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연구하는 중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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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방울이 하나둘씩 떨어지는 밤에 볼티모어 (Baltimore) 존스홉킨스의과대학 (Johns Hopkins University School of Medicine) 대학원에서 한의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계시는 호주 중의사 James Flowers를 만났습니다. 한국인이 아닌 학자가 한의학의 역사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하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하는데요. 중의학 임상의가 어떻게 한의학을 주제로 연구를 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지 않으신가요? 그 이야기가 바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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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지금 존스홉킨스대학에서 하시고 있는 일과 하루 일과를 알려주세요.


현재 의사학 박사과정을 하고 있어요. 벌써 6년이 되었고 곧 끝날 예정입니다. 마타 한슨 (Marta Hanson)이 바로 제 담당 교수님이자 advisor이지요. 학기 중과 방학 중의 일과는 사뭇 달라요. 학기 중에는 아주 바빠요. 논문도 쓰지만 존스홉킨스의과대학교 예과생에게 글쓰기 강의도 하고, 일주일에 한 두 번 세미나에 가기도 합니다. 글쓰기 강의 주제는 '동서양 의학'으로 학생들이 중의학, 서양의학에 대해 글 쓰는 것을 가르쳐요. 지금은 방학이라 이제서야 논문 쓸 시간이 많아졌네요.


Q2. 의사학 박사과정에서는 무엇을 연구하나요?


박사과정에서는 의사학을 폭넓게 다룹니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전반적인 세계 의학의 역사를 다루는데 주로 서양의학을 공부합니다. 물론 의사학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역사학 (General History)도 함께 연구합니다. 저는 중국 의사학을 전공하신 마타 한슨 교수님께 배워서 중의학의 역사도 많이 알게 되었어요.


Q3. 현재 어떤 연구를 하시나요?


현재 연구하고 있는 주제는 1910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의 일제강점기 시대의 한의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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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한의학을 어떻게 알게 되셨나요?


여기에는 짧은 버전과 긴 버전이 있어요. 우선 짧은 버전은 한국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의사학교실 김태우 교수님을 만나 친구가 되면서 원래 중의학이었던 연구 주제를 한의학으로 바꾸었어요. 교수님께서 저를 직접적으로 설득하지는 않았지만 결국에는 설득이 된 셈이죠. 이미 한의학에 흥미가 많이 생겼기 때문이었어요.


긴 버전은 호주 시드니에서 중의사로 임상을 했던 과거로 돌아가야 해요. 그때는 임상도 했지만 강사로도 일하고 있었고 매우 바빴습니다. 또한 호주중의사협회장 (Australia Association of Chinese Traditional Medicine)으로 9년 동안 일하면서 중의학과 관련된 국제 컨퍼런스, 국제 회의, 국제 정책 행사에도 참여했어요. 협회장으로 지내면서 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한의학과 일본 캄포의학은 어떻게 된 것일까? 호주중의사협회장으로 있을 때 호주중의사협회에 한의사가 속해있었어요. 그들에게 “당신은 중의사입니까?”라고 물었는데, “나는 중의사가 아니라 한의사다.”라는 답변을 들었고 ‘그런데 왜 이들이 중의사협회에 있지?’라는 호기심이 들었죠. 그후에 호주에 사는 한의사들과 이야기도 많이 했고 아주 친해졌어요. 당시 호주에는 일본 캄포의학 의사 (Kampo medicine doctor)는 별로 없었지만, 한의사는 꽤 있었거든요.


Q2. 호주에서 중의학 임상의로 오랫동안 활동하셨는데 어떻게 한의학으로 연구 주제를 잡으셨나요?


처음에는 중의학으로 연구 주제를 잡아 연구하고 있었어요. 오랫동안 해오던 것이니까요. 그러다 2009년도에 국제 컨퍼런스에서 중의학과 한의학 간의 충돌을 보고 충격을 받았어요. 그때 김태우 교수님을 만나게 되었고 한의학 현대화의 방향성, 상황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어요. 이때의 경험이 한의학으로 연구주제를 바꾸게 된 계기 중 하나였어요. 가장 큰 이유는 김태우 교수님의 영향이 컸고요. 한국한의학연구원 (KIOM) 연구자들과도 좋은 친구 관계였는데 그때는 지금 제가 한의학을 연구할 거라고는 생각을 못 했을 거예요.


중의학뿐만 아니라 한의학에 대해 관심이 많았어요. 실용적인 이유도 있지만, 한의학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고 한국에서 살면 좋겠다 싶었어요. 무엇보다 한의학과 중의학 간 분쟁에 대해서 의논해보고 알아가면서 한의학이 동양의학 발전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원광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에서 잠시 박사과정 코스를 듣기도 했고 현재 한의학을 주제로 연구하고 박사 논문을 쓰고 있죠.


Q3. 중의학과 한의학의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의료 시스템, 의료 행위는 사회적, 임상적 (clinical) 맥락에 영향을 받아요. 한국과 중국은 사회적 상황 (시스템)이 달라요. 한의학과 중의학의 공식적 의학의 모습이 다른데, 한의학은 다양한 형태를 하고 있죠. 전형적이지 않아요. 하지만 중의학은 국가에 의해 아주 통제되었죠. 현재 국가 의료 시스템 통제에 차이가 있지만 이미 이전부터 차이가 났어요. 바로 일제강점기 시대에서도 그 차이를 알 수 있어요.


제가 주장하는 바는 일제강점기에 한의학의 패러독스 (paradox)가 만들어졌다는 거예요. 일제강점기에 한국 사람들은 오히려 한국 문화를 지키려 했어요. 한의학도 이에 포함되고요. 이것이 중의학과 비교되는 한 가지 요인이에요. 중국은 당시 사회주의라는 사회적 맥락으로 중의학의 현대화 과정에 지식인들이 참여했어요. 현대화 과정도 사회적 맥락에 영향을 받지요. 한국에서도 당시 지식인들이 현대화 과정에 동참해요. 당대 지식인들은 춘원 이광수처럼 현대화를 수용한 사람도 있지만, 주로 한국 전통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을 하죠. 이 같은 많은 요인으로 인해 중의학과 한의학은 현대화 및 표준화 과정에서 차이가 나게 돼요.


Q4. 한의학이 주목할만한 (be attended to) 가치가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요?


우선 한의학에 대한 의문점들이 있었어요. ‘왜 한의학은 중의학이나 일본 캄포의학에 비해 국제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첫 번째 이유입니다. 두 번째 이유는 한국 한의사들은 임상에서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그것을 세계에 드러내지 않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제가 봤을 때 한의사들이 장점이 많아요. 하지만 한국에서만 임상을 하기 때문에 장점이 해외에서 잘 드러나지 않죠. 다른 나라에서는 실제로 한국에서 어떤 의료 행위가 일어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한의학을 포함한 한국 문화가 중국의 의료 모습, 사회 구조와 꽤 다른데 말이죠. 한의학과 접점이 있는 저와 마타 한슨 교수님은 잘 알지만 일반 대중은 전혀 알지 못하죠.


한의학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첫 번째로 의학은 질병을 치료하고 사람의 목숨을 살리는 기술이란 점입니다. 한의학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과학화되어 본래의 모습을 잃은 중의학에 비해 한의학은 아직 많이 과학화되지 않았고, 이 때문에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의학적인 면에서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실용적인 면에서 세상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요. 현재 한의학도 근거중심의학과 같은 과학화로 나아가고 있지만 말이에요.


두 번째로는 현대화라는 흐름이에요. 현대화란 구조화, 시스템, 표준화 등이라고 볼 수 있어요. 그런데 서양의 현대성과는 다른 매우 독특한 한국의 현대성이 있어요. 저도 논문에서 주장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 있는데, 한국의 현대성이 독특하다는 것입니다. 현대적인 것은 맞지만 동시에 전통적인 면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이나 서구 세계에는 그런 것이 없어요. 전통은 사라졌죠. 한국에서는 현대성을 받아들이면서도 전통을 지켰죠. 제 생각에 이러한 한국적인 현대성을 세계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세계가 한의학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직 연구되지 않은 분야이기 때문이에요. 역사학자의 입장에서 지금까지 국제 사회에서 아무도 한국에 대해 제대로 연구하지 않았어요. 제가 한의학의 역사를 연구하는 아마도 한국인이 아닌 유일한 사람일 거예요. 유일하다는 점은 외국인인 저에게는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한국의 입장에서는 한의학이 무시당하고 있다고 여겨질 수도 있어요. 한국인끼리 연구하고 한의학의 좋은 점을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에게 한의학의 좋은 점을 이야기했을 때 한국인이니까 그렇게 이야기한다고 여겨질 수 있으니까요. 저처럼 한의사나 그 업에 속한 사람은 아니지만, 한의학을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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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외국 학자의 시점에서 봤을 때 어떻게 한의학을 세계에 알려야 할까요?


외국어로 서술 (narrative)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더 필요해요. 다른 사람들이 한의학에 대해서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학문적인 언어로 이야기해야 하죠. 하지만 그런 능력이 있는 한의대 교수님들은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논문을 쓰느라 너무 바빠요. 더 많은 한의사가 목소리를 낼 수 있으려면 해외에서 공부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세계의 학자, 의사, 환자들과 관계를 쌓는 것도 정말 힘들지만 중요한 일 중 하나입니다.


중의학이 세계화될 수 있었던 이유는 단지 땅덩어리가 크고 힘이 세기 때문이 아니라 언어를 지배했기 때문이에요. 중의학은 정부에 의해 지원을 받았기 때문에 호주, 미국, 아프리카 등 다양한 곳의 사람들이 중국으로 중의학을 배우러 갔어요. 모두가 중국에서 중의학을 배우면서 만족했을까요? 그건 아니에요. 불만도 많았고 좋지 않은 경험을 하는 경우도 있었어요. 결과는 다양했죠. 하지만 중요한 것은 사람들이 중국으로 중의학을 배우러 갔다는 거예요. 사람들이 중의학에 대해서는 알지만, 한의학에 대해서는 모르는 이유 중 한 가지가 이것일 수 있어요. 중국은 중의학에 많은 투자를 했고 한국도 투자했지만 중국과 비교가 안 돼요. 또 다른 이유는 한국은 민주주의 국가라서 정부도 계속 바뀌고, 정부가 지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한의학보다는 서양의학에 더 관심이 있어서 일 수도 있어요. 한의사들은 이런 상황에서 경쟁에서도 살아남아야 했고요.


Q2. 왜 일본 캄포의학 (Kampo medicine)이 한의학보다 세계적으로 유명할까요?


일본에서 연구하는 것은 경락, 생약, 침 등이에요. 한국의 보건복지부는 항상 톱다운 방식 (Top-down approach)을 하고 세계화에 관한 큰 행사에 힘을 써요. 하지만 큰 행사가 세계화를 실현해주는 것은 아니죠. 반면 일본에서는 다운업 방식 (Down-up approach)으로 부드러운 힘에 강점이 있어요. 외국인이 침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일본 침구사들은 기꺼이 가르쳐줘요.


저도 한국 한의학이 왜 세계화되지 못할까 고민을 많이 해보았는데, 결국은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세계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바쁜 것은 확실해요. 그렇게 많은 프로젝트를 하느라 바쁘면 정말 바깥세상으로 뻗어 나가는 프로젝트를 할 시간이 어디 있겠어요. 너무 많은 일을 하는 거죠.


의미가 있는 일은 갑자기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서 만들어낼 수 없어요. 의미 있는 일은 아주 천천히 점차적으로 꾸준히 했을 때 얻을 수 있어요. 세계화를 생각할 때 2년이나 4년 만에 될 거로 생각하면 안 돼요. 20년, 30년, 어쩌면 4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가지고 역량을 쌓아가면서 계속해야 합니다. 프로젝트를 바꾸지 않고 오랫동안 마라톤처럼 지속해야 하죠.


Q3. 왜 중의학에 비해 한의학은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호주에서는 한국인이랑 중국인 수가 비슷한데 중의학보다 한의학이 유명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볼 수 있어요. 제 생각에 중국인 사회가 다른 나라에 이민을 가면 모든 나라를 중화시키려는 움직임 때문이라고도 생각돼요. 한국인들을 관찰해보면 한국인들은 그렇게 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다른 나라를 한국처럼 바꾸려고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인들은 중국과 비슷한 것을 보면 좋아하는 반면 한국인들은 호주의 문화를 더 익히려고 해요. 호주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져도 한국인들은 그저 친절하고 조용하게 반응해요. 이런 차이는 주로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세계화 정책을 펴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중의학은 세계화에 아주 좋은 중요한 도구가 되는 것이죠. 한국도 한의학이란 좋은 전통의학을 갖고 있지만, 한국 정부는 그런 강력한 정책을 펴지 않죠. 한국 정부가 나서서 전 세계를 한국화하자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어요.


앞서 말한 Top down도 필요하지만, Bottom up과의 균형이 필요한 시점이에요. 학생들은 Bottom에 해당하니까 밖으로 뻗어 나가서 서양에서 의사나 전통의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교류를 해야겠죠. 중요한 것은 ‘사람’이에요. 김태우 교수님 같은 학자, 임상가가 세계 속으로 나가서 좋은 인상을 주는 게 중요하죠. <동의보감>이라는 이름은 물론 그 자체로 의미가 있을 수 있지만 다음날 ‘그게 뭐지?’하고 잊어버려요. 하지만 한국인을 만났다는 것은 기억해요. 처음에는 ‘일본인인가?’, 그다음에는 ‘중국인인가?’ 하겠지만 결국에는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고 기억을 하게 되죠. 김태우 교수님께서 오픈 마인드로 저희 가족과도 친구가 되었던 것처럼요. 그런 분들이 더 필요해요. 세계화를 하려면 오픈 마인드가 더 있어야 한다는 거예요.


더불어서 Medical humanity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내 이야기를 어떻게 쓰고 외부에 어떻게 전할지, 환자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모르면 안 돼요. 르네상스 시대 사람들이 역사, 과학, 정치를 이해하고 다양한 분야에 관해 이야기했듯이 여러 분야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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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중의학을 어떻게 배우게 되셨나요?


어머니께서 중국계 싱가포르인이었고 저도 싱가포르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외삼촌께서 중의사였어요. 어렸을 때는 나중에 역사학자가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의학에 관심이 생겨 중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어요.


중의학을 공부하게 된 주요 계기는 두 가지인데 첫 번째는 저를 포함해서 아픈 사람들을 돕고 싶다는 생각 때문이었어요. 두 번째로는 동아시아 문화권에 대한 호기심이었죠. 중국뿐만 아니라 한국과 일본 등 동아시아 전체에 관심이 많았어요. 그런 이유에서 중의학을 공부하게 되었죠. 4년의 과정을 마치고 상하이에서 6개월간 인턴십을 했어요. 힘든 코스였지만 항상 즐겁게 임했던 것 같아요. 호주에서 임상의를 하면서 제가 환자를 보는 것을 좋아한다는 걸 느꼈어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Q2. 호주에서 중의학 임상을 얼마나 하셨나요?


시드니에 있는 차이나타운에서 15년 동안 진료했어요. 차이나타운이 시내에 있어서 환자 대부분이 중국 사람이 아니었고 그래서 99% 영어로 진료했어요. 특이한 케이스이긴 했죠. 차이나타운에서 중의 의원을 하는 유일한 비중국인이었으니까요.


Q3. 임상에서는 침을 주로 사용하셨나요?


저는 약을 주로 처방했어요. 외삼촌이 본초 학자셨기 때문에 저도 약초를 좋아했죠. 제 중국 이름이 장중민인데 외삼촌이 장중경처럼 되었으면 좋겠다고 지어준 이름이에요. 그래서 차이나타운에서 많은 중국인들이 저를 중국 이름으로 불렀어요.


Q4. 임상을 계속하게 된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아내 덕분이에요. 당시에는 중의대에서 강의하며 의사학 석사도 하고 호주중의사협회장도 하느라 정말 바빴어요. 그때 아내가 제 꿈을 이루라고 의사학 공부를 지지해주었어요. 아내가 지지해주지 않았다면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할 수 있었겠어요? 저는 세상에 이야기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어요. 이렇게 오래 걸릴 줄은 몰랐죠. 원광대에서도 계속 포기하고 그냥 돌아가고 싶었어요. 그런데 아내가 용기를 주었고 이야기를 쓰겠다는 생각도 연구를 계속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어요. 컨퍼런스에서 다른 학자들이 제 연구 주제에 호기심을 가지면 용기를 얻기도 하고요.


Q5. 한의학과 중의학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한의학은 마음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이 중국이나 일본의 전통의학과 다른 점입니다. 이점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구 국가에서 중의학을 배우러 중국으로 가는 사람들은 영적인 면을 기대하지만, 막상 중의학은 너무 과학화되어 영적인 면을 찾기 어려워요. 이런 영적인 면을 한의학은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원광대학교의 경우 한방심신증후군연구센터가 있기도 하고요. 정신 이외에도 종교적인 면도 있어요. 그리고 많은 임상가들이 윤리적 책임 (moral responsibility)에 대해서 이야기해요. 제가 갔던 원광대학교가 원불교 재단이어서 이와 관련해서 이야기를 더 들었던 걸 수도 있어요. 조금은 예민한 주제이고 한의사들은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부끄러워하는 부분이기도 하죠.


석곡(石谷) 이규준을 연구한 적이 있는데 아주 독특하고 보통 한의사와 다른 점이 많았어요. 항상 마음을 중시했죠. <동의보감>에서도 석곡과 다르지 않게 마음을 강조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중국인들은 <상한론>을 포함한 중의학과 <동의보감>이 같다고 하지만 <상한론>은 처방을 쓰는 스킬적인 면이 강하다면, <동의보감>은 인과 마음을 중요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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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한의학을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그 꿈을 놓지 말라고 얘기해주고 싶어요. 어떤 꿈이라도 가치가 있으니 포기하지 말고요. 흥미 있는 분야에 대해 공부하는 것은 아주 보람 있는 일이니까요. 전문가가 되고 싶은 분야를 하나 정해서 따라가세요. 가장 이상적인 것은 Humanity scholar가 되는 동시에 훌륭한 의사가 되는 것이에요. Humanity를 배우면 좋은 의사가 된다고 말하고 싶어요. 언어를 이해하든 세계를 이해하든 말이에요. 과학을 배우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비판적인 관점을 견지하고 ‘All science is depended on social context (모든 과학은 사회적 맥락에 달려있다).’라는 것을 꼭 기억해야 해요.


Q2. 선생님의 next step은 무엇인가요?


우선 논문을 끝내는 게 목표예요. 미국에서 학위를 받아 학자로서 인정을 받고 대학에 남아 연구하고 싶어요. 대학에서 동양의학을 가르치려면 우선 박사학위가 있어야겠지요. 그리고 논문도 더 쓰고 예전처럼 환자도 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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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맞이하기 전까지 계속해서 연구 중이었다는 James Flowers 선생님은 피곤한 모습도 잠시, 자신의 연구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에는 눈빛이 참으로 빛나셨습니다. 외국인 학자가 이렇게까지 한의학에 관심이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하루빨리 연구 논문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 기자들을 집에 초대하셔서 근사한 요리까지 내주시며 처음부터 끝까지 따뜻한 대접을 해준 James Flowers 선생님 부부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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