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을 확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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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소개집에 기초학교실 중 예방의학교실에 대한 소개는 위와 같다. 하지만 기초학교실에 속해 있는 경혈학, 병리학, 본초학, 생리학, 생화학, 원전학, 융합한의과학, 의사학, 처방제형학, 해부학, 한방약리학 등의 다른 교실과는 달리 ‘예방의학’이라는 명칭에서 이 교실의 특성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이 느껴졌다. 과연 예방의학교실은 어떤 연구실일까? 예방의학교실 박사 5기 전천후 선생님을 만나보았다.



circle number 1.jpg 예방의학교실을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예방의학교실을 간단히 소개하기란 참 어려운데요, 그만큼 다루는 분야가 넓기 때문입니다. ‘예방’은 단순히 발병 억제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의 진행 단계에 따라 다양하게 나뉩니다. 건강증진, 교육으로 질병 발생을 막는 1차 예방, 조기 발견, 조기 치료를 통해 병의 진행을 막는 2차 예방, 이미 병이 진행된 상황에서 장애를 최소화하고 재활을 통해 사회에 복귀시키는 3차 예방으로 구분이 되죠.
경희대학교 한의대에서는 예방의학에 기공학, 양생학과 같이 직관적으로 보기에 예방의학으로 느껴지는 분야가 함께 있어서 다른 부분들을 떠올리기 어려울 수 있는데요. 이외에도 역학, 환경·산업의학, 공중보건학, 보건정책과 의료관리학을 모두 포함하고 있습니다.
결국, 예방의학은 환자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임상의학과 구분되는, 그보다 더 넓은 범위인 인구집단의 건강 증진을 목표로 하는 의학이므로 저희 연구실에서는 다양한 분야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circle number 2.jpg 예방의학교실의 교수님들 소개 부탁드릴게요.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예방의학교실에는 고성규 교수님, 신용철 교수님 그리고 장보형 교수님 총 세 분의 교수님이 계신데요. 예방의학교실에서 다루는 분야가 다양한 만큼 교수님들께서 연구하시는 분야도 다양합니다. 고성규 교수님께서는 임상역학과 암에 대해서, 신용철 교수님께서는 양생학과 한방예방의학에 대해서, 장보형 교수님께서는 한의 임상연구와 국제보건에 대해 주로 연구하고 계십니다.


circle number 3.jpg 교수님들 외에 예방의학교실에서 연구하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이신가요?

현재 실험실에는 14명, 임상연구센터에는 6명의 연구원이 있습니다. 연구원 중에는 대학원생도 다수 있는데요, 현재 15명의 대학원생 연구원 중 8명은 석사과정에, 7명은 박사과정에 있습니다. 그리고 이 대학원생들은 전공이 한의학인 사람도 있지만, 이학 전공자들도 많습니다. 이학 전공자의 경우에는 전공이 생물학, 생명공학, 식물자원학, 식품생명학, 미생물학, 한약학, 바이오메디컬학 등 다양합니다.


circle number 4.jpg 예방의학교실의 실험실과 임상연구센터는 각각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말씀하셨다시피 예방의학교실은 크게 실험실이라고 불리는 LCBP(Lab. of Clinical Biology and Pharmacogenomics)와 임상연구센터라고 불리는 ISEE(Institute of Safety, Efficacy and Effectiveness Evaluation for Korean Medicine)로 나뉩니다. 실험실에서는 한약의 특정 질환에 대한 유효성을 평가하기 위한 세포실험, 동물실험 등의 전임상 연구를 주로 수행하고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역학의 연구방법론을 바탕으로 다양한 한의학 연구를 기획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LCBP와 ISEE는 서로 협력하여 진행하는 연구과제가 많지만, 역할은 구분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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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number 5.jpg ISEE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설명해주세요.

ISEE의 정식 한글 명칭은 한의학안전성유효성평가연구소입니다. 과제계획, 시험계획서 작성, 한의학에 맞는 증례 기록서 개발, 한·양방 임상연구진 지도, 모니터링 등의 과정에서 다양한 임상시험 경험을 수행할 수 있는 핵심인력과 조직의 필요성을 느낀 고성규 교수님께서 ISEE를 설립하셨습니다. 2006년에 설립되어 현재 10년 차의 연구실입니다. 저희가 하는 일은 다양한 연구방법론을 공부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한의치료기술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가장 적절한 연구방법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보통 임상시험을 많이 하다 보니 임상시험을 기획, 관리하고 결과 분석을 하는 것이 센터의 주요 업무라고 볼 수 있지요. 여러 기관에서 연구가 진행되더라도 가장 적절하고 동일한 방식으로 연구가 진행되도록 임상시험계획서를 개발하는 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circle number 6.jpg 연구실의 대표적인 성과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아무래도 저희 연구실이 임상시험 기획과 관리의 역할을 주로 하므로 이와 관련한 성과들이 몇 가지 있는데요, 간단히 말씀드리면 2009년부터 2013년까지 아토피 피부염에 대한 한약복합물 임상시험, 비만 환자 체중 감소 효과에 대한 태음조위탕, 의이인탕의 유효성과 안전성 평가 임상시험, 화병에 대한 한방음악치료 임상시험 등을 기획 및 관리하였습니다. 이외에도 현재 진행 중인 연구들이 많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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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number 7.jpg 최근에 주로 하시는 연구에는 어떤 것들이 있으신가요?

현재 ISEE에서 진행하고 있는 대표적인 연구로는 근거창출임상연구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한의학은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여러 질환에 대한 적절한 처방과 치료 기술로 좋은 효과를 보이고 있지만,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특정 한약 처방이 특정 질환 혹은 병증에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확립된 근거는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암, 비염, 요통 세 가지 질환을 우선 선정하여 임상연구를 준비, 진행하고 있습니다. 실험실에서는 임상시험 전에 동물실험을 통한 유효성 평가를 진행하였고, 임상연구센터에서는 체계적 문헌고찰, 각종 가이드라인 등을 검토해 국내 혹은 해외에서의 선행 연구를 파악한 뒤 후보 한약제제를 선정하고 이에 대한 임상시험을 기획 및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외에도 한의약 공중보건사업을 통한 건강증진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 해외 국제보건사업으로는 개발도상국 대상 한의약 교육 및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통해 각 국가의 건강증진에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circle number 8.jpg 예방의학교실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어떤가요?

예방의학교실은 위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 곳입니다. 이학을 전공한 분들, 중의사, 일본, 대만에서 온 외국인 유학생들 그리고 한의사이지만 그동안의 연구 경험이 다른 여러 연구자가 함께 있습니다. 함께 회의를 하면 각자 진행하는 연구 자체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무언가를 기획할 때 혼자서는 생각하지 못했던 새롭고 다각적인 면에서 접근하게 되어 이에 대해 생각하고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됩니다. 또 소수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분야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의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언제 갑자기 새로운 일을 맡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도 살짝살짝 생깁니다. ^^;;)
연구 외적으로는 특히, 외국에서 온 분들과 함께 지내면서 새로운 문화를 접하기도 하고 한국 문화와 언어에 대해 알려주면서 우리 것을 새롭게 느끼는 기회도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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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rcle number 9.jpg 왜 학교에 남기로 결정하셨나요?

한의대 학생이라면 대부분 그렇겠지만, 임상을 하지 않으면 생길 기회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무언가를 탐구한다는 것에 매력을 많이 느껴왔어요. 한의학에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고, 살짝(?) 덮여 있기 때문에 그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임상을 하는 사람도 많고, 뛰어난 사람도 많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의학 연구 분야는 여전히 많은 연구자를 필요로 한다는 것에 끌렸어요.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임상과 연구 둘 중의 하나를 평생 하기로 선택한다면 연구를 선택하고 싶었고, 그렇다면 일단 학교에 남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circle number 10.jpg 많은 교실 중 예방의학 교실을 선택한 이유?

일단 학교 다닐 때 예방의학 수업을 정말 흥미롭게 들었어요. 다른 수업들과는 달리 예방의학이라는 학문은 ‘사회적’이라는 느낌이 있었어요. 한의대의 대부분의 수업은 ‘한의학’ 그 자체에 대해 집중하지만, 예방의학은 한의학뿐만 아니라 여러 다른 분야와 소통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어요. 또, 본과 2학년 수업과 그해 겨울방학에 미래한의과학자 양성프로그램(URP)을 통해 고성규 교수님을 만나 뵙게 되었는데 그때 교수님께서 열심히 연구하시고 적극적으로 활동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연구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결국, 정리하면 예방의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매력과 교수님의 열정에 대한 끌림으로 예방의학을 선택한 것이지요.


circle number 11.jpg 마지막으로 최근에 메르스 사태를 겪었는데 예방의학의 관점에서 한 마디 해주세요!

메르스 대처과정에서 보면 예방의학 중에서도, 특히 전통적인 역학의 역할이 많이 대두되었습니다. 이러한 분야에 대해 전문성을 가진 한의사가 많이 양성되면 관련 기관으로 진출하여 공중보건의 한 축을 담당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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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치면서

전천후 선생님과의 인터뷰를 마치고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cogito ergo sum)."라는 말이 생각났다. 모든 것은 의심 가능하지만, 의심하고 있는 자신은 존재한다는 의미의 말이다. 한의학의 이론은 대부분 고의서(古醫書)에 근거를 두고 있고 임상에서는 오랜 시간 동안 경험적으로 증명된 치료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천후 선생님께서는 ‘으레 그렇다고 받아들여지는 것에 대해 연구방법론으로 근거를 확립하는’ 일을 임상연구센터에서 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한의학의 통례적인 것에 대한 의심이 예방의학교실 한의학안전성유효성평가연구소(ISEE)를 존재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 이러한 ISEE의 노력이 근거중심의학(Evidence-based Medicine, EBM)으로써의 한의학을 만드는 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더운 여름날 인터뷰에 도움을 주신 예방의학교실 전천후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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