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로 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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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엽이 지는 가을날, 내방역 한 카페에서 주성수 대표님을 만났습니다. 한의대 졸업 후 스타트업 ‘팀 엘리시움’을 창업하고 ‘POMchecker (폼체커)’라는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사업가인데요. 솔직 담백한 대표님의 창업 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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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팀 엘리시움을 소개해주세요!


팀 엘리시움은 컴퓨터 비전 (Computer Vision) 위주의 의료기기를 만드는 스타트업입니다. 팀 이름은 창업 멤버인 친구들과 중학교 때 같이 했던 록 밴드 이름이에요. 저희 중 한 친구가 2016년 배달의 민족을 보고 ‘우리도 할 수 있겠는데?’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알아보니 CT나 MRI 같은 high-end 기기를 제외한 다른 의료기기들은 기술력이 덜 필요한데도 시장이 꽤 크더라고요. 그래서 ‘진짜 우리도 만들 수 있겠다.’라는 생각으로 창업을 했습니다.


창업 멤버는 저와 중학교 친구 2명, 그리고 친구의 아는 형입니다. 저도 컴퓨터를 조금 배우긴 했지만, 친구들이 모두 컴공과여서 많은 도움이 됐어요. 특히 형이 개발을 잘해요. 다른 구성원들도 모두 공대 출신입니다. 저 말고는 의료인은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대표 제품은 ‘POMchecker’라는 의료기기입니다. 간단히 말해 3D 카메라로 환자를 찍으면 영상을 바탕으로 신체 부위를 예측해서 해당 부위의 자세 평가 및 관절 가동 범위 (ROM)를 측정하는 제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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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스타트업의 콘셉트는 대표님이 잡으신 건가요?


네. 세상에는 기획, 개발을 잘하는 사람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만 노릴 수 있는 시장이 있을 거라 믿었고 팀에 의료인인 제가 있어서 의료계 쪽으로 콘셉트를 잡게 되었어요.


Q3. 회사에서의 일과를 알려주세요.


대표가 된 이후로는 저는 홍보 같은 외부활동을 주로 하고 개발은 공대 출신 친구들이 맡아서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은 주 4일제로 일하고 있지만, 저는 주말에도 나옵니다. (ㅠㅠ) 주 4일제를 택한 이유는 고급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회사에서 직원들에게 대기업보다 월급을 더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기 때문에 주 5일제로 일하면 실력 있는 개발자들이 우리 회사에 지원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주 4일제로 하는 대신 직원을 많이 뽑았어요. 그래서 지금 9명이 일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7명 정도의 인력입니다. 4대 보험이 모두 보장되는 정규직이지만 일은 파트타임 식으로 하고 있어요.


Q4. 주말에 회사에 나와서 어떤 일을 하시나요?


대표로서의 밀린 업무를 합니다. 전기세, 수도세, 지방세, 국세 등 세금 납부도 하고요. 10개 정도의 고지서가 각각 시간차로 날아오는데 30일에 나눠서 오니까 거의 매일 내는 것 같아요. 밀린 메일 답변을 하고 요즘은 사람 뽑느라 면접도 보고 미뤘던 회의도 하고 나면 주말이 금방 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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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학부 때는 어떻게 생활하셨나요?


제가 예과 때 유급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ㅠㅠ) 그때 컴퓨터를 공부했어요. 그 외에 특별하게 한 건 없고 친한 친구들과 게임을 했습니다. 사실 학교 다닐 때도 공부에는 별 관심이 없었고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관심이 좀 많았어요. 그래서 주식하다 돈을 까먹기도 했어요. 신문 읽는 걸 좀 좋아했던 거 같아요. 동아리 활동은 농구 동아리 ‘NGB’와 풍물 동아리 ‘어울패’에서 했어요.


Q2. 스타트업 법인 설립이 2017년 5월인데, 사업 구상을 언제부터 하셨나요?


예전부터 친구들끼리 해보자, 해보자 말만 하다가 본격적인 준비는 본과 4학년 (2016년) 여름방학부터 시작했습니다.


Q3. 졸업하시고 바로 창업하신 건가요?


네. 대진을 잠깐 하긴 했지만, 그 외엔 다른 경력이 없습니다.


Q4. 어떤 과정을 거쳐서 준비하셨나요?


처음에는 독립된 작업 공간이 없으니까 친구 집이나 카페를 전전했죠. 또 제한 시간 내에 시제품 단계의 결과물을 내야 하는 ‘해커톤’이라는 대회가 있는데 참가비가 무료여서 해커톤만 나갔어요. 가면 밥도 공짜로 주니까 밤새워 일하기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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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현재 판매 중인 POMchecker (폼체커)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POMchecker (폼체커)는 인허가까지 2018년 6월에 끝난 따끈따끈한 새 제품입니다. 3D 카메라를 통해 환자의 관절점을 마커 없이 인식하고 이를 기반으로 관절 가동 범위 (ROM)를 측정하거나 자세를 분석해주는 기계예요. 한의원,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등에서 활용하고 있어요. 최근 한의원에서는 추나요법 급여화 이슈 이후로 판매가 급증했고 양방 쪽에서는 비급여 청구가 가능해져서 판매가 늘어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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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향후 출시 제품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폼체커를 출시하고 3D 카메라에 자신감이 생겼어요. 그래서 비만 환자들을 촬영해 신체 둘레를 재고, 부피를 측정하는 기기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성형외과 쪽으로도 생각하고 있어요. 아직은 아이디어 단계이지만, 가슴 보형물 삽입술이나 지방 흡입술 시술 후 어떻게 될지 미리 보여주는 식으로 발전시키고 싶어요. 개발까지 이어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지방 흡입을 할 때 간호사가 줄자로 재서 전후 비교하는 상황이니까 저희 제품으로 객관적 데이터를 제시해 주는 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Q3. 한의대생 아르바이트를 구하신 적이 있었는데, 무슨 일을 했나요?


저희가 딥 러닝 (Deep Learning)도 하고 있어요. ‘스타일 트랜스폼’이라고 요즘 좀 성과가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을 찍으면 고흐가 그린 것처럼 바꿔주는 필터같이 CT를 찍었을 때 MRI로 찍었다면 어떻게 될지 예측하는 프로그램으로 척추에서 성과가 나오고 있어요. CT 촬영을 하면 컴퓨터는 흑백 사진만 보는 거라 사진에서 디스크인 부분을 사람이 가르쳐줘야 해요. 한의대생이 영상에서 디스크 부분을 찾아 색칠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데이터베이스를 만드는 과정이죠.


Q4. 스타트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때와 뿌듯했던 때를 알려주세요.


거의 매일 힘들어요. 힘듦의 연속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돈이 없어 맨날 허덕거립니다. 프로젝트가 들어오고 제품 판매가 되면 돈이 생기죠. 그런데 돈이 생기면 사람을 더 뽑고 싶으니 항상 경제적 결핍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뿌듯했던 때는 투자받았을 때예요. 투자자가 우리를 믿어주고 돈을 주는 것이기 때문에 인정받았다는 느낌이 들어요. 그때는 좀 행복합니다. 스타트업이 성과가 없으면 굉장히 힘들어져요. 하나씩 성과를 내면서 버틴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아요.


Q5. 언제 첫 투자를 받으셨나요?


프라이머의 권도균 대표님이 2018년 1월에 첫 투자를 해주셨습니다. 법인 설립을 5월에 하고 7개월 만에 받은 것이죠.


Q6. 스타트업을 시작하고 7개월 만에 투자를 받는 것이 빠른 건가요?


투자를 받는 시기는 스타트업마다 천차만별이에요. 처음부터 투자를 받으면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대학생 창업치고는 저희도 빨리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에서는 대학생들이 창업을 많이 해야 한다고 하지만 대학생들이 매력적인 창업 아이템을 찾는 경우가 드물고 경험도 부족해 투자를 잘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저희도 아등바등하면서 아이템을 많이 늘렸어요. 폼체커 하나만으로는 지금까지의 투자를 받지는 못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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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스타트업을 하고 싶어 하는 한의대생들에게 어떤 말씀을 해주고 싶으신가요?


집 나가면 고생입니다. 그냥 한의사를 하면 안정적으로 살 수 있습니다. (웃음)
별로 추천하고 싶은 길은 아니지만 해보면 재미는 있습니다. 한의사로 있을 때와 비교해서 시야도 정말 많이 달라져요. 학교에서 겪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져요. 저는 지금까지 했던 많은 경험이 자산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학부생 때부터 여러 가지 경험을 많이 해보면 스타트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될 겁니다. 그리고 주변의 한의사 친구들은 돈을 많이 버는데 자신은 그렇지 못한 현실에 괴리감도 느껴질 것입니다. 생각보다 한의사가 돈을 진짜 많이 버는 거 맞아요. 부모님도 별로 안 좋아하시고요. (웃음)


Q2. 부모님의 반대가 있었나요?


부모님은 ‘등록금 대서 한의사 만들어놨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거지?’라는 반응이셨어요. 아버지도 사업을 하시는데 제가 투자받기 전까지는 헛수고한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처음 투자받았을 때는 “누가 너한테 투자를 하느냐?”라고 하셨어요. (ㅋㅋ)


Q3. 대표님의 단기 목표와 최종 목표를 알려주세요.


단기 목표는 매출을 올리는 것이고, 장기 목표라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high-end 의료기기 회사들을 제외한 그룹에서 팀 엘리시움을 나름 압도적인 지위를 갖는 회사로 만드는 것입니다.


Q4. 나중에 한의원을 운영하실 생각도 있으신가요?


제 꿈이 제 건물 사서 꼭대기에서 한의원을 하는 것입니다. 진료는 주 2회만 할 거예요. (웃음)


Q5. 대표님께서 하시는 일이 세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요?


현재 의료계는 양방/한의 할 것 없이 데이터가 너무 비정형화되어있어요. 예를 들어 한의원에서는 자세 측정을 할 때도 관절 가동 범위 (ROM)을 각도기로 재거나 카메라로 찍어 사진에 자를 대고 선을 그려 각도를 측정하기도 해요. 그러니 데이터의 정확도가 떨어지거니와 그나마도 너무 산발적으로 분포하고 있죠. 폼체커는 데이터의 정확성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췄는데 폼체커를 통해 쌓인 데이터를 잘 쓸 수 있게 가공하는 플랫폼까지 만든다면 세상을 크게 바꾸진 못해도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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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님께서 졸업한 지 얼마 안 되셔서 그런지 인터뷰 내내 친한 형, 오빠와 얘기를 나누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터뷰가 점심시간에 끝나 식사라도 같이하고 싶었지만, 대표님은 회의가 있어 아쉽게도 바로 회사로 돌아가셔야 했습니다. 더 깊은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지만 ‘의료기기’와 ‘스타트업’이라는 낯선 두 키워드는 졸업을 앞둔 한의대생의 시야를 넓혀주는 데에 충분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귀중한 시간을 내주신 주성수 대표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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