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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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로컬에 코 전문 한의원, 피부 전문 한의원 등 특화된 네트워크 한의원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다. 이는 그만큼 관련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가 증가하고 있으며, 또 특화할 필요가 있을 정도로, 해당 분야에서의 전문지식이 필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분야를 모두 다 다루고 있는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는 어떤 곳일까? 긴장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안고 의국을 방문했다.


여건이 마땅치 않아, 진료시간을 피해 외래 진료실에서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조심스레 진료실 안으로 들어가니 레지던트 3년차 홍유진 선생님, 레지던트 2년차 신준혁 선생님, 그리고 1년차 정우열 선생님이 우리를 반겨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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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유형의 환자, 바쁘게 돌아가는 진료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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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는 말 그대로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관련 질환을 모두 다룬다. 다만, 환자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시스템이 바뀌었다. 안이비인후과와 피부과는 교수님별로 특화해서 진료를 보게 되었다. 안과 환자는 주로 안구건조, 약시, 만성 각결막염, 눈 피로 등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고 이비인후과는 비염, 중이염, 축농증, 이명, 어지럼증 환자가 많으며, 피부과는 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건선, 습진, 여드름, 탈모 등으로 내원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안이비인후피부과는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관련 질환들을 모두 다루다 보니 그만큼 다양한 환자를 보게 된다. 따라서 많은 공부가 필요하고, 환자의 수도 다른 과에 비해 2~3배 정도 많은 편이다. 안이비인후피부과는 과의 특성상, 단기입원으로 효과를 볼 수 없는 질환이 대부분이기에, 외래 환자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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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이고, 소통이 잘 되는 의국 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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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많고, 하루 일과가 바쁘다 보면 지칠 만도 한데, 인터뷰하는 내내 분위기가 너무 좋았다. 선생님들은 에너지가 넘쳤고, 화기애애했다. 평소 의국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다.


“젊고 현명한 교수님들 아래서 합리적인 방식으로 일을 하고 있어요. 교수님들께서는 무리한 업무를 시키지 않으세요. 또 무엇보다도, 교수님들과 소통이 잘 된다는 점이 가장 좋아요. 꼭 매주 한 번씩 교수님들과 식사를 하는데, 어렵게만 느껴지기 보단 인생이나 연애에 대한 상담을 해주기도 하세요. 저희들끼리는 장난으로 ‘레지던트 6년차’ 이렇게 말하기도 해요. 가끔은 교수님, 대학원 의국 선배님들과 같이 등산을 가기도 하죠. 또 술자리를 갖기보단 식사 후 차를 마시는 경우가 많아요.”


생각과는 매우 다른 분위기에 놀랐다. ‘힘들고, 무거운 분위기, 명확한 위계질서’가 대부분이 떠올리는 병원의 이미지일 것이고, 나 또한 그랬다. 그러나 여러 의국을 직접 방문해 보니, 의외로 이처럼 자유롭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인 곳이 많았다.



배워야 할 것도, 해야 할 일도 많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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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이비인후피부과는 안이비인후과와 피부과 두 과가 합쳐진 셈이라, 다른 과에 비해 일이 2배 이상 많다고 한다. 업무량은 많지만 의국원의 수는 다른 곳과 비슷한 3명이다 보니, 선생님들의 하루 일정은 임상연구 관련 업무, 외래진료 보조, 입원 환자 관리 등으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간다.


“일단은 우리 과에서 임상연구하고 있는 것이 많아요. 그러다 보니 임상연구 관련해서 윤리위원회에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도 많고, 환자를 모집하고, 관리해야 하는 것이 가장 힘든 점이라 볼 수 있어요. 또 저희는 다 석사과정에 있어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석사연구도 하고, 대학원 수업도 들어야 하고, 할 일이 많아서 정신이 없죠.”


“저는 ‘픽스 기간’이 제일 힘들었고, 아마 대부분의 레지던트 선생님들이 저와 같을 거라고 생각해요. ‘픽스 기간’은 인턴이 끝나고 레지던트 과정에서 소속 과가 정해진 후, 교육을 받는 기간인데 약 3~4주 동안 진행이 됩니다. 이 시기에는 외출을 할 수 없고, 매일 당직을 서면서, 모든 생활을 병원에서 다 합니다. 이 기간 동안, 소속 과의 인턴 일과 1년차의 일을 같이 하면서 컨퍼런스를 받는데요. 컨퍼런스는 간단히 말해, 3년차가 1년차를 교육해 주는 거예요. 저희 과는 워낙 교육할 내용이 많아서 교육을 준비하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힘들죠. 배우는 사람은 거의 매번 시험을 봐야 해서 공부하느라 힘들고, 가르치는 사람은 발표 자료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밤샘 작업을 하며 그 기간을 보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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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만큼 얻는 것도 2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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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배워야 할 내용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은 안이비인후피부과. 업무가 많아 힘들기도 하지만, 그만큼 얻는 것도 많을 것이다. 여러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선생님들이 굳이 이곳 경희의료원 한방 안이비인후피부과를 선택한 이유를 물었다.


“다른 과들은 양방 쪽에 검사를 의뢰해야 하는 부분이 종종 있는 반면, 우리 과는 비내시경, 이경을 사용할 수 있고, 안압?청력검사도 한의사가 직접 할 수 있어요. 특히 피부 질환은 피부 상태를 직접 보며 진단할 수 있고 경과를 볼 수가 있죠. 즉, 눈으로 직접 환자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어요. 한의사로서 접근의 제한점이 없다는 것이 우리 과의 굉장한 장점이죠. 또 질환이 다양하니까 연구를 할 때 선택의 폭이 넓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죠. 교수님들도 젊으셔서 대화가 잘 되고, 과 분위기가 합리적인 것도 한 몫 한 것 같아요.^^”


“예전에는 의학박사가 인정을 많이 받았지만, 이제는 그보다 전문의가 인정받는 추세이죠. 최근에는 한의학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 즉 특화된 사람을 원하는 추세다 보니, 병원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병원의 여러 과들 중, 안이비인후피부과는 환자의 경과를 눈으로 보면서 치료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이곳을 선택했죠.”


“일단 병원은 로컬보다 중증환자를 다양하게 볼 수 있어요. 특히 우리 과는 양방에서 치료가 어려운 난치질환을 많이 다루기 때문에, 전국의 유명한 병원을 다 돌아보고 오는 분들도 종종 볼 수 있죠. 또 인턴 시절, 여러 과들을 돌면서 느낀 것이, 그래도 우리 과가 치료도 명확하고 치료 경과를 제일 확실하게 확인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에 이곳에 남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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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의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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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후배들에게 한 마디 조언을 부탁드렸다.

“교수님 말씀을 빌려 한의대 후배들에게 조언을 하나 하자면, 한의학 공부는 물론, 양방병리학이나 질환자체에 대한 양방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요. 한방 변증은 그 당시의 환자 상황밖에 보여줄 수 없는데, 환자의 상태는 시시각각 달라지니,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죠. 반면, 질환 자체에 대해 공부를 해 두면 그 경과를 쭉 알 수 있잖아요. 그 정보의 양 자체가 변증에 비해 훨씬 큰 거죠. 그렇기 양방 병명에 대한 공부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말해주고 싶네요.” 전문의가 되고 싶어 병원을 선택했다는 신준혁 선생님은 그에 걸맞게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조언을 남겨주셨다. 한의사가 되면 양방 지식은 무용지물이 된다며 소홀히 하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조언이다. 나 역시 양방 수업을 들을 때면, 과연 졸업 후에 이러한 지식들을 활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회의감이 들곤 했는데, 이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다. 경험에서 우러나온 진심 어린 조언이 가슴 깊이 와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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