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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전국 각지에서 다시 여행이 시작되고 있다. 경상남도도 마음을 다스리는 웰니스관광를 준비하고 문을 열었다.

통영의 자연을 만끽하는 농원

통영시를 지나쳐 남해의 푸른 바다를 곁에 끼고 한참을 더 들어갔다. 미륵산 줄기 한쪽으로 난 작은 길. 그 길 한쪽에 ‘나폴리농원’이라는 간판이 섰다. 이곳은 원래 키위 농장이었다. 그 땅을 2002년부터 다듬어 2004년 자연치유를 테마로 한 농원으로 다시 문을 연 곳이 여기다. 통영에서도 첫손에 꼽힐 만큼 유명한 곳이어서 수없이 많은 이가 알음알음 찾아간다.

최근 6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차 늘어가는 추세다. 전국에서 농업과 특산물을 활용한 상품 판매, 관광을 결합한 농원이 늘어가고 있다. 6차 산업의 측면에서 보자면 나폴리농원은 일찍부터 그 모범사례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곳의 핵심은 온몸으로 통영의 자연을 체험하는 것. 코로나19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사람이 여기를 찾은 건 그만큼 철저하게 방역을 준수하고 개별적인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구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곳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농원을 소개하는 영상을 시청한다. 보통 이런 순간에는 ‘해당 기관을 자랑하기 위한 불필요한 단계’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곳에서 영상 시청은 필수다. 농원을 찾은 이에게 무엇을 전달하려 하는지, 어떤 시설을 갖추어서 어떤 효과를 누릴 수 있게 할 것인지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하고 있어서다. 체험을 진행하는 방법도 함께 알려주니 귀 기울여서 시청하는 게 좋다.

 

체험의 기본 방식은 신발과 양말을 모두 벗는 것에서부터 시작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줄곧 맨발로 흙을 밟으며 걸어 다닌다. 맨발로 디디는 흙길은 제법 차갑다. 그럼에도 통영의 날씨가 춥지 않아서 견딜 만하다. 통영은 한겨울 가장 추운 시기에도 영상 3~4도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겨울에도 체험객을 받을 수 있는 이유다. 날이 따뜻한 시기에는 길을 걷다 수시로 지렁이를 보게 되는데,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은 놀라기도 한다. 그러나 지렁이는 농약이나 비료에 민감해 흙이 조금만 오염돼도 살지 못하는 존재다. 도리어 땅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환형동물. 나폴리농원의 흙길은 편백의 톱밥에 치모겐 효소를 섞어서 발효시킨 뒤 땅에 깔아서 흙길을 조성했다. 머리 위로 무성하게 자란 온갖 나무에서 피톤치드가 쏟아지고 맨발로 걷는 땅에서는 효소의 기운이 솟아올라 건강에 유익하다는 게 농원 측의 설명이다.

체험 코스는 구간별로 다채롭게 구성돼 있다. 돋보기의 일종인 루페로 숲을 살리는 이끼를 관찰하는 체험도 준비해 놓았고 음이온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길, 원예테라피, 산소돔, 명상쉼터 같은 코스가 있어 전혀 지루하지 않다. 마지막은 편백 오일을 넣은 물에 족욕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동안 산뜻한 산소가 온몸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기분이다. 통영 여행을 생각한다면 꼭 한 번 들러보아도 좋겠다.

맑은 물소리에 빠져드는 명상의 시간

여행 중에 명상을 한다고 하면 ‘이게 무슨 소리야?’라면서 의구심 가득한 눈초리로 쳐다보는 이가 분명히 있다. 그러나 명심하자. 시대가 바뀌었다. 요가와 명상도 당당하게 여행의 콘텐츠가 되는 세상이다. 오도산 치유의 숲은 합천의 깊은 숲속에서 요가와 명상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기 좋은 곳이다. 합천군 묘산면 안쪽 오도산에 만들어 놓은 치유의 숲은 방갈로와 캠핑사이트 등을 갖춰 가족이 함께 여행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날씨가 쌀쌀한 이 시기에도 방갈로의 방바닥은 뜨끈뜨끈하다. 온몸이 녹아드는 듯한 그 열기에 늦잠을 청하고 싶겠지만, 이곳에서는 이른 아침에도 눈이 번쩍 떠진다. 창밖으로 들려오는 산새 소리와 졸졸 흐르는 물소리가 귀를 쫑긋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오도산 치유의 숲은 제법 가파른 길을 따라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도록 만들어 두었다. 숲 안쪽으로 오솔길이 나 있어 느린 걸음으로 아침 산책을 즐기기에 더없이 훌륭하다. 지금처럼 가을과 겨울의 경계에 들어 있을 때는 위로는 단풍, 아래로는 낙엽으로 물들어 있다. 적당히 너른 덱 위에 요가 매트를 펴고 앉아 20분 정도 명상과 요가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는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몸이 자유롭지 않았지만, 스트레칭을 하면서 점차 유연하게 풀려가기 시작했다. 강사의 지도에 따라 평소 굳어 있던 관절을 하나씩 풀어주자 여기저기에서 “에고!”하는 곡소리가 들린다. 그만큼 우리는 평상시 몸을 방치하고 있었다는 방증이리라.

그나마 운동을 즐기는 젊은 20~30대는 별다른 비명 없이도 곧잘 동작을 따라 했지만, 40대 이상의 연령대에서는 여지없이 비명이 터져 나왔다. 무릎의 관절을 굽히고 몸의 안쪽으로 끌어당기는 쉬운 동작 하나도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았다. ‘계속해도 괜찮을까?’ 싶은 생각이 들 때쯤 다행히도 절로 터져 나오던 신음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왜 요가를 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는 이가 있다면 그냥 말없이 이 체험을 하게끔 해 주는 게 대답이 될 거라는 확신이 드는 순간이다. 우리의 몸은 쓰지 않으면 굳어가고 망가져 갈 수밖에 없을 테니. 몸의 구석구석을 움직이고 본래의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은 힘들지언정 그 이후에는 내 몸에 반드시 이렇게 얘기하게 된다.

“미안해 내 몸아.”

요가를 끝내고 숲길을 빠져나와 물가로 향했다. 계곡의 물가 가운데에 놓인 커다란 바위 위에 앉아 눈을 감았다. “땡” 맑은 싱잉볼의 소리에 맞춰 잠시 명상을 하는 시간이다. 명상이라는 게 대단하고 복잡한 행위처럼 여겨질지 모르겠지만, 실제로는 내 머릿속에서 생각을 지우는 행위다. 생각을 지우면 내 주변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향해 자연스럽게 관심이 쏠리기 마련.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면 더없이 좋은 조건이다. 이곳에서는 계곡을 흘러내려 가는 물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리고 그 단계를 넘어가면 물소리마저 지우고 텅 빈 상태로 들어간다.

“땡” 다시 싱잉볼이 울렸다. 눈을 뜨고 주변을 살피면 멋진 계곡과 내 주위로 흘러가는 물소리가 다시 마음에 담긴다. 약간은 싸늘한 기온이지만 상쾌한 아침의 시작이다. 여행 중에 이런 체험을 하는 것 자체로 신선한 느낌이다. 한편으로는 앞으로 이런 식의 웰니스여행의 방식이 대세를 이룰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절로 들었다.

한 상에 담은 겨울 통영의 맛

아무리 건강한 몸과 마음을 위한 여행이라지만 먹을 것을 소홀히 할 수는 없는 법. 통영과 합천은 여기저기 숨어 있는 먹거리가 많은 고장이다. 그중에서도 제철이 돌아온 굴은 통영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선택이다. 통영은 굴의 도시라고 해도 될 만큼 굴이 맛있고 국내 최대 굴 산지이기도 하다. 맑은 바다에서 수하식으로 키운 굴은 겨울을 나기 위해 통통하게 몸을 살찌운다. 그만큼 농밀한 맛을 담고 있어 겨울철 최고의 먹거리가 된다. 그동안 통영의 굴을 이용한 온갖 먹거리가 많은 여행자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심지어 동피랑 쪽에는 굴을 넣어 만든 피자가 이색 먹거리로 주목을 받을 정도. 그럼에도 역시 굴은 그 본연의 맛에 집중할 수 있는 요리가 제일이다.

강구항 한쪽에 자리한 식당에서는 통영만의 굴 요리인 굴 삼합을 판다. 1인 3만 원의 가격에 굴과 삼겹살 구이, 굴무침, 굴전, 석화찜, 굴탕수육, 굴어묵, 굴밥 등 굴로 먹을 수 있는 요리라는 요리는 모두 한데 모아서 상위에 차려낸다. 통영에서 통영만의 먹거리로 한 끼를 든든하게 채우고 싶다면 주저 없이 찾을 만한 구성이다.

굴은 요리해 먹는 방법에 따라 상당히 다양한 맛을 선사하는 식재료다. 생굴로 먹을 때는 진하고 밀도 높은 향으로 입안을 가득 채우지만, 삼겹살, 김치와 함께 구워서 한데 먹으면 고기구이에 감칠맛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의외였던 건 굴탕수육이다. 굴이 가진 특유의 맛이 탕수육이라는 요리에 어울릴까 싶었는데, 새콤달콤한 탕수소스를 끼얹은 굴탕수육은 바삭하고도 고소했다. 함께 나온 굴어묵은 굴을 갈아서 어묵으로 다시 튀겨낸 것인데, 확실히 어묵의 식감이 더 쫄깃하고 감칠맛도 배가되는 느낌이다.

식사의 마지막은 굴밥. 굴밥이 맛있다는 건 잘 알려졌지만, 실제로 이를 취급하는 식당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 면에서 굴로만 구성한 이 한 상의 마지막이 굴밥이라는 건 무척 반가운 따름이다. 1인용 솥에 고슬고슬 잘 지어진 밥과 탱글탱글한 굴이 잔뜩 올려져 있어 보기만 해도 흡족하다. 씹을수록 단맛이 배어 나오는 쌀밥에 통통한 굴이 씹히는 느낌이 더해져 만족도를 끝까지 밀어 올린다. 이렇게 한 상을 먹고도 만족하지 못한다면 이는 그 사람의 인성을 의심해 봐야 할 일이다.

아직은 웰니스관광이라는 개념이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지역마다 여건을 잘 갖추어 둔다면 머지않아 주요한 관광의 방식으로 자리 잡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1박 2일이었다. 그 고장의 특산물을 이용한 맛있는 식사와 요가, 명상이라는 활동으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해 주는 이틀은 여행 후 다시 일상을 살아야 하는 우리에게 휴식과 회복의 시간이 될 수 있으니 말이다.

바다의 인삼 혹은 바다의 우유라고 불릴 만큼 영양이 풍부한 해산물이다. 특히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 때가 제철이다. 비타민 A, 비타민 D, 칼슘, 철분 등이 많이 함유돼 있고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을 만드는 아미노산과 아연의 함유량이 많다. 아연은 면역력을 향상하고 정상적인 세포 분열을 활성화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성장기인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좋다. 각종 무기질도 풍부하지만, 칼슘의 경우 우유와 비슷하다고 하니 특히 권장할 만하다.

© 정태겸 기자의 길 위에서 찾은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