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만점, 능력만점, Man Power를 알고 싶다면 이곳에~
 
story03-01.jpg


오후 2시,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내, 가장 거대한 의국 중 하나인 침구과 의국의 문을 두드렸다. 의국에는 실습을 통해 조금씩 성장 중인 본과 4학년 학생들을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레지던트 선생님, 환자체크 및 업무를 보시는 다른 레지던트 선생님들, 그리고 스위트 가이라는 별명에 어울리게 따뜻한 미소로 환대해 주시는 의국장이 분주히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었다. 경희의료원 내에서 소위 말해 가장 ‘잘 나가는’ 침구과 수련의들의 삶과 의국은 어떤 모습일지, 두근대는 마음을 가지고 그들과 대화에 나섰다.


사람 그리고 Man Power
story03-03.jpg

우선 많은 과 중 침구과를 택하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침구과를 택한 이유를 묻자 의국장님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키워드로 꼽았다.
“침구과는 우선 가장 많은 환자들이 오는 과 중 하나에요. 한의사로서 침으로 최대한 많은 환자를 치료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침구과를 택했죠. 또 침구과에는 사람 좋고 실력 있는 선배, 교수님들이 많습니다. 소위 Man Power가 세다고나 할까요. 매년 다른 과보다는 조금 많은 인원인 4명의 레지던트들을 뽑는데, 늘 보이지 않는 치열한 경쟁이 있지요.”


대의(大醫)를 위하여
story03-03.jpg

의국장의 말에서 우러러 나오는 침구과 의국사람들에 대한 사랑과 자부심을 깊은 곳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다. 그럼 침구과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뽑는 것일까 문득 궁금해졌다.

“침구과는 환자를 많이 보는 만큼 환자를 얼마나 소중히 할 수 있느냐에 대한 자질을 중요하게 봅니다. 그리고 침구과의 여러 기술들을 열정적으로 스터디 해주는 의국 분위기상,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줄 수 있는가도 중요한 자질로 봅니다.”

침구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필자는 한의학계의 히포크라테스 선서 같은 '대의정성'이 생각났다. 귀천, 빈부, 나이, 인물, 민족, 학식 등을 따지지 않고 질병으로 치료하기를 구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애롭고 측은해 하는 마음을 펼쳐 질병을 널리 구하고자 하였던 '대의(大醫)'가 바로 침구과 사람들이 가고자 하는 롤 모델인 것 같았다.


먹을 게 많은 의국?!
story03-03.jpg

“저희 과에는 먹을 게 많아요~ 드시면서 하세요.” 라며 주스를 한 병 주신다. 이게 무슨 말일까 궁금해진다. 레지던트 1년차 조대현 선생이 답했다. “침구과 환자들 중에는 대부분 입원환자들이 많아요. 하루에 100명이 넘게 내원하고, 1일 입원환자는 50명 정도 됩니다. 이들과 함께 동고동락 하는 게 침구과 의국원들의 일상이에요. 그러다 보니 급격하게 치료 효과가 좋아진 환자들이 가끔 간식이나 사과박스 같은 선물들도 보내주시는데 쌓이니까 은근히 많네요. 예전에 교통사고만 3번 당한 환자분이 계셨어요. 병원 검사 소견 상으로 큰 부상은 없는데 온몸이 아파 불편을 호소하셨죠. 이 환자분과 대화도 많이 하면서 침, 뜸 치료를 열심히 해드리니까 호전적인 반응이 곧잘 나타나더라고요. 이 때문인지 자주 의국에 놀러 오셔서 밤마다 야식으로 치킨도 사주셨는데 그 기억이 인상 깊네요.”

침구과 의국 사람들은 단순히 환자를 의사와 환자의 수직적인 관계로 보고 있지 않았다. 치료를 하면서 마음을 나누고 정을 나누는 그들의 모습에서 의사가 갖추어야 할 인간적인 면모가 느껴졌다.


한의사로서 걸어 나갈 수 있는 여러 갈래의 길 중에서
'수련의 과정'이라는 이 길을 택한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
story03-03.jpg

“한의사로서 받을 수 있는 pay를 생각하기보다,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을 얻을 수 있죠. 의료인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소양에 대해 가장 잘 배울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중풍, 암, 신경계질환과 같은 중증 환자 케이스를 그 어디에서보다 많이 접할 수 있어요.”

“과 통합 컨퍼런스가 열리는데, 그 자리에서 다른 과에서 보는 진료 및 케이스들을 공유하면서 여러 과에 대한 공부도 할 수 있죠.”

“입원 환자를 24시간 동안 보면서 환자가 좋아지는지, 나빠지는지, 치료 효과가 있는지 피드백을 이렇게 가까이서 잘 받을 수 있어서 좋아요. 또 환자 관리도 직접 할 수 있고… 만약 외부에서 개업을 한다면, 제가 환자를 직접 욕창 같은 것이 관리가 되는지, 소변이 안 나오면 잘 빼주는지 이런 total care를 할 수 있겠어요? 이렇게 환자 곁에서 사소한 일이라고는 하지만 그것들을 하면서 환자와 밀착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배우는 게 상상 그 이상이죠.”

모든 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그만큼 수련의 생활에 자부심이 큰 듯 보였다. 꽤 여러 명의 수련의들에게 똑같은 질문을 했는데, 그 대답이 모두 다르면서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었다. 수련의를 했기 때문에 배울 수 있었던 것은, 로컬에는 없는 중증 환자들의 케이스 및 확연히 많은 입원 및 외래 환자의 수와 같은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병원의 장점, 그리고 환자와의 교감이라는 값진 경험들과 그로 인한 정신적인 성숙이 더 큰 듯 보였다. 확실히 졸업생 때와 확연히 달라진, 수련의 본인들의 성장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었다. 돈벌이로써의 의술이 아닌, 환자를 진심으로 대하고, 함께 고민하고 치료해 나가는 그들의 모습에 저절로 존경심이 들었다.


story03-02.jpg

캐릭터 강한 개성만점 수련의 선생님들의 매력
story03-03.jpg

“저 선생님의 별명은 새우깡이에요. 손이 가요 손이 가~ 자꾸 뭔가를 챙겨줘야 되거든요. 저 선생님의 별명은 뚝이에요. 의국에 와서 10kg이 쪄서 배불뚝이가 되었거든요. 또 워낙에 원리원칙주의자여서 정나미가 뚝뚝 떨어지게 확실히 말하는 편이라… 아, 그리고 저기서 학생들 가르치시는 저 선생님은 감자에요. 강원도 춘천에서 와서 그냥 감자인데, 잘 어울리지 않나요? 감자는 평소에는 감자 같이 그냥 있는데, 모두가 힘들거나 쳐져 있으면 뜬금없이 위트를 보여줘서 분위기 메이커이기도 해요. 술도 제일 잘 마시구요. 하하하” “의국장님 별명도 말해줘야죠! 스위트 가이에요. 아까 인터뷰 때 느끼셨겠지만 되게 잘 챙겨주시고 부드러우시잖아요? 그런데도 리더십이 최고시거든요. 부드러운 카리스마, 스위트 가이세요.”

이렇게 동료 수련의들의 별명을 설명해 주셨던 선생들의 웃는 얼굴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동료들끼리 있을 때 서로 ‘누구쌤 누구쌤’, 이라고 부르기보다 각자의 개성이 드러나는 별명으로 부를 만큼 서로가 매우 가까울 뿐 아니라 각자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듯 했다. 단순히 함께 일을 하는 동료라는 생각 보다 그 관계 이상의 친밀함이 존재했기 때문에 막중한 업무량과 다양한 환자들로부터 오는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도 모두 웃음으로 즐기면서 풀어나가는 의국의 모습이 완성되지 않았나 싶다.

이 글을 보게 될 후배들에게 마지막 한마디를 부탁했다. “병원으로 오는 것, 추천해요~” 라며 스위트가이 의국장이 진실 섞인 미소와 함께 답했다. 사람 사는 냄새나는 침구과 의국은 분명 대의(大醫)의 산실임이 분명했다. 이곳에서 미래의 ‘큰 의술인’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의국스토리 이전 기자 명찰 정가현 정혜선.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