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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조전과 교태전

창덕궁에 가면 인정전, 선정전을 지나 왕의 침실이 나오고 그 뒤에 넓게 자리 잡은 왕비의 침실인 대조전(大造殿)에 이르게 된다. 크게 조화를 부린다는 뜻인 현판을 보는 순간 탄성이 절로 나왔다. 대조전의 뒤편은 작은 동산으로 계단식 정원에 수많은 꽃나무가 있으며 바로 후원으로 넘어가면 왕실의 정원인 금원(옛 비원)이다.

대조전 옆 언덕을 넘으며 노래를 흥얼거린다.

“나의 살던 고향은 꽃피는 산골
복숭아꽃 살구꽃 아기 진달래
울긋불긋 꽃대궐 차리인 동네
그곳에서 놀던 때가 그립습니다.”

이 노래가 내게는 자궁 찬양가로 들린다. 

앗! 꽃대궐에서 놀던 때가 그리우면 내가 여기서 살던 무수리? 공주? 그렇구나~!

봄기운 가득한 햇볕 아래 꽃들이 눈부시게 만발한 대궐. 복숭아나무와 살구나무는 그들의 소음순인 꽃잎을 환한 대낮에 당당하게 활짝 벌려놓고 벌, 나비를 유혹하고 있다. 나무들이 도화기로 색을 열렬히 쓰고 있는 중이다. 얼른 수정을 해서 열매를 맺으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꽃은 나무의 생식기다. 꽃잎은 소음순처럼 촉촉하게 벌어지고 암술은 클리토리스처럼 발기하여 꽃가루를 묻히면 씨방은 자궁처럼 배가 통통하게 불러온다. 여자는 꽃대궐 속의 궁주(宮主)이며 씨의 어머니이시다. 씨앗 자(子)를 아들 자라고 우기지 마시게. 제발!

옴(womb, 자궁)－엄마－어머니－옴마니가 우주를 울리는 공명음과 닮은 것처럼 sex－색－色－색시 또한 어쩌면 공통어로 소리까지 비슷하다. 여자가 섹시하다는 건 색을 쓸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고 그게 바로 도화살이다. 공(空)에서 색(色)을 만들어내고 조물주를 대행해서 궁주들이 크게 조화를 부려 생명을 창조하는 곳이 바로 자궁이다.

경복궁의 왕비 처소는 교태전(交泰殿)이다. 대조전이나 교태전은 우주의 생명원리와 여성의 창조적인 힘을 상징한다. 주역(周易)에 수화기제(水火旣濟)면 지천태(地天泰)괘라 한다. 양인 불기운이 밑으로 가고 음인 물기운이 위로 가면 물불 기운이 교류가 일어나서 잘 사귀게 되니 천지가 편안해진다는 뜻이다. 남녀의 화합, 약속, 튼튼함, 충만함. 결혼을 의미한다. 악수, 교환, 조약의 체결이니 몸을 마주 잡고, 정을 교환하며 혼인 약속까지 이뤄진다.

복잡한 논의는 별도로 하고 음양설에서는 남자는 하늘이며 양이고 여자는 땅이며 음이라고 은유를 하느니, 지천태괘는 남자 위에 여자가 있는 괘니 바로 ‘여성 상위 체위’라야 세상 천지 만물이 고르게 되고 편안해진다는 뜻 아닌감 ㅎㅎ
하지만 체위가 무슨 상관이더냐. 더 이상 다름과 차별의 싹수를 만들어내지 말고 음양 화평하기를 여자들은 원한다.

© 이유명호 원장의 애무하면 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