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를 가꾸는 것처럼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껴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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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하늘이 푸르게 맑았던 토요일.
설레는 마음을 안고, 강동경희대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우리의 몸과 마음은 떨어질 수 없지요. 때로는 마음의 병으로 인해 몸이 아프기도 합니다.
거울을 보고 외모를 가꾸는 것처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껴준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그러나 피할 수 없는 스트레스. 그 스트레스로 인해 생기는 화병.
상처받은 마음을 치료해주는 곳. 여기는 “강동경희대병원 한방 신경정신과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입니다.
이제 문을 열고 들어가 볼까요?




book.jpg about 화병·스트레스 클리닉 - 정선용 교수


화병·스트레스 클리닉(한방 정신과)은 어떤 곳인가요?

저희 과에서는 주로 화병 환자를 봅니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일어나는 질환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화병이에요. 기타 우울증, 불안 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 신경정신과적인 질환들과 아이들의 틱 장애, 노인들의 치매도 봅니다. 치매 전단계인 경도 인지장애도 보고요. 저희 과에는 현재 교수님 2분과 수련의 2명이 있어요.


화병이란?

수업 시간에도 배우겠지만, 일반적으로는 울화병의 준말이에요. 장기간 억울하고 분한 일을 당한 것이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태로 남아 있다가(완벽하게 억제되지 않고 불완전하게 억제된 상태) 더 이상 못 참고 폭발하면서 열이 오르고, 가슴도 답답하고, 두근거리는 등의 신체 증상으로 나타난 병이라고 보면 돼요. 한 마디로 기가 막힌 것이 오래 되어서 생긴 병이지요.


일반 정신과와 차이점이 있다면?

거의 같다고 보시면 돼요.
다른 점이 있다면, 양방 정신과는 양약으로 치료할 것이고, 한방 정신과는 한약과 명상 등으로 치료하게 되지요.




book.jpg 진료실 풍경


진료실의 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담한 크기의 상담실이 나옵니다. 이곳에서 환자는 안심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겠지요.
정선용 교수님께서 진료 시간이라 바쁘신 와중에도 흔쾌히 시간을 내어 저희의 질문에 답해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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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와의 대화가 중요할 것 같은데, 좋은 대화법이 있다면?

일단은, 잘 들어줘야 해요. 잘 들어주고, 공감해주고 또 여기가 안전한 곳이라는 인식을 시켜줘야 해요. 왜냐하면 환자들은 대부분 불안한 상태에서 오거든요. 여기는 안심하고 말할 수 있고, 머물 수 있는 데라는 것을 자꾸 인식시켜줘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표정 관리도 굉장히 중요해요. 의사가 조급한 마음을 갖거나, 빨리 가야한다고 생각하면 그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환자에게 전달이 돼요. 그래서 항상 자기관리를 해야 하지요. 저도 그러려고 하는데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네요.(웃음)


환자와의 대화 시간이 길 것 같은데 1명당 진료 시간이 어느 정도 되나요?
또 하루에 보는 환자 수는 몇 명 정도 되나요?

제가 이것 때문에 조금 힘들 때도 있는데요.(웃음) 짧으면 15분, 길면 1시간 정도 걸려요. 상담을 하는데 1시간 정도 보고 나면 거의 탈진 상태가 되어요. 그래서 그 다음 환자를 볼 때 조금 힘들어요. 만약 꼭 상담이 필요한 환자가 연속으로 4명이 오면 그 날 하루는 다 끝나는 거지요. 진료 시간이 늘어지거나 하면 힘들어지는 때가 있기도 해요. 예약을 보통 15분 단위로 받는데, 시간이 길어지면 뒤의 환자들이 기다리니까 조급해지거든요. 그러면 대화가 잘 안 돼요. 그래서 대개 상담이 길어질 것 같은 환자들은 맨 뒤로 미루거나, 한가한 시간대로 예약을 하곤 하지요. 저는 보통 하루에 10명 안쪽으로 환자들을 보고 있어요. 그게 병원 수입에 별 도움은 안 되지만(웃음) 10명을 넘어가게 되면 시간이 너무 짧아져서 상담이 제대로 안 되더라고요. 아직 제가 상담 기술이 많이 부족한지도 모르지만요.(웃음)

한방 정신과 치료는 보통 이정변기(移情變氣)요법, 지언고론(至言高論)요법, 오지상승(五志相勝)요법을 사용하는데요. 이정변기(移情變氣)요법이 사실 별 거 아니에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적절히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에요. 기의 소통을 시켜주는 것이지요. 지언고론(至言高論)요법은 기운이 떨어져 있고, 자신감이 떨어져 있을 때, 잘하고 있다고 북돋워주는 것이에요. 말로써 보양을 주는 것이라고 보면 되지요. 오지상승(五志相勝)요법은 어떤 감정 상태인지에 따라서 오행의 상생·상극 원리에 의해 감정을 자극해 조절하는 요법이지요. 그걸 말로써 하게 되면 상담 치료가 되고, 침으로 하면 침 치료가 되고, 약물로 하면 약물 치료가 되지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목표는 다 똑같은 것이에요. 침 치료는 순기 위주로, 주로 긴장 풀 때 하게 되고, 몸이 차면 뜸을 같이 쓰고, 나머지는 약으로 치료하게 돼요.




book.jpg 수련의의 일상


한방 신경정신과 수련의는 어떤 생활을 하고 있을까요? 만능 엔터테이너처럼 하루를 쉴 새 없이 바쁘게 살고 있는 그들. 진료 관련 일뿐만 아니라, 각종 연구와 교육까지 받고 있는데요. 때로는 힘들 때도 있지만, 환자에 대한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 그 일상 속으로 한 번 들어가 볼까요?


한방 신경정신과 수련의의 하루


아침 일과 (회진)

아침에 가장 중요한 일은 회진이에요. 교수님께서 회진 도실 때, 미리 환자의 상태를 파악해 놓고 있어야 해요. 환자 상태가 어떠한지, 약을 먹고 어땠는지, 정신과의 경우에는 정신과적 증상이 있었는지, 혹시 면회 오신 분이 있었다면 만난 후에 어땠는지 등 전반적인 것들을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일차적으로 환자들을 만나보는 것은 아침에 인턴 선생님들께서 하세요. 인턴 선생님들이 문진표를 작성해서 오시면, 그걸 보고 환자한테 가서 더 자세하게 물어보는 것이죠. 그런 과정들을 통해 환자의 상태를 파악하게 돼요. 교수님께서 보통 8시에서 9시 사이에 올라오시는데, 같이 회진을 돌면서 확인할 것 있으면 확인하고, 환자에게 설명할 것이 있으면 설명도 해요. 회진이 끝난 후에는, 혹시 환자의 치료 계획을 바꾼다면 어떻게 바꾸면 좋을지 등 환자 치료 계획에 대해서 서로 의견을 논의하는 시간을 가져요.

진료 시간 (외래)

회진이 끝나고 나면 두 교수님께서 외래 진료를 보세요. 저희 과에는 지금 수련의가 두 명 있는데, 한 명씩 교수님을 전담해서 진료를 돕게 되어요. 초진으로 오시는 환자들 설문지 작성도 도와드리고, 차트도 작성하고 있어요. 그 사이사이 시간을 이용해서 환자들 상담도 하고, 상담 기록도 따로 남겨두고 있어요.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하루 일과가 끝나게 되어요.


수련의가 하는 일은 어떤 것들인지? 혹은 배우는 것들은?

수련의가 하는 일을 크게 나눠서 보면, 병동 업무와 연구 부분, 그리고 수련의 생활 동안 받게 되는 교육 부분이 있어요. 보통의 일상은 아침 회진과 치료 및 상담이 있어요. 외래 들어가서는 초진 환자를 받거나, 교수님의 지시 사항을 따르게 되어요. 연구는 주로 임상 연구에 참여하겠지요. 연구 계획서를 쓰는 것부터, 연구 진행, 연구 결과 정리와 논문 작성까지 모든 부분에 참여하게 되고요. 교육 부분에서는 스텝과 수련의가 같이 컨퍼런스에 가거나, 학회에 참여하거나 하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교육을 받아요. 또 수련의 처음 들어올 때 픽스 교육이라고 해서, 기본적으로 과에서 알아야 할 것들을 배우는 시간이 있고요. 그런 과정을 통해 수련의 생활을 마치게 되면, 한방 신경정신과 전문의로서 어느 정도의 수준을 갖추게 되겠지요. 국가고시 치는 것처럼 일정 정도의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수련의 생활의 목표라고 보시면 돼요. - 송승연 (의국장)




book.jpg 수련의가 된다는 것 (지망생에게 보내는 조언)


수련의 선발 기준이 있다면?

저는 선발은 아직 안 해봤는데, 듣기로는 학부 성적, 면접 성적의 퍼센트는 그렇게 높은 것 같지는 않고요. 국시 성적이 많이 중요하다고 해요. 그런데 학부 성적이 안 좋은데 국시 성적이 좋은 사람은 보통 없거든요.(웃음) 학부 성적이 좋은데 국시 성적이 안 좋은 사람은 가끔 있어요. 뭐 그 날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아직까지 학부 성적이 안 좋은데 국시 성적이 좋은 사람은 못 본 것 같아요. 수련의가 하고 싶다면 평상시 공부를 좀 열심히 해두면 좋겠지요. 그리고 면접 준비를 조금 해 오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성적으로는 붙을 것 같은 사람들이 떨어지는 것은 면접을 못 봤기 때문이에요. 보통 면접 볼 때 기출 정도는 준비를 하고 와야 하는데, 전혀 준비 없이 와서 ‘뽑아주면 하고, 안 뽑아주면 말고’하는 식의 마인드를 가진 학생도 있었어요. 그런 태도는 곤란하지요. 그리고 복장도 중요한데, 깔끔한 복장이 아닌 청바지에 운동화를 신고 오는 것은 좀 곤란한 것 같아요. 어느 정도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지요. -정선용 교수


이곳을 지망하는 학생들이 준비하면 좋은 것? 또는 그런 학생들에게 하는 조언?

일단은 학과 공부 성실하게 하는 게 지금은 제일 중요할 것 같아요. 나머지는 붙은 다음에 차근차근 배워도 될 것 같아요.(웃음) -정선용 교수

저희 교수님께서 많이 하시는 말씀이 있는데요. 한방 정신과 전문의가 되려고 하면, 이 분야에 대해서 관심을 갖는 학생들이, 자신의 정신적인 문제에 대해서 ‘내 마음을 알고 싶다’ 혹은 ‘고치고 싶다’ 하는 경우들이 있어요. 하지만 정신과 의사의 경우에는 우선 본인의 마음이 건강해야 해요. 단순히 나의 상태에 대해 알고 싶은 거라면, 치료를 받거나 상담을 받으면 되는 것 같고요.(웃음) 아니면 혼자 공부를 좀 더 해볼 수 있겠지요. 또 정신과에 오고 싶은 사람이라면, 환자들이 정신과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것에 대해서 관심이 있어야 하고, 다른 과에 비해서 환자들을 보살피고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좀 더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환자들이 이야기를 하는 것을 잘 들어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사람이 와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람마다 조금 다르긴 한데, ‘아, 나는 누가 징징대는 것을 못 듣겠어.’ 한다면 정신과와는 조금 맞지 않을 것 같아요. 따뜻한 사람이 오면 좋겠다는 마음은 있어요. 아, 이런 말 하면 아무도 안 올까요?(웃음)

덧붙여 말하자면요. 보통 인턴 과정하면서, 저희 과 지원자가 누구인지 대충 알게 되어요. 왜냐하면 저희도 궁금하니까 물어보고, 본인도 생각이 있으면 이야기를 한다거나 하게 되거든요.(웃음) 그렇게 대충 아는 상태에서 인턴에서 레지던트로 넘어가는 시험을 보게 되고요. 그리고 특별히 더 준비하거나 할 것들은 지금부터 하지는 않아도 되고요. 그 때 되면 자연스럽게 준비하게 될 거에요. 양방 병원 같은 경우에는 인턴에서 레지던트 넘어가는 시험 성적이 매우 중요해서, 그 성적에 따라 과가 정해지기도 하는데요. 물론 병원마다 다르긴 하지만, 한방 같은 경우에는 11월, 12월 정도부터는 과에 와서 일을 배우게 되어요. 하지만 일단 이 모든 것들을 하고 싶으면 병원부터 와야겠지요.(웃음) 일단 병원에 와야 수련의를 하든, 뭐든 할 수 있으니까요.(웃음) 한 가지 학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것은요. 물론 진로 고민도 많이 하겠지만, 친구들이 병원 간다니까 ‘나도 병원이나 써 볼까’ 하는 마음으로 오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저희 환자들에게도 말하지만, 항상 주체적인 삶을 살아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내 선택에 의한 것이면, 병원 와서 힘든 일이 있어도 내 선택에 책임을 질 수 있는데, 그렇지 않으면 많이 힘들 수도 있거든요. 하지만 졸업하고 어느 분야로 가던지 힘든 일은 다 있을 거예요. 본인이 주체적으로 좋은 선택을 했으면 좋겠어요.

환자가 이야기를 하고, 정신과적인 증상들을 보일 때, 누구나 공부하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는 있잖아요. ‘아, 저 사람이 지금 저렇게 해서, 저 증상을 보이는 구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이해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 환자에게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공감은 이해한다고 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실제로 측은지심이 생기거나 그런 것이지 않을까, 저는 생각해요. -송승연(의국장)




어떠신가요? 화병·스트레스 클리닉에 대한 이미지가 그려지시나요?
개인적으로는 생각한 것과 다른 부분도 있었고, 비슷한 부분도 있었는데요.
아직까지 잘 몰랐던 수련의 생활에 대해 많이 알 수 있었던 시간이기도 했어요.
부족한 지식으로 무작정 찾아간 학부생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맞아주셨던 병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KMCRIC 의국스토리 기자: 윤진영 forever420@naver.com/ 최윤영 cyy00144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