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 닥터, 아이들을 치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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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 내리던 비가 언제 그랬냐는 듯 뚝 그친 오전, 강동경희대병원을 찾아갔다. 이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메디컬 드라마에 나오는 대학 병원 같다'는 것이 이곳의 첫인상이었다. 최근에 즐겨봤던 드라마 ‘굿 닥터’를 떠올리며, 1층에 위치하는 ‘소아•청소년 클리닉’의 문을 조심스럽게 두드렸다.


쑥스러워 하시면서도 반겨주시는 레지던트 2년차 김형중 선생님, 밝은 미소가 귀여우신 레지던트 1년차 이은주 선생님과 바쁘신데도 불구하고 선뜻 시간을 내주신 펠로우 이선행 선생님께서 우리를 맞아주셨다. 소아과다운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가 우리의 긴장을 녹여주었다. 이어서 선생님들의 이야기를 한번 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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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소아•청소년 클리닉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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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과는 어떤 일을 하는 곳인가요?”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이은주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셨다.

“일단 저희는 만 0세~18세의 소아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연령에 따른 전반적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를 하고 있어요. 대부분의 아이들은 비염이나 감기 등 호흡기 질환으로 오는 경우가 가장 많고요. 요즘은 성장과 관련하여 청소년도 많이 내원하고 있고, 그 외에도 허약아, 발달 지연 치료를 위해서도 많이 오고 있어요.”


다음으로 의국의 자랑을 부탁 드리자 김형중 선생님께서 자신 있게 말씀하셨다.

“의국이 워낙 소규모이기도 하고, 교수님과 펠로우 선생님도 합리적인 분들이시고 굉장히 좋으셔서 의국 구성원끼리 함께 하는 일이 많아요. 3주 전에도 강원도에 놀러 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유명한 것도 보고 왔어요. 또 매주 화요일마다 일과 시작 전에 다 같이 옥상에서 태극권도 하고 스터디도 합니다.”


이 답변에서 소아과 의국이 참 화기애애한 곳이라 느낄 수 있었고, ‘병원은 참 좋은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의국을 방문하기 전, 병원을 생각하면 힘들고 고된 곳이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떠올랐는데, 여러 의국을 방문하며 인터뷰를 하는 횟수가 늘어갈수록 졸업 후 병원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하게 든다.



어린 새싹 돌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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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 강낭콩을 화분에 심고 기른 적이 있다. 처음에 콩을 흙에 심고 물을 주면 처음 며칠간은 정말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난다. 아이들도 태어나서 몇 년 동안은 이러한 새싹들처럼 빠르게 발달하고 성장한다. 이러한 시기의 환자들을 진료하는 소아•청소년과.


우리는 궁금한 것이 많이 남아있었다. 소아를 진료하는 데에 있어 특별한 점은 무엇일까?


“소아들은 일반적으로 병원을 무서워하고, 가운 입은 의사만 봐도 우는 경우가 많아서 처음 들어올 때나 진료를 할 때 가운을 일부러 입지 않기도 하고요. 아니면 뽀로로처럼 아이들에게 인기 있는 캐릭터들로 호응을 얻기도 하죠. 침을 맞을 때도 많이 무서워하는데, 침을 맞으면 캐릭터 비타민을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달래면 울음을 그치고 말을 잘 들어 치료를 좀 수월하게 할 수 있지요.^^ 침 치료 자체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거나, 침을 놓을 때도 수지침이나 단자를 하는 경우가 많아요. 또 한약을 처방할 때도, 아이들이 약을 잘 먹지 않는 경우 올리고당이나 시럽을 타먹으라고 알려주거나, 어린 아이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제형의 약도 많이 사용하려고 하는 편이에요.” (이은주 선생님)


“소아 환자를 볼 때, 소아는 성인 환자와 다르게 각 시기별로 정상치가 다르고 평균이 다르다는 점을 인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어른들은 고정되어 있지만, 아이들은 나이에 따라서 '정상'이라는 것이 계속 변하거든요. 그래서 그걸 다 알고 있어야 하죠. 예를 들어, 만 4세 아이가 밤에 소변을 못 가린다면 그것은 사실 잘못된 건 아니거든요. 그건 정상범주로 봐야 하는 거죠. 또한 한약을 처방할 때도 연령에 맞춰 첩 수나 용량을 달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형중 선생님)


소아과가 예전에는 아과(啞科)라고 불렸다는 이야기도 해주셨는데, 여기서 ‘아’는 벙어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처럼 소아 환자를 진료 할 때는 말을 잘 하지 못하고 성인에 비해 표현의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보호자의 말에 많은 비중을 두고 문진, 촉진, 망진 등을 중요시한다는 점이 성인을 진료할 때와 다른 점이라고 말씀해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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칙칙폭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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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소아과가 양방의 소아과보다 더 뛰어난 점은 무엇일까? 나는 이 점이 가장 궁금했었다.


“한방 소아과의 우수한 점은 겉으로 드러난 증상뿐 아니라 그 근본을 치료하고 예방까지도 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감기 치료를 할 때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질병 치료도 하면서 동시에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한방 소아과의 치료 방법이에요.” (이은주 선생님)


이러한 점은 소아과뿐만 아니라 한방의 다른 모든 과에도 똑같이 해당하는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좀 다르게 느껴졌다. 근본을 치료한다는 것이 어린 아이들에 있어서는 더 중요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기차에 빗대어 보면, 어긋났던 레일을 다시 바르게 맞춰줘서 아이들이 스스로 다시 잘 달릴 수 있도록 해 주는 것. 이것이 한방 소아과에서 하는 일이 아닐까?



조금 더 사적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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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화기애애해진 분위기 속에서, 이제 조금 더 개인적인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먼저, 선생님들은 입원 환자가 거의 없는 소아과의 특성으로 인해 일정의 대부분을 외래에서 교수님의 진료를 보조하며 보낸다고 하셨다. 이외에도 침 치료, 뜸 치료도 돕고 있으며, 임상 연구 참여자들을 관리하는 일도 하신다고 한다.


일정의 대부분을 외래에서 보내다 보면, 다양한 환자들을 만날 수 있을 텐데, 그 중에서도 특별히 기억에 남는 환자는 어떤 환자인지 궁금했다.


아이들을 좋아하기도 하고, 소아를 치료할 수 있으면 다른 환자들도 치료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소아과에 왔다는 풋풋한 레지던트 1년차 이은주 선생님은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로, 한 귀여운 꼬마 숙녀를 말씀해 주셨다. 항상 오면 “선생님 저 왔어요.”하고 밝게 인사를 한다고 한다. 치료를 하기 전, “오늘도 울 거야?” 라고 물으면 “오늘 조금 울 거에요.” 라고 말하고, 침 치료를 받으면서 항상 치료실이 떠나갈 정도로 서럽게 울지만, 치료 후 나갈 때는 “감사합니다.” 하고 꼭 인사를 하는 것이 너무 사랑스러웠다고 하셨다. 답변하시는 내내 미소를 띠고 있던 선생님의 모습은 환자가 아니라 귀여운 조카아이를 대하는 것 같아, 아이에 대한 애정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으신 말씀을 부탁 드리니, 김형중 선생님께서 “시간을 알차게 써라.” 라는 조언을 해주셨는데, 그 짧은 말 안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인터뷰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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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처음 보는 사이임에도 동아리 후배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고, 시간도 많이 내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또 인터뷰 내내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를 친근감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마도 이는 좋은 사람들이 함께 일하면서 나오는 시너지 효과 덕분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를 좋아하면 아이를 닮아간다는 말이 맞는지, 순수한 소아과의 매력에 풍덩 빠지게 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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