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과 보건학의 융합을 꿈꾼다
 
PHS01-01 2.jpg

어느덧 본과 2학년, 친하던 선배들이 병원, 연구 등 다양한 진로를 가지고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과연 어떤 비전을 지니고 진로를 찾아야 할까 고민이 많았다. 그러던 중 KMCRIC 의국스토리 기자라는 정말 좋은 기회를 만나 한의대 출신으로 일반적으로 가는 길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개척해 실력을 갈고닦는 선배님들을 취재할 수 있었다. 8월의 폭염이 절정에 이르던 어느 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을 방문했다. 교정을 오르는 땀방울이 하나도 수고스럽지 않을 정도로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왔다.


PHS01-07.jpg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보건학과 보건학 전공 중 보건통계학을 공부하고 계신 이나라 선배님과 보건정책관리학 전공 중에서 보건사회학을 공부하고 계신 정다빈 선배님께서 인터뷰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


PHS01-03.jpg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려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나라 선생님(이하 이):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보건학, 보건정책관리학, 환경보건학이라는 큰 세 개의 틀을 가지고 각 분야에서의 전문가를 양성해내는 것이 목표랍니다. 사회가 발전할수록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요. 인류의 필수불가결한 행복조건인 건강이라는 대전제를 두고 공부하는 대학원이죠.


small face man 1919.jpg 정다빈 선생님(이하 정): 보건학도 보건통계, 역학, 영양학, 보건경제학, 보건사회학, 보건정책학 등 수없이 많은 분야로 나누어진답니다. 정말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기도 해요.


PHS01-05.jpg


보건대학원을 선택하신 특별한 계기가 있으신가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졸업하고 경희대학교 한의약임상시험센터에서 일 했었어요. 그때 한의사 중에 통계전문가가 거의 없고, 통계학 분야에 도움을 주실 분을 찾아보려고 해도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통계학 공부를 해보는 것이 가치 있고 의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여러 사람들의 조언 끝에 서울대 보건대학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공부를 하다 보니 한의사로서 갖춰야 할 통계지식에 비추어볼 때 한의대 예과 때 배우는 의학통계 과목만으로는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의과대학 의학통계학교실이 따로 있는 것처럼 한의대에도 한의학통계학교실이 생겨서 한의학통계라는 고유의 분야가 만들어지고 발전하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small face man 1919.jpg 정: 학교 다닐 때 학생회, 해부학실습위원회, 과대, 졸준위 등의 활동을 많이 하고 한의대의 내부 문제나 사회 문제 등에 대해 관심이 많아 친구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어요. 한의계의 상황, 현실과 관련해서 좀 더 전문적인 지식을 쌓고 싶어서 고민을 많이 하다가 보건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보건대학원 진학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셨나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한의대 출신이라고 따로 뽑는 전형이 없기 때문에 서울대에서 요구하는 세 가지 입시전형 항목인 TEPS, 자기소개서, 면접을 준비했습니다.


small face man 1919.jpg 정: 저는 국시 준비하면서 보건대학원 입시를 같이 준비했습니다. 자기소개서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면접 볼 때 교수님들이 자소서 위주로 물어보셨습니다. 저는 학창시절 다양한 활동을 한 것 위주로 자기소개서에 적었고, 비교적 일찍 보건대학원 진학 목표를 정했기에 대학원 진학에 도움되도록 한국한의학연구원 블로그기자단 활동도 하고, 예방의학교실 학생조교도 했고, 해외 봉사활동도 다녀왔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활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자신이 무엇을 하고 싶은가에 대해 얼마나 명확하게 글로 풀어내느냐가 자소서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PHS01-02.jpg


보건대학원 재학생들은 학부 때 어떤 전공을 했나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서울대학교에는 보건학부가 따로 없기 때문에 여러 학교에서 다양한 전공을 하신 분들이 오십니다. 저희 교실은 특성상 통계 전공하신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다른 교실은 생물학과 등의 이과대나 공대 출신도 많이 계시고, 식품영양학과, 사회학과나 간호사, 약사 출신 등등 매우 다양해요.


small face man 1919.jpg 정: 의사, 한의사, 치과의사, 교수님 등은 야간 대학원에 많이 계시더라고요.


보건대학원 학생으로서의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일주일에 3~4과목 정도를 듣고 원하는 과목은 청강도 합니다. 또한 각 교실마다 교수님 주도의 연구과제들이 있는데 같이 맡아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보건학과 보건통계교실에서는 미래창조과학부 주관의 ‘기후변화와 대기오염에 의한 건강영향평가’, 국민건강보험공단 주관의 ‘외래진료 이용실태를 통한 비용절감형 외래진료 관리모형 개발’ 등의 과제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연구과제의 주관부처도 보건복지부, 환경부,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곳에서 진행되고 있어요. 또한 보건대학원은 세미나도 많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님이 많으셔서 대학원 분위기가 굉장히 자유롭고, 다양한 시각을 가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1학기 때는 수업 과제가 많았어요. 모든 나머지 시간에 과제만 했을 정도로. ㅜㅜ 


small face man 1919.jpg 정: 보건정책관리학 전공 보건사회학교실에서는 현재 ‘스리랑카 응급의료 기능강화 사후평가’, ‘사회정신건강측정’ 등의 프로젝트가 진행 중입니다. 보건정책관리학에서는 보험재정, 건강형평성, 헬스서비스, 노인요양에 관해서 다루고 있고요.


PHS01-04.jpg


한의대 졸업 후 병원에서 수련의 과정을 거치거나 임상으로 나가는 게 일반적인데 그러한 선택에 비해 자신들의 선택에 대해 어떻게 느끼시나요?


small face man 1919.jpg 정: 다른 사람들이 임상을 하면서 전문의를 딴다는 이점도 있을 수 있겠지만, 제 입장에서는 한의학 졸업자로서 이런 선택을 하는 사람이 많지 않고 그래서 더욱 차별화된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저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아무도 안 간 길을 간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도 있어요.


한 학기 보건대학원 수업을 들으면서, 한의학과 보건학의 공통점이나 접목할 수 있는 여러 분야를 찾으셨나요?


small face man 1919.jpg 정: 보건대학원이 워낙 다양한 분야의 교수진과 학생들이 있기 때문에 시각이 넓어진답니다. 그런 것에 비해 한의계에서는 한의사 중심에만 국한되어 있거든요. 경제학자, 사회학자, 약사, 의사, 간호사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도 한의학을 다룰 수 있는데 아직은 타 분야 사람들의 접근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 안타깝게 느꼈고 앞으로는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아직 한 학기 과정만 마친 상태라 확실하게 정해진 것은 없지만, 한의사이면서 통계학 석사를 하고 있는 중이니 박사과정은 임상연구 분야와 같이 새로운 분야를 접목해서 공부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어요. 또 제가 교육에도 관심이 많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현재 한의대에서 배우는 의학통계에 여러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서 기회가 된다면 후배들에게 의학통계학을 가르쳐보고 싶습니다.


small face man 1919.jpg 정: 보건대학원 박사학위는 아무나 받을 수 없는 것 같아요. 박사과정에서는 정말 앞으로 자신의 학문적 역량을 얼마나 잘 발휘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진로로 고민하고 있는 후배들에게 한마디 해 주신다면?


small face man 1919.jpg 정: 보건대학원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조언하자면 사실 보건대학원을 졸업해도 딱 뭐를 할 수 있다고 정해진 것은 없어요. 한의계에서 보건정책과 관련해서 해야 할 일은 많다고 느끼는데 실제로 활동할 수 있는 곳이 많은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보건정책을 포함해 한의계에 필요한 여러 인력들이 잘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건대학원에 진학하면서 들었던 느낌 중 하나가 '한의계와 멀어진다'는 것이었는데요. 제가 한의계와 어떤 관계를 형성해야 하는가도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이런 고민이 있다는 것을 명확히 알고 진학을 꿈꾸셨으면 좋겠습니다.


small face woman 1919.jpg 이: 후배들 중에 한의학 공부가 아닌 다른 분야에 관심이 많거나 학년이 올라갈수록 임상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랬고요. 스터디, 학회 등 남들은 다 하고 있는데 본인만 안 한다는 죄책감이나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정해진 길을 가야 한다는 스트레스를 받지 말라는 말도요. 다만 학생 때에만 할 수 있는 공부들이 있는데, 그런 본분을 잃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의 일을 꾸준히 계발해 간다면 분명 길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요. 그런 의미에서 그 무엇이든 일단 시작해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PHS01-06.jpg


인터뷰 후

더운 날씨에 맛있는 커피도 사주시고 대학원 곳곳을 구경시켜주시면서 인터뷰에 많은 도움을 주신 선배님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꼭 많은 사람들이 가는 길을 택할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선배님들이 지닌 확고한 철학을 지켜보며 저렇게 자신만의 신념이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자신이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어떤 일을 하게 되더라도 성공적으로 즐겁게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 한의대생 모두 파이팅!


[의국] 박한송 명찰.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