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학의 새로운 봄날을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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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에 위치한 ‘약다방 봄동’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드라마 ‘청춘시대’의 주인공들이 사는 숙소인 벨 에포크의 배경이 된 곳이라 신기한 마음으로 입성했는데 그곳에서 약다방 봄동 디렉터를 맡고 계신 이상엽 한의사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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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표님의 하루 일과를 알려주세요!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일정이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아요. 해외 출장도 잦고 각종 미팅도 정말 많아요. 다만 매주 수요일 아침에는 약다방 봄동 본점에서 한의사와 직원이 모두 모여 약차 연구와 메뉴판 공부를 하는 기획 회의와 식물학교가 있고 저녁에는 한의사들과 함께하는 R&D 모임이 있어요. 또 목요일에는 학술 세미나가 있고요.


10월 중순에 ‘아이스크림 테라피, 클리니컬 아이스크림 시리즈’라는 새로운 컨셉으로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저희 카페가 들어가게 되서 요즘은 주로 처방으로 아이스크림을 개발하는 연구를 진행했어요.


Q2. 약다방 봄동을 운영하시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학창 시절 때부터 한의학 생태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어요. 제가 생각하기에 사람들의 소비 패턴과 삶의 방식이 과거와 달리 상당히 광범위하게 바뀌고 있지만 그 변화 속도에 한의사들이 민첩하게 대처하지 못해 많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처럼 보였어요. 한의학이라는 그 자체로서의 학술적 소프트웨어와 그것을 문화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인 의료 서비스라는 하드웨어를 구분해야 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한의계라고 불릴만한 연관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았고 한의원이나 한방병원 이외에 한의학이라는 소프트웨어로 새로 만들어지는 생태계가 부재한 상태에서 한의학을 병원에서만 제공하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어요. 또 기성의 서양식 병원이라는 틀에서만 우리 역할을 증명해야 하는 게 화가 나고 억울하기도 했고요.


예과 1학년 때부터 같은 고민을 하던 사람들을 모아 ‘몸과 한의학’이라는 작은 모임을 만들었어요. 그때부터 서로 이 모임을 ‘회사’라고 부르며 한의학에서 한의학다운 소프트웨어만 추출해서 어떻게 새로운 방식으로 사회에 제공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고 지금은 더 많은 사람들과 연구하며 새로운 것들을 생각하고 있어요. 아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다 알게 되면 사람들이 정말 놀랄 것이라고 생각해요.


Q3. 예과 때 어떻게 그런 생각과 공부를 할 수 있으셨나요?


배움에 있어서 내용 자체보다 그것을 나누는 형식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잘 가꿔진 배움의 형식 안에서 새로운 학습의 동력원이 생성된다고 봤고 그 형식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한의학을 누가 더 먼저 배우고 많이 알아서 가르쳐 주는 스터디 모임이 아니었기 때문에 서로 동등한 관계에서 어떻게 전에 없던 생산성을 도모할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좋은 가치를 습득할 수 있는지, 우리는 왜 정기적으로 만나야 하는지, 그런 것들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 등을 결정하고 체계를 만드는 것이 저희가 공유하는 핵심 과제였습니다.


또 다른 한 가지는, 한의계만의 독특한 문화권에서 벗어나 다른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애티튜드 (attitude)를 배우려고 노력했어요. 모든 직업은 특히 그것이 전문직일수록 개인의 삶에 대한 애티튜드를 특정한 방식으로 제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틀을 계속 확장하고 싶었고 타 분야와 더 넓은 생태계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서도 우리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변화되어야 할 필요성을 느꼈거든요. 그래서 학부 때부터 나름대로 모임 구성원들과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고 그들과 세미나도 하면서 관계 확장을 위한 노력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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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약다방 봄동’이 어떤 곳인지 소개해주세요.


일단 한글 이름이었으면 했고 한의학이 고전적인 이미지니까 엔틱하면서도 재미있는 느낌을 주는 이름을 고민하다가 ‘약다방 봄동’이라고 짓게 되었어요. 봄동은 ‘노지에서 겨울을 보내 속이 들지 못한 배추’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는데 그것이 왠지 오늘날 동양학의 모습 같이 보이기도 하고 했고 ‘동양학의 새로운 봄날’이라는 의미도 담아서 카페 내 진료소를 사업모델로 삼아 처음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찾아오는 손님들이 약이라는 무거운 느낌 없이 차처럼 가볍게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싶었어요. 범용 가능성이 있는 약의 제형을 보급하고 싶었는데 사실 저희의 약차 티백은 된장국에 양념처럼 넣어 먹어도 상관이 없을 정도예요. 파우치 안의 탕제에서 벗어나 카페에서 제공하는 차가 있고 또 바에서 제공하는 주제처방(酒劑處方)이 있는데 이것은 일종의 리큐르로 사람들에게 제공하고 있어요.


약다방 봄동은 카페이기 때문에 ‘우지식’이라고 불리는 ‘우아하고 지적인 식량 포럼’과 ‘동의미학당’ 등 저희가 기획하는 다양한 커뮤니티 행사가 열리는 공간이 되기도 하지요. 일반인을 위한 정기적인 강연이나 워크숍을 진행하는 좋은 플랫폼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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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약다방 봄동을 찾아오는 사람들의 연령층은 어떻게 되나요?


정말 다양한 세대가 각기 다른 이유로 찾아오고 있어요. 홍대라는 공간적 특성상 젊은 커플들이 이색 데이트 장소로 찾아오기도 하고 외국인이 한국적인 체험을 위해 많이 방문합니다. 미국 NBC 판 ‘꽃보다 할배’ 로케이션 촬영도 있었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한국의 웰니스 관광 25선’에 저희 카페가 선정되기도 했어요. 외국인들은 저희의 의료서비스를 한국만의 새로운 문화체험의 요소로 보고 이런 것들을 많이 원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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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3. 카페와 한의원을 함께 운영하면 어떤 장단점이 있나요?


장점은 너무 많아요. 그러나 환상을 갖진 말아야 해요. 그래서 우선 단점부터 말씀드리면 의외로 카페는 한의원 경영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아요. 한의원 하나만 운영했을 때에 비해 신경 써야 할 것들이 두 배가 아니라 거의 열 배 가까이 되기 때문에 수지타산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더 손해일 수도 있어요. 고전적인 한의원 진료의 형식을 원한다면 개인적으로 카페를 같이 운영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요. 진료와의 결합 방식과 카페 공간의 운영 방식을 스스로 만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일도 몇 배로 힘들고 일반사업장과 의료사업장을 동시에 관리하는 것이 복잡할 수 있어요. 사람들이 카페가 있다고 의료의 전문성이나 친근함을 특별히 잘 느끼지도 않습니다. 저희도 현재 매일 진료만 하는 선생님들은 없고 예약을 통해서만 환자를 받고 있습니다. 다른 곳에 비해서는 상담을 훨씬 많이 하고 침, 환, 약차 그리고 다양한 운동 처방 위주로 진료를 하고 있어요.


장점을 이야기하자면 그냥 단순하고 평범한 병·의원이 아니어서 요즘 전 세계적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는 Medical Engineering이나 Medical Science 같은 측면에서 도전해보거나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괜찮은 플랫폼인 것 같아요. 또 제한된 전문직의 삶을 벗어나 다른 업종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그들과 구체적으로 협력하면서 느낄 수 있고요. 단순히 특이한 요식사업을 하나 해보고 싶다는 마음에서 차린 카페가 아니기 때문에 확실히 삶의 경험 반경이 확장되어 간다는 느낌 하나만큼은 계속 누릴 수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장점이 있나요?


Q4. 한의원에 정기적으로 오는 환자분들은 얼마나 있나요?


어느 정도가 많고 적은 건지는 잘 모르겠는데 한 가지 확실한 건 소위 장사가 잘되는 한의원처럼 매일 환자로 북적이는 한의원은 아니에요. 팁을 조금 드리자면 사실 저희는 ‘기업 진료’와 같은 일종의 직능단체별 집단 교육 시스템으로 진료와 관련된 대부분의 수익을 새롭게 만들어 내고 있어요. 국내뿐 아니라 해외기업에서도 사내 복지나 인력 관리 및 개발 차원으로 컨설팅 요청이 많이 오는데 사실 기업 입장에서 병원에 이런 요청을 하는 것이 한국의 제도에서 거의 불가능하거든요. 그런데 저희는 한의학의 카페 모델로서 한의사의 진단과 처방을 일종의 케이터링 서비스 (catering service)처럼 제공하기 때문에 이런 사업이 가능해요. 요청이 들어온 기관에 직접 가서 병원에서만 할 수 있는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아니라 의학적 전문 지식을 가지고 상담을 하고 거기에 맞는 운동과 식품을 처방합니다. 보통 한 기관을 찾아가면 한 번에 100~200명을 상담합니다. 굳이 한의원 진료실이 아니라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하면 얼마든지 새로운 수요와 시장을 찾을 수 있어요.


Q5. 카페를 창업하고 차를 주목하시게 된 이유가 궁금해요!


처음부터 카페를 고집하진 않았어요. 병원 이외의 다른 형식에 대한 경우의 수를 많이 생각해 봤었는데 일반인이 생각하기엔 ‘한의사들이 저런 걸 왜 해?’라고 다소 황당해할 수 있는 것들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카센터, 보육원 및 유치원, 게스트하우스 등 여러 분야의 하드웨어에 대한 고민이 있었지요. 무엇을 하든 거기에 적당한 공간을 찾아야 해서 리서치를 1년 넘게 하다가 동교동에서 지금 이곳을 발견하게 되었어요. 공간을 보고 카페가 적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시작했어요. 더욱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카페 내 진료소’를 모델로 시작하기로 한 거지요. 카페를 단순히 차만 파는 공간으로 보기보다는 다양한 프로젝트 및 커뮤니티가 열리는 공간으로 활용하여 이곳이 마을의 작은 학교 기능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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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에 주목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사용하는 한약재 때문이었어요. 과거 한약재 파동 이후 지금은 국가의 GMP (Good Manufacturing Practice) 제도하에 한약재의 관리와 보급이 이뤄지게 되었는데 취지와 방향은 맞지만, 충분한 준비 기간 없이 급하게 진행되다 보니 병·의원에서 공급받을 수 있는 한약재의 질이 하향 평준화가 되었어요. 국가관리 시스템 내에서 인증받은 도매업자들에게 받은 것이 아니면 아무리 질이 좋은 약재라도 병·의원용으로 사용 시 현행법상 불법인 거예요.


하지만 식품업자가 가령 산에서 채취한 귀한 자연산 도라지를 가지고 식품으로써 사용하면 그것이 의서에 등장하는 처방이더라도 합법이에요. 전체 한약재 중 약 60~70%가 전면 또는 제한적인 범위 내에서 식품으로 사용할 수 있는데 일반음식점인 카페에서는 굳이 한약재 도매상을 통하지 않더라도 사용하고 싶은 약재를 식자재처럼 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어떤 농장과 저희가 직접 거래할 수도 있고 한의원에서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 산삼이라든지 수령이 30년 된 자연산 황기 등도 구해지기만 한다면 쓸 수 있는 거예요.


이렇게 식품으로서 한약재 본래의 가능성을 다양하게 실험해보고 싶었어요. <동의보감> 탕액편 어부(漁部)에 보면 다양한 물고기도 처방으로 쓰고, 수부(獸部)에 보면 노루고기 등 별의별 육류도 처방으로 다 등장하잖아요. 한의원에서는 이런 걸 못하죠. 하지만 음식점이라면 전문적인 식견과 탐험 정신을 가지고 얼마든지 새로운 시도들을 자유롭게 해 볼 수 있어요.


또 하나는 기존 방식에 대해 문제의식이 많았어요. <황제내경>에서 탕액요례(湯液醪醴)라는 편을 보면 차와 같이 물에 가볍게 침출해서 먹는 제형을 액제(液劑)라고 합니다. 탕제는 우려낸 밀도나 농도가 상당히 높아 하루에 복용할 양이 제한되어 있지만, 차 형태는 기능성 물처럼 훨씬 편하게 마실 수 있고 식품으로만 처방이 구성되어 있어 양에 대한 제한 없이 많이 섭취할수록 다다익선이에요. 보통 이온 음료를 스포츠 음료라고 인식하듯이 약차도 음료 시장에서 하나의 고유한 장르로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수치법을 제대로 지킨다면 약재를 오랫동안 안전하게 보관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도 너무 좋았어요. 또 한 제라고 하면 한 상자씩 한약을 지어가는 기존의 서비스 동선을 바꿔서 작고 가벼운 티백으로 약 한 제를 처방할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었죠.


Q6. 차가 치료제로 기능할 수 있나요?


탕제와 액제는 그 약성이 작용하는 기전이 달라요. 탕제가 필요한 활성 물질을 직접 체내에 투여하는 기전에 가깝다면, 액제는 특정한 활성 물질을 형성하는 신체 메커니즘을 조성하는 간접적 방식을 가지고 있어요. 따라서 처방을 구성할 때 제형에 따라 그 접근법도 달라지는데 현대인들에게 앞으로 어떤 방식이 좀 더 적합하고 효과적일지는 계속 고민해봐야 할 문제입니다. 한약은 앞으로 약이 아니라 식품이어야 한다는 관점에 좀 더 무게중심을 두고 있습니다.


Q7. 약다방 봄동의 디자인과 브랜딩을 할 때 어떤 점을 고려하셨나요?


디자인이나 브랜딩에 있어서 가장 많이 고려했던 점은 아이러니하게도 ‘최대한 기성의 한의학적 이미지를 걷어내자’였어요. 소위 ‘한방차’라는 이미지에 갇혀 버리면 소비재로서의 미래 가능성은 무조건 실패한다고 생각했어요. 기존 한의학이 갖고 있던 낡은 의료적 이미지를 최대한 벗겨내고 싶었어요. 세계적으로 전문화된 자연주의에 대한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기술적으로 그 최전선에 있는 한의학이 문화적 주류에서는 갈수록 멀어지고 있잖아요. 그래서 제도적인 의료기관을 지칭하는 한의학이 아니라 문화적, 학술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자생으로 생긴 의료를 지칭하는 ‘동의학’을 하나의 개념으로 잡고 이를 접한 사람들에게 고급스럽다기 보다 뭔가 ‘귀한 대접’을 받는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 많이 노력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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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게도 국내에서 디자인을 제일 잘하는 여러 분야의 분들과 친분이 있어서 봄동의 디자인 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어요. 파주 출판단지에 있는 PaTI (Paju Typography Institute)라는 디자인 학교에서 매년 전공 학생들에게 한의학 관점으로 인체에 관한 디자인 교육을 하는데 그곳에서 인연이 된 많은 로고, 패키지 및 인테리어 디자이너들과 협업해서 지금의 브랜드를 만들게 되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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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인생 그래프를 그렸을 때 뿌듯했던 순간과 포기하고 싶었던 순간이 있다면?


사실 전 인생을 아직 그렇게 길게 산 것도 아니고 감정 기복이 심한 사람도 아니라 Up&Down이 크지 않아요. 그래도 인터뷰를 하다 보니 뿌듯했던 순간으로 카페 공간을 처음 만들었던 때가 기억나네요. 그전까지는 동료들과 줄곧 학술적인 세미나만 하다가 처음으로 여기에서 사회적인 행위를 시작했기 때문에 감회가 남달랐던 것 같습니다. 이곳은 원래 가정집이었기 때문에 공사를 시작할 때 철거부터 직접 진행했어요. 처음 벽지 붙이기 전에 저희가 공부했던 책을 찢어서 벽지 안에 발랐거든요. 우리의 간절한 기운과 염원을 담아서 여자들은 책을 한 장씩 찢고 남자들은 페이지에 풀칠해서 벽에 붙이고 있었어요. (웃음)


비관적인 것은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왜냐하면 제가 동료들의 비관을 ‘이건 비관이 아니다’라는 설득 작업을 주로 하는 역할이거든요. 사업을 하다 보면 정말 끊임없이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생기는데 그럴 때마다 저는 주로 ‘이건 전화위복의 기회다’, ‘이건 다르게 생각해볼 수 있지 않을까’라는 얘기를 많이 해요. 이런 말을 끊임없이 주변 사람들에게 하다 보니까 아직 저 스스로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어요.


Q2. 한의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대체 사람이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서 다시 한번 깊게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제가 볼 때 진짜 한의학의 매력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라기보다는 건강을 만들어내는 학문이라는 데에 있는 것 같아요. 우리는 의학을 공부한다는 이유로 여전히 너무 질병에만 관심이 있고 매달리는건 아닐까요?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 것은 건강이에요.


현대 병리학 사전에 등재된 질병 종류만 하더라도 아마 수만 가지가 넘을 텐데 건강은 그보다도 더 크고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개념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가 알고 있는 건강 개념은 너무 빈약하고 초라하죠. ‘그냥 아프다는 사람 안 아프게 해주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정도로만 수백 년도 넘게 건강 개념을 방치하고 있는 것 같아요. WHO에서도 건강을 신체적, 정신적, 영적 안녕에 이제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역량까지 포함하여 정의하고 있는 것처럼 앞으로는 이러한 실제적인 건강개념을 적극적으로 설계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한의학이라는 소프트웨어에 맞는 하드웨어라고 생각해요. 저는 이 지점에 미래 한의학 연구자들의 엄청난 블루오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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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쁘신 와중에도 시간을 내어 인터뷰 요청에 응해주신 이상엽 디렉터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말씀을 들으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고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하고 있는 학생들과 한의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제가 들은 것을 공유하고 싶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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