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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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연구를! 무더운 여름날 폴라베어를 좋아하시는 장수빈 선생님을 모시고 그동안 궁금했던 연구원에서의 일상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세 파트로 나누어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습니다.


1.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는지!
2. 과거: 입사하기 전에는 무슨 일을 하고 계셨는지!
3. 미래: 연구원으로서 어떤 연구를 기획하고 계시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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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연)에서 어떤 일을 하고 계시나요? 연구원으로서 하루 일정을 알려주세요!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 중 하나로 한의학을 연구하는 곳이에요. 저는 임상의학부에서 어혈에 관한 한의학적 진단과 치료의 유효성을 검증하는 임상연구를 주로 하고 있어요. 어혈이 있는 대사 질환에 대한 한약의 효과를 입증하기 위해 6년 동안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연구입니다.


하루 일정은 일반 직장인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연구직이라도 생각보다 행정 업무가 많아서 출장을 다녀오기도 하고 관련 행정 처리도 맡고 있어요. 보통 9~10시 사이에 출근해서 사무직과 비슷하게 컴퓨터 앞에 앉아서 업무를 봐요. 그리고 일주일에 한 번씩은 과제 랩미팅을 열어서 현황을 보고하는 시간도 갖고요. 저는 직접 실험을 하지는 않지만 실험하시는 분들은 실험 스케줄에 맞춰야 해서 주말에 출근하시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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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2.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채용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한가요?


한의연 연구직에는 대부분 석사나 박사, 전문의 소지자만 지원할 수 있어요. 대학원에서 조교를 하는 것처럼 연구를 배우는 곳이 아니라 전문 연구인력을 뽑는 곳이기 때문에 모집 기준이 보통 석사 이상이에요. 한의사일 경우에도 한의대 졸업 직후에 입사하기는 어렵고 최소한 전문의나 석사 학위를 받고 오셔야 해요.


남자의 경우, 연구직으로 군 복무를 대신할 수 있는 전문연구요원 트랙이 있어요. 보통 석사 이상은 갖춰야 하고 SCI(E) 논문도 있는 것이 좋아요. 만약 연구직으로 나아가고 싶다면 공보의로 근무하는 것보다 경력적인 측면에서 도움이 되겠죠. 대학교에서 하는 사람도 있고, 한의연에서도 할 수 있어요.


Q3. 구체적인 채용 과정이 궁금합니다.


아무래도 한의연은 공공기관이다 보니 굉장히 신중하게 사람을 뽑고 싶어 하는 것 같아요. 서류 - 1차 면접 – 토론 면접 – 발표 면접 – 최종 면접 – 신체검사를 거쳐서 선발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이름, 나이, 출신 학교를 말하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하기도 해요. 인성검사도 봐야 하고, 자기소개서도 필요하고요. 연구 경력에 대한 PPT 발표도 해야 해요. 저는 총 한 달 정도 걸렸어요.


Q4. 선생님께서는 대학교 연구실에도 계셨는데, 한의연과 어떤 점이 다른가요?


인간관계 측면에서 좀 달라요. 학교 연구실에서는 상사가 교수님이고 스승님이다 보니 사제지간이라는 느낌이 강해요. 그런데 한의연에는 확실히 직장의 조직체계가 있어요.


연구적인 측면에서는 한의연이 인프라가 굉장히 잘 되어 있어요. 행정 업무를 아예 안 할 수는 없지만, 행정 부서가 따로 있기 때문에 연구에 집중할 수 있어요. 그리고 학교보다 연구비 규모가 크다 보니 좋은 장비도 많고 외부 활동의 기회가 더 많은 것 같아요.


Q5. 한의연에서 교육도 많이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만약 학위 과정을 하고 싶으면 병행할 수도 있는 건가요?


정규직 기준으로 입사하고 2년이 지나면 대학원에 다닐 수 있어요. 일주일에 하루 정도를 빼서 대학원에 다니고 대신에 보충 근무를 하죠. 그렇게 하시는 분들이 꽤 있어요. 보통 전문의를 따고 오시는데 박사 학위를 추가로 받고 싶으신 경우는 대학원에 가시기도 하고요. 학위 외에도 연구과제에 필요한 교육이나 학회 참석을 많이 지원해 주는 편이에요. 연구원 한 명을 뽑으면 국가 예산을 들여서 더 교육하고 훌륭한 연구자로 만들어 준다고 생각해요.


Q6. 한의연과 협력하는 병원은 어떤 곳이 있나요?


각 과제에서 전국 한의과대학 부속병원과 활발하게 교류하며 임상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한의대뿐 아니라 의대병원과 협력하기도 하고, 최근에는 다국적 연구도 증가해서 미국, 중국 등 해외 병원과 공동연구를 수행하기도 해요. 아직 한의연 내에는 병원이 없어서 외부기관의 도움이 필요해요. 중국중의과학원에는 자체적으로 임상연구 수행이 가능한 병원이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Q7. 연구원에서 일하시면서 기뻤던 순간이나 힘들었던 시기가 있나요?


가장 기뻤던 순간은 1월에 오스트리아로 임상역학 교육을 다녀왔을 때예요. 당시에 그 마을에 동양인이 저밖에 없었을 거예요. 저를 제외하고는 독일, 오스트리아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카자흐스탄에서 오신 세 분이 있었어요. 역학에 대해서 5일 동안 교육을 받고, 팀 발표도 하고, 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무작위 비교 임상연구) 디자인도 하며, 역학 리뷰를 제대로 해보는 기회였어요. 이런 기회가 있어서 연구원들의 수준도 높아지는 것 같아요.


힘들었던 시기는 글쎄요. 아직 1년밖에 안 다녀서... 곧 생기지 않을까요? (웃음) 그나마 제일 힘들었던 건 박사 학위 논문 마무리와 동시에 신규 과제를 준비할 때였어요. 과제계획서 양도 워낙 많았고, 야근을 거의 안 하는 편인데 퇴근하고 학위 논문을 쓰려니 힘들더라고요. 그런데 이건 연구원 생활이 힘들었다기보단 제 삶이 힘들었던 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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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대학생 때는 어떤 한의사가 되고 싶으셨나요? 원래 연구원이 되고 싶으셨나요?


원래 임상 한의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없었어요. 한의학과를 졸업하면 대부분 한의사가 되잖아요? 저는 그보단 한의학 분야 내에서 연구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예과 때부터 미병(未病)을 다루는 헬스케어 분야에 관심이 많았고요. 자연스럽게 예방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양생(養生)과 미병 관리라는 개념은 의학에는 없는 개념이기 때문에 한의학의 강점이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Q2. 한의연을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연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진로가 많지 않아요. 박사 이후에 학교에 남거나, 기관에 가는 정도이고 혹은 연구를 그만두고 로컬로 가는 경우도 많고요.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이기도 하고 한의사로서 주인의식을 갖고 연구할 수 있는 기관이라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아직 배워야 하는 단계라서 교육적인 측면도 좋고요. 주변에서 추천을 많이 해주기도 했어요.


Q3. 보건소에는 어떻게 근무하게 되셨나요?


석사를 마치고 잠시 쉬는 시간이 있었어요. 박사 입학하기 전에 잠깐 임상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마침 보건소에 자리가 났어요. 보건소가 예방의학이랑 잘 맞기도 하고요. 저는 사실 보건소에서 진료가 아니라 보건 사업을 했어요. 주로 금연 사업과 치매 사업을 했는데 보람도 있었고 재밌게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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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선생님께서 향후 하고 싶으신 연구주제에 대해서 알려주세요.


제가 폴라베어에 관심이 많다 보니 (웃음) 환경에도 관심이 많아요. 예방의학 중에 환경 파트를 해보고 싶어요. 또 로컬 한의사와 일반 국민들에게 매력적이고 확실히 도움이 되는 연구를 하고 싶어요. 연구란 기본적으로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 목적이 되기에, 상대방이 인정해주는 연구를 하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Q2. 학부생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한의학을 전공했다고 반드시 한의사만 되어야지 하고 진로를 좁히지 않았으면 해요. 신중하게 전공을 선택했던 것처럼 직업을 선택할 때도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학부생 때는 막연히 임상 한의사가 되어야겠다는 것보다는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두고 고민할 것을 추천합니다.


그리고 학부생 중에서 부원장 이외의 곳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학점 관리를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어느 기관이든 학점을 제출하게 되어 있어요. 저도 한국한의학연구원에 제출했어요. 입사 원서를 쓸 때마다 학점을 다시 보게 되더라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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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소에 근무하는 연구원 하면 딱딱한 이미지일 줄 알았는데, 폴라베어처럼 싱그러운 선배님을 만나 뵈어서 무더위는 물론 연구원 생활에 대한 궁금증도 싹 해소되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좋은 말씀 들려주신 장수빈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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