辨人辨症用藥 : 체질을 판별하고 체질별 병증을 분석하고 약을 쓴다
 

한국한의학의 정체성 하면 떠오르는 사상체질이론!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도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사상체질학! 

무엇을 하는 곳일까? 어떻게 치료할까? 많은 긍금증을 가지고 사상체질학의 중심지인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사상체질학과의 문을 두드렸다. 레지던트 3년차이신 김제신 선생님께서 바쁜 와중에 저희의 질문에 흔쾌히 답해 주셨다.



사상체질학과는 어떤 곳인가요?


우리 사상체질학과는 환자를 사상체질로 변증을 하고 체질마다 병인(병의 원인), 병리가 다르다고 보고, 그에 알맞은 치료를 하는 곳이에요. 현재는 교수님들과 수련의 3명이 알콩달콩 의국생활을 해나가고 있답니다. 저희과를 찾아주시는 환자분들은 타과에 비해 다양해요. 중풍센터에서 받아오는 환자들, 체질적으로 궁금해서 왔다거나, 상담 받으러오는 경우도 많고. 요즘은 대사증후군, 과민체질, 알레르기 환자들이 많이 오는 추세에요.”

기억에 남는 환자요? “사실 호전되는 환자보다는 죽거나, 욕먹었던 환자들이 더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그런 경우가 아닌 다른 환자를 한분 소개하자면 정말 난치 중에 난치인 경우여서 양방병원 어디에서도 포기해서 온 경우였어요. 환자가 자신이 천장에 붙을 것만 같다고 하더라고요. 상기감이 심해서. 절대 호전 안 될 줄 알았는데 퇴원을 얘기 할 정도로 호전되었었어요. 그러던 중에 키우던 앵무새가 죽게 되서 모두 자신책임이라며 다시 악화되었지만요.(웃음^^)


사상체질은 어떻게 구별해요?


사상인변증론에 따라 4가지 체질(소음,소양,태음,태양)로 구별하는 거예요. 이때 사상인변증론이란 체형기상, 용모사기, 성질재간, 병증약리에요. 체형기상은 체형이 어디가 다른 곳에 비해 살쪄있다, 발달되어 있다, 또는 빈약하다와 같은 것을 이야기해요. 예를 들어 가슴부위에 비해 골반이 발달 하면 소양인인거죠. 물론 단순한 형태뿐이 아니라 기의 세기 역시 고려하는 부분이에요. 용모사기는 얼굴 생김새, 목소리, 말하는 특징(높낮음)이에요. 예를 들어 태음인은 울림통이 커서 낮고 깔리는 목소리, 그에 반해 소음인은 나긋나긋 말하고. 거기에 말하는 방식까지 포괄하는 개념이에요. 성질재간은 어떤 마음 씀씀이를 가지고 있냐는 것인데, 내 마음에서 생각하고 얼마나 잘 실천하는지 즉 내 안에서의 문제 그리고 나와 남과의 관계도 봐요.이 두 가지 관계에 욕심이 생기면서 내안의 것과 남과의 관계에 있어 조금씩 틀어지고 그로인해 병이 생기기 시작한다는 개념이죠. 예를 들면 소양인은 바깥일에 관심이 있고 사회적인 관계는 매우 잘하나 그 대신 가족관계나 밑에 식구들은 조금 부족. 태음인은 반대 내 사람은 참 잘 챙기지만 바깥관계에는 조금 부족하고. 어떤 것이 좋고 나쁘다기보다 체질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것 이것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매우 친하지 않으면 이런 특성은 앞의 두 가지 체형기상이나 용모사기보다 알기가 힘들어요. 후천적으로 받은 교육에 의해 둔갑하기 쉽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이걸 잘 꿰뚫어보면 명의라고 부르는 거죠^^ 마지막으로 병증약리는 평소의 증상과 비교하여 두 사람이 똑같이 배가 아프더라도 치료의 급함, 심각함을 결정해야 하는 것을 말해요.

이렇게 4가지를 기반으로 사람을 소음, 소양, 태음, 태양의 4가지 체질로 구분하는 것이 사상체질입니다. 의국생활을 하면서 서로 다른 사람을 많이 만나고 나서부터 체질별로, 나아가 한 사람 한사람마다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게 보이기 시작한 후 저 스스로도 달라진 점이 있어요. 이전까지는 참 이해가 되지 않는 사람도 많고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할까 하는 게 많았는데, 조금씩 그 사람들이 이해되기 시작하더라고요. 이제까지 알던 세상과 다른 세상을 알게 된 느낌? 단순히 의학을 하는 것을 떠나서 사람 사는 것에 대해 많이 이해하게 되고, 넓어진 것, 이것이 사상체질과를 하면서 가장 좋은 점 같아요.


다른 내과, 한방 정신과들과는 달리 아픈 곳을 기준이 아닌 의학의 종류가 기준이 되어 분류된 사상체질학과.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가 아니라면서 웃으시며 이야기하는 김제신 선생님의 이야기에, 선생님의 사상체질학과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졌다.



사상체질학과을 왜 선택하셨어요?


여러 가지 한의학공부를 하면서 같은 약을 먹었음에도 어떤 부류의 사람들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다른 사람들은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는 것에 관심이 생겼었어요. 보다 근본적인 차이점의 이유가 궁금해졌고 그것이 체질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하여서 사상체질학에 관심이 생겼어요. 또 한국한의학의 정체성인 사상의학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본3 때부터 구체적으로 학과를 생각하고 공부했었고, 당시 방학동안 의국체험을 하는 것을 통해 사상체질학과에서 교수님들, 수련의 선생님들과 같이 일을 해보면서 더욱더 꿈을 확실히 하게 됐죠~

다수가 공부하는 것은 아니지만 체질이라는 분류를 통해 사람들 간의 차이를 설명하는 사상체질학과의 매력에 빠지셔서 공부를 시작하신 김제신 선생님의 말에... 우리도 잠시 매혹되었다! 공부에 대한 의지에 불타서 고른 사상체질학과에서 잊혀지지 않는 의국생활 에피소드는 무엇이었을까? 다름이 아닌 오랄테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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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의국생활 에피소드는?


사상체질과만의 특징인데 사상체질과는 1월말~2월초에 있는 입국식에서 신입레지던트들을 대상으로 오랄테스트를 해요. 한의대 후배님들은 참 익숙한 시험일 텐데, 동의수세보원 원리론, 병증론을 쭉 외우는 시험이에요. 가장 높은 교수님부터 모든 의국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생각보다 엄숙하게 진행된답니다. 이 오랄테스트의 팁이라면 테스트하는 사람들이 선배들임을 감안하면 유명한 조문, 회자되는 조문, 많이 쓰이는 조문 위주로 대비하면 되었었어요. 책을 들고와서 시험을 내는 것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저 시험 볼 때부터 스마트폰이 발전하고 한의티움이라는 어플리케이션이 나오면서 동의수세보원 원문 전체가 수록되더라고요? 아주 당황했던 기억이(;;)


사상체질에 대해서는 한의과대학 입학 전부터 많이 들어봤었는데 이제와 돌이켜보면 그때 들었던 것들이, 아니면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사상체질의학에 대한 것들이 올바른 것인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 흔히 알려져 있는 사상체질에 관한 많은 이야기들에 대해 얘기 해볼까?



사상체질학의 True / False


첫째는 “뚱뚱하면 태음인이다?” 환자들을 보다보면 소음인은 확실히 살이 잘 안찌긴하고. 태음인은 뚱뚱한사람이 많긴 해요. 흡취지기가 많으니까. 근데 뚱뚱하다고 꼭 태음인이다! 라고 단정 짓기는 무리가 있어요. 실제로 마른사람도 많고, 태음인인데 뚱뚱하지 않은 사람은 말하자면 정말 독한거죠!

둘째로 한 사람이 두 가지 체질적 요소가 섞일 수 있다? 당연해요. 허무맹랑한 이야기지만, 태음인이 태음인끼리 모여살고, 소양인이 소양인끼리 모여 살면, 이를테면 순수한 태음인과 순수한 소양인이 나올 수도 있겠죠. 하지만 세상에는 네 가지 체질, 서로 다른 개인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서로 그 특성을 배운다고 생각해요. 소양인은 바깥일에 관심이 있어서 사회적인 관계는 매우 잘하나 그 대신 가족관계는 조금 소홀히 하고. 태음인은 반대로 내 사람은 참 잘 챙기지만 바깥관계에는 조금 부족하다고 말씀드렸죠. 하지만 소양인은 태음인을 보고 가족들에게 사랑한다는 문자를 한번 보내기도하고, 태음인은 새로운 도전을 시도해보기도해요. 이처럼 서로에게 조금씩 배워가며 성장해 나가기 때문에 체질적 요소는 섞일 수밖에 없답니다.


끝으로 학부생들에게 한마디 하자면?


한의대도 마찬가지고 우리는 만나던 사람만 매일 만나고,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살아가요 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이 생활에서 좀 벗어나서 여행을 한다든지, 타과 사람들을 만난다던지, 대외활동을 한다든지, 새로운 것을 많이 접하고 세상을 넓게 보고 견문 높은 사람이 되면 의사를 하는데 있어서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학부생 때 조금 더 많은 경험을 하지 못한 점이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요. 물론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죠^^? 사상체질과는 한방병원에서 가장 한의학적인 마인드를 가지고 치료에 임하는 과라고 생각합니다. 사상체질에 관심이 있고, 공부해보고 싶은 친구들은 사상체질과로 오세요!


다소 생소하지만 특별함이 있는 사상체질학과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상체질학의 매력에 푹 빠질 수 있었다. 가장 한의학적이고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고민하고 응용하는 멋진 사상체질학 의국. 끌린다~



KMCRIC 의국스토리 기자: 김은송 art2k@naver.com/이유진 yjl199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