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약학분야 선구자의 숙명을 타고났다
 
의국스토리 이헌정 메인 1.jpg

임상약학? 대체 어떤 분야일까? 약학대학 6년제의 시행 이후 임상약학 분야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었다. 그러나 임상약학이 어떤 분야인지, 어떤 부분을 배우고 어떤 형태의 일을 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
숙명여대 임상약학대학원 (이하 임약원)은 우리나라 최초로 1995년도에 설립된 임약원으로서, 20년간 국내 임상약학 분야의 발전을 주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임상약학 분야의 전문가와 교원 양성소로서의 선구자 역할을 담당했다. 그래서 숙명여대 임약원의 주임교수이신 방준석 교수님께 인터뷰 요청을 드렸다.


의국스토리 이헌정 방준석 교수님.jpg

circle number 1.jpg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임상약학이란 무엇인가요?

네, 사실 임상약학이라는 개념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지극히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 마디로 축약하면, “임상약학이란 환자 (또는 소비자)중심 사고에 입각해서 약사가 의약품과 관련한 일체의 전문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circle number 2.jpg 그렇다면 그중에서 교수님의 연구 분야는 무엇인가요?

저의 연구 분야는 크게 5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근거중심의 약물치료학입니다. 근거중심이란 의약정보학적 문헌 등 과학적 실험데이터에 근거한 약물치료를 의미합니다. 그래서 두 번째 연구 주제는 의약정보학으로써 의약품과 질병, 약물부작용 등을 망라한 정보를 수집, 분석, 가공하여 사용자에게 제공하고 더욱 발전시키는 전 과정을 포함합니다. 또한, 약학인문학 분야도 있습니다. 외국에선 이미 의료 인문학을 가르치는데, 문학작품 속에 나타난 현상을 제시하면서 의대생들에게 그 상황에서 뭘 배웠는지 생각하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국내에는 연세대 의과대학의 의료인문학교실이 있습니다. 연구교수들 중에 문학 박사, 국문학 박사들이 있어서 조선시대 실록에서 역병이 일어났을 때 왕과 대신들이 어떤 토론을 했는지를 연구하는 거죠. 즉 콘텐츠 개발을 많이 합니다. 심지어 미술 쪽으로도 분야를 확장해 미술과 의학 교육을 같이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에 비해 약학인문학적인, 약학과 인문학이 연계된 콘텐츠나 구조가 없는 상태입니다.


학생들의 병원 실습 시에도 약제부에만 투입하지 말고, 약간의 자유 시간을 줌으로써 병원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약의 이슈에 관해 깊이 생각할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똑같이 4년을 보내도 어떠한 교육을 받느냐에 따라서 다른 학생이 됩니다. 콘텐츠를 어떻게 운영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기에 저는 약학인문학의 도입과 확산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약국경영학, 제약산업학 분야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circle number 3.jpg 숙명여대 임약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교육혁신 프로젝트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네. 현재 제가 진행하는 것은 ‘임상약학 ver 2.0 프로젝트’입니다. 숙명여대 임약원은 임상약학과 사회약학이라는 개념이 처음 우리나라에 도입되던 시절부터 약사들에게 새로운 꿈과 방향을 제공하는 길라잡이 (path finder) 역할을 했습니다. 이때 시야를 넓히고 훈련받은 약사들이 오늘날 주요 병원의 약제부서장과 공무원, 약학대학의 교원 등으로 활동 중입니다.


숙명여대를 포함한 전국 대다수의 임약원은 지난 20년 동안 매우 유사한 교과과정과 교육방식을 이어왔습니다. 하지만 시대가 빠르게 변화하였고 다시 변화에 대한 욕구가 절실하므로 이제는 기존의 고착된 교육내용과 방식을 깨뜨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사회적 변화와 요구에 적극적으로 부응하기 위해서 임상약학 ver 2.0의 실행을 통해 다시 한 번 약사의 조직과 사고의 혁신을 선도할 것입니다.


circle number 4.jpg 그렇다면 이 같은 혁신을 이끌어 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우선 약업계 전반은 물론 약사교육체계에 이르기까지 3가지 영역의 혁신이 필요합니다. 이는 전략, 비즈니스 모델, 조직문화의 변화입니다. 비즈니스 환경이 변하면 첫째로 대응 전략이 신속히 변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를 구현하기 위한 시스템, 곧 조직체계와 운영방법을 바꾸는 것이 두 번째인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입니다. 그리고 실행의 주체가 되는 구성원의 태도와 행동양식을 바꾸는 것이 세 번째인 조직문화의 혁신입니다. 


제가 역점을 두는 분야는 바로 교육방법의 개선을 통한 약사의 자기 변화 (self-modification)인데, 이를 위해 현장중심 교육, 문제해결중심 사고와 협동학습 방식을 임약원 교육에 이미 도입하였습니다. 이는 원래 6년제 약대의 교육목표였지만, 정착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이므로 4년제 약학교육을 받은 기존 약사에게 이런 교육방식을 적용할 유일한 창구인 임약원 과정부터 소위 A.S.K 중심교육을 시행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의국스토리 이헌정 ask 1.jpg


선진국일수록 문제해결을 위한 자기주도 학습능력을 강조합니다. 다양한 환자사례에 노출시키고 학생이 집단을 이루어 학습하도록 합니다. 교수는 학생을 가르치는 역할이 아니라 프리셉터로서 학습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지요. 이로써 팀 의료의 실체를 스스로 익히고 집단지성의 위력과 자신의 역할을 학습시킵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교육의 콘텐츠만 중시하여 종양약학, 응급약학, 소아약학 등 교육의 영역과 분량을 늘리는 데 몰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교육의 콘텐츠 (지식요소)뿐만 아니라 수행방식 (process)까지도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의국스토리 이헌정 중간.jpg

circle number 5.jpg 임상약사의 현실과 미래는 어떤가요?

장족의 발전을 이루어 왔고 미래는 밝을 것입니다. 다만 이는 부단한 노력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약료를 제공할 수 있는 주체가 약사뿐만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현재 모든 의료행위의 50% 이상이 약물요법으로 수술과 처치보다 더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약사는 약의 조제기능에만 머물러있는 실정이죠. 임상약사는 병원 약제부안에만 머물러서는 안 됩니다. 그건 조제약사이죠. 하지만 아직도 전체 병원약사의 95% 정도가 조제약사의 업무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지금처럼 임상약사가 아닌 조제실 내 조제약사로만 남는다면 발전 가능성은 작을 것이라 봅니다. 일례로 매년 2만여 명이 배출되는 간호사는 현재 다양한 분야에 세분화된 전문가 제도를 도입하여 항암전문 간호사, 소아전문 간호사 등의 새로운 전문분야를 개척하고 임상현장에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이들처럼 우리의 미래는 우리가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circle number 6.jpg 임상약학에는 어떤 성격이 적합할까요?

첫 번째로 인간중심적이어야 합니다. 현시대는 의약품정보의 홍수시대라 할 정도로 책과 인터넷에서 약에 관한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Knowledge는 넘치고, skill은 실무실습을 통해 갈고닦을 수 있지만, attitude는 어떻게 훈련되고 있나요? 그렇기에 인간중심적인 사고 및 그에 걸맞은 attitude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임상약학을 공부하기에 좋다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숲을 볼 수 있는 시야를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깊게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넓은 시야를 가지고 협력하여 팀 의료현장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 위한 노력과 그에 맞는 역할을 하려는 생각이 필요합니다.
세 번째로는 순발력을 가진 사람이어야 합니다. 의료현장에서는 그 순간에 각 환자에게 맞는 약과 용법, 용량, 부작용 등의 지식과 이를 적절히 수행할 각종 기술을 통한 순발력이 필요합니다. 이 외에도 타인에 대한 포용심과 인내력 등을 들 수 있습니다.


circle number 7.jpg 교수님이 생각하시는 앞으로의 숙명여대 임약원의 방향

약료도 교육도 모두 서비스입니다. 이제 대학은 공급자 중심적 사고를 버리고, 더 좋은 품질과 콘텐츠 그리고 더 수월한 방법으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약 2만 5천여 개의 약국이 있고, 약국에 종사하는 약사는 약 3만 명으로 약사의 약 80%를 차지합니다. 그러므로 다수의 약사가 모인 이 분야를 영세소매업이 아닌, 건전한 건강관련 산업으로 육성시켜야 합니다. 개국약사에게 가장 중요한 2가지는 임상약학적 지식 및 기술, 그리고 경영학적 능력입니다. 따라서 약사를 대상으로 교육하는 임약원은 시대에 맞도록 ‘임상’과 ‘경영’이란 두 축을 중심으로 삼아야 합니다. 과거에는 경영교육이 미흡했으나 지금은 시대가 변하였으므로 이에 맞추어 우리 숙명여대 임약원은 개국약사 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개국약사들은 약품을 판매하는 영업기술이 아닌, 제대로 된 경영학적 지식이 필요합니다.


외국의 어느 학자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대학은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변화시키기 위하여 세상의 문제를 가지고 씨름하는 사람들을 길러내는 곳이다.’ 임약원에 오려는 사람들은 이 세상을 보다 나은 곳으로 발전시키려는 문제의식을 갖고 씨름할 수 있는 사람들이어야 합니다. 저는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이 현장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교육과정의 50%를 외부강사로 채웁니다. 저보다 더 나은, 현장에 20, 30년 있었던 약사들을 초빙해서 강의를 듣게 합니다. 대신 저는 프리셉터, 코디네이터인 거죠.


의국스토리 이헌정 숙대.jpg


인터뷰 후

이번 인터뷰를 통해 임상약학이란 무엇인지, 예비 약사로서 임상분야에서의 일을 할 때 어떤 부분의 소양을 갖추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실체를 잡을 수 있었다. 또한, 약학대학 교육 및 임상현장 환경의 변화에 맞는 교육을 고민하고 길을 제시해주는 임약원의 역할도 알 수 있었다. 지금까지와 같이 임상약학 ver 2.0도 성공을 거두었으면 한다. 그리고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방준석 교수님께도 감사드린다.


[의국] 2인 명찰 이헌정 이수희.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