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매력을 가진 의국은 어디? 바로 이 곳~
 

일반적으로 정신과를 말하면 사람들은 어떤 것을 떠올릴까? 대부분 ‘언덕위의 하얀 집’과 같은 폐쇄병동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드라마에나 나오는 극심한 정신병 환자 외에도, 불면, 우울, 등의 비교적 가벼운 문제로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렇게 주변에 정신과를 찾는 이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일반인들에게 정신과는 여전히 그리 친숙하지 않다.

한방신경정신과는 더더욱 그 인지도가 낮다. 한방에 정신과가 존재한다는 것조차 알지 못한 이들도 많을 것이다. 나 역시 한방신경정신과는 어떤 환자를 보며, 어떤 식으로 치료하는 곳인지 인터뷰를 하기 전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었다. 과연 한방신경정신과는 어떤 곳일까? 호기심 가득한 마음으로 경희 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의국의 문을 두드렸을 때, 3년차 레지던트이신 김가나 선생님께서 따뜻한 미소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작은 고추가 맵다?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의 의국은 병원의 안쪽에 자리하고 있었다. 매일 지나치는 경희의료원이 이렇게 큰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두근거리며 들어선 의국은 나의 생각보다 조그마했고 두 분의 선생님께서 우리를 반겨주셨다. 우리가 의국이 굉장히 아기자기하다고 웃으며 말했을 때 김가나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다.

“저희 의국은 3년차 레지던트 1명, 1년차 레지던트 1명으로 이루어져 있고, 함께 일하는 인턴 선생님이 계신데, 인턴 선생님은 매번 바뀌어요. 평소에는 3명이서 일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국은 보통 년차별로 한 명씩 뽑는데, 좀 작은 의국인 편이예요 ”

의국이라고 하면 크고 정신이 없을 것만 같았던 나는 신선한 충격을 받았고, 레지던트가 2명인 의국에서는 일을 어떻게 나눠서 하는지 궁금해져서 여쭤봤다. 3년 정도하면 이런 스케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여유로운 미소와 함께 하루 일정을 말씀해주셨다.

“1년차 레지던트는 하루 종일 입원 환자를 본다고 생각하면 돼요. 인턴 선생님에게 보고를 받고, 환자를 직접 보러 다니기도 하고, 교수님 회진 시 함께하고, 침을 놓고, 상담을 해요. 혹은 환자에게 다른 과 관련 문제가 있는 경우 다른 과에 컨설팅을 넣고, 명상과 같은 프로그램을 돌립니다. 참 바쁘죠. 그리고 2,3년차 레지던트는 주로 외래 환자를 보거나 일반 상담을 합니다. 개인연구 또는 과 연구를 진행하기도 해요.”


한방신경정신과, 그 곳이 궁금하다


경희의료원 한방정신과에서는 격리가 필요한 정도의 극심한 정신과 환자를 제외한 화병 우울증, 공황장애, 불면환자들을 주로 치료하고 있으며, 일부 경미한 정신분열증 환자도 내원하기도 한다. 실제 정신과 내원 환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만큼 스펙터클하지는 않지만,  많은 환자들이 한방정신과를 방문하고 있다.

정신과에서 하는 상담은 다른 과와 다르게 상담시간이 보다 길고, 회기를 구성해서 5번에서 10번의 상담을 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상담을 할 때에는 환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 전부인 것인지 여쭤보니,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이 상담이 아니고 환자의 생활에 개입해서 변화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저희 한방정신과에서의 상담이죠.” 라고 말씀해주셨다. 그렇기에 한 마디 한 마디를 말 할 때 자신이 목표한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상담의 기술이라고도 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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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도 밝디 밝다


계속 정신과 환자들만 보시면 선생님의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우리의 걱정 어린 질문에 선생님께서 괜찮다는 듯이 운을 뗐다.

“정신과 의사는 꼭 수양을 해야 된다는 얘기도 있어요. 처음에는 환자에게 많이 휘둘려서 더 힘들고, 또 환자에 따라서는 시간이 흘러 어느 정도 경험이 쌓여도, 여전히 힘들기도 해요. 힘들어서 이 쪽 분야의 한의사들이 많지 않은 게 현실이죠. 하지만, 앞으로 비전은 좋다고 생각해요. ‘에프(F)코드’ 문화 때문에 사람들이 꺼려해서 한방으로 오는 수요가 많거든요. 그에 비해, 정신과로 유명한 한의원은 아직 없고 개업을 하신 정신과 전문 한의사분들도 많지 않아요. 그래서 전망이 밝죠.”

선생님께서 한방정신과를 택하신 이유가 나의 마음에 계속 남았다. 그 이유는 이러했다.
“제가 인턴을 할 때, 진료 받으시는 환자들을 보면, 내과로 접수한 환자들도 절반 이상이 정신과 환자 같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어차피 내가 졸업을 해서도 임상에서 이런 환자를 많이 보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예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정신과를 선택했죠.”

선생님의 말씀처럼 실제로 지금 다수의 환자들이 정신병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현대인들의 대부분이 스스로 알지 못하지만 정신병을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현실에서 한방신경정신과는 앞으로 더 큰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엄마의 마음으로...


정신과 일을 하시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떤 환자냐는 질문에 김가나 선생님께서는 잠시 생각에 잠기시더니 말씀하셨다.
“기억에 남는 환자가 진짜 많죠. 같은 병이어도 환자마다 너무 다르고, 워낙 임팩트 있는 환자들이 많기 때문에 기억이 굉장히 많이 나요. 웬만한 환자는 다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이죠. 한 명의 환자를 상담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머리를 굴렸는지 몰라요. 이 환자를 낫게 해주려면 어떻게 상담을 해줘야 할까하며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처음으로 봤던 우울증 여학생이 있었는데, 처음 보는 환자라서 모든 것이 힘들었어요. 한 번의 상담을 위해, 그 전날 몇 시간씩 투자해서, 환자가 이렇게 말하면, 어떻게 대답할지 미리 생각해보며 많은 시간 고민하면서 준비했죠. 약 5주 정도 치료했는데, 1년 뒤에 외래로 어머님이 오셔서 잘 지내고 있다고 하실 때 뿌듯했어요. 그 외에도 거식증 환자, 많이 안타까웠던 화병 환자들도 기억에 남고.. 치매 환자 중에서 급격히 악화되는 환자들, 날 매우 힘들게 했던 사람들도 많았죠. 변덕이 심했던 환자들도 기억이 나네요. 너무 많아서 다 말씀드릴 수가 없네요.”


인터뷰 후


이처럼 긴 시간동안 환자들을 봐오면서도 한 명 한 명 잊을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이 나의 가슴을 울렸다. 어머니의 마음이 이러할까? 다섯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는 옛 말처럼 선생님도 자신이 노력해서 치료하고 같이 상담하며 고민해본 환자 한 명 한 명을 잊을 수 없으신 것이다. 바쁘신 선생님을 붙잡고 오랜 시간 인터뷰를 진행 할 수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정신과의 매력에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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