사들의 침 치료나 한약 처방으로 임상시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치료를 통한 환자의 호전 정도를 경제적인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경제성 평가연구도 이에 속합니다. 한의약 제제가 저평가되고 있다면, 이러한 경제성 평가연구를 근거로 정부에 개선 요구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분야의 경우 기존의 치료 기술을 시험하는 것이기 때문에 신제품을 만들어서 업체가 이익을 취하는 개념과는 다릅니다. 이런 연구 형태를 공익적 임상연구라고 합니다. 임상연구 안에 임상시험이 포함된 개념인데, 그런 것들에 있어서 이제 구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센터가 임상연구센터라고 이름 지은 것도 기존에 많이 진행되고 있는 산업체 주도의 임상시험 이외에 한의사 입장에서 치료기술의 재평가, 양·한방 융합을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 등의 공익적 임상연구를 주도하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지자체 등에서 추진하는 임상시험에도 참여할 뿐만 아니라, 한의학 정책이나 의료 서비스 관련하여 나라의 보건의료체계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을 기획하고 주도하는 것이 센터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연구원으로서의 삶을 살고 계신데요, 어떤 학생들이 연구를 하기에 적합할까요?


어떤 사람이 적성에 맞느냐라기보다는 얼마나 관심이 있고, 또 끈기가 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연구자로서 성공하는 분들을 보면 하나를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을 갖은 분들이 많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 직종은 개원가보다 상대적으로 임금이 낮기 때문에, 그 정도 수입에 만족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야겠죠. 하지만 이런 부분들은 정말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한의학 연구계는 경쟁이 심한 양방과는 다르게 아직 미개척 분야가 많으므로 의지를 갖고 스스로 찾아내려는 노력을 한다면 훌륭한 과실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높습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그런데 실제로, 학생들이 연구 직종으로 많이 와야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네, 인력이 부족합니다. 상대적으로 연구 직종이 개원가보다 보수가 적기도 하고, 그 외에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기존의 연구자들이 성과를 잘 내줘야지 학생들이 기대감을 갖고 올 수 있겠죠. 그런 측면에서 젊은 사람은 젊은 사람대로 의지가 있고 버텨내야 하는 반면에, 기존에 연구하는 사람들은 좀 더 좋은 성과를 내서 사람들이 연구하고 싶게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하는 게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한의대 학생들은 연구직의 방향에 대해서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요, 한의약임상연구센터나 다른 연구 기관에서 일하려면 어떤 방법이 있을까요?


연구직에는 임상연구센터와 같은 직접적인 연구 기관뿐만 아니라 간접적으로 연구를 관리하는 기관도 있습니다. 즉, 보건산업진흥원 혹은 연구재단 같은 곳에서도 일할 수 있습니다. 국립재활원이나 국립의료원은 국립 진료 기관이면서 일부 연구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런 곳은 최소 수련의를 해서 전문의를 따야 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우리 임상센터도 홈페이지에 채용 공고를 게시합니다. 그럼 연구원으로 채용돼서 근무할 수 있겠죠. 또는 기초 연구로 진로를 결정할 수도 있습니다. 연구 직종이 하고 싶고, 또 길을 찾아본다면 그 분야가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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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919 2.jpg 현재 임상연구센터에 소속된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먼저 한방병원 부속기관이기 때문에 병원 교수님들은 자연스럽게 연구할 수 있습니다. 교수님들이 25명 정도 계시고, 연구를 수행하는 조직, 연구간호사인 CRC, 그리고 임상시험기관 심사위원인 IRB가 있습니다.


circle check 1919 2.jpg 교수님께서는 교수로서 학생을 가르치기도 하고, 진료를 보시기도 하고, 또 임상시험센터에서 연구원으로 계시기도 한데요, 연구원으로서의 삶은 어떤가요?


임상연구는 지정된 계획에 의해 적절한 환자들을 뽑고, 거기에 대해 치료를 하고 평가를 해서 보고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런 연구를 통해 나온 잘 짜인 논문이 좋은 학술지에 실리고 인정을 받으면 뿌듯하죠. 임상연구는 환자를 봐야 하고, 다양한 환자군이 병원에 많이 와 줘야 연구가 활성화되기 때문에 다른 연구보다 상당히 복잡합니다. 또 사람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예기치 못한 상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요즘같이 메르스 사태가 일어나면 연구가 갑자기 중단될 수도 있습니다.


한의학 R&D연구분야는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투자가 시작되었기 때문에, 분명히 앞으로 유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보건복지부 기준으로 현재 한의학 임상연구의 재정이 보건 분야 전체 의료 연구비, R&D비용의 4%입니다. 국회를 포함한 정부에서 비율이 너무 낮다고 인식하기 때문에 재원은 앞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 유망할 것으로 생각하는데, 재원이 늘어나면 누군가 연구를 해야 할 것입니다. 또 연구에 있어서 한의사 혼자서 모든 것을 이루어 낼 수 없습니다. 기본적으로 보건의료분야에 있어서 중증질환이나 급성질환, 수술 연구들은 양방 의료진 없이 단독으로는 연구할 수 없습니다. 또 정부 당국자들, 그리고 R&D펀드를 주관하는 보건산업진흥원이나 복지부 한의약산업과, 그리고 한국한의학연구원 같은 R&D 기관들, 이런 여러 주체들이 협심해서 발전적으로 협조해 나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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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check 1919 2.jpg 인터뷰 후...


저는 종종 “졸업하고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니?”라는 말을 듣곤 합니다. 한의학의 주된 목적이 사람을 치료하는 것이고, 대부분 한의학과를 졸업하면 한의사로서 일하는 모습을 그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를 포함한 대부분의 학부생들에게 연구직으로의 진로는 조금 생소하기도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부산대학교한방병원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를 돌아보면서, 연구직으로의 진로가 그다지 생소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한의학이 치료의학이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가 뒷받침되어야만 환자에게 더 효과적인 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부산대학교한방병원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는 그 이름답게 임상연구를 위한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습니다. 각종 첨단 기기부터 연구자들을 위한 당직실까지 세심하게 잘 갖추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연구직으로의 진로에 관심이 있다면, 국립한의약임상연구센터에서 큰 성과를 거둬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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