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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비빔 씨

2022년 5월 17일 화요일, 채널S의 예능 프로그램인 「진격의 할매」에 전주에서 올라온 유비빔 씨와 김연수 씨 부부가 등장했다. 부인인 김연수 씨의 고민 토로인데, 남편인 유비빔 씨는 비빔이라는 이름에 큰 애착을 가져 2015년에 원래 이름인 유인섭에서 유비빔으로 개명했다고 한다. 그런 후에는 큰아들의 이름을 비빔의 한자어인 융합으로 개명시켰고, 딸은 영어 버전으로 퓨전이라고 바꿔주려고 했으나 이미 출가를 해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아들과 딸도 비빔으로 바꾸고 싶었으나 법적으로 부모와 자녀의 이름이 같을 수는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다.

그러다 이제는 부인을 비빔으로 개명시키려고 괴롭히고 있다는 것인데, 김연수 씨는 부모님이 지어준 이름이 마음에 든다며 남편의 개명 제안을 거부하고 있다. 그럼 유비빔 씨는 왜 비빔이라는 이름에 꽂혔던 것일까. 10년을 원인 모를 병으로 고생하다가 비빔으로 이름을 바꾼 후에 눈에 띄게 건강이 좋아졌다는 것이다.

채식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는, 1988년 무렵에 TV 프로그램에 등장해서 육식을 금지하고 채소와 과일 그리고 잡곡 위주의 식사에 대한 중요성을 설파하던 이상구 박사 생각이 났다. 그는 안식교에 입교하여 육식을 멀리하게 되면서 건강이 좋아졌던 자기의 경험을 바탕으로 채식 전도사로 나섰던 것이다.

또 한 분이 있다. 현미 채식 전도사로 유명한 황성수 박사다. 그는 식이요법을 통해 성인병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1991년부터 채식을 시작했는데 채식을 하면서 힘이 솟고 머리가 맑아졌다. 그래서 환자들에게도 현미 채식을 권유해왔다는 것이다. 이분의 슬로건에는 ‘현미’가 앞에 나온다. 물론 이분도 핵심은 채식인데 이상구 박사와 다르게 보이고 싶었던 것 같다. 두 분 모두 의학박사이므로 대중이 갖는 관심이 더 각별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8체질론을 바탕으로 본다면 이 두 분의 경험을 이해하기가 쉬워진다. 두 의학박사님은 본디 육식을 하면 안 되는 체질일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한다. 모든 가치는 상대적이다. 채식주의가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옳다는 학문적인 근거는 없다고 본다. 순전히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 것일 뿐이다. 오히려 위 두 분의 가르침을 맹목적으로 따랐던 많은 사람이 건강을 잃었고 각종 알레르기 질환을 얻어 고생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체질학교

2011년 7월에 의료협동조합의 일원이 되었을 때, 우리 조합은 어떤 특징과 차별성을 가져야 할 것인지를 제일 먼저 고민했다. 나는 좀 조심스럽고 한편 걱정이 있었는데 조합의 경영진이 ‘8체질’이란 아이템에 대해서 쉽게 공감해 주었다. 그래서 한의원을 개설하기 전에 먼저 조합원을 위한 ‘체질학교’를 시작했다. 그런데 체질학교를 하면서 황성수 박사가 우리 조합에 이미 다녀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참 난감했다. 나중에 보니 황성수 박사는 의료협동조합 연합회에 속한 회원 조합들을 순회하며 강연을 했다.

2013년 3월부터 ‘의료인을 위한 체질학교’를 시작했는데, 그때 수원 조합에 근무하는 동료가 강의를 들으러 왔다. 그가 내 강의를 들으러 온 이유는 이랬다. 황성수 박사의 현미 채식 강의를 듣고 열심히 실천했는데 몸과 얼굴, 두피에 피부염이 생겼다는 것이다. 그냥 일이 바빠 피로가 쌓이고 또 스트레스가 많아 그렇겠거니 생각하고 지냈는데, 강의 공고를 보고 문득 자기 몸이 궁금해졌다는 것이었다. 그는 토음체질 (Gastrotonia)이었다. 채식은 그에게 맞았지만, 현미밥을 매일 해 먹었으니 탈이 생겼던 것이다.

빵

나는 어릴 적부터 빵을 좋아했다. 그리고 1991년 여름에 군에서 제대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아침으로 빵을 먹는다. 그러니 아침에 빵을 먹은 것이 31년째이다. 빵과 우유를 먹거나 아니면 빵과 커피를 먹는다. 물론 아침의 빵이 처음부터 체질을 고려한 선택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1998년에 체질을 스스로 확정하고, 해산물과 잎채소를 삼가고 육식과 뿌리채소를 먹는 것이 중심인 목음체질 (Cholecystonia) 체질식을 엄격하게 지키기 시작한 것이 20년을 넘었다. 소화와 배출 그리고 건강검진의 혈액검사 수치에 별 이상이 없다. 물론 현재 복용하는 약도 건강보조식품도 전혀 없다. 나는 양약이든 한약이든 약 먹기를 아주 싫어한다. 그래서 내가 체질침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몸에 이상스러운 징후가 생기면 자가 시술로 혼자 해결한다.

만약 나의 경험을 토대로 밀가루 빵과 육식 전도사로 나선다면 두 의학박사님의 태도와 같은 것이다. 하지만 내 배경에는 8체질론과 체질의학이 있다. 사람의 다름을 안다는 것이다. 아는 동료 중에 한 사람이 한의대 학생일 때, 원래 체질과 정반대의 체질로 감별을 받고 열심히 육식을 했다. 그랬더니 한 3년 후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생겼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너무 어리석은 실험이 된 셈이지만 그는 좀 특이한 방법으로 자기의 체질을 제대로 찾게 되었던 것이다.

신조어

영어 사전에서 우리나라의 소주를 찾아보면 있을까? 어떻게 검색해야 할까? ‘Korean liquor’로 해야 하나? 아니면 소리 나는 대로 ‘Soju’로 찾아보면 될까? 2008년에 미국의 메리엄 웹스터 (Merriam-Webster) 영어사전에 ‘Soju’가 공식적으로 올라갔다. 이렇게 사전에 새 단어들이 추가되는 것은 국지적인 문화가 보편성을 획득하는 과정이기도 하고, 또는 복잡하게 변화하는 현대 사회문화 현상의 반영이기도 하다.

페스카테리언 (pescatarian)이라는 신조어가 있다. 이 단어는 물고기 (pesca)와 채식주의자 (vegetarian)의 합성어로 ‘채식주의자 중에서 해산물을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채식주의자라면 채식만 먹는 사람들이 아닌가?

채식주의

동물 단백질을 일절 먹지 않는 엄격한 채식주의자를 비건 (vegan)이라고 한다. 이들은 우유나 달걀도 먹지 않고, 어떤 이들은 실크나 가죽같이 동물에게서 원료를 얻는 제품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런데 채식주의 (菜食主義, vegetarianism)도 하위 분류로 가면 여러 다른 형식과 방법의 채식주의들이 있다. 예를 들면 유제품, 동물의 알, 생선, 꿀, 흰 살코기, 붉은 살코기, 열매와 씨앗 등에서 몇 가지를 추가로 더 먹을 것인지 말 것인지의 차이로 분류하는 방법이다. 이런 여러 채식주의의 근거는 생태주의, 반자본주의, 자연보호, 정신 수양, 종교적 신념, 건강 목적 등 다양하다.

동물 단백질을 거부하는 채식주의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잎채소도 먹고, 뿌리채소도 먹고, 버섯도 먹고, 콩도 먹고, 현미도 먹고, 보리도 먹고, 두부도 먹고, 토마토도 먹고, 바나나도 먹고, 사과도 먹고, 포도도 먹는다. 그렇다면 단지 고기만을 거부하는 이런 방식의 식사법이 과연 적절한 것일까? 그리고 채식주의자들이 왜(!) 우유도 먹게 되고, 계란도 먹고, 바닷물고기도 먹고, 흰 살코기도 먹고, 붉은 살코기까지 골라서 먹게 된 것일까?

다름

8체질론에 따른 식이영양법에 근거하여 보면 위에 예를 든 ‘해산물 채식주의자’의 처지를 잘 이해할 수 있다. 채식하면서 동물 단백질을 단절했던 사람 중에서 자신들의 몸에는 해산물이 해롭지 않음을 경험을 통해 스스로 깨닫기 시작했고 그런 인식을 지닌 그룹이 생겼다는 것이다.

사실은 동물 단백질 말고, 채소나 곡류도 저마다의 쓰임이 다르다. 8체질론에 따르면 소고기는 폐(肺)를 보강하고 돼지고기는 신(腎)을 돕는다. 고등어는 간(肝)을 이롭게 하고 굴은 신장(腎臟)으로 간다. 상추는 간(肝)을 보하고 무는 대장(大腸)을 돕는다. 보리는 위열(胃熱)을 식히고 메밀은 대장(大腸)의 힘을 억제한다. 육류와 해산물, 곡류와 채소류로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있다고 하여 동일한 성질을 가지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체질식

체질이란 다름이다. 다름이란 구체적으로 각각의 체질이 지닌 내장 구조의 차이와 구분을 말한다. 어떤 체질인 사람이 간과 신을 약하게 타고났다면 그 사람은 평생토록 간과 신을 이롭게 하는 음식으로 식단을 구성해야만 한다. 자신의 체질 즉 자신의 내장조에 맞는 음식만을 골라서 섭취하는 체질식(體質食)은 8체질론에 근거한 '적극적인 편식'이다.

체질식을 철저히 하면 할수록 당연히 몸은 건강해진다. 그런데 체질식을 철저히 하면 할수록 삶은 더 불편해진다는 아이러니가 있다. 내가 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의 영역과 종류가 점점 더 선명해지기 때문이다. 잘못 섭취한 음식으로 인한 민감 반응이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 이강재 원장과 떠나는 8체질 여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